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아티아 여행
이원장님과 동유럽을 갈 건지 크로아티아를 갈 건지, 패키지로 갈 건지 자유여행으로 갈 건지 여러 날 고민하다가 크로아티아로 자유여행을 가기로 했다. 자유여행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항공편과 호텔을 예약해주는 airtel 형식의 자유여행. 어쨌든 더 늦기 전에 자유여행을 해보자는 꿈을 실천에 옮긴 여행이었다.
첫째날
* 2013년 6월 12일 청주에서 저녁 6시 30분 차로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 8시 30분 도착. 6월 13일 0:45분 크로아티아를 향해 출발!
인천 공항에 내리면서 이원장님이 오클리 고글을 차에 두려 내림. 우왕좌왕 찾을 방법을 한참 찾다가 차내에 cctv가 설치되어서 분실한 물건은 대부분 찾을 수 있다는 다른 기사의 말을 듣고 안심하고 떠남. 결국 다음날 기사분이 고글을 인천공항에 맡겼다는 연락을 받음. 처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여행이 될 듯한 예감.
* 인천 → 카타르 도하(10시간) → 헝가리 부다페스트(6시간) → 자그레브(30분). 총 16시간 30분, 경유하는 시간 포함 약 20여시간이 걸리는 대장정. 청주→이스탄불→자그레브로 이어지는 비행기편이면 훨씬 빨랐을 듯.
* 자그레브에 도착.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옴. 자그레브에 도착하자마자 플리트비체행 표를 끊고 길가에서 맥주 한 잔으로 여행 시작. ARCO hotel에 짐을 풀고 도보로 시내를 향함. 자그레브는 아담한 전원도시라고 할 수 있는 100만 명이 사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언덕 위의 예쁜 성마르코 성당, 엉청 크게 지은 첨탑이 두 쌍인 대성당 등이 인상적임. 전반적으로 serving하는 사람들이 무뚝뚝하다는 인상. 황인종은 드문 편. 곳곳에 광장과 동상이 세워져있슴.
* 시내를 거닐다 책에서 추천한 식당을 어렵게 찾아 그린누들과 새우 100쿠나(우리돈 20,000원) 짜리를 시킴. 맛도 없고 값도 예상한 것보다 터무니없이 비싸서 속은 느낌. 빵에 찍어먹는 쏘스 맛이 이상했지만 그러려고 하고 먹었는데, 결국 이것이 사단을 일으킨 듯.
* 숙소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시내로 나갔는데, 배가 아파오기 시작. 내 기색을 눈치챈 이원장님 맥주 한 병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가자고 함. 숙소에서 소화제를 먹고 참고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배가 아파와서 결국 곤히 잠든 이원장님을 깨워 병원 응급실로 택시를 타고 달려감. 이렇게 아프기는 생전 처음. 달리는 택시 안에서 정말 아파서 죽는 줄 알았슴. 병원에서는 주사를 놔주고 오줌검사, 피검사, 심전도검사, 복부 엑스레이 촬영 등 여러 가지 검진을 함. 결과는 아무런 구조적, 병리적 소견이 없다는 것. 한 마디로 갑자기 이상한 발작 반응을 보였다는 것인데, 아마도 식당 음식이 원인인 듯. 결국 식염수 한 통을 맞고 퇴원. 택시 기사가 문닫힌 약국으로 데려가서 자는 약사를 깨워 처방전대로 주는 약을 사가지고 밤늦게 귀가. 복통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통증이 가시지 않은 채, 잠깐 눈을 붙이고 아침에 깸. 약값 54쿠나, 택시비 100쿠나, 병원진료비, 560쿠나. 영수증을 받아둠(한국에 돌아와서 보험처리로 106,000원을 돌려받음). 약, 750쿠나를 씀. 이렇게 아픈 적도 처음. 아픈 중에도 온갖 생각은 돌아가고, 여행 일정에 대한 걱정, 몸에 있을지도 모르는 큰 탈에 대한 걱정, 이원장에게 드는 미안한 마음 등등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한 밤. 아픈 나와 아픈 나를 바라보는 나가 선명하게 구분되는 것을 인식함.
