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하늘인가
남자들은 자신의 입장이 불리해지면 흔히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야". 또는 "여필종부를 모르고 어디서 까불어?" 이렇게 억지를 쓴다.
우리의 머리 속에는 남자는 강하고 억세며 여자는 연약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늘 박혀 있다. 남자아이들에게 커서 무엇이 되겠느냐고 물으면 여러가지 답을 들을 수 있지만 대체로 그 답들은 남자다움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남자아이들은 "대통령이 될 거야". "군인이 될 거야", "운동선수가 될거야" 등 씩씩하고 우람한 미래상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들에게 커서 무엇이 되겠느냐고 물으면 미스코리아나 간호원 또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답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여자아이들은 얌전하고 부드러우며 따사롭고 연약한 여인상을 이미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
어른들은 남자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또 여자아이들이 탱크, 기관총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야단을 친다. 그렇다면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하다는 생각은 가정과 사회에서 학습되어 습관적으로 몸에 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태아가 여성으로 발달하는 과정은 정상발달이지마, 남성으로 발달하는 과정은 비정상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태아는 원래 여성적이고, 어떤 태아는 부수적 호르몬이 개입하여야만 남성기관들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애화편 '잔치'에 남자와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 인간은 세 가지 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남녀성(중성)의 세 가지 성이다. 또 인간은 누구나 남자의 모습과 여자의 모습을 다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은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었다. 인간은 어디서나 우쭐대며 뻐기고 다녔다. 제우스 신은 처음에는 인간들이 그저 그러는가 보다하고 생각을 했지만 두고두고 보자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우스 신은 인간에게서 남성과 여성을 갈라놓았다. 그때부터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되어 불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는 원래의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서로 상대방을 찾아서 결합하려고 한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결합함으로써 각자의 부족한 반쪽을 메꾸어 완전한 인간이 되려는 것이다. 플라톤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결합하려는 노력을 에로스, 곧 사랑이라고 불렀다.
물론 플라톤의 이야기에는 신화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지만 우리는 그의 말을 어느 정도 수긍한다. 남자와 여자는 둘 다 부족한 인간이고 따라서 반쪽 인간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우수하다는 생각은 단지 사회적 습관이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이다. 남자나 여자나 똑같은 반쪽 인간이고 따라서 우리들 모두는 똑같은 반쪽 인간이다. 우리가 남녀평등을 깨달을 때 비로소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엄연한 진리도 깨달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