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遠)거리 산에 오르려면 여행이라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Mountain'과 'tour'를 묶어 '마운투어'(Mountour)
라는 합성어를 만들었다.
산행(登山과 旅行)을 의미하는 단어다.
등산과 여행이 동전의 양면 혹은 등가(等價)관계라는 뜻도 된다.
우리 카페엔 마운투어클럽(club)이라는 소모임도 있다.
왕복 여행을 통해 등산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는 모임이다.
그러나 괄목할 만한 효과에 비해 호응도가 빈약하여 유명무실,
빈사상태에 있다.
대부분의 경우 나홀로 행사가 되고 있으니까.
나는 나흘간의 외로운 마운투어를 계힉했다.
연례행사인 함백산의 해넘이와 태백산의 해맞이에 앞서 이틀간
소백산 종주를 함으로서 백(白)자 돌림 산행을 하려 한 것.
그런데 이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영주 만야님의 배려와 J의 동행 제의에 의해서.
여행이란 우여곡절이 따라야 감칠 맛이 나는 건가.
열차를 놓치도록 지각한 J의 무성의에 잠시 실망했으나 단양행
버스편 이용을 종용한 것은 그 역시 갖게 될 낭패감을 고려한 것.
영주에서 차를 몰고 단양역까지 마중나온 만야님과 나, 곧 합류한
J 등 우리는 가은산 들머리로 달렸다.
옥순대교 북단에서 어미 새와 새끼 새 두 마리의 형국인 새바위
(만야님은 제비봉이라고) ~ 둥지봉 ~ 가은산 정상 ~ 곰바위 ~
기와집바위 ~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환상(環狀)코오스를 밟았다.
시종 일관해 동행하는 청풍호와 알맞게 배열된 기암괴석이 권태
느낄 겨를을 주지 않았다.
낙엽 속에 숨어버린 능선을 찾지 못해 알바를 한 막판의 1시간 반
여는 가은산 추억을 더욱 진하게 하려 함이었으리라.
동행하려던 만야님의 친구를 하차시킬 만큼 불순했던 날씨가 온순
명랑으로 바뀌었기에 더욱 편했다.
어둑해 지는 시각인데도 따스하기가 봄날 같았으니까.
충북 제천시 수산면이 현주소인 해발 575m 가은산(可隱) 등산은
전적으로 만야님의 추천과 안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만야님은 가족행사 참석을 미루면서 우리를 보살피셨고 뒤를 이은
상정님은 연말의 바쁜 일과 쌓여가는 눈(雪)때문에 불편할 귀가를
아랑곳하지 않고 달밭골 산골민박에서 소백산 전야제를 베풀었다.
연초(1월 8일)에 들른 후 제야 이틀 전에 다시 찾은 산골민박집의
소백산지기와 그 가족의 환대까지 겹쳐 자정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 기상청은 청개구리인가.
오보가 되기 바랄 때는 정확하기 이를 데 없으니 말이다.
간단 없이 불어대는 공포의 바람소리에 잠못이루는 밤이었다.
비로봉에서 고치령 혹은 죽령으로, 여의치 않으면 국망봉 ~ 초암사
또는 연화봉 ~ 희방사를 설정했으나 소백산은 이 모두를 거부했다.
비로봉은 극한상황이었으며 붉게 물든 J의 일그러진 안면이 하산을
재촉케 했고 진로 수정을 권하는 만야님의 전화도 계속 왔다.
아쉬움을 지닌채 달밭골 산골민박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소백산의 명성은 과연 명불허전인가 보다.
예보된 강설과 혹한에도 운집하는 등산 인파가 거국적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의 열기도 한계에 봉착한 듯 비로봉에 눈 한 번 주고
모두 다 오른 길로 걸음을 되돌렸다.
산악회의 속성상 본래의 계획은 우리처럼이었을 것이었겠지만.
<계속>
들머리 옥순대교에서 시작하여 288m 첫봉의 장병걸님
새바위(뒷편-만야님은 제비봉이라고) 오르는 능선길
새바위봉에서 장병걸님(좌)과
둥지봉에서 만야님과(상우) 장병걸님(하좌) / 역광을 극복하지
못하는 카메라 탓으로 돌려야 하는지.
가은산 정상의 장병걸님(상) 늙은山나그네(하)
575m 가은산은 정상오석이 있어 확인되는 평범한 봉우리다.
조망도 신통치 않다.
오히려 주능선과 둥지봉 능선의 삼거리봉에 호감이 간다.
소백산 달밭골 ~ 비로봉 길의 장병걸님(상)과 늙은山나그네(하)
비로봉 정상의 장병걸님
영하 20도는 될 거란다.
체감온도는 30 이 넘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였을까.
오르는 이는 무수하나 정상엔 사람이 없다.
첫댓글 가랑잎 탓이라생각됩니다만 본의아니게 알바를 너무많이하시게 한것같습니다 가은산이 나그네님이 반가워 오래머물게한것이라고 생각하셔요 그리고제비바위가아니라 새바위가맞은것같아요 정정할게요 ..
가은산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옴은 저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삼백산을 상대하려면 워밍업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고 판단한 가은산의 배려였다고. 만야님께 재삼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