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大韓民國)이란 국호는 한자어이다. 그래서 제1대 국새(1949.5.5~1962.12.31)는 옛한자로 새겼다. 大韓民國의 현재 음은 한 글자만 빼고 세종대왕 때와 똑같다. `國(나라 국)`의 세종 때 정음은 `귁`이었으나, 지금의 음은 중성이 변하여 `국`으로 달라졌다. 그렇더라도 `大韓民` 세 글자의 음은 세종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동일하다.
구체적으로 `大`의 음은 거성(去聲: 높은 소리)이자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재된 것처럼 길게 발음하는 [대:]이다. 글자 왼쪽에 한 점을 찍어 높은 음을 나타내고, 전탁 쌍초성으로 긴소리를 표현하는 훈민정음 표기로는 `ㆍ땡` 또는 그것의 간자체인 `ㆍ때`이다. 그에 비해 현대의 표기 `대(大)`에는 높은 음과 장음 표시가 없다. `韓`의 음은 평성(平聲: 낮은 소리)이자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재된 것처럼 긴소리 [한:]이다.
`동국정운` 등에서 증명되듯, 훈민정음 창제 시엔 쌍초성 `ㆅ`을 사용하여 `韓`의 장음을 표기했다. `民`의 음은 예나 지금이나 평성 `민`이다. 그 글자체 또한 세종 때나 오늘날에나 변함없이 `민`이다. `大`와 `韓`의 음은 훈민정음 창제 시나 지금이나 변함없으나 그 글자체는 서로 다르다. 우리의 입에서는 600여 년 전과 똑같이 `大`와 `韓`이 긴소리로 발음되는데, 현 한글맞춤법에서는 장음임을 표시하지 않으니, 글자체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大韓民國에 대한 현대한국어 발음을 한글맞춤법으로 적으면 ①`대한민국`이 되고, 훈민정음철자법으로 표기하면 ②`ㆍ땡ㆅㅏㄴ민ㆍ국` 또는 종성 `ㅇ`을 생략한 ③`ㆍ때ㆅㅏㄴ민ㆍ국`이 된다. ①은 현대형이며, ②는 고전형 번체, ③은 고전형 간체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5대 국새의 글자는 `현대형`이다. 현대형이되 그 글자꼴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것과 비슷하니, 이른바 훈민정음체 중 `현대형 문자 판본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제3대에서 5대까지의 국새 글자를 살펴보면, 고전형인 `ㆍ때ㆅㅏㄴ민ㆍ국`이 아니라 현대형인 `대한민국`으로 새겨져 있다.
이는 국새규정 제5조 ②항의 "글자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로 한다"와 맞지 않다. 옛적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字體)`는 `고전형`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우리나라 국새규정은 <사진>에서와 같이 1949년 5월5일의 제1대 국새규정(대통령령 제83호)에서 비롯되었다. 지금의 제5대 국새규정은 1대 국새규정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필히 1대 국새 이래로의 규정 전체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제1대 국새규정에서는 "국새는 `大韓民國之璽(대한민국지새)`라 새기되, 국새의 자체는 `篆書體(전서체)`로 한다"고 규정하였다. 한자를 기준으로 한나라의 해서체가 `현대형`이라면, 전서체는 진나라 때의 글자체로 `고전형`이다. 국새규정 속의 `韓`이란 현대형 글자에는 그 오른쪽 상부에 `ㅅ`이 없지만, 본래의 고전 전서체엔 `ㅅ`이 있다.
그래서 제1대 국새를 새긴 관계자들은 본래대로 `ㅅ`을 집어넣어 새겼다. 이는 글자 작업을 함에 있어서 기본사항이다. 그처럼 제5대 국새규정 "국새의 인문은 `대한민국`의 네 글자를 한글로 하되, 글자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로 한다"에서는 `대한민국`을 훈민정음 창제 당시, 곧 고전형으로 새기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규정에 맞게 `대`는 4성 표시점과 함께 그 본래형인 `ㆍ때`로 새겨야 마땅하다. 현대형 문자 판본체로 새길 의도라면 국새규정 5조 ②항을 "글자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를 활용한 `현대형 문자 판본체`로 한다"로 수정해야 한다. 국새규정을 수정하지 않을 작정이면, 국새를 <사진> 속 `제시안`처럼 다시 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