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관희
광주에서 태어나 1982년《한국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그대 가슴 부르고 싶다』『홀로 무엇을 하리』를 냈으며, 나주 남평 드들강변에서 카페 ‘강물 위에 쓴 시’를 운영하고 있다.
생에 대한 근원적 고찰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를 개진해 온 홍관희 시인의 <사랑 1그램>이 걷는사람 시인선 66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홍관희 시인은 1982년 《한국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녹색 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는 핵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를 펴냈으며, 두 권(<그대 가슴으로 부르고 싶다> <홀로 무엇을 하리>)의 시집을 출간했다. 세 번째 시집 <사랑 1그램>은 한층 농익은 시선으로 자연에 깃든 삶의 무늬를 섬세하고 온기 어린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홍관희(지은이)의 말
남평 드들강은 풍경이 수심水深보다 깊다.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징검다리로 강을 건너거나
강변길을 따라 걷는 사람
돌아오거나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드들강에서 바라본 각각의 세계는
같지만 같을 수 없다.
같지만 같을 수 없는
각각의 세계에서 개안開眼할 때
시는 비로소
엷은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잘 살아야 할 이유를 알아차리게 해 주는 것이다
밤하늘에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작은 별 하나
그 별이 뜨는 이유를 알아차리게 해 주는 것이다
-「마지막 이사」 부분
내가 나를 놓아주자
내가 길이 아님에도 기꺼이 나를 통과해 주던 것들이
발걸음마다 쉼표로 따라붙었다
발걸음마다 따라붙던
쉼표 몇 개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남겨 두었다
-「청산도에 두고 온 쉼표」 부분
그녀의 눈물 떨어지는 소리를 숨겨 주려고
제 몸이 문드러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압력솥 안에 있는 대추알들이
저리도 요란법석을 떨며
자발적으로 오래 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일생을 모두 내어 주며 떠나가는 대추알들 앞에서
등허리를 주먹으로 꾹꾹 누르며
대추... 더보기
세상을 밝히기 위해 바다를 뚫고 올라오려는 해를
내리누르고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가 그녀의 저항선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하였다
파도와 갈매기가 가끔 내 생각 속을 찾아와
사랑하는 방법을 묻기도 하였다
제주 바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수평선은 그녀와 나만 떠나보내지는 않았다
-「제주 바다 수평선이 가르쳐 준 것」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