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의 기억 속에서 윤동주는 늘 함께 합니다. 같이 젖먹던 사이고, 10대까지 가장 소중한 기억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문익환의 뒤늦은 시도 윤동주에 대한 기억에 힘입고 있고요. 문익환의 시집 중 <옥중일기> 머리말은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동주형! (중략) 나같이 평범한 시인도 감옥에 들어오면 시가 쏟아져 나오는데, 형 같이 타고난 시인이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억울한 죽음을 날마다 숨 쉬며 얼마나 절절한 시들을 짓씹었을까?"
이렇게 문익환은 감옥에 가면 윤동주 감옥을 생각하고, 시를 쓰면 윤동주의 시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문익환의 모든 시에는 윤동주에 대한 상념이 떠날 길이 없지요. 문익환이 일흔에 쓴 시 한편을 소개하지요. '동주야'라는 제목입니다.
너는 스물 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 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 가는 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 가지 않는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 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 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 윤동주 시인과 문익환 목사. (MBC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