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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정명섭, 임어진, 윤혜숙, 윤해연 저 | 블랙홀
다섯 귀신의 사연으로 그려본, 오싹한 우리들의 자화상
블랙홀 청소년 문고 시리즈 7권. 윤혜숙, 윤해연, 김태호, 임어진, 정명섭 다섯 작가가 달걀귀신, 구미호, 지박령, 처녀귀신, 한국 토종 좀비 등 예부터 구전되어온 기담이나 고문헌에 나오는 한국 귀신을 현재로 소환했다. 다섯 작가가 풀어놓는 귀신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입시 경쟁, 가정폭력, 자살 충동, 성폭력, 숨겨진 죄의식 등 오늘날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현실이 보인다.
1972년 충남 대천에서 태어났다. 세종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한겨레 SI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다. 동화 「기다려!」로 제5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림책 『아빠 놀이터』를 쓰고 그렸으며, 『삐딱이를 찾아라』를 썼다. 단편동화집 『제후의 선택』으로 2016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동화 『산을 엎는 비틀거인』으로 2017년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다.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서른 즈음, 갑자기 커피에 매료되어 바리스타의 길을 걸었다. 그 후 다시 글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을지문덕과 온달처럼 섬광같이 나타났다 사라진 인물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가 들려주는 잔혹하고 은밀한 뒷얘기들을 사랑한다. 2006년 을지문덕을 주인공으로 하는 역사추리소설『적패』1,2를 발표했다. 그리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발간된 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 시리즈에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 추리소설 시리즈인 『불의 살인』『빛의 살인』『혈의 살인』을 수록했다. 2009년에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오늘의 문학’ 코너에 단편『바람의 살인』을 발표했다. 2011년에는 종군기자 출신인 태상호 작가와 함께 밀리터리 스릴러『케이든 선』을 공동으로 집필했으며, 포털 사이트 다음에 SF 장편소설『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를 연재했다. 이외 『조선 백성 실록 』,『조선의 명탐정들』등이 있다. 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카페 인포떼끄에서 9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하다 현재는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철학을 공부하고, 한겨레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 동화를 배웠다. 월간 ‘어린이문학’에 '네 방망이 찾으러 오렴'을 발표하며 아동문학 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지금도 재미있게 이야기와 만나고 있다.
‘샘터상’과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동화 『이야기 도둑』 『또도령 업고 세 고개』 『귀신이 곡할 집』(함께 씀) 『보리밭 두 동무』 『사라진 악보』 『이야기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델타의 아이들』 『설문대 할망』 그림책 『도깨비 잔치』 『손 없는 색시』 인물 이야기 『말과 글은 우리 얼굴이야』 청소년 연작소설집 『가족입니까』(함께 씀) 등을 썼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작소설 창작 과정에 선정되었고, 한우리청소 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동화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기적을 불러온 타자기』, 『나의 숲을 지켜 줘』, 청소년 소설 『뽀이들이 온다』, 『밤의 화사들』 등을 썼고, 『광장에 서다』, 『다시, 봄 봄』, 『여섯 개의 배낭』, 『내가 덕후라고?』, 『내가 없으면 좋겠어?』를 함께 썼다.
2013년에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로 비룡소문학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 『영웅이도 영웅이 필요해』로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지은 책으로 『우리 집에 코끼리가 산다』가 있다. 뛰어난 언어 감각과 삶에 대한 치열한 탐구로 문학의 경이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을 써 낸다는 평가를 받으며 열심히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사라진 얼굴_윤혜숙
이웃집 구미호_윤해연
지박령 열차_김태호
소녀가 돌아올 때_임어진
재차의를 찾아서_정명섭
다섯 귀신의 사연을 엮으며
“민지가 쓰러졌으면 좋겠어. 그럼 나한테도 기회가 올 텐데…….”
혜나는 책상 앞에 서서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건 밤마다 벌이는 혜나의 의식이었다. 말로는 성적 오르게 해달라고 빈다고 했지만 뭘 비는 건지는 들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혜나의 기도가 현실이 된 것은 이틀 뒤였다. ---「사라진 얼굴」중에서
아이들이 미호를 중심으로 차곡차곡 많은 말들을 쌓기 시작했다. 거짓말과 알 수 없는 일들에 말들이 덧붙여지면서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었다.
