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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소비자의 재탄생
백화점에 가보자. 백화점의 층별 구성은 보통 상품의 종류, 젠더, 연령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에 의해 구분된다. 식품이나 아웃도어 등은 상품의 종류에 의한 구분이고 여성복, 남성복은 젠더를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연령에 따라 베이비(baby), 키즈(Kids), 영(Young) 전문관 등으로 구분되고, 여성복도 보다 젊은 여성을 위한 ‘여성 캐주얼’과 중년 여성을 겨냥한 ‘여성 정장’ 등으로 섹션이 나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노인을 위한 상품은 없는 것일까?
백화점 관계자에게 왜 노인 전문관이 없느냐고 문의했더니 대답은 두 가지로 돌아왔다. 우선 노인은 자신이 노인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저항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노인 전용 상품관을 만들어봤자 손님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대답은 좀 더 흥미로운데, 주로 의류 쇼핑에 관한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젊었을 때부터 구입해온 브랜드의 옷을 계속 입기 때문에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굳이 노인용 전문 브랜드로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40대 후반도 어릴 적 입던 영 캐주얼 브랜드를 계속 입으려 하고, 70대 할머니도 오랫동안 단골로 다닌 ‘여성 정장’ 섹션의 브랜드에 지속적인 충성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브랜드는 고객과 함께 늙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우선, 나이가 들면 체형도 달라질 텐데, 어떻게 젊었을 때 입던 브랜드의 옷을 계속 입을 수 있을까? 보통 의류 브랜드는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자기 브랜드만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는가. 혹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재단상의 트릭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보다 좀 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사실상 구매력 자체가 없는 어린이는 베이비와 키즈라는 카테고리로 굳이 구분하면서 왜 실제 구매력이 있는 노인을 위한 전용 상품관은 그 넓은 백화점에 아예 두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 사실은 마치 백화점이 노인을 고객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소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노인들이 쇼핑 현장에서 철저하게 무시되어왔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노인들은 경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구매력이 없는 계층으로 치부되거나 신체적·정신적으로 쇠퇴하기 때문에 이유 없이 성질을 부리거나 다른 손님들의 동선을 방해하는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시장이나 상품에 대한 정보도 없는 뒤떨어진 무리들이어서 더 젊고 더 부유하고 더 ‘흥미진진한’ 고객들에게 밀려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한다는 주장이다.
중세만 해도 죽음이 일상에서 친숙한 일이자 중요한 도덕적 관심사였는데, 근대 이후 죽음뿐 아니라 죽음에 가까운 노인은 점차 일상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출처: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비단 쇼핑 공간만이 노인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노인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거나 전면에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미묘한 문화가 존재한다.
이런 현상은 보통 근대성의 한 단면이라고 풀이된다. 생산과 진보를 중요시하는 근대사회는 노인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을 임의로 규정하고, 그들을 중심적 위치에서 소외시켰다. 이 과정에서 특히 노인은 문화적으로 죽음과 밀접하게 연관된 존재로 폄하되어 현실적으로 부정하고 싶은 대상이 되었다.
학자들은 ‘노인’이란 존재와 ‘죽음’이라는 현상이 “성공적인 중간계급의 풍요로운 라이프 스타일에서 종종 차단되었다”고 주장한다. 미셸 보벨(Michel Vovelle)은 《1300년부터 현재까지 서양에서의 죽음(La mort et l'Occident de 1300 à nos jours)》을 통해 중세만 해도 죽음이 일상에서 친숙한 일이자 중요한 도덕적 관심사였는데, 그 위치가 점차 모호해지면서 오늘날 부정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필리프 아리에스(Philippe Ariès, 1914~1984)는 《죽음 앞에 선 인간(L'Homme devant la mort)》에서 죽음이 사람들의 삶에서 공간적·관념적으로 분리되게 된 과정을 고찰했다. 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던 묘지는 없애버리거나 교외로 옮겨지게 되고, 노인에게는 죽음과 가깝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며 경원시했다. 19세기가 되면 노인들이나 환자들은 더 이상 가정에 머물지 못하고 요양기관 등 일상생활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지게 된다.
낙관적인 역사학자 피터 스턴스(Peter Stearns)는 서양의 역사에서도 노인을 공경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믿고 이를 증명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의 방대한 연구는 오히려 그를 비관적으로 만들었다. 서양의 역사에서 노인에 대해 “추하고, 이기적이고, 무능하고, 따라서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한다”는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노인에 대한 평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새롭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노인 인권운동이 일어나 노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편견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이 운동은 서구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고, 그 결과 실제로 과거에 비해 오늘날 노인에 대한 처우와 인식은 훨씬 나아진 상태이다.
하지만 여전히 물질적 풍요의 상징인 백화점 같은 쇼핑 공간에서 노인은 주목받지 못하는 소비자 집단으로 취급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판매자들은 노인들이 노인으로 대접받기를 원하지 않기에 그들을 따로 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항변하곤 한다. 그 주장이 옳다면 노인들의 쇼핑이 젊은이들의 쇼핑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노인들의 쇼핑은 어떤 모습일까?
