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탱 쿠르노의 경제학 이론
특히 쿠르노 과점 모형
소수 기업이 상대의 생산량을 고려해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는 모델은
오늘날 우리 주변의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쿠르노 모형은 주로
설비 투자나 생산량을 한 번 결정하면
단기에 바꾸기 어려운
중화학, 자원, 하드웨어 제조 산업에 잘 적용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시나리오를 예로 들겠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D램 반도체 시장은 전 세계
단 3개의 기업이 지배하는 전형적인 과점 시장이다
반도체는 미세공정 전환이나 공장 증설 등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데 수조 원의 비용과
수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즉 가격을 마음대로 바꾸기보다
생산량을 먼저 확정해야 한다
쿠르노적 모델을 적용하면
삼성전자가 감산을 발표하거나
반대로 치킨게임을 선언하며 생산량을 늘리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그 생산량을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생산 라인 가동률을 조절한다
상대방의 공급 규모를 예측하여
무리한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피하는 선에서 생산량을 조절
한마디로
상대의 반응을 예측하는 자가 승리한다라는 뜻
쿠르노 모형의 핵심은
나의 이익이 상대방의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상호 의존성이다
완벽한 아군도 완벽한 적도 없는 시장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균형을 찾아가는
현대 사회의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이 틀이 깨지면 전쟁이다
기업들이 서로의
생산량을 예측하는 눈치싸움에 실패하여
상대방을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기 위해
극단적으로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내리는
치명적인 경쟁을 치킨게임이라고 한다
이 전쟁이 시작되면 기업들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니가 먼저 망하나 내가 먼저 망하나 식의
소모전을 벌이고
승자는 시장을 독식하지만
패자는 파산하며 승자 역시 뼈아픈 내상을 입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옵션으로 구경하던 소비자와 투자자가 따라온다
2007~2012년 D램 치킨게임
한국, 대만, 일본, 독일, 미국의 기업들이 난립하던
D램 반도체 시장에서 발생한 역사적인 사례
제1차 치킨게임 2007~2009년
대만의 도발과 독일의 몰락
2007년 전쟁은 대만의 도발로 시작했다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대만 D램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이들은 물량 공세로
한국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대만발 공급 과잉이 진행되던 중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전 세계 IT 기기 수요가 얼어붙었다
수요는 없는데 공급은 넘쳐나자
D램 가격은 말 그대로 폭락했고
2006년 최고 6.8달러였던 512Mb D램 가격은
2009년 초 0.5달러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삼성전자의 원가 무기와 첫 번째 희생양
당시 D램 한 개를 만드는 생산 원가가
약 1달러 수준이었으니 모든 기업이 팔 때마다
엄청난 적자를 보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50나노급
미세공정 전환에 성공하여 타사보다 압도적으로
낮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삼성은 감산을 선택하는 대신
누가 버티나 보자며 오히려 공급을 유지했다
결국 견디지 못한 세계 2위권의 독일 기업
키몬다가 2009년 1월 파산 선고를 받고
1차 치킨게임이 종식되었다
전쟁은 대만이 시작했는데 독일이 피해자가 된것은
각 정부는 보조금 명목으로 지원 사격 해줬는데
독일은 없었고 그리고 트렌치 방식 한계
즉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키몬다는 원래 독일의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언에서 2006년에 분사한
메모리 전문 자회사였다
모기업인 인피니언이 든든하게 지원했다면
키몬다도 어떻게든 생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피니언 역시
금융위기 여파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적자의 주범인 메모리 사업을 살리기보다
자신들의 본업인 차량용/전력 반도체를 지키기 위해
키몬다의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를 중단하는
냉정한 결단을 내렸다
2010~2012년 제2차 치킨게임
1차 전쟁에서 키몬다가 사라졌지만
시장 구조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살아남은 일본과 대만 기업들은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자
또 다시 공장을 늘리며 증산 경쟁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히타치, 미쓰비시, NEC의 반도체 부문을 합쳐
