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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3년 4월, 유럽 의회(European Parliament)와 유럽 연합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는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ttee)가 제안한 『유럽반도체법(ECHA, European Chip Act)』을 잠정 승인했다. ECHA를 통해 유럽연합(EU)은 △ EU의 반도체 산업 기반 개발 여건 조성 △ 반도체 생산 취약성과 대외 의존도 감축 △반도체 산업 기반 강화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10%에서 20%까지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까지 ECHA가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으나, 기대감을 반영하여 이미 이와 관련한 1,000억 유로(한화 약 141조 3,950억 원) 이상의 민간 및 공공 투자 계획이 발표되었다. 지난 2022년 3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은 독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향후 10년 동안 연구개발(R&D)에서 제조·최신 패키징 기술에 이르는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체코는 2022년 ECHA에 대한 EU이사회의 일반적 합의(General Approach)에 동의하며 유럽 반도체 산업 확대 협력을 약속했고, 이후 체코 국가 반도체클러스터(CNCHC, Czech National Chip Cluster)가 설립되었다. 반도체는 자동차 및 스마트폰 제조의 핵심인 집적 회로의 일부분으로 사용되며 디지털 경제 및 녹색 경제 기반 마련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자 다양한 제품의 제조 및 작동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부품이다. 최근 전기자동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산업에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자동차 산업은 체코 경제의 핵심 부문으로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체코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에 체코 산업통상부(CMIT, Ministry of Industry and Trade)는 체코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가 반도체 전략(National Semiconductor Strategy)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체코는 유리한 입지 조건과 숙련된 노동자들을 보유하고 있어 유럽 지역 반도체 산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체코는 향후 유럽의 핵심 반도체 생산 기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 및 전기 모빌리티 분야 반도체 전문 제조 기업 중 하나인 미국 온세미(Onsemi)는 지난 10년 동안 체코 로슈노프 포트 라드호슈템(Rožnov pod Radhoshtěm)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 현재 Onsemi는 로슈노프 지역에 440억 코루나(한화 약 2조 5,422억 원)의 추가 투자를 통한 생산 확대를 고려하고 있으며 2023년 10월까지 투자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Onsemi가 최종적으로 로슈노프 지역에 투자를 결정할 경우, 해당 투자금은 현재 로슈노프 산업단지에 위치한 Onsemi의 기존 부지 확장에 활용될 것이며 이를 통해 최소 1,000 명 이상의 고용 창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체코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체코 반도체 산업 현황
체코의 반도체 시장은 데이터 처리 및 가전제품 등과 같은 주요 응용 분야의 수요 증가와 함께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증가에 힘입어 2017~2019년 역동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사물인터넷(IoT) 및 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 도입도 크게 증가하였다. 그 결과 2020년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이 EU 평균인 14%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9%를 기록하였고, 2021년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 40%, AI를 사용하는 기업은 5%를 기록하였다. 2022년에는 중소기업의 68%가 최소 기본 수준의 디지털화를 달성했는데, 이는 유럽평균인 69%에 근접한 수치이다. 현재 4개의 유니콘 기업을 포함하여 많은 체코 국적의 스타트업이 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유럽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은 2023년 보고서를 통해 체코가 첨단 기술에 대한 기업의 접근을 지원하는 데에 좀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체코는 국가회복계획(NRP, National Recovery Plan)의 22%를 디지털화에 할당했다. 투자의 대부분은 비즈니스와 교육의 디지털화를 지원할 예정이며, 10년 이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EU 27개 국가별 GVC 기여도(전기 및 광학 장비 부문, 2019년)
자료: Ciani, A., Nardo, M. (2022), the Czech Republic highlighted by DB
* 총 GVC 지수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국가-산업 부문이 얼마나 통합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GVC 연결에 할당할 수 있는 산출량(백만 유로)을 기준으로 산출함. 각 국가별로 이 지수는 순수 후방 GVC 통합(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해당 부문의 국내 생산액과 순수 전방 통합(해외로 수출되는 국내 생산액)의 평균에 의해 결정됨
체코의 반도체 기업은 프라하와 북부 보헤미아, 브르노와 로즈노프 포트 라드호슈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주로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며, 공정 제어 장비, 조립 및 패키징 장비, 그리고 식각과 세정 장비를 생산한다. 6W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체코의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2028년 7.4%의 연평균 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5G 기술 도입으로 인하여 스마트 기기의 사용량과 그에 따른 반도체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2021년 시장 수익의 27.8%를 차지했는데 이는 가상현실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발전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머신 러닝이 도입되며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 1> 체코 내 반도체 장비 기업 현황
자료: Czech Taiwanese Business Chamber (2021)
체코 및 EU 회원국의 최신 투자 동향 분석
반도체 산업은 체코 경제의 중심인 자동차 산업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며, 산업 성장을 주도할 핵심 요소이다. EU는 ECHA를 통해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대외 의존도를 줄이는 등 반도체 산업 강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EU 이사회와 유럽 의회는 ECHA 세부 내용에 잠정적으로 합의했으며, △ 대규모 기술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유럽 반도체 이니셔티브(CHEI, the Chips for Europe Initiative) △투자 유치를 통한 공급 안정성 및 탄력성 보장 프레임워크 △공급 부족 예측 및 대비를 위한 위기 모니터링 및 대응 시스템 마련을 ECHA의 핵심 추진전략으로 삼고 있다. CHEI를 통해 430억 유로(한화 약 60조 7,705억 원)규모의 공공 및 민간 투자가 유치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 중 33억 유로(한화 약 4조 6,637억 원)는 EU 예산으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CHA는 EU 민관 파트너십인 반도체 공동 사업(Chips Joint Undertaking)을 통해 시행될 예정이며, 세부 내용은 현재 승인 단계에 있다. ECHA의 최종 승인 시 체코가 받게 될 혜택은 다음과 같다.
