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000년 12월 23일
[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
[주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아놀드 슈왈츠가 의외로 많은 SF영화에 출연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의 출세작 '터미네이터'를 비롯해 프레데터, 런닝맨, 토탈리콜, 터미네이터2 등 SF매니아라면 빼놓지 않고 볼 만한 영화들이었다. 그러한 그가 흥행이 저조했던 전작 '엔드 오브 데이즈'를 넘어서 '6번째 날'로 돌아왔다. 헐리우드에 있어서 SF영화란 기존 영화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즉, SF적 특수효과 및 장치는 이미 영화자체와는 별도로 산업을 형성하고 확고한 자리를 매김하고 있고 영화는 그 자체의 구성과 완성도로 흥행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영화속의 배경에 따라 SFX를 입히느냐 마느냐가 된 것이다. 허술한 설정과 드라마에 현란한 SFX를 입혀 눈요기로만도 흥행이 되던 시절은 이미 끝난 것이다. 물론 SF영화감상의 재미 중 SFX를 뺀다는 것 또한 어리석은 짓이다. 영양가도 중요하지만 맛도 좋아야 하므로.
심장병 수술까지 받은 심약한 터프가이가 재기의 몸부림으로 들고온 이 영화는
'인간복제'에 관한 것이다. 영화를 준비하기 시작한 몇년전 만하더라도 영화의
배경은 2020~2030년 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복제분야의 급속한 발전에 떠밀려 영화는 '가까운 미래(in the near future)'라는 자막으로 의미심장하게 시작하지만 구성은 다소 상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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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6번째 날'이란 태초에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마지막으로 인간을 창조했던 6번째날을 의미한다. 6은 인간의 수, 666은 적그리스도를 의미하는 짐승의 수, 7은 신의 수 또는 완전수를 의미한다. 영화의 주인공 이름인 '아담 깁슨'
또한 최초의 인간 아담과 동일하다. 이렇게 창조신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최근 영화답게 과거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 가운데서는 가장 현실감 있는 설정
속에서 생명체의 개체성과 인격에 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스노우 보드와 같은 겨울철 스포츠 관광객을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회사를 운영하는 주인공. 딸이 기르던 애완견이 죽자 리펫(애완동물 복제)을 거부하고 인형을 대신 고르는 보수주의자 아담은 자신의 창조기념일(생일)에 어처구니 없는 운명을 맞이하고 만다. 자신의 깜짝파티를 기대하며 현관문에 다가간 순간
집안에서는 주인공인 자신도 없이 생일축하 노래가 흘러나오고 아담은 거실창문을 통해 생일케익 촛불을 끄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후 정체모를 인물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탈출을 하고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아담의 뒤를 카메라와 함께 관객은 다소 지루하게 뒤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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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와중에도 눈에 띄는 몇몇 부분이 있어 아예 외면은 할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대상 인물의 혈액을 채취한다는 설정. 채취된 유전자를 인공자궁탱크에서 배양된 성체에 이식하여 급속복제를 실현한다는 발상.
대상자의 기억을 복사하는 신코딩(syncoding 영국에서는 벌써 'the Soul
Catcher'라는 연구가 진행중이다)기술. 신코딩이라는 기술은 영화구성의 대전제이다.
실상 인간복제는 자신과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를 나이차를 두고 탄생시키는 것일뿐 전혀 별개의 인격체이다. 그러나 신코딩기술을 통해 시각적 기억을 복사해 복제인간에게 주입시켜 완전한 붕어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영화의 설정. 다소 미흡한 부분은 인간이 수신하는 정보중 시각정보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채취에 의한 기억 부분이 배재된 설정이라는 것. 가족의 채취, 음식의 향기 등은 시각정보가 아님에도 기억의 큰 덩어리를 이루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 수 있다.
또 다른 옥에 티를 들자면 홀로그램 애인이 있다. 부하직원이 애용하는 홀로그램아가씨는 홀로그램이 빛으로 허공에 투영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옷을 벗기는 흉내가 아니라 진짜 벗긴다. 이러한 설정은 빛의 성질상 불가능 한
것이다. 후반부의 탈출장면에서는 원래의 아담과 복제아담이 헬기에 매달리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매달린 스턴트 맨의 얼굴이 너무도 뚜렷이 나타나 실소를
머금케 한다.
또 다른 재미있는 설정은 복제된 인간의 눈꺼풀 안쪽에 복제된 횟수가 흰돌기로 표시되는 것이다. 원본이 아니라 복제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시. 또 다른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리플리칸트의 수명을 제한하여 인간과 다른 차별을 둔
것 등을 보면 아직도 사회적 인식은 복제인간을 완전한 동등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에는 불편해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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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복제연구의 핵심 위어박사의 부인과 권력자 드러커(왠지 빌 게이츠를
연상시키는 외모와 역할의 인물이다. 재력, 정보력을 모두 소유한..), 복제에 대해 상반된 두 사람을 보여준다. 박사의 부인은 특정유전자에 해당하는 병을 치유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자연적인 숙명으로 여겨 복제하지말라는 부탁을 하는 반면 드러커는 자신의 기억을 신코딩을 통해 디스크에 저장해 놓고 불가피한 상황마다 수시로 복제를 통해 재생하며 영생을 꿈꾼다. 현재까지의 복제연구가 유전자적 결함을 치유하거나 장기 이식 등의 의학적 접근이었다면 영화속에서는 기억의 복제를 덧붙여 신의 영역인 영생에까지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그러하듯 인간의 과욕은 화를 부르고
드러커는 죽게된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식스센스'와 제목도 비슷하듯이 종반부의 반전 또한 비슷하다.(내용은 영화를 통해 확인 하시라) 복제인간과 원본인간의 애매한 화해는 마이클 키튼 주연의 '멀티플리시티'와 유사하다.
결론은 액션에 미련두지 말고 과학이란 창을 통해 영화의 행간을 읽을 수 만 있다면 두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