둘째날(plitviche)
* hotel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 8시 40분 차를 타고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에 도착. 버스 안에서 한국여성(은행원들) 세 명과 일행이 된 ‘미유’라는 일본 여인을 만나 함께 동행하기로 함. 미유는 여행 14개월 째, 앞으로도 4개월을 더 다니고 일본으로 복귀한다고 함. 혜림, 유림, 지아씨 세 명은 은행에서 만난 동료들로 2주간 휴가를 내어 동유럽과 크로아티아를 다녀간단다. 모두 건강하고 밝은 여인들
* 플리크비체는 호수와 폭포로 구성된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의 자연유산. 힘이 덜 들면서도 대부분의 코스를 둘러볼 수 있다는 H 코스를 택하여 6시간 이상 걸어다니며 구경. 유명한 그대로 아름다운 호수와 폭포들이 그득. 특히 호수에 담겨있는 옥색 물빛이 일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옥색빛이 짙어지는데 아마도 물의 깊이가 작용한 듯. 석회석 지형이 만들어냈다는 수많은 폭포들이 매우 인상적임. 16단이나 되는 폭포도 있슴. 이날 green water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색깔을 감상한 듯. 갓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색깔들이 정말 볼만함. 물속을 유유히 헤엄쳐다니는 숭어떼도 대단하고. H 코스는 일단 상류로 가서 감상한 후 중간에 배를 타고 10여분 내려와 하류쪽을 감상하는 코스. 이 코스 중 특히 하류쪽 경관이 하이라이트. 엄청난 높이에서 물이 쏟아지는 big fall은 장관! 멀리서 내다보니 그 위용이 대단하다. 그리고 악마의 정원, 계단으로 가로질러 건너가는 호수와 폭포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풍경은 이곳에만 있는 아름다움일 듯.
* 역시 이원장님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멋진 곳이면 어김없이 서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찍힌다.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너털웃음으로 대하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다. 세 명의 한국 여성들과도 어느새 친해진다.
* 배를 타고 내린 중간 지점에서 점심을 해결. 책에서 소개했던 roasted chicken을 주문했으나 다 떨어졌다고 해서 이원장님은 소세지, 나는 chicken fillet를 시킴. 동행한 네 여인의 점심값도 우리가 지불했는데, 전체 250쿠나 정도.
* 숙소인 Bellevu hotel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음. 나는 숭어구이와 야채숩을, 이원장님은 steak를 시켰는데, 먹을 만함. 메뉴 중 나물을 삶아서 무친 것이 있었는데, 한국 나물처럼 괜찮았슴. 다른 식탁에 있는 외국인들은 엄청나게 먹는 양이 많았슴. 저녁값은 대략 260쿠나.
* hotel로 돌아와 원장님은 맥주를 더 하시고 나는 졸려서 중간에 방으로 돌아와 곯아떨어짐. 대략 아홉시쯤. 푹 자고 나자 배도 가라앉고 기분도 상쾌해짐. 뭔지 모르지만 꿈도 유쾌했고, 플리트비체가 편안하게 안아주는 느낌을 받음. 역시 좋은 자연이라는 생각. 여행 일정에 대한 걱정도 사라짐.
