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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폐지 ‘태완이법’, “안타까운 죽음 없도록”
강간치사·유기치사·아동학대치사, ‘살인죄’ 표기 없어 제외
김옥경 기자2015.08.04
“태완아. 가늘게 떨리는 손끝으로 내 손을 잡으려 한다. 오므리지 못하는 그 손끝으로. 엄마라는 소리가 그렇게 가슴을 떨리게 하는 소리였는지 예전엔 알지 못했다. 나는 작고 예쁜 태완이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나쁜 아저씨가 누구인지 찾아주지도 못한 바보 같은 엄마였다.”(태완 군 모친 박모 씨가 작성한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 중)
‘태완이법’의 배경이 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은 1999년 5월 20일 발생했다. 학습지 수업을 받으러 집을 나선 김태완(당시 6세) 군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황산테러를 당한 것이다. 용의자는 태완 군 부모와도 안면이 있던 이웃 남성으로, 태완 군은 ‘뜨거운 물을 부은 사람’이라며 이 남성을 지목했고, 사건을 목격한 태완 군의 친구도 이 남성이 도망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렸고, 그 와중에 태완 군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49일간 투병하다 숨을 거뒀다. 이후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당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였던 15년도 지난해 7월 7일로 만료될 시점이었다. 태완 군의 부모는 공소시효 만료를 3일 앞둔 지난해 7월 4일 재정신청을 냈고, 이 사건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지난 6월 26일 대법원은 재항고를 기각함으로써 태완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영구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태완 군의 모친 등 가족들은 또 다른 태완이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소시효 폐지 법안은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해온 것이다.
“살인죄, 피해자에게는 공소시효 없는 평생의 고통”
지난 2월 태완이법을 대표 발의한 서영교 의원은 “태완이 이야기를 듣고 살인죄 등에 관한 공소시효 폐지 법안을 좀 더 빨리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에 발의하게 되었다”며 “개정안의 취지에 법무부와 법원도 찬성하는 상황에서 법적안정성 검토라는 핑계로 의원들이 주저한 결과, 결국 태완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았다. 변화한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법조문을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태완이법’은 당초 현재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여 모든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으나, 이번 법안소위에서는 형법상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만 폐지하기로 의결하였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강간치사·유기치사·아동학대치사 등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냈지만 이견이 나오면서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이 같은 치사죄를 살인죄로 용어를 개정하여 모든 살인죄에 공소시효가 폐지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태완이 사건 등 수많은 사건들이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영구미제로 남아있다”며 “영구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라는 서 의원은 “이 사회에서 영구미제사건은 없어져야 한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더불어 서 의원은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에게는 공소시효가 있을지 몰라도 피해자와 유가족이 겪을 고통은 공소시효가 없는 평생의 고통”이라며 “태완이가 탄생시킨 이번 법의 통과를 통해 제2의 태완이 사건을 방지하고 억울한 죽음은 끝까지 그 진실을 파헤쳐 살인자는 반드시 검거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계기가 마련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계속해서 서 의원은 공소시효와 관련된 외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일본은 2004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15년에서 25년으로 늘렸다가 2010년에는 살인과 강도살인 등 12개 중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했고, 영국과 미국은 주로 중범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은 살인죄, 성범죄, 아동학대 등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는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범죄에 대해 모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살인죄 공소시효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강하게 요구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등 재조명
1986년부터 6년 동안 부녀자 10명이 살해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 1991년 대구에서 초등학생 5명이 실종된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 1991년 이형호(당시 9세) 군이 납치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이형호 유괴 살해 사건’은 대표적인 미제 사건으로, 2006년 일제히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익히 알려진 사건으로, 1986년 9월 15일 경기도 화성에서 70대 할머니 시신 1구가 발견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 넉 달 동안 시신 4구가 첫 사건장소 반경 5㎞ 내에서 순차적으로 발견됐다. 성폭행의 흔적과 논·밭 혹은 농수로 등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시신이 유기됐다는 점, 피해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양손을 뒤로 묶은 채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등의 유사점이 있었다.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졌지만 범행은 이어졌고 245㎜ 족적과 담배꽁초, B형 정액뿐 다른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7번째 희생자가 발견된 뒤 경찰은 수상한 남자를 목격했다는 버스 운전자와 버스 안내양의 제보를 받아 몽타주를 제작했으나 그마저도 허사였다. 당시 화성 지역에서는 ‘범인이 비 오는 날 혼자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여성을 노린다’,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삼는다’ 등의 유언비어가 횡행했다.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초등생 5명이 도룡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사건이다. 11년 동안 찾지 못하다가 지난 2002년 9월 26일 등산객에 의해 와룡산 중턱에서 5명의 시신이 모두 발견됐다. 경찰은 아이들이 살해된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고,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형호 유괴 살해 사건’은 1991년 1월 29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이형호(당시 9세) 군이 납치된 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유괴범은 현금 7000만 원과 카폰이 있는 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형호 군은 43일 만에 한강 둔치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치밀한 수법으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유괴범의 유일한 단서는 협박전화 목소리였다. 경찰은 범인이 건 87통의 전화 중 46통을 녹취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2006년 1월 29일 공소시효 만료로 영구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2007년 이 사건을 다룬 영화 <그 놈 목소리>가 개봉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警 “미제사건 전담수사팀 확대해 사건해결 총력”
‘태완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7월 24일 경찰은 미제사건 해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경찰청 형사과는 이날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반인륜적 살인범죄의 경우 시간경과에 관계없이 끝가지 범인을 추적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확대 편성하는 등 살인범죄를 지속 추적해 반드시 검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경찰은 “올 하반기 전국 지방청별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현행 50명에서 72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중 살인 미제사건 보유 건수가 많은 지방청에 대해서는 광역수사대를 투입해 수사하겠다”며 “미제 살인사건 재수사를 위해 기록 및 증거물 등을 철저히 보존, 관리해 나갈 것이며, 미제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전담반이 해체된 뒤에도 끝까지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구축해 사건 해결률 제고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경찰청이 태완이법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충북경찰청은 이런 미제 살인사건에 대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러운 처지다. 법 개정으로 인해 2000년 이후 미제사건은 공소시효가 없어져 그동안 꼭꼭 덮어두었던 치부를 어쩔 수 없이 들춰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충북지역에서 발생한 굵직굵직한 살인사건만 꼽아도 족히 6건은 된다. ‘청주 홈플러스 여성 청소부 살인사건(2009년)’ ‘충주 모녀 살인사건(2005년)’ ‘영동 노부부 살인사건(2005년)’ ‘청원군 부부 살인사건(2004년)’ ‘청주 수곡동 물탱크 살인사건(2002년)’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2001년)’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해결하지 못한 각종 살인사건이 수두룩하다는 후문이다. 때문인지 충북경찰청은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2000년 이후 미제 살인사건에 대해 굳게 함구하고 있다. 미제 살인사건 관리는 해왔지만, 그동안 사건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등 내세울 만한 성과가 거의 없어 공개 요구에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민 불안감 조성과 지역 이미지 훼손은 물론 경찰 수사력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본청에서는 수사본부가 꾸려졌던 중요 미제 살인사건만 현황으로 잡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일관된 현황을 집계하기 위해 지방경찰청이나 일선 경찰서의 개별적인 공개를 하지 말라는 게 본청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비단 충북경찰청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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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속히 실종아동에 관한 공소시효도 폐지 되길 바랍니다.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안타깝게도... 속히 실송아동에 관한 공소시효도 폐지 될것입니다. 기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