국가대표 기업인 엘피다를 만들고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원했다
엘피다의 CEO였던 유키오 사카모토는
삼성을 잡겠다며 대만 기업들과
동맹을 맺고 대대적인 물량전을 펼쳤다
2010년 경영에 복귀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역대 최대 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은 오히려 공장을 더 짓고
미세 공정 30나노급으로 달아나는
초격차 전략을 가동했다
2012년 엘피다의 최후
당시 엘피다는 기술력이 부족해
40~50나노급에 머물러 있었기에
삼성과의 제조 원가 차이가 극심했다
당시 엔고 현상까지 겹쳐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하락했다
5분기 연속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엘피다는
일본 정부의 추가 수혈마저 끊기자
2012년 2월 결국 파산하게 된다
이후 엘피다는 미국의 마이크론에
헐값으로 흡수합병되었다
이 전쟁으로
대만·일본·독일은 D램 반도체 주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특히 일본은
80년대 세계 시장 80%를 지배하던
반도체 왕국이었으나
이 전쟁으로 메모리 분야에서 사라져야했다
하이닉스 역시 이 기간 워크아웃 상태에서
주인이 바뀌는 등 죽음의 문턱까지 갔으나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면서
극적으로 살아남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가 보여준 2007~2012년의 행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불황일 때 투자를 늘려 호황일 때 거두어들인다는
과감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정석이 되었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미세공정 기술력과
그룹사로서의 든든한 현금 동원력이 결합하여
세계 경제사에서 손에 꼽히는 완벽한 승리였다
이 과정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
삼전과 하닉의 특이점은
삼전의 문제는 내부에 있고
하닉의 문제는 외부에 있는 걸로 보여진다
외신들은 이 전쟁을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이 아닌
생존자 외에는 모두 전멸시키는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으로 묘사했다
동북아 전쟁은 예로부터 전멸전이였다
외신들은 이해 못하는 아시아 고유 문화다
너네들처럼 귀족 인질 잡아서
삥 뜯고 풀어주는 그런 문화가 아니다
나라가 바뀐다고
2008년 무렵 블룸버그와 파이낸셜 타임스는
반도체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자
이를 혈투 또는 반도체 대학살이라고 불렀다
특히 영미권 언론은 대만 정부와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에 쏟아부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보조금 정책의
실패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삼성이 경쟁사들이 정부 지원금으로 버티는
한계가 올 것을 정확히 간파했다고 분석
시장 논리를 거스른 국가 주도 자본주의가
삼성의 기술 자본주의에 완패했다고 평가
가장 주목하고 현재까지도
경영학 교과서 사례로 다루는 부분이
바로 이건희 회장의 초격차와 과감한 역발상 투자다
삼성의 대규모 증설 투자를 두고 미친 짓이다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자살 행위라고 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포브스는
경쟁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질 때
빠르게 달려가 숨통을 끊어놓는
냉혹하고도 천재적인 전략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독과점에 대한 우려와 경계로 바뀌기 시작했다
실제로 전쟁 직후인 2017~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오자 D램 가격이 폭등했고
미 법무부등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량 조절을 통한 가격 담합 혐의를 조사하는등
외신과 글로벌 시장은 삼성을 위대한 승자인 동시에
위험한 시장 지배자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전쟁으로 대만은 금융위기로 번질뻔했다
전쟁을 시작한 대만 D램 기업들이 짊어진 빚은
당시 기준 4,200억 대만달러에 달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대만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의 대출이었다 기업들이 돈을 못 갚자
대만 은행들은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으며
금융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대만 은행들은 살기 위해 D램 기업들의
대출을 회수 하려고 하자 대만 정부가 나서서
D램 기업들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라고
은행들을 압박했다
만약 만기 연장을 안 해줘서
파워칩이나 프로모스 같은 기업들이 부도나면
대만 은행권 전체가 10조 원 이상의
대출금을 한 푼도 못 건져 연쇄 파산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부도 유예 처리를 해주며
장기 적자를 함께 짊어져야 했다
대만 정부는 은행 부실을 막고
