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팀을 거친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는 수원 삼성의 스쿼드는 분명히 화려하다. 여기에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에서 대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용병스타 나드손과 마토 역시 국내 축구팬들에게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원 삼성의 스쿼드에서 이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보이지 않는 다고 해도 큰 허전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그들을 대체할 백업 멤버 역시 튼실히 갖추고 있는 것이 수원이다. 하지만 이 선수의 이름이 수원의 선발라인업에서 누락된 것을 보게 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곽희주, 없어선 안되는 선수
바로 수원 축구의 새로운 기둥으로 떠오른 곽희주(24)다. 지난 2003년, 수원에 입단한 곽희주는 고작 11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고 4경기는 교체출전이었다. 2004 시즌, 차범근 감독이 새로이 부임하면서부터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지 시작한 곽희주. 시즌 초에는 왜 자꾸 검증되지 않는 곽희주를 기용하느냐라는 핀잔을 받아야했지만 시즌 말미에 가서는 왜 곽희주를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느냐하는 얘기를 들을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곽희주는 지난 시즌, 수원이 치른 36경기 중 34경기에 선발 출장, 수원 삼성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였다.
지나치게 거친 수비로 인해 경고를 받을 위험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던 곽희주이지만 그것이 곽희주 수비의 강점이다. 밖에서는 조용하고 수줍은 이미지이지만 경기장에서 곽희주는 수비진에서 누구보다 공격적이며 거칠다. 상대가 누구든 곽희주는 기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 곽희주를 상대하는 모든 공격수들은 일찌감치 진이 빠지기 일수. 그렇다고 곽희주의 수비가 마냥 거친 것만은 아니다. 볼을 향해 예리하고 정교하게 파고는 테클 역시 수비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패기와 기술로 무장한 곽희주의 끈질긴 수비는 늘 수원 수비의 최후방에서 명장면을 연출한다.
공격적인 수비에서 공격하는 수비수로 진화한 곽희주
2004 시즌, 수원의 스리백 수비진 왼쪽에서 활약했던 곽희주는 2005시즌을 맞아 왼쪽 수비로 마토가 영입되면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여전히 막강했고, 오히려 더욱더 공격적이고 활발한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었다. 원래 오른발 잡이었던 그는 왼쪽측면에서 공격가담을 극도로 자제했던 모습을 벗어나 간간히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펼쳐 상대 수비진을 위협하는 공격 재능을 과시하며 그의 새로운 모습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세트 플레이 시에도 적극적인 헤딩 경합으로 골을 향해 온몸을 던지는 헤딩슈팅을 시도했고, 측면 오버래핑에서는 생각보다 화려한 드리블링과 페인팅, 크로스를 선보여 그의 숨은 공격재능이 생각보다 깊이있음을 알렸다. 곽희주의 이러한 적극적인 공격가담은 전기리그 개막전이었던 대전 원정전에서 환상적인 동점골로 팀을 패배에서 구하며 자신의 데뷔골을 쏘아올린 것으로 이어졌다.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자신의 K리그 생애 첫골을 터뜨린 곽희주의 당시 세레머니는 화려했던 골만큼 신명나 아직도 수원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장면이다.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있었던 전기리그
중앙 미드필드진에 김남일, 김진우, 황규환등이 자리를 비우자 곽희주는 중앙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되어 공격적인 경기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곽희주는 자신이 가진 능력중에 빼어난 중거리슈팅력과 스루패스 능력또한 출중하다는 것을 자랑했다.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진 사이를 오가며 수원의 공수 양면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펼친 곽희주는 비록 경기 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꾸준한 활약을 펼쳐왔다.
2005 시즌에도 곽희주는 삼성하우젠컵 12경기 가운데 10경기를 풀타임으로 활약했으며, 전기리그에서도 대표팀에 소집됐던 기간을 빼고 12경기 가운데 9경기를 풀타임으로 활약, 수원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성실한 경기를 펼쳤다.
곽희주의 이러한 활약은 결국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투입되면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번 동아시아 대회 소집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자신의 입지를 또 한번 다졌다. 유상철, 박동혁, 박재홍 등 그간 대표팀 수비의 중심을 차지하던 선수들이 모두 제외된 이번 대회에서 곽희주는 대표팀 수비진에 자신의 이름을 확고히 새겨넣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수원삼성에서 초라한 시작을 보였던 곽희주의 조용한 반란은 이제 새로운 전설로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