- 반도체 조인트벤처(Chip Joint Venture)를 통한 R&D 재원 확보
- 인력 양성 및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인적자원개발센터 설립
- 체코 내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 확대
- 연구개발 및 반도체 설계 협력 기회 확대
- 체코 반도체클러스터(CNCHC)와 주요 산학연 협력 강화를 통한 시너지 제고
반도체 산업은 체코 경제의 핵심이며, Onsemi의 투자 결정은 향후 체코의 에너지 및 전기-모빌리티 부문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체코는 해당 투자를 통해 기회를 창출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혁신과 기술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또한 체코 기업과 Onsemi 간 기술 협력을 통해 최신 기술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산업 안정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글로벌 공급 문제 발생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체코 국내 전문가 육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재를 유치, 반도체 개발 및 제조 역량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센티브는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반도체는 다양한 제품생산의 기초가 되는 핵심 부품이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산업이다. 이에 전 세계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력적인 인센티브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투자 유치를 위한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미국, 독일 등은 공공 재원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3년 초 520억 달러(한화 약 68조 8,15억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법(CHIPS Act)을 통과시켰다. 2023년 7월 독일 정부는 반도체 생산 지원을 위해 200억 유로(한화 약28조 2,567억 원)를 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예산의 4분의 3은 미국 기업인 Intel과 대만 제조업체인 티에스엠씨(TSMC) 지원에 활용된다. TSMC는 독일 드레스덴(Dresden) 인근에 유럽 첫 공장의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TSMC는 보쉬(Bosch), 인피니온(Infineon), 엔엑스피(NXP)와 함께 100억 유로(한화 약 14조 1,283억 원) 이상을 이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며, TSMC가 지분의 70%, Bosch·Infineon·NXP가 각각 10%씩의 지분을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투자 비용의 절반은 독일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장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2024년 착공될 예정이며 약 2,000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는 별도로 Infineon은 2023년 5월 드레스덴 지역에 50억 유로(한화 약 7조 641억 원) 규모의 자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Bosch와 글로벌 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도 드레스덴에 이미 반도체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Intek은 2023년 6월 독일 정부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하고 독일 마그데부르크(Magdeburg)의 마이크로칩 공장에 300억 유로(한화 약 42조 3,849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Intel은 아일랜드에 위치한 기존 공장 증축과 프랑스에 R&D 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도 신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2023년 6월 폴란드에 46억 달러(한화 약 6조 922억 원)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2027년까지 2,000명의 반도체 관련 고숙련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국적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비(非)유럽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EU의 계획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nsemi는 현재 체코 정부와 투자 인센티브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며 전체 투자금의 20%를 인센티브로 요구하고 있다. CMIT는 Onsemi에 소득세 감면 및 유·무형 고정 자산 현물 지원을 포함, 적격 비용(eligible cost)의 22.5%에 해당하는 5억 4,600만 코루나(한화 약 315억 4,720만 원)를 인센티브로 제안했다. 체코 정부는 Onsemi의 투자 확정 시 발생되는 경제 효과로 향후 10년 이내에 Onsemi에 제안한 인센티브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8억 1,400만 코루나(한화 약 470억 3179만 원)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MIT는 현재 Onsemi의 인센티브 지급에 대한 부처간 의견을 조정 중이며 이후 정부의 최종승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체코의 인센티브 지급 의사결정은 타 국가 대비 느린 편이다. 다수의 해외 기업들이 체코에 투자할 의향을 보유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작은 인센티브 규모와 느린 승인절차가 외국인 투자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체코 정부는 투자 인센티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는 자동차, 의료기기, ICT, 에너지 등 경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이며 체코의 주력 산업분야 중 하나이다. ECHA는 반도체 R&D 및 제조 시설 투자 장려, 인력 양성 등 체코를 포함한 EU 전반에 반도체 산업 확대 기회를 제공하고 주요 산업 부문의 반도체 부족 문제 방지, 기술주권회복, 경쟁력 및 위험 회복력 강화 그리고 디지털전환 및 녹색 전환에 기여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 팬데믹과 전기 자동차 생산 급증의 영향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경험을 반면교사삼아 반도체 공급 시설 기반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투자 유치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체코 정부도 반도체 관련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 재개정 및 국가차원의 반도체 관련 전략을 수립하는 등 세계적 동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체코 반도체 산업의 발전 방향과 시사점
체코는 유럽 중부에 위치하여 유럽 각국으로의 높은 접근성을 자랑하며, 숙련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오랜 투자로 관련 인프라가 확보되어 있어 유럽 반도체 생산의 중심이자 거점 국가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이러한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자국을 EU의 주요 반도체 생산기지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2024년까지 국가 반도체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동 전략에는 체코의 반도체 생산 역량과 발전 잠재력을 고려한 최적의 반도체 유형 분석 및 해당 부문에 대한 투자 등 다양한 지원 조치가 담길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의 핵심이 되는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 수립 등의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범 국가적인 전략 수립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개선의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Onsemi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및 기술협력은 체코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기술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체코 정부는 구체적인 정치적 · 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재까지 명확히 확정된 지원정책은 없으나 2023년 10월경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Onsemi의 440억 코루나(한화 약 2조 5,422억 원) 규모 추가 투자 확보를 위해 CMIT와 Onsemi는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해당 투자는 금액과 그 중요성 측면에서 체코 반도체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체코 정부 또한 Onsemi의 투자 확보를 위한 이번 인센티브 투자가 정부 시행 투자 중 가장 중요한 투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CHA의 최종 승인과 국가 반도체 전략 수립,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투자 인센티브법 개정이 완료되면 체코는 명실상부한 EU의 핵심 반도체 생산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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