사흘째(split)
* 아침에 일어나 호텔 식사를 하고 9시 20분경 버스정류장에 도착. 그때 봉고차가 사람들과 흥정하는 것을 보고 달려가 우리도 태워달라고 함(사전에 이원장님이 정보를 가지고 있었음). 1인당 190쿠나. 버스로 가면 6시간 30분 걸린다는 거리를(플리트비체에서 스플리트) 세 시간만에 그것도 30쿠나 정도만 더 내고 이용 가능한 편리한 운송 수단. 이 봉고택시는 합법적인 것이어서 큰 염려없이 타도 될 듯. 총 9명이 승차한 차에서 운전석 옆 맨 앞자리를 차지한 우리는 신나게 크로아티아의 전원과 석회석 지형(그 높은 산도 거의 석회석으로 뒤옆여있고, 올리브 나무들이 간간이 섞어있음. 약간은 황량한 느낌이 드는 숲으로 울창한 한국의 산과는 매우 다른 산들)을 살피며 이동함. 나머지 승객들은 홍콩에서 온 사람들과 유럽인 연인인 듯. 운전사와 저건 킬리만자로, 저건 콜로라도, 저건 텍사스, 저건 태평양 하는 식으로 농담을 하며 즐겁게 이동.
* 스플릿에 도착. 언덕을 돌아 스플릿이 내려다보이는 입구에 눈에 들어오는 석회석 산들이 매우 인상적임. 이 지역 전체를 뒤에서 지키는 큰 산이 한 번 올라와보고 유혹하는 듯. 숙소에 짐을 두고 바로 관광명소인 테오도클레우스 궁전으로 이동. 2천년 이상 사람들의 발길로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바닥돌들이 인상적임. 로마에서 보았던 직사각형 기둥이 박힌 석도도 있고 다소 큰 사각형 대리석 타일로 궁전 전체가 뒤뎦여있슴. 꼬불꼬불 골목들은 서로 이어지고 골목 사이에는 카페를 비롯한 상점과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으로 가득. 대성당에 들어가 돈을 내고 종탑에 오르는데 아찔하게 현기증도 느껴지고, 그러나 종탑 위에서 보는 시내 풍광은 압권! 광장도 여러 개 지나치고, 마법사 포즈를 한 신부 동상을 찾아가 엄지발가락도 더듬고, 이리저리 골목을 쑤시고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가 해안 항만쪽으로 내려옴. 항만을 따라 마냥 걷다가 자전거 대여업소를 발견한 원장님, 반색을 한다. 1인당 20쿠나를 주고 자전거를 빌려타고 해안선을 따라 계속 내려가니 현지인들이 어울려 노는 공원을 지나고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선탠과 수영을 즐기는 젊은 소녀와 아가씨들이 즐비한 해변이 나온다. 살짝살짝 훔쳐보면서 지나가고, 큰 도로로 올라와서 마침 지나가던 바이크 커플을 만나다. 커플 뒤를 신나게 쫒는 원장님. 나중에 왈, 앞에 가는 여인의 까망 팬티가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다나! 까망 팬티와 여인의 엉덩이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라인을 감상하며 여인을 바짝 추격하던 이원장님, 스플릿에 온 사람들은 까망 팬티를 본 사람과 못 본 사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역시 수컷들이란... ㅋ
* 아드리아해가 내다보이는 해안선 식당에 자리를 잡고 생선요리(홍합, 농어구이, 오징어 튀김)를 저녁삼아 맥주와 와인을 한 잔 함. 저녁요리값은 총 600쿠나. 저녁이 되면서 수많은 백인들이 해안 광장에 몰려나오고, 이런저런 performance를 하는 사람들, 나는 형광체를 파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 스플릿 한 밤의 정취가 한껏 느껴진다.
* 밤 궁전의 풍광을 감상하고(대성당 앞 광장에서는 일종의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기타 연주를 하는 사람이 있고, 빙 둘러선 계단에서는 사람들이 앉아 레스토랑에서 파는 차와 커피와 맥주를 들기고 있었다).
* 궁전 밖으로 나와 숙소(art hotel)로 돌아오는데 약간 길을 잘못 듬. 어쨌거나 늦은 밤에도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여성들이 많은 것을 보니 치안이 안전한 곳임은 확실한 듯. 숙소에 딸려있는 바에서 보트카를 한 잔 마심. serving을 하는 예쁜 아가씨의 멋진 몸매가 마음에 든 이원장님, 기어코 아가씨와 기념사진 한 장 촬영에 성공하고, 이 아가씨 우리가 korea에서 왔다니까 강남스타일을 신나게 흔들어댄다. 센스와 매력이 넘치는 아가씨.
