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에덴여사 같은 사람이 싫었다
오늘도 탁구동호회에서 한나절 즐겼다.
제일 먼저 나온 안나여사를 불러 20분 랠리를 하고
송지 고문을 불러 20분 하고 좀 쉬려는데
에덴여사가 스스로 와서 랠리를 하자더라.
고마운지고~
나는 사실 잘못 쳐서 그러는지
랠리 하자고 다가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에덴여사가 와서 랠리를 하자고 하니
이뻐 죽겠더라.
그녀는 유일한 65년생 뱀띠인데(아닌가...?)
다음 주에는 갑장인 삼삼이 여사를 불러내겠다더라.
그런데 나는 사실 에덴여사나 삼삼이 여사 같은 사람이 싫었다.
왜냐고...?
그게 다 사연이 있다.
시골 동산 밑에서 자란 나는 읍내의 중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무려 10 킬로미터의 신작로를 걸어 다녀야 했다.
그런데 3학년 반장인 신복이가 나를 어떻게 봤는지
주산반(珠算班)에 들라고 강요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주산 연습 하고 집에 돌아가곤 했는데
고개를 넘을 때마다 무서워서 원망하기 일쑤였다.
그 선배가 바로 2년 위인 41년생 뱀띠였는데
그래서 나는 뱀띠가 싫었다고 하는 거다.
하지만 그 선배 덕분이었던지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는 호산, 독산, 암산 모두 장원메달을 땄다.
중학을 졸업하고 남녀공학인 멀리의 K 사범에 진학하게 됐는데
중학 여동창인 예쁜 윤이와 함께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방학을 맞아 집에 갈 때나 방학 마치고 하숙집에 찾아들 때
어쩌다 버스정류장에서 눈 마주침만 했을 뿐이었다.
왜 그리 못났던지...
당시는 각 학교에 패권을 놓고 다투는 학생클럽들이 많았는데
나는 보호막을 찾기 위해 그랬던지
제일 세다는 Y고의 클럽회장이 든 집으로 하숙집을 옮기게 됐다.
그런데 그 회장이 윤이의 근황을 자꾸 묻는 거였다.
벌써 각 학교 예쁜 여학생들의 정보를 다 꾀차고 있었던지
식구는 어떻게 되느냐, 잘 사느냐면서
별 걸 다 묻는 것이었다.
그것 참!
그 회장이 41년생 뱀띠였는데
그래서 나는 뱀띠가 싫었다고 하는 거다.
K 사범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해 대전 지역 부대에 배치받았을 때다.
얼마 있지 않아 중학교 후배이면서 윤이 동생인 윤민이도 배치받아 왔다.
그러니 지극정성으로 돌봐줄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후배니까...
어느 크리스마스 날, 선임병들은 모두 외출하고 난 뒤에
나는 졸병 몇몇과 함께 내무반을 지키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제일 믿을 만하고 만만했던 모양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애인이 없으니 면회 오는 사람 하나 없어
졸병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는데
면회실에서 갑자기 어떤 여성이 면회 왔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박수를 받으며 면회실로 막 뛰어갔는데
와우우, 참말로!!
그건 K 사범 동창 윤이가 예쁜 여선생이 되어
떡보따리를 들고 온 것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런데 설레던 마음도 잠시,
뒤에 건장한 공군소위후보생이 제복을 입고 떡 나타나
악수를 청하는 거였다.
그리곤 이등병인 나의 후배 윤민이가 그 뒤에 나타나고
그 뒤에 윤이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그것 참!!
그 공군소위후보생이 바로 나의 중학교 2년 선배 신복이었는데,
결국 나와 윤이, 윤민이, 신복이는 중학교 동문이었지만
저들은 약혼관계에 처남매형 사이였고,
나만 홀로였던 셈이었으니
그래서 또 뱀띠가 미웠다고 하는 거다.
물론 지금은 서울에서 K 사범 동창회라도 열라치면
대전에 사는 윤이는 제일 먼저 나에게 달려오곤 하니
그보다 더 반가울 순 없다.
나의 막내삼촌이 나보다 두 살 위이다.
또 중학교 때의 일인데
교과서 값을 미리 내고 정산 후 나머지를 돌려받을 때의 일이다.
그걸 아버님께 갖다 드려야 하는데
삼촌도 그 돈을 돌려받고는
“너 얼마 받았어?”하고 다그치는 거였다.
그래서 그 돈을 모두 내놓고
함께 비과를 사서 까먹으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너무 달치고 이가 아파서 혼나 원망스러웠던 기억이다.
그 삼촌이 41년생 뱀띠였으니
그래서 나는 뱀띠가 미웠다고 하는 거다.
나의 초등학교 동창녀들은 거의 일찍 도회로 나갔다.
그런데 한 여성만 시골에 남아있었으니,
중학교도 못 들어간, 시골 훈장님의 딸로
참 곱게 생긴 영자였다.