미호는 그런 아이들을 서늘하게 바라보았다. 웃다가 바뀌어버리는 표정은 마치 순식간에 변하는 가면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호의 붉은 눈이 떠올랐다. ---「이웃집 구미호」중에서
지민이는 휴대폰을 보더니 잔뜩 눈썹을 찌그러뜨렸다. 휴대폰을 꽉 쥐고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바닥을 향해 내려치려던 손이 잠시 허공에 머뭇거렸다. 이내 뭔가 생각이 난 듯 휴대폰을 두 손에 쥐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녹색 검색창을 열었다. “편하게 죽는 법.” ---「지박령 열차」중에서
“누, 누구야?”
미유는 또 한 번 뒷걸음질을 치다 벽에 뒤통수를 찧었다. 아프다고 느낄 새도 없었다....“민지가 쓰러졌으면 좋겠어. 그럼 나한테도 기회가 올 텐데…….”
혜나는 책상 앞에 서서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건 밤마다 벌이는 혜나의 의식이었다. 말로는 성적 오르게 해달라고 빈다고 했지만 뭘 비는 건지는 들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혜나의 기도가 현실이 된 것은 이틀 뒤였다. ---「사라진 얼굴」중에서
아이들이 미호를 중심으로 차곡차곡 많은 말들을 쌓기 시작했다. 거짓말과 알 수 없는 일들에 말들이 덧붙여지면서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었다.
미호는 그런 아이들을 서늘하게 바라보았다. 웃다가 바뀌어버리는 표정은 마치 순식간에 변하는 가면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호의 붉은 눈이 떠올랐다. ---「이웃집 구미호」중에서
지민이는 휴대폰을 보더니 잔뜩 눈썹을 찌그러뜨렸다. 휴대폰을 꽉 쥐고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바닥을 향해 내려치려던 손이 잠시 허공에 머뭇거렸다. 이내 뭔가 생각이 난 듯 휴대폰을 두 손에 쥐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녹색 검색창을 열었다. “편하게 죽는 법.” ---「지박령 열차」중에서
“누, 누구야?”
미유는 또 한 번 뒷걸음질을 치다 벽에 뒤통수를 찧었다. 아프다고 느낄 새도 없었다.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웬 여자였다. 여자가 고개를 수그린 채 다리를 자꾸만 문질러 뭔가를 닦아내고 있었다. 치마 속에서 무언가가 까물까물 기어 나와 하얀 종아리 쪽으로 기어 내려갔다. 여자는 그걸 닦아내듯 문질러 없애는 중이었다. ---「소녀가 돌아올 때」중에서
“재차의?”
“응. ‘나 여기 있다’라고 했으니 재차의(在此矣)라는 거야. 그 얘기는 한종유라는 사람이 장난을 치기 전부터 이미 재차의라고 부르는 괴물이 있었다는 걸 의미하지 않겠어?”
“그거랑 좀비가 무슨 상관인데?”
영하의 콧방귀에 동찬이는 어금니를 물고 답했다.
“죽어서 장례를 치르던 사람이 살아나는 게 좀비가 아니면 뭐겠어.”-「재차의를 찾아서」중에서
사라진 얼굴_윤혜숙 작가 : “1등만 하게 해준다면 무엇이든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
이룸 기숙학원에 최연소 전국 수석으로 대학 입시에 합격한 송수연이 학습 멘토로 왔다. 그 아이와 룸메이트가 되어 족집게 과외를 받는다면 수능 만점도 시간문제다. 원생들은 송수연의 눈에 들기 위해 서로 갈퀴눈을 뜨고 경쟁한다. 주인공 유진도 겉으로 내색하진 않지만 그 누구보다 그 자리를 열망한다. 하지만 막상 룸메이트로 발탁된 이민지는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폭주하고 만다. 민지는 무엇을 본 것일까?
이웃집 구미호_윤해연 작가 : “내 눈엔……, 네가 더 아파 보여.”
