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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통신] 대만에서 바라본 대만인의 양안관계 인식
윤 대통령의 대결 조장 '말참견',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최강문 대만 통신원(작가, 전 월간 말지 기자)
양안관계가 악화된 건 집권 민진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기 때문이죠. 미국의 태평양 방위전략의 선봉을 자처했잖아요. 차이잉원의 극단적 친미 행보는 현상유지를 바라는 대만인의 뜻을 저버리고, 나아가 중국까지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허아이젠 何璦蓁, TVBS 뉴스 프로듀서)
“두 나라 모두 잘못하고 있어요. 중국이야 늘 대만을 통일시키겠다고 하잖아요. 슬기롭고 유연한 자세로 중국과 소통해 나갔어야 해요.” (수시앤롱 蘇顯榮, 종티앤뉴스TV 中天新聞台 디렉터/기자)
“두 나라 정부도 책임이 있지만, 특히 언론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공포를 키우고, 우리를 거센 바람 앞에 내몰고 있어요. 자극적인 보도, 왜곡되고 일방적인 말들로 논란을 일으키고, 우리를 공포로 밀어 넣고 있어요. 언론이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해지면, 양안관계는 더욱 부드러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키키(가명), 신베이시 병원 간호사)
코로나19에 따른 규제가 풀리면서 최근 대만에서는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비행기로 약 2시간 반 정도 거리로 가까운데다가 한국 대비 70% 안팎의 물가 수준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하고도 맛있는 음식 문화로 최근 한국인들이 제일 선호하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된 까닭이다.
한국 관련 소식 또한 종종 접할 수 있는데, K팝 소식은 물론이고 학교폭력이나 재벌기업의 그늘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 같은 한국문화 소식도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한국 정치와 관련된 소식들이다. 물론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한국문화와는 달리 하한가 폭락장 분위기의 소식들이 대부분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대통령 관련 뉴스가 눈에 많이 띈다. ‘무속을 믿어서 집무실을 옮겼다’라거나, ‘어린 동물을 낮추어 일컫는 말(臭崽子)을 썼다’,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하는 대통령 영부인’ 정도는 그나마 가십거리로 웃고 넘어갈 정도였지만,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은 달랐다.
4월 24일 TVBS 방송뉴스에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 대만 관련 발언 뉴스 화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VS 말참견과 불장난
4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에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은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만에서 불장난하는 사람은 결국 불에 타 죽을 것’ 등의 외교부 관계자들의 거친 언급을 내놓으면서 이 발언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았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크게 두 갈래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현상 변경’ 용어에 대한 문제로, ‘힘에 의한 현상변경’은 비록 주어가 생략되어 있어도 중국이 강압적으로 대만과의 관계를 바꾸려고 한다는 점을 비판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대만과 중국 간의 문제에 대해 그간 우리 정부가 오랫동안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저버린 발언이기 때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 시절까지도 한국은 핵심 동맹국 미국과는 안보를,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는 경제적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균형을 지키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대만과 중국에 관련한 현안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관례를 벗어나서 작금의 대만 문제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일국의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반응은 이미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의 발언으로 확인되었지만, 또 하나의 당사자인 대만의 반응은 어떠할까? 한국과 중국 정부당국 간에 대사를 초치하고 반박 논평을 내는 등 날 선 공방이 오갔던 것과는 달리, 정작 대만 뉴스에서는 대만 외교부의 짤막한 환영 논평 이외 반응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일반 대만 민중(중국에서는 ‘인민’. 대만에서는 ‘민중’ 용어를 사용한다)은 이 논란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대만인들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짚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한국인이 쉬 갖기 쉬운 대만에 대한 선입견이다.