* 아침 시작부터 마무리할 때까지 미리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이 많았던, 그래서 자유여행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던 날. 배 아픈 것도 거의 가라앉고 이젠 정상 콘디션이 회복된 듯.
나흘째(Hvar 섬)
* 아침 8시 30분 배를 타고 스플릿에서 흐바르섬으로 입항. 두 시간 여 아드리아해를 따라 내려감. 잉크 빛 바닷물 색깔이 매우 짙다. 물이 깨끗한 건 말할 것도 없고. green과 blue로 표현할 수 있는 물색깔의 향연을 모두 맛본 듯, 물의 다양한 칼라에 놀라다.
* 배 위에서 동‧서양인의 차이를 확연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와 중국인들은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는데 서양인들은 일부러 해가 드는 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대중이 보는 앞에서도 서슴치 않고 애정표현을 한다.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 흐바르섬의 스타리그라드 항구에 내리자 선착장 바로 앞에 우리 숙소가 있는 흐바르 항구로 가는 버스가 대기 중. 버스로 약 10분간 이동. 숙소 palace hotel에 짐을 풀고 곧바로 섬 관광을 시작함. 맨질맨질 닳고 닳은 대리석 바닥을 밟으며 골목을 구경하다 언덕 위 공동묘지이면서 성당으로 쓰이는 곳을 둘러봄. 그 오랜 세월에 어떻게 사람들이 사통팔달 막힌 곳이 없게 건물들을 짓고 골목을 만들어 놓았는지 신기할 정도. 골목에는 각종 상점들이 문을 열고 생업을 이어가고 있슴. 점심을 먹고 자전거를 빌려 해안선 도로를 일주함.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니 곳곳에서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수영과 선탠을 즐기고 있슴. 시원하게 뻗은 여인들의 몸매를 훔쳐보면서 라이딩하는 맛도 괜찮았슴. 아드리아해에 발도 담가보고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만끽(?)함.
* 50쿠나를 주고 두 시간 자전거를 탄 후 뒷산에 있는 스페인 요새에 올라감. 요새 안에 들어가보니 겉보기보다 규모가 상당히 컷고, 흐바르 섬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슴. 갈색 지붕들 그리고 코발트 빛 바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슴. 더 높은 곳에 있는 나폴레옹 요새는 다른 등산로를 택해야 했기 때문에 포기.
* 저녁으로 돔구이를 먹고, 2차에선 보드카 한 잔. 원장님은 역시 맥주와 보드카를 맘껏 즐기고...
* 여행사에서 짜준 일정이 제대로 맞지 않아 우리가 일정을 바꿈. 흐바르섬에 더 볼 게 없다는 판단한 우리는 다음날 아침 6시 35분 스플릿행 배를 타기 위해 morning call 부탁.
* 흐바르섬은 유럽의 전형적인 미항을 갖춘 섬으로 휴양지로 적절한 곳.
닷새째(Dubrovnik)
* 호텔을 나서는데 직원이 아침이라며 봉투를 건넴. 반갑게 받아들며 어제 구석방에 처넣었던 원망을 풀어버림.
* 아침 6시 35분 배를 타고(쾌속선) 한 시간 후 스플릿 항구에 도착. 도착 하자마자 버스 터미널로 달려가 바로 떠나는 8시 버스에 올라탐. 예정 시간은 네 시간이나 실제 걸린 시간은 다섯 시간 반. 중간에 보스니아 국경을 통과하는 바람에 여권 검사도 하고... 왼쪽으로는 이곳 지형의 특징인 석회석 산들이 만들어가는 풍광이, 오른쪽으로는 아드리아해가 계속 이어지는 길을 따라 완행버스는 달려간다. 지정 좌석이 없다고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고 해서 앉았는데 중간 breaktime에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이탈리아 처녀로 보이는 애들이 우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슴. 우리 자리라고 하니까 차표 번호를 내놓으며 자기네 자리가 맞는다고...그래서 우리 좌석 번호를 찾아가니 아무데나 앉는 거라고...참 어이가 없네.