객지에서 나돌다 시골에 내려가면
그 영자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골에 남아있는 반반한 처녀들이 없었으니
영자는 자연 신데렐라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41년생 뱀띠인 막내삼촌이
결혼한다고 기별이 왔다.
내려가 보니 신부가 바로 그 영자였던 것이다.
그것 참!...
그래서 나는 뱀띠가 미웠다고 하는 거다.
하지만 시골에 내려가 초교 동창모임이라도 하노라면
남들이 뭐라든
나의 숙모가 된 영자는 나의 팔짱을 끼며
“조카님! 조카님!” 그러신다.
물론 이것들은 나와 뱀띠와의 우연한 인연이었지만
한 살 위 말띠와는 늘 다투고 경쟁해 온 것과 달리
뱀띠 그늘에서 배우고 성장했으며,
그들이 허물을 벗을 때 나도 허물을 벗는 방법도 배웠으니
나도 내 후배들에게 허물을 벗어내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며 살고 싶은 거다.
띠 이야기를 더 해보자.
나폴레옹이 전쟁터에 나갈 때면
으레 푸른 띠를 두르고 만토를 걸쳤다 한다.
만토를 걸친 것이야 위엄을 보이려고 그랬겠지만
푸른 띠를 두른 건 왜였을까?
그건 바지가 내려가면 거시기가 나올까 봐 그랬을 텐데
거시기라면 2차 대전의 영웅 처칠의 일화도 유명하다.
어느 날 처칠이 연설을 하고 있는데
여비서가 보니 바지의 지퍼가 내려졌더란다.
그래서 “각하!, 지퍼가...” 그랬더니
처칠의 하는 말이
“죽은 새는 새장 문을 열어놔도 날아가지 않는다네.”
그랬다는데,
거시기라면 또 나폴레옹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의 거시기를 지금 유물전시관에 보관 중인데,
그게 그렇게 작다고 하더라.
여하튼 나는 뱀띠가 싫었었는데
그건 옛말이 되어버렸을 뿐이고,
이젠 나에게 랠리 하자고 다가오면
키가 크든 작든
거시기가 크든 작든
뱀띠든 토끼띠든 다 이쁘더라.
아름다운 동행 탁구동호회 회원들이시여!
그저 즐겁게 운동합시다.
도반(道伴)
첫댓글 선배님 작문의 단편소설을 ~~
잘 읽었습니다
역시 대단하신 작가님 이십니다~~^^
다녀갔군요.
고마워요 주영 님.
그런데 이건 소설이 아니예요.
백 프로 팩트입니다.
내가 에덴이 미운데도 이쁘다고 하겠어요?
삼삼이가 안오는데도 온다고 했겠어요?
안나여사와 송지고문과 랠리를 안하고도 했다고 했겠어요?
강신복이가 내 2년선배가 아닌데도 2년 선배라고 했겠어요?
이제 여기까지만 하지만
모두 팩트요, 소설이 아닙니다.~~^^
선배 님께서 뱀띠를 싫어하는 이유를 아주 재미있게
표현해 주셔서, 나 홀로 웃음 지으며 꿈나라로 갑니다.
옛(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선배 님의 탁월한 재능을 부러워 하면서 ~~~
안녕히 주무세요.
잘자라고 인사하려면 자기전에 해야지요.
그런 인사가 있어서인지 잘자기는 했다네요.ㅎ
또 즐탁이나 합시다.^^
우연은 신이 익명을 유지하는 기술이라고 하던데, 뱀띠가 싫어지는 우연이 그렇게 많이 겹치는 경우도 흔치 않을것 같슴다.
그런가요?
아마 흔치않을겁니다.
도반님~^^
오랫만에 러키 인사드립니다.~~
여전히 글도 재미나게 잘 쓰시고
건강하게 운동도 즐기시고~
아주 보기 좋으세요~^^
글 읽다보니....
뱀띠가 싫으실 수밖에요.. ㅋㅋㅋ~^^
미운 뱀띠~^
ㅋㅎㅎ
오늘도 해피데이로 보내실거죠~^^
오잉? 이쁜이닷!!!
그런데 여긴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는데가 아닙니다.
탁구하는 사람이거나
탁구에 관심있거나
탁구하는 어떤사람을 좋아하거나
탁구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거나
탁구동호회가 궁금한 사람만이 들어오는 곳입니다.ㅎ
해피 해피~~~
@도반(道伴) ㅎㅎㅎ
그럼 저는 탁구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할 생각이 있는 걸루 할게요~^
그럼 된거죠?
좋은 모임에서 뵙는 행운이 있기를요~^^
@러 키 뭐 걷기도 있고~
여행도 있고~
기회되면 뭐.ㅎ
@도반(道伴) 넵. 스토킹 들어갑니다~^^
@러 키 내가 무슨 스토킹 꺼리라도 되나요 뭐?
난 이제 점심먹었으니
대금 들고 석촌호수로
버스킹 나간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