한국인의 대만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중 첫째는 ‘대만=반공국가’라는 생각이다. 물론 중화민국 초기 시절에는 반공을 표방했다. 장제스 통치 시절, 계엄령 아래 옭매여진 1987년까지의 대만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 대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도 ‘반공’을 내세우는 이는 없다. 오히려 중국과 혈연·문화·경제적으로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 기독교 또한 한국과 달라 극우 보수적 색채를 전혀 띠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민중들이 공산주의를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둘째로 경제력 비교다. 최근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못살던 대만이 한국을 앞지른 것이 아니고, 대만은 늘 잘 살고 있었다. 단지 한국이 2003년부터 2022년까지 20년 간 대만을 조금 앞질렀다가 다시 조금 뒤처지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군이 튼튼한 대만의 경제력은 한국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셋째로 외세굴종적이라는 시선이다. 오래 반복된 외세의 침범 아래 제대로 된 주권국가를 건설한 경험이 없으며, 지금도 강대국들에 억눌린 채 눈치 보며 살고 있다는 생각은 틀렸다. 주변 열강들의 틈에 끼인 섬나라라는 지정학적 제약 속에서도 대만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외교관계를 유지하며 슬기롭게 번영해왔다. 줄타기 외교의 선수인 셈이다.
양안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전제들
양안관계(兩岸關係) 또한 이러한 전제 아래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대만이 거대한 공산주의 국가, 50년 식민통치를 자행한 일본, 태평양 너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며 줄타기 생존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게 된 근본 배경에 바로 양안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1880년 제작된 대만 지도.
1949년 마우쩌둥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에 패배한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이 대만으로 옮겨오면서 대만 해협은 자연적인 군사분계선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후 대륙 쪽 동안과 대만 쪽 서안 두 연안이 마주 대립하게 되었다. 이른바 ‘양안관계’의 시작이다.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모두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며 스스로를 유일한 합법 정부로 자처하고, 상대 정부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까닭에 외교적인 충돌은 물론, 미사일 공격까지 포함한 군사적 도발도 빈번했다. 그런 가운데 안정된 양안관계를 위한 양국 간의 공식/비공식 대화도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1992년 중국과 대만은 비외교적 채널을 통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이른바 ‘92년 합의’)에 뜻을 모았으나, 대만 국민들의 뜻을 모은 합의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1997년 국민당 리덩후이 총통은 ‘양국론(兩國論)’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1949년 이후 대만에는 중국 대륙과 무관한 정치체제가 존재하고 있으며, 중국과 대만은 '특수한 형태의 국가 대 국가 관계'라는 입장이다. 기존 장제스 류의 입장과 차별을 보이는 이 입장은 현 집권당인 민진당이 계승하고 있는 반면 야당 국민당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국은 통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당의 입장은 역설적이게도 중국 공산당의 기본 원칙과 궤를 함께 하는데, 다만 어느 국가가 중국을 대표할 것인가에 대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00년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의 천수이벤이 집권하면서 양안관계는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 각기 한 나라씩 서로 다른 국가체제가 존재한다는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통일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천수이벤의 주장에 중국은 2005년 대만에 대한 비평화적 수단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반분열국가법’을 제정하면서, 양안관계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2008년 다시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마잉주 총통은 민진당 집권 시절 악화된 양안관계의 회복 및 교류와 협력 확대를 도모했다. 마잉주 집권 기간(2008~2016) 동안 양안관계는 경제, 정치, 군사·안보 면에서도 크게 개선되었는데, 불독립·불통일·무력불사용을 내용으로 하는 마잉주 총통의 ‘3불정책’에 중국은 화답 차원에서 세계보건총회에 대만의 옵서버 자격 참가를 인정(2008년)했고, 대만 수교국인 파라과이 정부의 대중국 수교 요청도 거절하는 등의 유화적인 모습도 보였다.
