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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17시반에 이룬에 도착해야 할 티지브이 열차가 5시간 연착되는 바람에 우리의 일정은 이룬에 도착하는 첫날부터 모두 틀어졌다. 그래서 4시간 정도 자고나서 새벽 6시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은 상태로 비상식량을 챙겨서 첫 순례길로 발걸음을 옮겨다.
7/24수-이룬에서 산세바스타인
이룬에서 새벽녁 시작하는 북쪽길은 산하나를 넘어야 한다. 산억덕을 한시간여 오르면 성당을 하나 만난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룬시내와 그 앞의 바다전경을 보았다.
산등성이를 넘어 가니, 산세바스타인으로 가는 길목에서 영점팔유로에 강을 건너는 배를 타야만 했다. 우리는 점심식사도 제대로 못했기에 우선 식료품점에서 빵과 과일, 과자와 초코렛 등등 배를 채울만한 물품들을 구매해서 모두 나누어 먹고 배낭에도 챙겼다. 이런 상황들에 대하여 순례단원들이 충분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 도착까지 음식점과 수퍼, 카페조차 없는 구간들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이 발생되더라도 비상식량 하루치를 배낭에 넣고 순례를 하는 연습이 필요하며 그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해안 절경을 바라보며 오르막길을 오른다. 많이들 피곤할텐데 잘도 걷는다. 가는 길에 팩맨과 장난을 치며 숙소까지 16시에 도착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1유로 내기를 했다. 그리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 길을 가다가 어ㅓ슬렁 어슬렁 시간을 보내보내면서 팩맨과 사귀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팩맨과 계곡물가 약수터에서 더운 여르ㅡㅁ을 날리는 페토병물총싸움도 했다. 결국 `6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ㅋㅋㅋ
첫날이라서 그런지 모든 순례자들의 얼굴표정이 밝고 깨끗하다. 앞으로 한달후에는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변하겠지만...ㅋㅋㅋ
이룬에서 산언덕을 한시간여 올라 조그마한 성당을 만나게 되면 괴달루페 라는 곳인데, 그곳에서 다시 산언덕을 오르거나, 산중턱 사이로 돌아가는 길이 있다. 두 갈래의 길 중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정상적인 코스인 산억덕을 오르기로 했지만, 리누샘을 비롯한 몇명의 순례단원들은 옆길로 해서 돌아갔다. 어디로 가나 도착하는 시간은 비슷하다.
도노스티안 / 산 세바스타인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한번 타야 했다. 바다와 연결된 강하구라 할 수 있겠다.
산티아고 북쪽길에서는 서너 차례의 배를 타면서 바닷길을 건너야 한다. 그 첫번째가 이곳 도노스티아/산세바스타인으로 가기 전의 바닷가에서 만난다. 1인당 0.8유로를 내야 한다.
- 선발대였던 타조와 쭌 거북이 등등 5명은 침대시트가 있는 방안의 숙소에서 묵게 되었고, 나머지 늦게 도착한 친구들은 모두 캠핑장에서 탠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집 안에서 자는 것보다 더 낭만이 가득한 하룻밤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순례자들도 좋아한다. 잔디밭 마당에서 공놀이도 하면서 놀고, 캠핑장 주변 곳곳에서 대화도 나누면서 망중한을 즐겼다. 세탁기 빨래도 하고, 전기라면포트로 큐가 가져온 한국라면도 끓여 먹었다. 두개를 끓였는데, 8명이 달라붙어 시에라컵과 수저를 가져온 친구들만 한접시씩 나누어 먹게했다. 세상에서 가장 맜있는 라면맛, 평생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처음 먹어본다. 그들도 이구동성 너무 맛있다 한다. 감칠맛나게 찔끔찔끔 먹어야만 했던 눈물나는 라면이다. 구미만 당기다 보니, 레드헌터가 가져온 라면 2개를 더 끓여 먹었다.
