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고등학교가 올해부터 신개념 교복을 도입한다.
현지 언론 ‘고베신문NEXT’는 12일 일본 효고현 야마자키고등학교의 새로운 교복을 소개했다. 이 교복은 ‘퀼로트’라고 부르는 형태로, 치마 모양의 폭이 넓은 반바지를 칭한다.
학교 측의 퀼로트 도입은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 학교는 이미 2020년부터 남·여에 관계없이 치마나 바지, 넥타이나 리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쳐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치마도 바지도 아닌’ 제3의 교복을 도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결정의 계기가 된 것은 교내에서 이뤄진 한 강연이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 마에다 료(40)씨는 지난해 야마자키고등학교의 연단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강연을 했다. 이후 료씨의 강연을 들은 학생들이 학교 측에 ‘치마도, 바지도 싫다’는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야마자키고에서는 퀼로트의 도입이 검토됐다. 퀼로트 도입 여부를 두고 벌인 교내 설문조사에서는 학생의 약 70%가 찬성 의견을 보이기도 했고, 결국 올해부터 정식 교복으로 채택됐다.
자신의 교복으로 퀼로트를 선택한 2학년 학생은 인터뷰를 통해 “외형이 치마처럼 돼있어 움직이기 쉽다”며 “선택사항이 늘어나 개성을 발휘하기도 쉬워졌다”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치마에 비해 보온성도 있고 획기적이다” “차라리 교복을 안 입는 것이 더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등 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야마자키고의 사례뿐 아니라 일본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률적 복장 기준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지난해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도립고등학교 182곳 중 147곳은 여학생이 바지를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성별에 관계없이 직접 교복을 고를 수 있도록 한 학교도 3곳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