2016년 다시 민진당이 집권했지만, 집권 초반기에는 양안관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천명하기보다는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일본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일명 ‘연미·친일·항중’이라는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취했다. 과거 '일변일국론'과 같은 급진적 대만 독립 노선의 문제점을 잘 알았기에 일종의 현상유지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2019년 홍콩 사태가 발발했고, 민진당 차이잉원 정권은 반중 감정의 확산에 힘입어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재집권 이후 차이잉원 정권은 친미 노선을 강화하면서 양안관계는 다시 갈등 국면에 들어서게 되었고, 마침내 2022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홍콩사태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초래한 것들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하여 아시아태평양지역 시사전문지 기사 중 한 대목을 눈여겨 볼 만하다.
‘펠로시의 방문은 전략적 모호성을 잠식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중국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시도이다. 향후 위기는 놀랄 만큼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펠로시의 방문을 기존 대만-미국 관계의 비공식적 파괴로 해석하고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성 경고를 계속할 것이다. 펠로시의 방문을 불필요한 도발이라고 일축하기 전에 이 일의 전략적 논리를 인식해야 한다. 훨씬 더 도발적일 수 있는 대만 해협에서의 미 군사력 사용에 대한 의회 승인 없이도 펠로시의 방문을 통해 미 의회가 대만에서 대통령의 손을 묶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제임스 리(James Lee)의 「낸시 펠로시 대만 방문의 전략적 논리」 중에서 부분 인용, 『더 디플로마트(The Diplomat)』, 2022년 8월 5일)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양안 관계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중국을 자극하고, 이에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위협을 증대하는 일련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펠로시의 방문은 단순한 해프닝이 라니라 미국의 대중 전략 중 일환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정 지역에서 먼저 위기를 조성하고 군사적 개입 명분을 쌓는 것은 국제정치에서 전쟁으로 향하는 흔한 술수 중 하나다. 대만 역시 1953년 중국 대륙에 인접한 진먼·마주 일대에 주둔하던 미군이 갑작스럽게 철수하면서 중국과의 포격전까지 벌였던 적이 있다. 이른바 ‘1차 대만해협 위기’다. 그리고 직후인 1954년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1964년 베트남전 발발에 앞서 발생한 통킹만 사건이 그러했고, 여전히 일부의 논란은 있지만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의 정치학자 브루스 커밍스의 입장(그의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 일월총서, 1986, 참조)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은 평화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할 것이고 그 방법이 먹히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제적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은 현상 유지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근본적인 결정을 내렸고 대만과의 ‘통일 시간표’를 훨씬 앞당기기로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콘돌레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의 스탠퍼드대 대담 중 발언, 2022년 10월 17일)
미국측이 이야기하는 ‘중국의 통일시간표’에 대해 대만 내에 비판 여론이 있다. 그것은 대만과 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미국 간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양안 관계가 점점 심각해지는 데에는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격화하는 것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대만 문제는 두 국가 간의 전쟁에 하나의 협상 카드가 되어버렸습니다. 대만 집권당이 친미반중의 노선을 표방하고, 중국은 ‘2027년까지 통일대업’을 제시하면서 대만의 안정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허아이젠)
“차이잉원이 미국을 방문하여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났을 때 그녀는 중국과 대결하는 미국의 외교전략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서방의 전략문제 전문가들이 이 추세라면 향후 몇 년 이내에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도, 정작 대만 내에서는 집권 민진당이 친정부 언론을 통해 전쟁 가능성을 낮춰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황샤오미 黃小米, 동선뉴스 東森新聞 프로듀서)
양안관계 긴장 속 공군부대를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2022년 9월 20일).