이곳은 일반 알베르게라기 보다는 레스토랑과 캠프장이 겸비되어 있고, 빵도 구워 산세바스타인에 내어다 팔고 있는 곳이다. 이룬에서 시작하는 순례자라면 꼭 이곳을 추천한다. 나느 이곳에 두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 처음 방문했을때에도 너무 감동적인 환대를 받았는데, 몇년이 흘러 다시 방문한 이곳에서 같은 환대의 느낌을 받았다. 시설도 일반 알베르게보다 더 수준이 높다. 순례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순례자들이 많다.
첫날이라서 그런지 잠을 제대로 안잤어도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거의 16시경이다. 우리가 묵으려하는 이 숙소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숙소다. 유기농 빵을 구우며 순례자들을 위한 여러가지 시설을 운영하며, 탠트야영생활도 할 수 있도록 잔디밭에 미리 탠트도 설치해 주는 곳이다. 도네이션 제도로 운영되는 곳인데, 서비스는 거의 저녁식사포함 숙박이 40유로급이다. 순레자들은 대부분 그런 서비스를 받고 15유로를 내는데 우리는 1인당 25유로를 냈다. 백유로짜리 세장을 도네이션 박스에 넣는 것을 본 주인은 머리를 여러번 굽조리며, 도네이션 박스에 넣은 우리의 돈을 꺼내셨다. 스페인말로 읇조리는 제스쳐를 보니, 그런 백유로 짜리 지페는 도네이션 박스에 비치해 두면 안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너무 큰 금액이라 도난을 우려한 것 같았다.
특히 이곳의 주인장들은 3대가 같이 살면서 순례자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따뜻한 맘으로 품어주는 곳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들의 친절과 환대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저녁 만찬에서부터 다음날 아침 조식 까지 모두 도네이션이다.
어제 순례첫날 6시에 모였지만, 이런저런 점검하는 과정에서 6시반이 되어서야 출발했는데, 오늘은 6시에 꼭 출발 - 58분 집결했다. 그럼에도 결국 6시 10분경 출발하게 되었다. 약간의 어둠이 남아있어서 출발하는 과정에서 해드랜턴이 필요했다. 그것도 잠시, 6시반경이 되니 세상이 훤히 깨어난다. 알베르게 주인장 노인부부 내외의 환대에 감동을 먹고, 출발하기에 앞서 노부부의 아이들인 분에게 출발하는 어린 순례들을 위한 한 말씀 부탁하였더니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이라고 응원해 주었다.. 그들곁에 그렇게 신의 축복이 함께하고 있음을 느낀다. 온 우주의 기운들이 그들곁에 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잔디밭에서의 공놀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히히덕 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 행복하다. 그들은 이런 경험을 하기위해 어렵게 시간내고 돈내서 온것이다. 그들으ㅡㄹ 위해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은 이런 경험의 제공인 것 같다. 모두가 다 아들딸같다. 갑자기 하나와 우리가 보고싶어진다. 내 팔자에 마누라 잘 만나서 이렇게 안정된 가정을 꾸릴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건물 안에서 잤던 친구들 때문에 다른 외국인 순례자들이 잠을 설쳤단다. 5시부터 부스럭거리며 떠들어댔던 탓이다. 에티켓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결과다. 아니, 나름 주의를 주었음에도 실행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나는 그들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았다. 더욱 주의를 주겠노라고 약속하며 일단락 되었을 뿐,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불안불안하다. 당당샘 말을 잘 듣고 행하기만 한다면 서로에게 인상 붉히는 일은 없을텐데, 아직 어린 순례자들이다보니 마음가짐과 인생경험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새벽 6시에 출발하기 위해 길을 나서려고 하는데 주인장이 따라나와 마중한다. 스페인어를 사용하기에 말은 통하지 않지만, 우리를 얼마나 극진이 보살펴 주었는데 하룻밤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잘 먹고, 잘 마시고 잘자고 나니 다시 힘이 쏟는다. 날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정성을 다해 우리 순례단을 마중해 준 주인장과 한컷...
