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각자전수동문회가 매년 선보이는 전통 각자 전시회가 오는 29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일주일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개최된다.각자란 목판이나 현판을 제작하기 위해 나무나 돌 등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공예활동을 가리킨다.
10회째를 맞이한 이번 전시회는 <정조의 봄꿈, 화성을 찾아가는 각자(刻字) 여행>이란 주제로 개최되며 전시 기간 중 1일 2회에 걸쳐 국가 무형문화재 제 106호 각자장 김각한 선생의 시연 공개행사도 펼쳐진다.
각자는 그 자체로 우리 오랜 역사의 증거이자 자랑거리였다. 바위나 동굴에 암각화나 비석의 형태로 그 기능의 중요성을 알려오던 각자는, 불교와 유교의 유입 이후에는 해당 철학을 전파하는 핵심 수단의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 반구대 암각화나 광개토대왕비, 중원 고구려비, 신라 사산비 등의 석 각자 시대를 거쳐 무구정광대다라니경, 팔만대장경, 훈민정음, 유교 책판 등의 목판각자에로 나아간 우리 각자의 유물 유적들이 그 중요성을 뚜렷이 증명하고 있다. 그 유례를 쉽게 찾을 수 없는, 말 그대로의 세계적 문화유산을 각인하여 온 것이다.
수원화성은 조선의 후반기를 찬란하게 수놓은 정조대왕의 숨결이 곳곳에 스민 곳이다. 그 흔적들이 '의궤'나 '능행도'를 비롯한 다양한 서책의 형태로 남아 전해져 수원의 여러 박물관들에 보관되어 왔다. 전시에는 용주사 본의 <부모은중경>과 <원행을묘정리의궤> 실려 전하는 「반차도」를 비롯한 다양한 도판들과 <화성성역의궤>를 비롯한 관련 서적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만들었다. 또 <장용영> 현판을 복원한 일과 수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삼사탑명·두륜청사> 소재의 다산과 추사 글씨를 각자하여 작품으로 선보인다. 이 모두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작업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시회에는 총 40여 명의 각수(刻手)들의 90여 작품으로 꾸며진다. 아름다운 꽃성을 거닐며, 여름구름처럼 피어났던 정조대왕의 한바탕 봄꿈을 헤아려보는 흔치 않은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