* 오후 한시 반이 넘어 두부로브닉에 도착, 택시(80쿠나)를 타고 Kompass hotel에 도착. 짐을 풀고 칠면조 고기로 점심을 먹고 구도시 관광지로 향함. 12쿠나를 내고 시내버스 승차. pilegate를 시작으로 옛 라구사왕국의 유적지를 둘러봄. 역시 바닥은 온통 대리석이 깔려있고, 예쁘고 고색 창연한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사이로 골목길은 이어지고, 골목에는 상점이 가득하고...스트라둔 대로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가장 뜨거운 시간을 피해 성곽길로 올라섬. 2km가 약간 안되는 이 길에서는 구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고 아드리아해와 거기 떠있는 섬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슴. 유고연방 탈퇴 내전시 이곳의 2/3가 부서졌다고 했는데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복원되어 있었다. 성곽에서 열린 창문으로 잠깐씩 들여다보이는 민가의 방은 매우 좁아서 답답해 보였지만, 그 좁은 공간에서도 텃밭을 가꾸고 빨래를 너는 등 사람들의 생활이 정겹게 다가왔다.
* 성곽을 돌다가 3개월 기약을 하고 유럽 여행을 한다는 가족을 만났다. 딸이 직장을 그만 두고 차를 리스해서 유럽 곳곳을 다닌단다. 참 보기는 좋은데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한다. 하기야 장기간 유럽 여행을 하려면 렌트가 아니라 리스를 하고 직접 밥을 지어먹으며 다니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근데 여기에 생각보다 한국인들이 많다. 그 가족도 그렇고, 도중에 만난 두 젊은 여인도 그렇고, 저녁을 함께 한 두 혜정이도 그렇다.
* 두 혜정이는 케이블을 타고 SRD 산에 올라갔을 때 만났다. 대학생, 그리고 관광 전공으로 잠시 직장을 그만 둔 두 사람이 민박집에서 우연히 만났단다. 대학생 혜정이는 부산교대 재학중. 4개월을 예정하고 1200만원 예산을 들여 여행을 다니는 중이란다. 용감하고 활달한 성품이 좋다. 산꼭대기 음식점에서 맥주를 한 잔 하다가 고성에 내려가 저녁을 사주기로 하 다. 구도시로 내려와 푸짐한 저녁과 맥주를 마시며 여행자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 11시 가까이 돼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버스는 새벽 두 시까지 운행한다고 한다.
* 내일은 산악자전거를 빌려서 SRD 산과 두브로브니크 시내를 돌아보려고 함. 생각보다 크지 않은 도시인데다 이미 관광을 다 마쳐버린 상태라 앞으로 이틀을 어찌 보낼까를 고민해야 할 상황. 그렇다고 여기 와서 기껏 aqua activity를 하기는 그렇고...
엿새째(두부로브닉 이틀째)
* 아침 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하루 일정 시작.
* 12쿠나를 주고 다시 버스를 타고 구도시에 도착하여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림. 1인당 헬멧 포함 all day 12쿠나. 자전거로 두부로브닉에서 제일 높은 산 SRD에 올라감. 단, 산으로 가는 도로가 차들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을 지나가야 해서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중해의 찌는 해를 받으며 한낮에 땀을 흘리고 아쿠아 신발로 페달을 밟으며 오르막을 오르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추억 만들기로는 확실함. 각이 세기는 했지만 원장님과 무난히 정상에 도착. 중간중간 내려다보이는 구시가지의 모습이 환상적. 책 표지 사진에 등장하는 구도시의 모습이 바로 여기서 찍은 것. 정상 상점에서 물을 시켜먹음. 대자이기는 하지만 물 한병이 38쿠나! 도둑놈들! 정상에서 Bosanka 방향으로 가다가 언덕 정상에서 자전거에서 내려 쉬려던 원장님, 갑자기 덩치 큰 개들이 달려들자 혼비백산, 마구 페달을 밟아 도망감. 그렇게 한참을 내달리다보니 길을 잘못 든 것 같아, 되돌아 왔던 길로 내려옴. 도중에 현지인을 만나 길을 묻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워찌나 답답한지...
