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괴물의 아이’를 봤습니다. 포스터에 감독의 필모만 나열했을 뿐인데, ‘이건 봐야 돼!’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신뢰가 가는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이제 4번째 작품일 뿐인데 말이죠.
2. 영화를 좋아하고 극장을 찾는 것을 즐기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시커먼 아저씨가 ‘만화영화’를 보러 혼자 극장을 찾는다는 게 왠지 마음 한 곳에서 살짝 제지하는 걸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작품의 진입장벽은 ‘문턱’ 수준입니다. ‘겨울왕국’처럼 유아동 관객들이 객석을 점거하는 애니메이션의 진입장벽은 ‘허들’ 수준으로 높아집니다. ‘허들’이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죠. 진입장벽이 ‘담벼락’ 같은 장르도 있으니까요. 바로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입니다.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개봉한다면, 걱정이 앞섭니다. 이건 남자 혼자 가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친구를 꼬드겨서 커플들 틈에 남자 둘이 앉아있는 건 생각만해도...;;
3.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것은 배경인물과 배경공간에 대한 세심한 묘사입니다. 실사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사실적이고, 주인공의 감정을 오롯이 품은 듯 한 감성적인 작화는 정말 놀랍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지 않아서, 이것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공통적인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섬세한 묘사 덕분에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보다 더 짙은 여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래의 그림들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4.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은 섬세하고 감성적이긴 하지만, 만화적인 활기도 놓치지 않습니다. ‘괴물들의 세계’라는 판타지의 공간, 괴물 무사 ‘쿠마테츠’와 인간 아이 ‘큐타’가 펼치는 캐릭터 코미디, 차기 ‘수장’ 자리를 두고 1:1 대결을 펼치는 ‘쿠마테츠’와 ‘이오젠’의 액션 활극은 ‘만화’로서의 장르적 재미를 느끼기 충분합니다. 특히 완벽한 리더의 자질을 갖춘 ‘이오젠’을 상대하는 ‘쿠마테츠’와 ‘큐타’가 협력하는 장면은 ‘이정환’이나 ‘윤대협’을 상대하는 ‘강백호’, ‘서태웅’을 떠올리게 해 스스로 어쩔 수 없는 농빠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5. 영화는 인간은 ‘어둠’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고, 인간의 성장과정은 이 어둠과 싸우는 과정이며,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큐타’는 사실상 부모가 부재한 상태이고, 유년기의 부모의 부재는 ‘어둠’에 잠식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조건입니다. 사춘기로 접어들면 ‘어둠’은 더욱 증폭되고, 잠식되기 쉬운 조건을 갖추게 되죠. 하지만, ‘큐타’는 스승인 ‘쿠마테츠’와 그의 친구들을 통해 유사 부모와 형제, 인간 세계의 여자친구인 ‘카에데’(어쩜 이리 어여쁜 처자와... 역시 주인공...;;)를 통해 ‘관계’를 형성해나가면서 ‘어둠’의 잠식으로부터 훌륭히 맞서 싸웁니다. 결국 인간은 쉽게 ‘어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며, ‘관계’라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감독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6. 그리고 괴물들의 세계에서 괴물인척 살아가는 인간 '이치로히코'와 인간 그자체로 살아가는 ‘큐타’의 대조는 인간의 세계에서 돌연변이로 살아가는 '엑스맨'에서의 ‘자비에 교수’와 ‘매그니토’의 대립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회가 사회적 소수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동화’와 ‘정체감 유지’, 사회적 소수자로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자발적인 ‘동화’와 독립된 자아로서의 ‘정체감 유지’의 가치와 방법의 충돌이라는 측면에서 ‘괴물의 아이’와 ‘엑스맨’은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7. 이 외에도 입양에 대한 생각, 교육에 대한 생각을 두루두루 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여느 일본드라마나 일본 영화처럼 직접적으로 교훈을 전달하려는 중후반부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습니다. 이제 곧 개봉관에서 많이 내리겠지만, 아이들과도 함께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첫댓글 아이의 성장, 현실 vs. 비현실 등등 이제는 뭔가 마모루 감독 작품의 공식이 뻔해지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짱 재미있게 봤습니다. ㅎ 저도 추천!
이번 작품은 유독 더 공식적이었던 것 같아요ㅎ
좋은 작품 소개 감사합니다^^ 챙겨봐야겠네요
만족스러운 관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도 재밌게 보고 왔어요~~
전작보다는 이야기를 쉽게 풀려고 한듯 해요
근데 뭔가 마무리가 아쉬운~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배경의 디테일이 ㅎㄷㄷ 합니다
시부야나 요요기 등 실제로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렇죠. 이야기는 쉬운데 전작보다는 아쉬운... 디테일은 정말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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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목을 좋아하시는군요^^
요즘 미국애니는 3d만 생각하지 2d는 사양된 분야로 취급하는것 같은데 미국도 2d애니가 좀 나왔으면 하네요,요즘 세대는 어떻게 느낄지 몰라도 3d는 기술의 진보를 느끼지만 2d는 감성을 자극하는쪽에서 훨씬 낫다고 보거든요,
미국의 3D 애니가 감성을 충분히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2D를 적절히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을 저도 합니다. 2D를 기술로만 생각하지 말고 또다른 표현의 수단으로 여겼으면 좋겠네요.
이시대의 마지막 2D 애니가 나오면 본인의 작품일거다라는 식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인터뷰했다고 큐레이터분이 그러더군요
@Huskey 2D가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전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배경묘사의 섬세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등장인물들의 내면 묘사는 매우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과 괴물아버지와의 관계만 어느정도 그려질뿐(여전히 마지막 괴물의 선택은 뜬금없고 그전에 한마디 대사외에는 설명된바 없습니다), 그외에 어떤 인물간의 관계도 이야기를 전개시키려고 하는 정도의 장치에 불과합니다. 특히 끝판왕의 흑화는 매우 뜬금없이 이루어집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이해가 되지만 목차만 본 느낌의 영화입니다.
님의 감상에 동의합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전형적이고 전작에 비해 깊이도 부족합니다. 후반부는 저도 마음에 안들었구요. 그런데도 디테일한 작화와 캐릭터에 만족하면서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후반에 좀 늘어지고 스토리의 설명중 친절하지 않은 부분이 좀 있는거 같더군요. 그림은 이쁘고 다 좋았는데 후반에 조금 실망했어요. 초반에 뭔가 빠르게 진행되고 생략된 부분이 후반에 들어 설명이 될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구요.뭐 그래도 저한테 이 영화는 절대 잊지는 못할 영화일수밖에 없는 영화가 되기는 했네요.
저도 맘에 안드는 부분이 많은데, 영화는 맘에 드네요(이게 뭔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