중국은 싫지만, 독립도 원치 않는다
정작 미국과 대만 정부가 한목소리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의 기간 중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미국 국방부 보고서 「2025년 중국의 군사전략」(2018) 및 「중국군사력보고」(2021), 대만 국방부 보고서 「2025년 중국의 대만 침입에 대비한 대만군 전력 강화 계획」(2021) 등)’고 말하는 가운데, 대만 민중 56%가 중국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대만의 한 뉴스채널 여론조사(대만 뉴스채널 TVBS의 「우크라이나전 발발 1주년 여론조사」(2023년 3월), https://news.tvbs.com.tw/amp/politics/1747670)에서 나타났다. 이는 2010년의 조사(37%)에 비해 무려 20% 가량 높게 나타난 것으로, 2019년의 홍콩사태와 최근의 양안관계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대만인들이 중국에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양안관계에 대해서는 59%의 응답자가 현상유지를, 23%의 응답자가 대만 독립을 희망했고, 중국과의 통일을 희망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2010년 응답에 비해 현상유지를 희망하는 응답자가 5% 줄었고, 대만 독립과 중국과의 통일 응답 비율도 약간 줄었다. 대신 무응답 비율이 8% 증가한 13%에 달했다는 점이다. 격화되는 미·중 갈등과 그에 따른 양안관계의 위기 속에서 대만 민중들은 오히려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치러진 또 다른 여론조사를 함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대만 민중의 생각은 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다.
ETtoday 2027년 중국 무력침공가능성 여론조사 그래프.
지난 2월 초 대만의 경제지 『ETtoday』가 실시한 ‘대만의 정치경제상황 관련 여론조사(https://www.ettoday.net/survey/survey.php?id=556)’에 따르면, ‘중국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에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오직 42.4%이 ‘그렇다’고 답했고, 42.5%는 부정적으로, 15%는 ‘모른다 또는 의견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만약 양안을 둘러싸고 전쟁이 일어난다면?’ 질문에는 오직 19.6%만이 ‘주저없이 참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대만 정부 그리고 관변 학자와 언론의 대대적인 공세에도 전쟁에 대한 대만 민중의 여론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느긋하게 사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시간을 갖고서 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해요. 지금은 양안관계의 현상을 바꾸기 적합한 때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중국도 대만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혹여 무력을 사용한다면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걸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첸쥔송 陳俊菘, 은행원)
무력 사용을 언급했던 중국 또한 과연 힘에 의한 양안관계의 현상변경을 바라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10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평화통일이라는 비전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견지하겠지만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는 ‘외부 세력의 간섭과 극소수의 대만 독립 분자, 그 분열 활동을 겨냥한 것이지 결코 광범위한 대만 동포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단서가 달렸다.
시 주석의 이 발언에 대해 2022년 10월 홍콩 『밍바오 明報』지를 통해 “중국의 ‘무력 사용 불포기’는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양안문제에서) 미국을 배척하기 위한 것”이라 지적했던 대만 명천대학교 양안연구센터 양카이황(楊開煌)소장은 한 좌담회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미중 갈등의 배경에는 반세계화 물결이 자리 잡고 있다. 신기술의 치열한 도전 속에서 현대 세계는 이미 신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었고, 더 이상 지정학 영토나 영해, 영공의 지배는 효력을 잃었다. 신기술에 기반을 둔 권력으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지정학적 위기관리와 도전 : 양안 및 남중국해, 우크라이나전 사례연구」 좌담회 중 발언,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센터, 2023년 3월 10일)
양안관계 위기의 근원에 대하여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지난 1월 발언도 주목할 만 하다. 어쩌면 미국의 본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양안문제가 자신들의 주권 문제라고 말하지만, 미국은 이것이 미국과 전 세계 국가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이 깨지면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의 50%가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고급 컴퓨터 칩의 70%가 대만에서 제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대 정치연구소 데이브드 액설로드 David Axelrod이사와의 대담 중 발언, 2023년 1월 20일)
신기술의 무기화, 특히 대만반도체매뉴팩처링(TSMC)을 비롯한 대만의 뛰어난 신기술력을 둘러싼 미중갈등이 양안관계의 현상변경을 초래한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TSMC의 경우를 보더라도 현재 미국 애리조나 주에 공장을 건립 중이지만, 중국 난징과 상하이에는 이미 공장을 가동하고 있을 정도로 대만과 중국의 경제협력 관계는 가깝고도 오래되었다. 양안관계의 위기의 출발 또한 바로 이 점이며, 대부분의 대만 민중이 바라는 점도 바로 이것과 관련되어 있다.