1975년 지하철과 버스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노인단체 ‘그레이 팬서(Gray Panthers)’ 회원들. 그레이 팬서는 1970년 미국에서 에이지즘(ageism, 연령차별주의)에 저항하며 노인의 복지와 권리 확대를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로, 노년층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 및 법률 이행을 감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 The President and Fellows of Harvard College>
1년이면 수천 편의 소비 관련 연구가 쏟아져 나오지만 노인의 소비를 주목한 연구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노인들의 쇼핑 양상을 엿볼 수 있는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쇼핑은 어느 연령층에게나 여가활동으로서의 의미를 지니지만 특히 노년층에게는 매우 중요한 여가활동이자 사회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층은 식료품을 제외하고는 시내 중심가나 백화점까지 나들이를 나가서 쇼핑을 한다. 이러한 습관은 그들이 젊은 시절에 해왔던 관행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한 단면일 뿐 아니라, 쇼핑을 통해 도심이나 백화점을 방문하여 친구를 만나거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는 등 사회활동을 해나간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노인들의 쇼핑은 젊은이들에 비해 그 빈도가 낮을지는 모르지만 훨씬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자면 영국에서 노인들은 연금 수령일에 집중적으로 쇼핑을 하고, 주로 사람이 덜 붐비는 오전에 쇼핑을 끝내는 경향이 있다. 노인들은 상행위를 둘러싼 윤리적 기준이 젊은이들보다 더 높고, 홈쇼핑 등에 대해서는 사기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만 보더라도 노인들의 쇼핑이 젊은이들의 그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데 노인 쇼핑의 독특성을 보여주는 더 중요한 요소들도 있다. 일단 노인들 사이에서는 경로 우대 할인의 유무가 상점을 고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가게 주인 혹은 점원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혹은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지, 그리고 배달이 가능한지의 여부도 중요한 변수이다.
그 밖에 가격이 정확하게 기재된 가격표가 붙어 있는지, 계산대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지, 들고 갈 수 있는 적당한 크기로 포장되어 있는지, 화장실과 주차장이 구비되어 있는지도 쇼핑 장소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나타났다.
도심에서 쇼핑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산책 중인 노인들.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쇼핑을 하는 노인들은 이때 친구를 만나거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는 등 쇼핑을 사회활동 시간으로 삼는다.
<출처: 셔터스톡>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나름의 독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자신이 오랫동안 익숙한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상품 로고의 그림과 브랜드 이름 사이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을 때 브랜드 인지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즉, 세련되고 추상적인 로고보다는 ‘부채표의 부채 그림을 기억 하세요’와 같이 직접적이고 분명한 연결성이 노인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노인들의 기억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이 해석은 지나친 일반화로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상당히 노인 폄하적인 시선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모쉬스(G. P. Moschis)라는 학자는 55세 이상 미국인 156명의 쇼핑 양태를 상세하게 분석하여 그들이 왜 특정 가게를 선호하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자 했다. 그가 발견한 결과는 노인들이 구매하려는 물건의 종류에 따라 가게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식료품 쇼핑은 우선 집에서 얼마나 가까운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고, 그에 더해 그 근처에 세탁소 같은 다른 가게들도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나간 김에 소소한 다른 볼일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대형 슈퍼마켓이나 체인점을 선택할 때는 브랜드 친밀도가 큰 이유로 작용했고, 얼마나 빨리 계산을 마칠 수 있는가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노인들이 옷이나 신발을 사는 가게를 선택할 때는 도와주는 직원이 있는지, 반품이나 교환이 가능한지를 제일 먼저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보다는 조금 덜 중요하지만 얼마나 친숙한 브랜드인지, 혹은 세일 아이템이 많은지도 선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약국을 선택할 때는 거의 전적으로 집과 가깝고 쉽게 물건을 고를 수 있는 등의 편리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지만, 가구나 가전제품 매장에 관해서는 다소 멀더라도 판매원의 도움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와 같은 인적 요소를 중시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노인들은 구매하려는 물건의 종류에 따라 가게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다. 식료품의 경우 집에서 가깝고, 근처에 세탁소 등 다른 상점들이 있어 소소한 볼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출처: 셔터스톡>
노년층 소비자가 소외되는 또 다른 이유는 노인들이 흔히 ‘침묵하는 다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노인은 젊은 소비자들보다 상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불만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젊은이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품 관련 정보를 얻는 반면, 노인들은 대부분 스스로의 경험적 정보에 의존하고 시장의 현실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생길 소지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노인 소비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제기하는 불만 사항은 주로 서비스나 제품의 고장 수리 문제다. 이런 영역은 사실 제조업자나 판매업자들이 쉽게 교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한다 할지라도 적극 반영될 여지가 적고, 또 눈에 띄는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노년층 소비자의 불만은 묻혀버리기 일쑤이다.
