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京義線).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복선 철도다. 그 길이만 518.5㎞에 달한다. 1906년 개통한 이 노선은 경부선과 함께 수많은 인원과 물자의 수송을 담당했다. 하지만 6·25 전쟁 발발과 함께 1951년 운행이 중단됐다. 그렇게 60여 년이 흘렀다. 지난달 27일, 아주 의미 있는 행사가 용산역에서 열렸다. 북한 지역을 제외한 서울 용산에서 경기 파주 문산에 이르는 경의선 전 구간(48.6㎞)이 복선 전철로 완전히 개통됐다. 공덕에서 문산 구간인 기존 운행 구간에서 경의선 시발역이던 용산까지 노선이 이어지며 옛 경의선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개통을 기념해 그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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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등록문화재 제78호인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이경민 기자
지난 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에 있는 용산역은 전국 각지로 떠나는 인파로 북적였다. 그중 경의선 마지막 전철역인 문산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용산역은 1906년 경의선 시발역으로 준공돼, 1925년 경성역(현 서울역)이 만들어지기까지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현재는 지하철 1호선과 중앙선, 철도 호남선과 전라선, 장항선을 관장하며 대표적인 철도 운송 핵심지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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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②임진각 내 ‘DMZ NOW’ 홍보관. ③망원경을 이용해 북쪽을 바라보는 관광객. ④장단역 증기기관차 앞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 임진각을 기준으로 개성과 서울의 거리를 표시하고 있다./이경민 기자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 문산행 전철이 출발하는 2번 승차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문산을 비롯해 일산, 수색을 종착역으로 하는 경의선이 운행된다. 배차 간격은 일반 전철보다 긴 10여 분. 출발을 알리는 안내음과 함께 전철에 올라탔다. 경의선을 타고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신촌역'. 가좌역에서 서울역행 경의선으로 갈아타고 도착한 신촌역은 구역사(驛舍·역으로 쓰이는 건물)와 신역사가 공존한 모습이었다. 1920년에 세워진 구 신촌역사는 서울에 남아 있는 건물 가운데 원래 모습을 유지한 가장 오래된 역사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136호로 지정됐다. 관광안내센터로 탈바꿈한 이곳에는 60~80년대 신촌 모습 등이 사진으로 전시돼 있었다. 김승호 안내원은 "오랫동안 교외 역사로 사용됐다. 새 역사가 지어지면서 옛 역사 일부분의 위치를 옮겨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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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부터)일산역 구역사. 현재 내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신촌역 구역사. 옛 신촌을 비롯해 역 운영 당시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촌역을 뒤로한 채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좌역을 지나자 전철이 지하의 긴 어둠을 뚫고 바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디지털미디어시티, 행신, 능곡 등을 지나 내린 곳은 '일산역'. 신촌역과 함께 경의선에서 유일하게 구역사와 신역사가 함께 있는 역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건립된 간이역 일산역은 2006년 국가 등록문화재 제294호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건립 당시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오랫동안 구 일산역사를 이용했다는 이숙자(67) 씨는 "교통수단이 많지 않았던 옛날에는 일산역을 통해 서울로 가곤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2개 역을 거쳐 경의선 전철의 마지막 종착지인 문산역에 들어섰다. 전철이 갈 수 있는 선로가 더는 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역을 나와 버스를 타고 경의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임진각으로 향했다. 임진강역 부근에 있는 임진각은 6·25전쟁과 민족 대립의 슬픔이 남아 있는 곳으로 대표된다. 당시 사용됐던 기관차부터 철로에 쓰였던 각종 부자재가 바로 이곳에 전시돼 있다.
임진각 건물에 올라 북쪽을 내려다보자 임진강 철교가 펼쳐졌다. 그 한편에 서 있는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가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녹슨 모습이 그간의 세월을 짐작게 했다. 곳곳에 1000여 개에 달하는 총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6·25전쟁 중 피폭, 탈선된 후 반세기 넘게 비무장지대에 방치돼 있던 것을 임진각으로 옮긴 것이다. 기관차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소년이 한곳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곳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임진각에 처음 와 봐요. 이곳에 왜 기관차가 서 있는지 몰랐는데 자세히 알게 되니 가슴이 아파요. 경의선이 예전처럼 남과 북을 오갔으면 좋겠어요!"(김강민 군·경기 안산 본오초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