리누샘의 헌신적인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준비된 교사라는 생각. 비록 대학에서의 전공은 여행가이드 분야이지만 , 다재다능한 인재다. 지구여행학교의 미래를 보는 느낌이다. 리누샘같은 친구들에게, 그리고 나의 사랑스런 애제자들에게 지구여행학교를 넘겨줄 날이 머지않았음이 느꺼지니 흐뭇하다. 어린 시절부터 나와 함께 동고동락한 제자들이 벌써 리누샘 나이가 되어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한시간 가량 산을 넘어와서 도노스티아/ 산 세바스타인 해변가에 도착했다. 그리고 카페테리아로 가서 아침식사를 했다.
리자 늘보 니어켓 거북이가 나름 이해할수 있는 사정상 산세바스타인 도심까지 함께 내려와 카페에서 조식을 한후 버스타고 사라우츠로 넘어갔다. 약 18키로정도 건너뛴 것이다. 거북이는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리자는 발목과 컨디션을 호소했다.
북쪽길을 선택한 이유중에 하나는 바로, 이런 곳을 걷기 때문이다.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해안 절벽을 걷거나, 해변 산책로, 또는 해수욕장 한가운데를 걷는 곳이, 북쪽길이다. 전제 일정에서 과반이상을 이렇게 해안가를 타고 걸어야 한다.
막상 바다를 보라보면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갈매기 소리와 바람소리가 온몸을 휘감고 돈다.
신스틸이 맨 뒤로쳐져서 걷는다. 체력이 안되서 정신력으로 버티는 모양새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평소에도 운동량이 아주 많이 부족하게 살았단다. 걷기운동조차도 별로 하지 않고 살았다고 고백한다. 측은한 마음이 밀려온다. 얼마나 힘들까.
신스틸 삼십오 큐가 함께 쳐져서 후발대가 되더니 12시경부터는 신스틸만 남아서 차이가 많이 난 상태로 걷게 되었다. 배낭쌓는 법과 배낭메는 법을 알려주었는데도 배낭을 엉성하게 하고 걷는다. 무게도 산티아고 순례자로써 너무 무겁다. 우선 초반이니까 고생을 시켜야 한다. 왜 배낭무게를 가볍게 해야하는지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직접 경험치 않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다. 배낭 조정만 해주었다.
• 신스틸이 체력적인 문제로 뒤쳐지더니, 막판까지포기하지 않고 걸어준 것이 대견스럽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는 나는 꿋꿋히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신스틸이 사랑스럽다. 레드헌터도 마지막에 뒤쳐져지만, 함께 숙소에 도착했다.
발목부상과 내성발톱 증상을 호소한 리자에게 발톱을 꼭 깍아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더니 잘 깍았단다. 거북이는 첫날 선발대에 합류하여 자기 페이스를 잃고 무리하게 걷다보니 장단지에서 소리가 난단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가끔 있었고, 그럴때마다 쉬었다 한다. 무리시키면 안되었기에 거북이도 버스타는 것을 허락했다. 리어켓이와 늘보는 첫날 고생을 무척 심하게 해서 겁을 먹은 모양이다. 도저히 못갈 것 같단다. 첫날 후발대에서 그들 둘의 짐을 모두 들어주면서 온 나는 그들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고 있다. 의진이는 아침 시작하는 시점부터 짐을 들어주었고, 예원이는 7할정도 건너온 지점부터 들어주었으니, 세개의 짐을 메고 그들 뒤에서 그들의 상태를 점검하며 함께 걸었기 때문이다.
사라우츠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이미 버스타고 일부 건너온 친구들 4명이 우리를 마중해 주었다. 나중에 분위기를 보니, 그들 4명을 빼고 모두 걸었던 친구들은 그들에게 부러움도 느꼈지만 불만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충분히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건강한 모습이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고, 몇가지 오해가 있어서 스스로 학생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풀었다고 한다. 좀 더 신중하게 버스타고 건너뛰어야만 하는 경우에 선별을 잘 해야 겠다. 하지만 그들 4명에게도 건너뛸수박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음을 잘 설명해 주었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