논쟁
사람 사는데 논쟁은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은 논쟁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많은 것을 배우며 같이 발전하는 것이다.
논쟁은 이성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생산적인 논쟁이 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자기 주장만 하면 논쟁은 언쟁으로 변질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알고 싶은 것도 많고 궁굼한 것도 많아서 친구들끼리 정말 많이 우기고 싸웠다. SNS 시대에 와서 그때 일을 생각하니 싱겁기 그지 없다. 그런데 오늘 저녁 나는 너엄마와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는 문제로 싸워야 했다. 문제의 발단은 수돗물이었다. 나는 전기포트에 수돗물을 받아 끓이려 했다. 이에 너엄마가 나를 나무랐다.
- 약수가 있는데 왜 수돗물을 고집해요.
* 수돗물이 어때서. 알고 보면 수돗물이 제일 깨끗하고 안전한 거요.
- 깨끗한 거 좋아 하네요. 다들 말하는데 수돗물은 우리가 눈 오줌똥물을 걸러서 보내는 거라던데....
* 그 무슨 당찮은 소리요. 우리가 먹는 수돗물은 대청호에서 공급받아 정화한 것이라고요.
- 흥, 아는 것도 많네요.
* 아는게 많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먹는 수돗물이 어디서 오는것 쯤은 알아야 하는 거 아니오.
나는 즉시 스마트폰에
'천안수돗물의공급지'란 검색어로 질문을 했다. 나의 주장은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나는 답변 내용을 너엄마에게 보여 주려고 했다. 그러나 너엄마는 한사코 외면하며 오히려 나를 힐난 했다.
- 좁쌀 영감, 쩨쩨한 영감.
너도 지켜 봐서 알겠지만 실제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했지. 그나마 요행인 것은 상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뜻이었다. 나의 그 좋은 뜻을 너 엄마는 나쁘게 받아들이니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우리가 이 도시에 몸담고 사는데 상수도와 하수도의 정체만큼은 상식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 아니니. 모르면 겸손한 자세로 물어 봐야지, 그렇게 어거지로 나오면 안되는 거다.
의견 차이가 있으면 인터넷에 문의하면 답이 다 나오는데 얼굴을 붉힐 이유가 뭐게.
수돗믈은 엄격한 정수괴정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공급되므로
나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수돗물을 신뢰할 수 없다면 신뢰할 수 있는 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염된 물은 사람의 몸을 병들게 한다. 그런데 깨끗한 물을 마시면서도 하수도 물을 마신다고 생각하면 몸과 맘이 같이 병드는 거다. 상상해 보자.
우리가 매일 마시는 수돗물이
하수도물을 정수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꺼림칙하겠니.
너 엄마는 여태 그런 마음으로 살아온 것 같다.
천안시 상수도는 일봉산 남쪽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거 너도 잘 알지. 그 곳 정문에는 상수도 대신
'맑은물 사업소'
라고 써있지 않더니.
맑은물 사업소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연못도 있고 분수대도 있고 정자도 있어서
휴식을 취하는데는 그만치 좋은 곳도 없다. 산자락의 지하 정수장은 엄격히 통제되어 관리자 외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더라. 우리가 사용하는 수돗물은 오염된 하수도 물을 정화한 것이 절대로 아니라고.
우리가 사용하는 수돗물은 바로 이 맑은 물 사업소에서 보내오는 물이라고. 이 엄연한 사실도 부정하겠다니 저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천안시 하수도 처리장은 따로 있다고. 신방동 주민센터 앞에 횐경사업소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하수처리장이다.
환경사업소 주변은 완전히 공원화로 시민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 물은 폭포가 되어 천안 천으로 방출되더라. 말로는 그 물을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고 하더라. 그러나 우리가 그 물을 수돗물로 공급받는 것은 아니다. 그 물은 물고기들이 먹는 물이라고.
서로 의견 차이가 있으면 논쟁이 필요하다. 그러나 진실 앞에 승복할 줄도 알아야 한다.
콩이 분명한데 기어코 팥이라고 우기면 되겠냐.
언제 시간을 내서 우리 함께 천안 맑은물 사업소 공원과 환경사업소 공원을 현장체험삼아 소풍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너엄마의 삐딱한 생각을 바로 잡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