실제로 노인들은 불만이 있더라도 그것을 표현하거나 시스템을 통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어떤 연구자는 이런 현상을 ‘습득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이론에 기대어 풀이한다. 노인들은 과거에 불만을 제기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그래서 무언가 딱히 나아지지 않았던 생활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복잡한 일이 될 불만 제기에 대해 일찌감치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행동 자체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기력이 딸리는 노인들은 나서기가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그 이외에도 여러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본인이 눈이 나빠진 탓에 제품 설명서를 잘못 읽었다고 자책하고 포기해버리는 경우 등이다.
그런데 노인 중에서도 독거노인이나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고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특히 소비자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친지나 이웃 등과 어울리며 활발하게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은 불공정한 사업 관행이나 제품의 하자 등에 대해 적절한 문제 제기를 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혹은 자신이 관계하는 노인 관련 기관들을 통해 소비자 행동에 대한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 불만을 제기하는 노인의 수는 젊은이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막상 불만을 제기할 때에는 젊은 소비자들 못지않게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례는 노인들 전체를 ‘침묵하는 다수’처럼 단일한 성격을 지닌 집단으로 보기보다는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의 집합체로 보아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이제 노년층은 전체 인구 대비 그 규모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소비자가 되어가고 있다. 출산율의 감소와 기대수명의 연장 등의 이유로 노령화는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다. 유럽만 해도 65세 이상의 인구가 2010년에 14%였으나 2050년에는 25%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년층은 더 많이 저축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모아진 자금이 R&D(연구개발) 사업 같은 분야에 투자되어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의 연구자들은 노인들이 사회에서 소비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주체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직장에서 은퇴한 노인들은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시작하면서 젊었을 때보다 더 깊고 더 넓은 스펙트럼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 소비행위가 동반된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이 새로운 단계를 ‘소비자 정체성 르네상스(Consumer Identity Renaissance)’라고 부른다. ‘재생’ 혹은 ‘부활’이라는 뜻을 가진 르네상스라는 표현을 정체성에 접목한 것이다. 이 말은 과거 젊은 시절에 여러 정체성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하기 위해 갈등했거나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포기했던 정체성을 부활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노년층은 운동, 등산, 여행, 그림 그리기 등 젊은 시절에 포기하거나 해보지 못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에 비해 훨씬 ‘소비 중심적인 삶’을 살게 된다.
<출처: 셔터스톡>
그런데 이 단계에서 소비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은퇴 전까지의 삶이 사회에서 우선시하는 생산 중심적인 가치를 위한 삶이었다면 이제는 개인에게 더 의미가 있는 소비 중심적인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새로운 정체성 찾기는 크게 두 방향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나는 과거에 관심은 있었지만 당시 자신이 처했던 상황 탓에 이루지 못했던 목표나 활동을 되살려내서 추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혀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이런 노력은 모두 기존의 소비 패턴과는 다른 새롭고도 적극적인 소비를 동반하곤 한다.
볼링 같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무언가를 수집하고, 못다 이룬 로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기도 하고, 그림 그리기를 배워 스케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등산복이나 낚시도구, SUV 차량, 그림도구, 악기에 이르기까지 새로 장만해야 할 물건들이 무수히 많다. 뿐만 아니라 그런 새로운 취미 등을 배울 교육 서비스며 여행 상품, 그리고 그와 관련된 보험에 이르기까지 소비의 영역은 한없이 폭넓게 확장될 수 있다.
오늘날 기업들은 그동안 피해왔던 노년층 소비자를 인정하고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노인 소비자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의 경우에는 기존의 특질을 수정해야 하는 위험한 도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어떤 상품은 이미지의 타격이나 변화를 각오해야 하는 모험을 감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특히 최근 광범위하게 보급된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노인들일수록 과거의 습관을 지속하려 하고, 특히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저항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점차 그들도 모바일 세계에 편입되기 시작했고, 생산자 입장에서도 증가하는 노년층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되었다.
2015년의 한 연구는 모바일 기기 산업에서 ‘젊은 노년층(65~70세)’을 중요한 소비자로 인지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기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년층에게 첨단 테크놀로지가 가미된 기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첨단기기에 대한 그들의 저항감을 뛰어넘을 강력한 동기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자들은 노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강과 웰니스(wellness,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에 관련된 서비스 등을 개발해서 ‘젊은 노년층’을 적극적인 소비자로 끌어들이라고 제안한다.
그런데 꼭 ‘젊은 노년층’만을 고려해야 할까? 노인들 사이에서도 좀 더 젊고 좀 더 늙은 사람들 사이에 차별이 있어야 하는가 말이다. 2012년에 출간된 한 연구는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의 행동을 분석해 보여주었다. 노인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이 늙은이로 취급되는 것에 반발하며 간병인의 도움을 거절하거나 그들과 싸우기까지 하며 자신이 늙지 않았음을 보여주려 했다. 흥미롭게도 이들 노인들이 취한 가장 적극적인 행동은 쇼핑이나 음식을 준비하는 등의 ‘소비행위’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노인을 위한 상품은 없다? - 노년층 소비자의 재탄생 (소비의 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