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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 노리코도 이글이글? 루키 스즈키에게 뜨거운 시선>
<스즈키와 사진 촬영, 노리코는 연하 좋아해?>
시합이 없는 날은 이런 거야. 연예인이 연습 경기 보러온 걸 가지고. 이것도 미리 짜고 만든 기사 아니야.
신이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스포츠신문을 접어 벤치 옆에 놓았다.
개막전에 맞춰 팀은 도쿄에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연습 게임을 몇 번 하고 칸토 근교에서 오픈전을 하게 된다. 가디건즈 연습장에는 1, 2군이 모두 모여 있었다.
신이치는 그 무리에 끼지 않았다. 이번에는 손목이 아프다고 둘러댔다. 손목이 아프면 수비와 타격 연습을 피할 수 있다. 이라부에게 부탁하자 아주 간단하게 ‘건초염’ 진단서를 써줬다. 그걸 코치에게 보여주자 별로 걱정하지 않는 듯, “그래? 치료나 잘해.”라는 말뿐이었다.
네모토 감독은 떫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방임주의라고 응석 부리지 마. 자기관리도 못하는 놈은 안 써.”
지당한 말씀이다. 할 말이 없다. 베테랑이라지만 이 상황은 부끄럽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서 후쿠하라와 둘이서 외야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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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반. 차라리 커밍아웃하는 게 어때? 의외로 좋은 어드바이스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농담하지 마. 모두에게 알려질 거면 이대로 은퇴하는 게 나아.”
사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즘 신이치는 확실히 약해졌다. 통장의 잔고를 보고는 레스토랑이라도 해볼까 공상 중이다.
그날 밤은 선수들이 주최하는 식사 모임이 있었다. 개막을 앞두고 서로 친목을 다지려는 연례행사다. 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선수회장이 타일렀다.
“내야수의 리더잖아. 자네가 없으면 어떡해?”
마지못해 참석했다. 도쿄 시내 중국 레스토랑의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정면에 스즈키가 앉아 있었다.
스즈키는 신이치의 얼굴을 똑바로 보려 하지 않는다. 조심스러워서 그럴 것이다. 매스컴이 자신만 따라다니는 것을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스즈키 본인에게는 한 번도 실수가 없었다. 잘생긴 외모는 타고난 거고 긴 머리도 스물둘의 젊은이라면 당연하다. 존재를 싫어하다니 이기심도 유분수지.
스즈키는 말없이 요리를 먹고 있다. 작은 얼굴, 오뚝한 콧날, 짙은 눈썹, 미남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구단이 자랑하려는 건 당연하다.
하물며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다. 시합이라고는 하지만 흥행이고 손님이 들어와야 의미가 있다. 인기도 실력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