난립한 자국 D램 6개 사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이들을 하나로 묶는 국영 반도체 기업
타이완 메모리 컴퍼니(TMC)설립을 추진했다
국가펀드를 대거 투입해
부실한 기업들의 생산라인과 빚을 TMC로 흡수하고
기술력이 있는 일본 엘피다나
미국 마이크론과 제휴해
삼성을 꺾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합병 조율에 실패했다
게다가 마이크론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제휴를 거부했고
대만 국회마저 부실 덩어리 D램 산업에
국민 세금을 더 넣을 수 없다며
공적자금 투입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결국 TMC 프로젝트는
아무 소득 없이 완전히 무산되었다
전쟁 나섰던
프로모스는
수조 원의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결국 2013년 최종 파산
주 채권단이었던 대만은행등은
엄청난 액수의 부실채권을 그대로 떠안고 손실처리
파워칩은
자본잠식으로 상장 폐지되는 굴욕을 겪었다
이후 메모리 제조를 포기하고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하청 기업으로
업종을 완전히 바꾸며 간신히 살아남았다
난야는
대만 최대 재벌그룹인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의 강력한 자금 수혈 덕분에
대만에서 유일하게 전통 D램 기업으로 생존에 성공
난야는 현재까지도
범용 D램 시장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역사에서
이 시기가 TSMC의 대도약기가 되었다
TSMC는 이미 1987년에 설립되어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D램 치킨게임 전후를 기점으로
TSMC의 위상과 대만 반도체 산업의 운명이
바꼈을 뿐이다
대만 정부와 금융권은 파운드리보다
D램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D램이 PC 산업의 핵심이자
당장 눈에 보이는 막대한 매출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D램 치킨게임으로 대만 정부가 투자했던
국책 메모리 기업들이 쓰러지고 은행권까지 마비되자
대만 정부는 교훈을 얻었다
삼성과의 무모한 물량 싸움은 승산이 없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할 수 있는
위탁생산에 올인을 하자로 전략을 전면 수정
이때부터 대만의 모든 국가적 역량과 자금이
TSMC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D램 치킨게임이 한창이던 2007년은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시기다
스마트폰이라는 신세계가 열리면서
전 세계 팹리스들이 칩 위탁생산을 맡길
고성능 파운드리가 절실해진 시기였다
2009년 TSMC의 창업주 모리스 창이 CEO로 복귀
모리스 창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때
오히려 TSMC의 설비투자를 대폭 늘렸다
D램 전쟁에서 삼성이 썼던
불황기 대규모 투자전략을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똑같이 실행한 것이다
D램 전쟁이 끝난 직후인 2013~2014년
TSMC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애플이 아이폰의 두뇌인 A시리즈 칩 생산을
삼성전자에서 TSMC로 대거 바꾸기 시작한 것
TSMC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애플의 요구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키며
애플의 독점 공급자 지위를 따내게 된다
D램 전쟁으로 대만의 메모리 산업이 초토화된 직후
TSMC가 애플이라는 거대한 날개를 달고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였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가한 D램 치킨게임의 칼날이
대만의 메모리 산업은 멸망시켰지만
오히려 대만이 세계 유일의 파운드리 제국으로
진화하게 만든 나비효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삼전 하닉 TSMC가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사실상 이미 제3차 세계 반도체 대전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있다
삼전 대 하닉과 TSMC 연합
단순히 물량을 무식하게 찍어내서 가격을 후려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1·2차 치킨게임의 승리 공식이
자금력과 단순 생산량이었다면
지금 벌어지는 3차 전쟁의 승리 공식은
독보적인 AI 기술력과 누구와 동맹을 맺느냐다
삼전이 원스톱 솔루션으로 반격에 성공할지
아니면 TSMC와 하닉의
인공지능 연합전선이 지켜낼지가
향후 글로벌 경제 지형을 바꿀 관전 포인트다
하닉의 행보를 잠깐 들여다보면
지정학적 외교와 공급망 통제라는 벽이 있다
넘어설려고 시작한게 ADR
투자론에서 이익보다 손실을
압도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수학적 파괴력 때문이다
잃었을 때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손실률보다 훨씬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극단적인 손실은 시장에서의 파산을 의미하기 때문에
금융공학과 리스크 관리의
모든 초점은 손실 방지에 맞춰져 있다
당신은 손실 방지에 맞춰 있습니까?
계좌가 항상 마이너스인데 어떻게 손실을 방지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