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세상에 진 빚을 찿다.신 새벽에 일어나 두리번 거리며 찾는다.분명히 가방 위에 두었는데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잡히지 않는다.어디에 둔 것일까 혹시 큰 배낭에다 넣었을까.아니면 가방 아래에다 들이민 것일까?이 꼭두새벽에 내가찾는 것은빛도 아니고 빚도 아니고 빗이다.길지도 않은 머리가 유달리 뻗세어서손가락으로 훌훌 털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서빗이 필요하기 때문인데.답시 때마다 그빗이 사라져항상 허둥대며 찾는 것이다.어둠 속에서 어둠을 몰아내는 찬란한 빛이 아니고머리결을 가지런히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인작고 하찮은 빗,그 빗을 찾다 못찿아불을 켜고 이불을 들추자한줄기 빛처럼 나타나는 빗...내가 이렇게 답사 때마다 잃어버라고 찾는 것은빗이 아니고. 빛도 아니고 빛인 것은 이닐까?세상에 진 빛. 사람에게 진 빚그 빚들이 이 새벽이나 아침마다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그 사이 버스는 어둠 속을 달려부석사 주차장에 닿고칠흑 같은 어둠을 별빛에 의지하여한 발 한 발 오른다.일주문을 지나고 당간지주를 지나범종각. 안양루 계단을 올라서자피안의 세계 부석사 무량수전이다.어제 다 흘린줄 알았는데땀으로 온 몸이 후줄근하다.어둠 속에 스님이 나타나고드디어 무량수전에 켜지는 불빛목탁소리 들린다.온 세상 만물을 깨우는 소리다.지심귀명레.지심귀명레.가만히 무량수전의 문을 열고 들어가세 번 절을 올리고 가부좌하고 앉는다.지심귀명례 작게 들리다 멀어져가는 저 소리나에게 말을 건네듯 멀어져가는 저 소리.문득 들리는 범종 소리덩덩덩너는 덩.덩덩세상에덩덩덩얼마나 많은 덩덩덩빚을 지고 살고 있느냐.?어둠을 가르며. 깊은 정적을 깨고 들리는범종소리. 목어소리. 목탁소리는내게 말하는 소리다.일체유심조 일체유심조낭랑한 스님의 목소리가무량수전에 가득차서세상 속으로 퍼져 나가는 이 새벽.언제쯤 나는 이 세상에 진 빚을 다 갚고찬란한 그 빛앞에 설 수 있을까?2016년 8월 6일 토요일
출처: 길위의 인문학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