‘끼기긱, 힉힉힉…….’ 밤만 되면 들려오는 소리에 수호는 밤잠을 설친다. 이명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선명히 존재하는 소리임에도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소리가 들려오는 건 옆집. 그 집에 사는 아이는 수호네 반에서 거짓말쟁이로 소문난 ‘뻥쟁이 미호’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관심은 곧 공포심으로 둔갑하게 된다. 미호는 수호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한 존재다.
지박령 열차_김태호 작가 : “죽고 싶니? 내가 도와줄까?”
오늘도 정해진 노선을...사라진 얼굴_윤혜숙 작가 : “1등만 하게 해준다면 무엇이든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
이룸 기숙학원에 최연소 전국 수석으로 대학 입시에 합격한 송수연이 학습 멘토로 왔다. 그 아이와 룸메이트가 되어 족집게 과외를 받는다면 수능 만점도 시간문제다. 원생들은 송수연의 눈에 들기 위해 서로 갈퀴눈을 뜨고 경쟁한다. 주인공 유진도 겉으로 내색하진 않지만 그 누구보다 그 자리를 열망한다. 하지만 막상 룸메이트로 발탁된 이민지는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폭주하고 만다. 민지는 무엇을 본 것일까?
이웃집 구미호_윤해연 작가 : “내 눈엔……, 네가 더 아파 보여.”
‘끼기긱, 힉힉힉…….’ 밤만 되면 들려오는 소리에 수호는 밤잠을 설친다. 이명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선명히 존재하는 소리임에도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소리가 들려오는 건 옆집. 그 집에 사는 아이는 수호네 반에서 거짓말쟁이로 소문난 ‘뻥쟁이 미호’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관심은 곧 공포심으로 둔갑하게 된다. 미호는 수호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한 존재다.
지박령 열차_김태호 작가 : “죽고 싶니? 내가 도와줄까?”
오늘도 정해진 노선을 돌고 도는 순환 열차. 누군가 열차에 몸을 던져 죽은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누구도 그 근처로는 발걸음을 안 하는 맨 끝자리 노란 의자, 그곳에 검은 덩어리가 되어 몸을 웅크린 한 소녀가 있다. 절망감 가득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그 아이 곁으로 한 여자가 다가온다. 온몸이 재로 뒤덮인 채 해맑은 얼굴을 하고서…….
소녀가 돌아올 때_임어진 작가 : ‘왜 자꾸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단독주택으로 새로 이사 온 뒤 2층에 외떨어진 방에서 혼자 지내게 된 미유는 밤마다 이상한 것을 본다. 붙박이장에서 빨간 머리끈을 줍고 나서부터 언니뻘 되는 한 소녀가 자꾸만 나타나는 것이다. 절박해 보이는 모습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듯한데 자세히 보니 입이 없다.
재차의를 찾아서_정명섭 작가 : “무서워요. 하지만 달아나고 싶지 않아요.”
UCC 공모전에 응모할 생각으로 신기한 광경을 찾아다니는 동찬이. 수십 년 전부터 그 동네에 있었다는 ‘환생 장의사’ 앞을 배회하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만다.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는 흉측한 몰골로 장의사 앞을 지나치는 사나이를 보고는 공포심보다는 좋은 소재를 찾았다는 기쁨에 들뜬다. 앞으로 닥칠 무시무시한 일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혼자 누운 밤,
몰래 들여다보게 되는 오싹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옛 신화를 보면 요괴나 마녀가 사람이 사는 동네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떠돌아다니는 정령들과 어울리며 선한 미션을 수행하거나 악령의 저주에 맞서 모험을 펼치기도 했다. 별빛 대신 네온사인이 번쩍이게 되고 숲길을 아스팔트가 채우면서 요정이니 요괴니 하는 존재들은 살 곳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휴대폰, 티브이, 컴퓨터 게임 등에 눈을 빼앗기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직접 소통하는 능력이 퇴화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는 영화나 소설, 만화를 통해 그들에 대한 상상을 줄기차게 소비하고 있다.