현상변경을 바라는 자 누구인가?
“대만 민중은 중국에 합병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전쟁으로 치닫기를 바라지도 않지요. 양안관계의 변화를 최대한 미루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좀 더 유연해진다면 대만과 중국은 한 단계 더 높은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시훼이쥔 師慧君, 경제월간지 『Money』 책임편집자)
“현재 집권 민진당이 양안관계의 긴장을 초래하고 군비를 증강하고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선한 의지를 중국에 보여주고 자주 교류하는 것입니다. 상황을 힘들게 만들 필요가 전혀 없지요.” (수시앤롱)
작지만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가 된 대만의 국제사회에서의 생존 전략은 일종의 줄타기 외교였다. 중국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때론 갈등으로 때론 협력으로 고비를 맞고 또 이겨왔다. 오늘의 대만을 만들고 지켜온 실용주의 외교 전략인 셈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또 다시 대만과 관련한 언급을 내놓았다. 지난 4월 26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정상 공동성명’에서다.
4월 26일 동선뉴스에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 관련 뉴스 화면.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하였다…’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중국은 미국과 한국에 대해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점점 멀리 가지 말라”고 경고하고,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공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갈등을 부추기거나 일으키지 말길 바라요. 어쨌거나 대만과 중국 모두 경제 공동체이며 갈라설 수 없는 관계잖아요. 일자리며 혈연, 혼인 등으로도 많이 얽혀 있고, 또 서로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고 있으니까요.” (시훼이쥔)
“양안문제는 대만과 중국의 문제이고, 싸우든 화해하든 우리 다음 세대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주변 국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거들겠다면서 나서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송시앙멍 宋相猛, 전 방송국 디렉터)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세요. 정작 전쟁이 발발하면 어느 나라도 돕지 않을 것이고, 대만은 미국이 중국과 겨루기 위한 장기의 말로 전락할 거예요. 지난 40여 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아시아에서 미국이 의도하는 것이 바로 전쟁 아닐까요?” (황샤오미)
“내년에 총통 선거가 있어요. 여론은 지금 정부의 반중 정책에 동의하느냐 마느냐로 갈리겠지요. 분명한 건 대부분의 대만 민중은 전쟁에 반대하고, 어떤 정당이 양안관계를 갈등에서 다시 대화국면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할 겁니다.” (허아이젠)
“중국의 주장에 문제가 있더라도 대만과 중국 양국은 서로 원만히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대만과 중국을 서로 나누고 대립하게 하고 차별하는 것은 양안관계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말하고 싶어요.” (키키)
명나라 말기의 유학자 왕부지(王夫之, 1619~1692)는 『독통감론(讀通鑑論)』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하에 매우 중요하면서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천자의 일로 치통(治統)이고, 또 하나는 성인의 가르침으로 도통(道統)이다. 치통이 혼란에 빠지면 소인들과 도적, 이민족들이 이를 훔쳐 영원히 보전할 수가 없다 … 도통이 도적을 맞으면 원숭이가 목욕하고 관을 쓰며 원숭이에게 나무에 오르는 것을 가르치는 꼴이 된다. 죽은 자의 이름으로 이익을 탐하여 이민족과 도적에게 도움이 되게 하며 …”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대만 정부가 선택한 친미항중의 길과 대만 민중의 실용주의적 노선은 과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 그리하여 2024년 대만과 한국은 또 어떤 같음과 다름을 보이게 될까. 이러한 모든 걸 염두에 둔다면 2023년 대한민국은 중국과 대만, 아니 중국과 미국의 갈등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대만에서 대만에 관한 한국 대통령의 언급과 중국의 ‘불장난’ 비난 과정을 지켜보다 왕부지의 도통과 치통의 비유를 떠올리게 되었다.
첫댓글 저 등신은 자신을 신으로 아는 것 같다 도대체 아무 생각없고 제정신 아니다 그냥 한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