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와대 가는 길
문예회 1월 모임, 경복궁역으로 10시까지 가는 일은 조금 긴장된다. 눈 뿌리기 시작해 살짝 걱정되어 중무장하고 신발끈을 점검한다.
전철 경로석에 80된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앉아 마주보며 인사한다.
-날도 안좋은데 집에 있지 왜 나왔어?
- 집에 있으면 뭐해? 잠만 자게 되는 걸..
맞아...
닐씨에 상관없이 약간의 긴장속에서 무리없이 나돌아 다닐 수 있는 걸 감사하는 마음이 갈수록 배가된다. 그것도 오래된 친구들과 격의없이 만날 수 있다는 일도 행운일 수 있다.
경복궁역에서 33명이 모인 가운데 인원체크하는 조광복 회장과 장석산 총무의 얼굴이 함뿍 밝아보인다.
눈오는 일요일에 이 정도 인원이 집결한 건 집행부의 인복이 많아서라고 누군가 이야기한다.
가는 실비 같은 눈 맞으며 우산 쓰고 경복궁 돌담길 걷노라니 분위기 삼삼하다.
20대때 데이트하러 삼청공원 가보고 이 동네 걷는게 몇십년만이란 말인가 감회를 말하는 동기도 있었다.
2. 청와대를 거닐다.
본관, 관저, 상춘재, 춘추관
청와대 도착하니 살포시 눈이 와 설화 가득한 설경이 기가 막히다. 바람없이 눈오는 1월 겨울날 공기는 청량하기까지 하다.
날을 이렇게 좋은 날 잡기도 쉽지 않겠네..
낙목한천의 겨울날 설경이 선물처럼 주어져 경내의 나무들이나 대나무잎조차도 눈을 얹고 있어
다들 환호하게 되었다.
함박눈이었으면 더 좋았을까?
영빈관은 문닫아 구경 못하고 청와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과 국무위원 회의실, 제2부속실, 연회실, 기자회견하던 방 등 TV에서 숱하게 봤던 장소를 실제로 보는 일은 격세지감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옛날엔 대통령이 초청해야만 무수한 검사 후 들어갔을테지만 이렇게 무시로 돌아다니게 되었구나...
작년 상춘재 앞 잔디밭에서 밤에 음악회 한 걸 중계로 보며 꼭 가보리라 생각했었다.
작년 봄 상춘재와 춘추관 앞 넓은 광장이 가장 멋졌는데 오늘은 쓸쓸해 보였다.
집무실에서 관저로 가는 길은 생각 보다 멀어서 공무원들이 뛰어다녔을까? 자전거타고 다녔을까? 차타고 다녔겠지?
관저는 언덕위에 있었는데, 무수한 대통령들과 영부인들의 영욕이 현대사와 얽혀 있었던 걸 생각하니 세월 무상하다.
우리 세대는 그 모든 대통령을 알고 있으니 한국 현대사의 중인이 아니겠는가!
더 많은 곳을 돌아보고 등산로를 통해 불상도 보고 김신조 내려오려던 지역도 실감하면 좋으련만 시간관계상 관저를 끝으로 춘추관으로 갔다.
3. 이 동네 주민이었던 예인만나기
춘추관에서 이상, 윤동주, 현진건, 염상섭, 나혜석 천경자등을 조망해보는 전시회를 도슨트의 안내로 경청했다.
30여명의 관중이 온 사실에 놀랐을까 도슨트는 열강해주었다.
한국 문학사의 보석같은 시인과 화가 소설가들이 서촌에 몰려살았다는 사실이 이곳에 젊은 세대가 몰려드는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부모님 세대와 같은 연배의 예술인들이 낯설지 않은 건 고등학교 교과서를 통해 배웠기 땨문이다.
4. 다락정에서 만두전골과 모듬전 먹걸리 먹다.
삼청공원 가는길 유명한 항아리 수제비집은 오늘도 길게 줄서있다. 거의 전세내듯 빌린 음식점다락정의 만두전골메뉴는 오늘같은 날 아주 제격이라 막걸리가 유난히 달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해서 약간 서둘러 한미 뮤지엄으로 이동했다.
5. 한미뮤지엄의 사진들..
작년 12월에 개관한 사진전문 갤러리 한미뮤지엄은 한국사진사를 되돌아보는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전에서 200점의 사진을 관람하며 과거로 시간 여행했다.
민현식 건축가가 설계한 뮤지엄 지하 로비에선 멋있는 커피를 무료로 주었다.
입장료도 무료였는데...
2층 홀엔 사진가들이 기증한 LP판이 많았고 넓은 야외베란다에서 기념촬영하며 즐거워했다.
나오면서 뮤지엄 별관의 특이한 기법 사진가 원성원의 특별전울 관람하고 귀가길로 접어들었다.
눈 맞으며 8.8km, 12000보를 걸은 날 선방했다고 몸에게 상주고 싶은 날..
내일부터 추워지고 구정주간에 접어들면 이어서 입춘이 기다린다.
첫댓글 유재은동기가 쓴 문예회 1월행사 후기입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