* 시내 항만으로 내려가는 중 거리 식당에서 치킨버거와 치즈버거를 시켜 먹는데 그 크기가 커서 놀람. 결국 내용물만 먹고 남김. 음식맛은 오케이~값도 싸고.
* 시내를 돌아 다시 구시가지로 가서 자전거 반납. 총 다섯 시간 정도 라이딩. 남들은 해보지 못한 특이한 경험을 해본 셈.
* 잠시 쉰 후 호텔앞 Lampad beach에서 내려다보기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수영객들의 노니는 모습을 감상. 원장님은 두어번 물속에 드나들며 아드리아해의 정취에 빠져듬. 따가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아드리아해의 물은 차가운 편. 물 밖으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원장님은 춥다고 함. 잠시 쉬다가 Lampad beach 해안선을 따라 난 길로 산책을 함. 산책로 아래로 곳곳에 사람들이 들어가 쉴 수 있게 출입구가 있고 바다에 면한 해안선 바위들은 사람들이 쉬기 쉽게 cement으로 평평하게 자리를 만들어놓음. 자연보호보다 사람들의 편의를 우선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
* 저녁으로 농어구이를 시켜먹고, 와인 한 병으로 얼근해져 속소로 돌아옴.
일곱째날(두부로부닉 사흘째)
*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해안선길 산책. 열 시쯤 구시가지로 가기로 결정. 작은 휴양 도시라 관광은 첫날로 마치고 둘째날은 자전거를 탔으니 오늘은 뭐할까 고민을 많이 함. 여러 가지 sports activity를 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까지 와서 굳이...그러다가 구도시의 골목길을 빠뜨리지 않고 샅샅이 뒤져보자고 합의함.
* 버스에서 내리니 두브로브닉 성곽 옆에 더 높이 우뚝 서있는 요새가 눈에 들어옴. 저 곳을 먼저 방문하자고 합의한 우리는 그 요새로 향함. 성곽 앞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바로 뒤편에 있는 이곳은 한가롭기 그지 없슴. 30쿠나를 주고 요새에 들어가 이곳저곳 돌아봄. 과거 전쟁 시절이 떠오르는데 돌포탄이 보이기도 하고. 이곳에서 성곽과 SRD 산쪽을 바라보는 풍경은 또다른 맛이 있었슴. 시간 여유가 없었으면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여유로운 여행이었기에 가능했던 탐방임. 이번 두브로브닉 여행은 실제 3일이라는 긴 시간 덕분에 비교적 소상하게 살펴볼 수 있었슴. 자전거로 시가지를 둘러보고, SRD 산에 오르기도 한 것이 이를 가능케 함.
* 골몰길 탐방 시작. 처음에는 간단할 것처럼 보였으나 몇 구비를 돌아보니 언덕길로 올라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걸 깨달음. 쉬엄쉬엄 걸어도 내리쬐는 태양에 땀은 솟고...평지 골목은 대부분 식당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나 언덕길 골목은 민박집과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듯. 언뜻 들여다본 집들의 규모는 매우 작아서 답답해 보임. 언덕길을 오르다 수작업으로 목걸이, 팔찌, 귀걸이 등을 작업하며 전시해놓은 작업장을 만남. 예쁜 것들이 눈에 띠어 사려고 했으나 카드를 쓰지 못한다고 하여 그냥 돌아섬. 언덕이 끝나는 곳에 이르니 성벽을 따라 길이 나있슴. 이틀전 돌았던 성곽 윗길 바로 안쪽으로 난 성벽 안 순회길이었슴. 모든 골목을 다 탐방하는 것은 하루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우리는 이 순회길을 따라 걷기로 결정. pilegate의 입구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왼쪽을 큰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돈 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슬렁거리며 우리처럼 골목길 탐방을 하고 있었슴.
