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바다가 열렸다.
어디가 길이고 바다인지 분간할 수 없던 것이 불과 한 시간 전.
그랬던 바다가 작은 ‘모세의 기적’을 눈앞에서 연출해내고 있다. 제부도 입구 매표소에 줄지어 서 있던 자동차들이 하나 둘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2.3km 바닷길 너머가 ‘제부도(濟扶島)’다. 천자문의 ‘제약부경(濟弱扶傾)’에서 따온 이름. ‘약함을 구제하고 기울어지는 나라를 바로잡았다’는 뜻을 빗대 ‘아이는 업고 어른은 부축해서 건너는 섬’이라 해 제부도라 한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갯벌을 업고 이고 건너야 했지만 이제는 네 바퀴 자동차로 5분이면 건널 수 있다.
찰랑이는 바닷물을 이웃삼아 좌우를 살피다 보니 어느덧 차는 제부도에 닿아있다.
걷기로 했다. 해안선 12km, 면적 1㎢도 안 되는 작은 섬. 자동차의 힘을 빌리는 게 사치다.
섬 입구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았다. 섬의 서남편을 일주하는 해안도로는 한산하다. 갯벌에 반쯤 기울어진 듯 묻혀 있는 작은 배와 갈매기들의 비행만이 이곳이 방금 전까지 바다였음을 알려준다.
멀리, 제부도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매바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매들이 날개를 쉬어가던 곳이라 해 붙여진 이름. 사람들이 워낙 많이 찾아서인지 매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바다를 향해 나아가듯 나란히 줄지어 있는 바위를 바로 앞에서 바라보자니 웅장함과 신비스러움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매바위 옆 드넓게 모습을 드러낸 갯벌에는 아이들의 놀이가 한창이다. 고개를 내밀었다가 금방 갯벌 속으로 숨어버리는 칠게며 납작게를 잡으려 옷 버리는 줄도 모른다. 즐거운 비명을 뒤로하고 동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제부도에 하나뿐인 해수욕장이다.
성질 급한 몇몇 젊은이들이 웃통을 벗고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간다. 여름이다.
바닷물에 음이온이 많아 장수하는 어르신이 많다는 제부도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한나절 더위를 피하는 것도 좋을 터. 다음에 오면 바닷물을 온 몸으로 맞아 보리라 다짐하며 해수욕장 끝 통나무 산책로에 올랐다. 갯벌 위로 버팀목을 세워 만든 1.5km의 산책로는 제부도 선창까지 이어진다. 물이 들어올 때는 바다 한가운데 산책로가 있는 셈. 물 위를 걷는 느낌일까?
땀도 식힐 겸 섬 중앙에 솟아있는 당제산에 오른다. 해발 100m도 안 되는 작은 언덕은 모두가 소나무 숲이다. 섬 한 가운데서 만끽하는 삼림욕은 남다르다. 멀리 매바위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진다. 물이 다시 들어올 시간이다. 서둘러야 제부도를 떠날 수 있는데…. 소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발길을 막는다.
■ 여행 Tip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에서 306번 도로를 타고 제부도 이정표를 따라 남양-송산-서신(309번 도로)을 지나면 된다. 이정표가 비교적 많아 길 찾기는 쉽다.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므로 출발 전 길 열리는 시간(물 때)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국립해양조사원(www.nori.go.kr)이나 제부도 관련 사이트에 안내돼 있다.
제부도는 갯벌이나 해수욕장 입장료가 따로 없다. 다만 바닷길을 건너기 전 섬 입장료 천원(1인)을 내야 한다. 밀물, 썰물이 잦은 특성상 해수욕보다는 갯벌체험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게 좋겠다. 갯벌체험 도구는 현지에서 대여 가능.
주말여행이라면 미사참례는 필수. 제부도 들어가기 전 남양성모성지를 순례하고 미사를 봉헌하거나 제부도 여행 후 북쪽으로 길을 잡아 대부도에 있는 인천교구 대부성당에 들르는 것도 좋다.
제부도 안에 있는 제부공소는 40여 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는 숙소와 식당을 갖추고 있다(신자만 이용 가능). 대부성당 사무실에서도 신자가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을 안내해 준다.
■ 식당·민박
▶ 제부도 석구네횟집·민박(031-357-2485, 김효자 아녜스) 해랑방민박(010-3422-5253, 박승택 프란치스코)
▶ 대부도 형제횟집(032-886-6556, 김윤식 알비노) 갯벌펜션(032-886-4636, 신윤숙 소피아) 여주민박(032-886-3943, 김복순 로사)
■ 인근 성당 및 성지 미사
▶ 수원교구 서신본당 제부공소(031-357-9607, 010-3863-7723) 매달 마지막 주일 오후4시
▶ 인천교구 대부성당(032-883-7141) 평일 오전5시30분(월, 목), 오후8시(수, 금) / 토요특전 오후8시, 주일 오전10시
▶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031-357-5828~9) 화~주일 오전11시
사진설명 ▲제부도 ▲인천교구 대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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