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얼차려로 뺑뺑이 많이 돌았는데 사장님도 그런 추억이 많으셨던가 봐요?"
그러자 고개를 절레절레하시고는 손가락으로 기사제목을 가리키시며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나도 '뺑뺑이' 세대였거든. 나 때는 대입처럼 고입시험도 치열해서 좋은 학교 들어가려면 과외를 받아야 했는데 평준화가 되는 바람에 공부 안하고도 명문고에 들어갔지. 그런데 지금은 다시 내가 중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우리 아이들 영어학원이다 논술학원이다 사교육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데 자네 때는 아이들 교육시키려면 허리 부러지겠어"라며 쓴웃음을 지으셨다.
사장님은 59년 생으로 고교입시가 대입 만큼이나 치열했던 시절 비평준화에서 고교 평준화로
바뀐 시기의 첫 세대로 소위 어부지리로 명문고에 들어가셨다.
평준화로 들어가셨지만 그래도 명문고의 위상이 대단했던 시절이라 공부 못하던 아들이
명문고에 들어갔다고 동네 잔치까지 열어 주시던 부모님과 짧았지만 둔재에서 천재 대접을
받던 시절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사장님께서 보셨던 기사는 “뺑뺑이 1기는 동문회도 못 나갔어요”란 기사였다.
'뺑뺑이 1기'는 74년 고교 평준화 첫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비평준화 시절 어렵게 명문고에
입학한 선배들이 뺑뺑이 돌려 무시험으로 입학한 후배들을 인정하지 않아 동문회에서
제외 시켰다는 것이다.
요즘은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취업이 잘 안되는 시대이다.
대학을 중퇴한 빌게이츠만 보더라도 창조적인 발상을 가능케한 교육환경이 중요한 것이지
명문대 진학을 위해 암기만을 강요하는 교육체계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없고 시대적 요구
와도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정작 기사를 읽고 나니 정치에 전혀 관심없지만 정치와 관계없이 이 얘기는 꼭 해야겠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9일 오후 당사에서 교육정책비전 기자회견을 갖고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며 대선 공약으로 ‘사교육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공약으로 내세운 교육정책을 보면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40개 ▷영재학교 1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 총 300개의 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명박 후보는“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라고 밝혔지만 이미 현존하는 외국어고등 특목고의 경우을 살펴보면 이들 학교는 예전의 명문고와 다를 바 없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입학할 수 있는 학교들이다.
특목고를 거쳐간 학생들이 가난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자 이곳을 선택 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없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 입학이 유리하기 때문에 특목고를 선택했던 것이다.
대학도 서열화 때문에 지금까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비평준화 때의 명문고 선배들이 '뺑뺑이'세대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 명문대학도 분교출신을 인정하지 않는 등 서열화는 결국 같은 문제들을 반복적으로 양산할 수 밖에 없다.
신정아 학력위조 파문으로 그 동안 학력위주의 학벌주의와 서열화에 대한 반성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시점에 이명박 후보는 과거 우리 교육을 혼란에 빠뜨린
70년대식 획일적 한 줄 세우기를 다시 시도하려는 구태의연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영국그룹 핑크플로이드의 '더 월'은 30년 전 발표된 곡이다. 알란 파커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당시 영국 교육은 획일화된 스타일로 마치 공장에서 소시지를 생산하듯 학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했고 이런 충격적인 장면이 핑크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이란 곡이 흐르면서 나온다.
어느 공포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소름끼치고 무서운 장면이었다.
한국도 서태지가 1994년 교실이데아를 불러 수 많은 중,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부터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고민과 비판을 할 수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참여정부에도 그 정신이 반영되어 오늘까지 이르렀다.
이명박 후보는 우리의 교육을 다시 30년 전으로 되돌릴려고 하고 있다.
서태지는 13년 전에 이명박의 이러한 공약을 예언이라도 했던 것일까?
서태지 컴백 뉴스가 나오는 요즘 아마 서태지는 이명박 후보에게 '교실이데아'를 바치고 싶어할 것이다.
서태지 - 교실이데아(1994년)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족해 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 놓을래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우리를 조그만 교실로 몰아놓고
전국 900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 넣고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고 우릴 덥썩 모두를
먹어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해 좀더 잘난 네가 될수가 있어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매일까
왜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됐어 됐어 이제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이젠 족해 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들어가면 고등학교를 지나 우릴 포장센터로 넘겨
겉보기좋은 널 만들기 위해 우릴 대학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버리지
이젠 생각해봐 "대학" 본 얼굴은 가린체 근엄한 척
할 시대가 지나버린건 좀 더 솔직해봐 넌 알수 있어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해 좀더 잘난 네가 될수가 있어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매일까
왜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매일까
왜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족해 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 놓을래
1994년 발표된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를 들으며 중,고시절을 보냈을 20~30대들은 대개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뒀을 것이다.
만약 이들이 이명박 후보의 과거로 회귀한 교육정책으로 인하여 자녀들의 명문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에 열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암기가 아닌 신지식산업 기반으로 경쟁력을 쌓은 아일랜드는 국민소득 4만불을 돌파한지 오래이다. 중국은 달 탐사선을 띄우고 첨단과학, 지식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대운하를 파고 교육은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금은 정치에 관심없는 20~30대들이 이명박 후보 공약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현재의 지지도와는 무관하게 지난 대선 때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