* 골목길을 돌기 직전 점심으로 pizza를 먹음. 토마토, 치즈, 베이컨 세 가지가 포함된 피자 한 판을 시켜 둘이 먹었는데도 양이 남음. 그런데 옆 테이블 사람들이 먹는 것을 보니 그 양이 장난이 아님. 남녀를 불문하고 커다랄 피자를 한 판씩 끌어안고 해치우는 모습. 이들의 몸집이 왜 이리 큰지, 배가 왜 저렇게 둥그렇게 나왔는지 그 원인을 깨닫는 순간임. 암튼 엄청 많이 먹는 게(그것도 기름진 음식을) 이들의 식습관인 듯. 이제 슬슬 한국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을 보니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음. 이원장님은 심하게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고...
* 골목길을 돌다가 체코에서 왔다는 여인과 그림을 그리는 artist에게 이원장님이 말을 걸음. 체코 여인과는 간단한 인사말 몇 마다만 나누고 헤어진 원장님 몹시도 안타까운 듯. artist와는 상당히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가며, 진짜 여행은 이런 것이라며 흡족해 함. 크로아티아의 날씨며, artist의 수입이며, 그 아내(신경과 의사란다)의 수입(한달에 250만원 정도라고 함) 등등을 화제로 제법 길게 이야기한다. 이 artist는 부산, 서울을 다녀간 제법 유명한 화가인 듯. 밝고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데 두브로브닉 성곽과 바다 물고기가 작업의 중심 테마인 듯.
* 오후 네시쯤 구도시 관광을 마치고 맡긴 짐을 찾으러(이날 두부로브닉에서 자그레브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 예정) 숙소로 돌아오던 중 기념품 가게에 들러 선물을 구매함. 팔찌, 귀걸이, 목걸이, t-shirts, 컵을 샀는데 고급품이 아니라 그냥 여행을 기념하기 위한 수준의 것들임.
* 짐을 찾아 택시를 타고 공항행 bus terminal에 도착. 공항버스를 타고 30여분 떨어진 두브로브닉 공항에 도착. 오는 길에 보니 두브로브닉이 각이 센 산악지대에 세워진 것을 알 수 있슴. 굽이굽이 길을 돌며 펼쳐지는 해안선을 따라 급경사에 지어진 집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
*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두브로브닉에서 자그레브로 이동.
* 첫날 묵었던 arco hotel에 체크인을 하고 크로아티아 마지감 밤을 아쉬워하며 호텔 미니바에서 맥주와 보트카 한 잔. 일주일 전 이곳에서 응급실에 갈 정도로 배가 아파 쩔쩔매던 기억, 그래서 여행이 망가지면 어쩌나 걱정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마무리라니 천만다행!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도 하고...
내년이 기대된다~~
첫댓글 부럽습니다. 사진이라도 더 올려주시지...ㅎㅎㅎ
두 중년의 멋진 여행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 한테는 먼나라의 얘기로만 들리네요..ㅎ
2007년 기억이 나네요. 일요일 뭔헨공항에 직항으로(어른 2 어린이 2 택스포함 305만원),공항에서 차를 렌트해 인스부르크에서 하루 잔후 월요일은 돌로미테산맥을 보며 이태리로 남하 화요일은 베니스관광 후 트리에스테에서 잠 수요일은 새벽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전해 두브로브니크에 밤에 도착후 숙박. 목요일은 두브로브니크 성곽내에서 하루종일 관광, 금요일아침 비가 와서 두브로브니크를 출발 중간에 플리트비체도 비와서 패스 밤 10시경에 오스트리아 몬트제에 도착 토요일도 같은 숙소에서 1박, 일요일 아침 뮌헨공항으로 와 직항으로 한국에 월요일에 도착 화요일 출근했던 기억이...
전 언제쯤 ㅠㅠ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