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정지용 <장수산 1>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깊은 산중의 한밤을 시각적 심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겨울 달밤의 정밀과 고요는 자연을 하나의 정신적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시켜 준다. 시적 화자의 내면이 지향하는 세계는 순결한 겨울산과 같다. 거기에는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지만, 순백의 공간을 함께 이루는 정신의 높이가 있고 텅빈 듯한 산의 여백에 동참하는 너그러운 마음이있다. 시적 화자는 자신의 마음에 일어나는 고뇌를 감지하면서도 순수에 대한 지향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이러한 다짐은 마음 속 흔들림을 스스로 다스려 그 순수의 세계에 동화되겠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이 시는 7개의 문장 단위로 끊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문장에서는 커다른 나무를 벨 때 쩌렁쩌렁한 소리를 뜻한 '벌목정정'이라는 시구로 시작하고 있지만, 실제로 나무를 벤다는 뜻이 아니라 그러한 소리를 낼만한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산의 장엄함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둘째 문장에서는 그러한 나무가 쓰러졌을 때그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쩌렁쩌렁 골짜기를 울리면서 돌아올 만큼 깊은 산골임을 말하고 있다. 셋째 문장에서는 그 골과 울창한 숲은 작은 짐승의 움직임조차 감지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눈 내린 밤은 종이보다 희어 그 적막감이 화자의 마음 깊이 사무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문장에서 화자는 오늘 같은 날 때를 맞추어 보름달이 떠오른 것은 지금 같은 밤 분위기와 어울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다섯째 문장에서 화자는 여섯 판을 내리 지고도 여유 있게 웃고 돌아간 늙은 중의 맑고 깨끗한 모습을 생각하는데, 늙은 중의 탈속적 모습이 장수산의 또다른 이미지가 되고 있다. 여섯번째 문장에서는 고요 속에 밀려오는 시름에 흔들리는 화자의 내면이 드러난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에서 화자는 그 시름을 차갑고 의연하게 견디겠다고 말한다. 슬픔도 꿈도 모두 이 장수산 속의 겨울 한밤의 적막 속에 묻어버리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핵심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산문시
성격 : 감각적, 동양적, 은일적
제재: 장수산의 겨울 밤 정경
주제 : 탈속적 세계에 대한 염원 (세속과 절연된 순수한 삶에의 동경)
특징
① 산중의 정경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여 선경 후정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② 옛스러운 어휘와 어투를 사용하고 있다.
③ 의도적으로 시행의 종결을 거부하고 있다.
④ 의문, 영탄의 어조로 화자의 감흥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출전 : <문장> 1939
◆작품 연구실 : '장수산'의 상징적 의미
고요한 탈속적 세계
이 시에서 '장수산'은 다람쥐도 멧새도 보이지 않고, 하얀 눈과 달빛이 어둠을 사르고 있으며, 그 가운데 세월을 초월한 듯한 노승이 머무르는 작은 산사가 있는 절대 고요의 공간이다. 이 곳에서 화자는 세상과 외롭게 단절되었다는 느낌으로 시름에 젖는다. 그리고 이러한 고적감은 '겨울 한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그리하여 여기에서의 '장수산 속 겨울 한밤'은 세속적 가치와 단절된 오직 자연 속에 동화된 무욕의 삶을 상징하면서 탈속의 경지를 드러내게 된다.
무욕과 자족의 삶에 대한 동경
시적 화자가 있는 장수산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가득한 장엄한 곳이다. 그곳은 다람쥐와 산새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하며 세상과 절연된 공간이다. 이러한 장수산의 고요함과 반대로 시적 화자의 내면은 끊임없이 시름으로 흔들리지만 장소산의 고요 속에서 ‘차고 올연히 슬픔도 꿈도 없이’ 견뎌 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특히, 바둑 여섯 판을 두어 내리 졌으면서도 전혀 상기하거나 분한 마음을 품지 않고 돌아아가는 ‘웃절 중’의 모슺에서 삶의 무욕과 자족을 배우려는 시적 화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나) 조지훈 <흙을 만지며>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피비린내 나는 경쟁과 갈등응로 점철된 세속을 벗어나 전원 속에서 안분지족의 여유와 한가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소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러한 화자의 의식은 흙냄새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결국 흙냄새는 삶에 대한 화자의 반성과 깨달음을 이끌어 내고 화자에게 행복과 기쁨이 충만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제 : 자연에서의 삶에 대하 소망고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