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서울 도심 재개발사업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강북지역 노후주택 밀집지역 부동산시장이 한껏 달아올랐다. 이 때문에 그동안 주택 매매시장에서 찬밥신세였던 연립ㆍ다세대 주택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그런데 강북지역 재개발 구역인 데도 ‘MB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동대문구 제기동 제기 5구역이다. 제기동 H공인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재개발 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주변 지역 빌라 매매가격이 들썩이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대학교 앞 재개발 “정말 어렵다. 어려워”
제기 5구역 재개발 사업지(제기동 136번지 일대 4만9088.10㎡)는 고려대 정문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용적률 249%, 건폐율 24.6%를 적용받아 총 902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곳은 2003년부터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아직까지 구역지정조차 받지 못하는 장기 표류하고 있다. 인근 고려대 측이 재개발 구역 내 고층 아파트 건립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고려대는 제기 5구역의 구역지정을 보류해줄 것을 동대문구에 요청한 상태다.
고려대가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낙후한 학교 주변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학교 앞에는 학교 문화에 어울리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고려대 측 입장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지금도 내부순환도로로 인해 조망권이 크게 훼손됐는데 20층이 웃도는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캠퍼스를 둘러싼다면 하늘마저 보기 힘들어진다”며 “학교 캠퍼스 조망권을 확보하고 건전한 대학문화에 걸맞은 방향으로 재개발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개발추진위원회 입장은 다르다. 추진위 관계자는 “캠퍼스 조망권 보호를 위해 기존에 계획했던 것보다 아파트 층수를 낮췄고 녹지 공원 조성 계획도 마련했다”며 “학교 문화에 어울리는 환경 조성을 위해 20층 이상 고층 건물 자체를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고층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현재 별다른 활동 없이 구역지정을 위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개발 잠재력 높지만…매수세 끊기고 지분값도 약세
제기 5구역은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과 가까운 역세권 재개발 사업지이다. 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걸어서 1분이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가장 먼 곳에서도 도보 5분이면 역에 닿는다. 또 인근 정릉천이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될 예정이어서 친환경 주거지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여기에다 고려대가 바로 길 건너 있어 학생과 교직원들의 임대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데도 제기 5구역 부동산시장은 요즘 분위기가 썰렁하기만 하다. 재개발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뚝 끊겼다. 지분값도 약세다.
대지 66㎡ 이하 주택은 지분값이 3.3㎡당 1200만~1300만원 선이다. 1년 전 시세 그대로이다. 대지가 66㎡ 초과 빌라 지분값은 3.3㎡당 1100만~1200만원 선으로 일년 전보다 50만원 가량 빠졌다. 서울의 웬만한 재개발 구역 지분값이 3.3㎡당 평균 1500만원을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 지분 시세가 상당히 낮게 형성된 것이다. 제기동 대운공인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이 언제 속도를 낼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MB효과’ 얘기도 이곳에서는 낯설기만 하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