처녀귀신, 몽달귀신, 달걀귀신 등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도 귀신들은 많이 등장한다. 그 많던 귀신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뱀파이어나 좀비, 늑대인간 등 매력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해 스크린이며 브라운관을 활보하는 서양 귀신들에 비해 우리나라 귀신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의 얼을 담은 채 지금도 우리 이웃집, 우리 동네 뒷골목에서 떠돌고 있을 혼령은 서양 귀신이 아닌 우리 귀신일 텐데도 말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현실을 견디고 있는 청춘들을 위하여
공포심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다. 우리 마음속 가장 나약하고 불안정한 곳에서 싹을 틔우는 감정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 귀신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속에는 그 사회의 산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문제나 마음속 깊이 숨겨둔 어두운 감정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죄책감, 불안감, 상실감, 억울함 등 부정적 감정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을 때 귀신의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는 해석은 전 세계 공통이다. 그래서 귀신이 어디에서 출몰했느냐는 곧 그 사회의 어느 부분이 병들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폭압이 제도화되어 있던 시절, 유난히 처녀 귀신 이야기가 많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계부, 계모에 대한 양자 살인 사건이 많던 때는『장화 홍련』류의 귀신 이야기가 등장했다. 시부모에 대한 학대로 인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며느리들의 속을 달래준 건, 죽은 며느리가 귀신이 되어 보복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귀신 이야기는 이렇듯 한 사회의 비뚤어진 측면에 대한...혼자 누운 밤,
몰래 들여다보게 되는 오싹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옛 신화를 보면 요괴나 마녀가 사람이 사는 동네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떠돌아다니는 정령들과 어울리며 선한 미션을 수행하거나 악령의 저주에 맞서 모험을 펼치기도 했다. 별빛 대신 네온사인이 번쩍이게 되고 숲길을 아스팔트가 채우면서 요정이니 요괴니 하는 존재들은 살 곳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휴대폰, 티브이, 컴퓨터 게임 등에 눈을 빼앗기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직접 소통하는 능력이 퇴화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는 영화나 소설, 만화를 통해 그들에 대한 상상을 줄기차게 소비하고 있다.
처녀귀신, 몽달귀신, 달걀귀신 등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도 귀신들은 많이 등장한다. 그 많던 귀신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뱀파이어나 좀비, 늑대인간 등 매력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해 스크린이며 브라운관을 활보하는 서양 귀신들에 비해 우리나라 귀신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의 얼을 담은 채 지금도 우리 이웃집, 우리 동네 뒷골목에서 떠돌고 있을 혼령은 서양 귀신이 아닌 우리 귀신일 텐데도 말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현실을 견디고 있는 청춘들을 위하여
공포심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다. 우리 마음속 가장 나약하고 불안정한 곳에서 싹을 틔우는 감정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 귀신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속에는 그 사회의 산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문제나 마음속 깊이 숨겨둔 어두운 감정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죄책감, 불안감, 상실감, 억울함 등 부정적 감정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을 때 귀신의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는 해석은 전 세계 공통이다. 그래서 귀신이 어디에서 출몰했느냐는 곧 그 사회의 어느 부분이 병들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폭압이 제도화되어 있던 시절, 유난히 처녀 귀신 이야기가 많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계부, 계모에 대한 양자 살인 사건이 많던 때는『장화 홍련』류의 귀신 이야기가 등장했다. 시부모에 대한 학대로 인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며느리들의 속을 달래준 건, 죽은 며느리가 귀신이 되어 보복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귀신 이야기는 이렇듯 한 사회의 비뚤어진 측면에 대한 일종의 경고장이기도 하고 억울한 사연을 지닌 사람의 분을 풀어주는 대리만족 기제이기도 했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귀신 이야기야말로 지금의 현실을 가장 신랄하게 바라보는 작업일 수 있다.
특히나 청소년 시기에는 여러 가지 갈등을 겪게 된다. 학교괴담도 청소년기에 스스로 해소해내지 못하는 온갖 부정적 감정들이 응집된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학교나 가정에서 가해지는 폭력, 등수나 등급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교실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 성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현실, 언제든 지하철로 몸을 던져버리고 싶은 어두운 충동 등……. 남에게 말하지 못할 아픔과 괴로움이 있는 곳, 귀신 이야기는 그런 곳에서 슬금슬금 자라난다. 말 못할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다섯 작가들은 오늘도 우리 곁에서 자기 이야기를 속닥이는 귀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첫댓글 와우, 표지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해연샘, 혜숙샘 계셔서 더 반갑습니다.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