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소개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를 만든 지식 파수꾼들의 놀라운 이야기
책 사냥꾼, 학자, 필경사, 채식사, 서적상의 찬란한 나날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브루넬레스키의 돔』의 작가 로스 킹이 15세기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지식 파수꾼들의 이야기를 통해 르네상스의 탄생과 부흥을 추적한다. 책 사냥꾼, 학자, 필경사, 채식사, 서적상은 르네상스기 지식 혁명의 최전선에 있었다. 그리고 이들 활동의 중심에는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가 있었다.
모든 책이 손으로 만들어지던 시절에 베스파시아노는 1천 권이 넘는 책을 제작하고 판매했으며, 그의 서점은 인문주의자들의 토론과 만남의 장이 되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비롯한 15세기 유럽의 정치적·종교적 혼란과, 필사본에서 인쇄본으로의 이행이라는 지적 격동을 유려하게 엮어낸 『피렌체 서점 이야기』는 지식과 책과 서점에 대한 송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 사냥꾼 포조 브라촐리니가 먼지가 쌓인 서가에서 500년이 넘도록 발견하지 못한 퀸틸리아누스의 수사학 책이나 루크레티우스의 논고를 발견했을 때의 환희,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에 관한 우위 논쟁, 인쇄기의 등장 이후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플라톤 전집 발간과 플라톤이 서구사회에 수용되는 과정, 고대 철학자들의 헛소리는 무의미한 것이라며 필사본을 불태워버렸던 사보나롤라 수사의 ‘허영의 모닥불’과 인문주의자들과 사보나롤라의 토론 현장 등 지적 열정이 넘치는 당시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로스 킹
영국의 역사 저술가. 1962년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토론토 요크대학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예술과 역사에 관한 연구?저술 활동을 펼쳐왔다. 피렌체 예술 및 건축 유물의 보존을 지원하는 자선 단체인 ‘피렌체의 친구들’(FOF)의 학술 자문을 맡고,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영국의 디아트소사이어티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뉴욕 프릭 컬렉션, 워싱턴 국립미술관 등에서도 강의했다. 10여 권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우리말로 옮겨진 저서로는 논픽션 베스트셀러 《브루넬레스키의 돔》을 비롯해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파리의 심판》 등이 있다. rosskingbooks.com
📜 목차
1장 서적상 거리
2장 과거의 순수한 광휘
3장 경이로운 보물
4장 아르노강 변의 아테네
5장 동방에서 온 현자들
6장 책 탐식가 베스파시아노
7장 고서체
8장 고위층 친구들
9장 그리스 함락
10장 기적의 사내
11장 왕의 데카데스
12장 존엄과 탁월함의 운명
13장 플라톤의 혼
14장 “훌륭하고 박식한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게
15장 세 번 위대한 헤르메스
16장 신성한 글쓰기 방식
17장 고대 이래 최고의 도서관
18장 재림
19장 “피렌체인의 재간 앞에 어려운 것은 없다”
20장 모든 학자들을 위하여
21장 산 야코포 디 리폴리의 인쇄기
22장 운수의 반전
23장 “용사들이 쓰러졌구나”
24장 망각의 나라
25장 오트란토를 위한 애가
26장 “저희를 용서하시고 구하소서”
27장 대합大合
📖 책 속으로
상황은 곧 변할 참이었다. 1433년 과르두치는 베스파시아노 다 비스티치(Vespasiano da Bisticci)라는 열한 살 소년을 새로운 조수로 고용했다. 그리하여 베스파시아노는 책 제작자이자 지식상이라는 놀라운 경력을 시작하게 되었다. 머잖아 피렌체의 문인들은 가게 바깥 모퉁이가 아니라 가게 안으로 몰려들게 된다. 카르톨라이오의 세계, 양피지와 깃펜의 세계, 책상에 몸을 숙인 필경사들의 세계, 두툼하고 육중한 책들이 쇠사슬로 서가에 고정된 우아한 도서관들의 세계에서 베스파시아노는 지혜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일컬은 대로 ‘세계 서적상의 왕(rei de li librari del mondo)’이 될 운명이었으니까.
---「서적상 거리」중에서
처음에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했다. 책들은 끔찍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탑은 벌레가 들끓고 먼지와 곰팡이, 검댕으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세 사람은 라틴 고전이 이렇게 야만적인 취급을 받는 데 분통이 터져서 왈칵 눈물을 터트렸다. 수도원장과 수도사들은 “지옥에나 떨어질 인간쓰레기들”이었다며 루스티치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물론 이탈리아인들 역시 자신의 찬란한 유산을 홀대해왔다고 시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 안타까운 폐허 속에서 무려 500년 넘게 모두가 찾아 헤맸던 책을 발견했을 때 슬픔은 이내 믿을 수 없는 환희로 바뀌었다. 퀸틸리아누스의 《인스티투티오 오라토리아》의 온전한 사본을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 장크트갈렌에서 포조의 발견은 과연 획기적인 사건으로 널리 축하를 받았다. 이 발견을 전해 듣고서 브루니와 니콜리는 포조에게 다른 일은 모두 제쳐두고 그 필사본 사본 한 부를 피렌체로 보내달라고 채근했다. “오 경탄스러운 보물이여!”라며 브루니는 열광했다.
---「경이로운 보물」중에서
플라톤이 제시한 문제나 딜레마가 무엇이든 간에 플레톤과 과거 그의 제자인 바실리오스 베사리온─스승보다 훨씬 더 만만찮은 지성인─이 피렌체에 도착함에 따라 그 철학자는 새롭고 강력한 옹호자들을 얻었다. 바야흐로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늘에서 빠져나올 참이었다. 사실 여태까지 플라톤을 둘러싼 논쟁의 대부분은 스승을 트집 잡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평에 의해 규정되어왔다. 플레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차이점에 관하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을 샅샅이 검토함으로써 플라톤을 (특히 그의 형상론을) 결연히 변호했다. 플레톤은 스승에 대한 지적인 부채를 인정하지 않은 오만과, 플라톤이 아직 살아 있을 때 아카데미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학파를 세운 야심을 거론하며 아리스토텔레스를 공박했다.
---「동방에서 온 현자들」중에서
콜로폰(colophon)은 꼭대기나 정상을 뜻하는 그리스어(κορυφ?)에서 유래한 단어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마무리 손질’이나 ‘화룡점정’과 같은 은유적 의미를 띠게 되었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어떤 논쟁에 “콜로폰을 찍는다”라고 말했다. (…) 토마스 아퀴나스의 대작 《신학대전》의 일부를 필사한 필경사는 진이 빠진 승리의 함성으로 끝맺었다. “여기서 필경사에게는 엄청나게 길고, 장황하며, 지루한 도미니크회 토마스 아퀴나스 수사의 작품 2부가 끝난다. 감사, 감사, 신께 감사!” (…) 필경사들은 종종 독자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청하기도 했다. 이런 관습의 익살스러운 변형이 사라라는 어느 피렌체 수녀의 필사본에 등장한다. “이 경건한 삶을 읽는 사람은 누구든 나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주시오”라고 운을 뗀 뒤 “안 그러면 내가 죽은 다음 네 목을 조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고서체」중에서
1453년 오스만튀르크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세계 전역에서 주목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해에 작은 엽서 크기의 종이 쪼가리 형태로 또 다른 일이 일어났다. 주목을 덜 받았지만 콘스탄티노플 함락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더라도 그와 동등하게 중요한 일이 된다. 그것은 지식의 전파 방식을 영구히 바꾸어놓은 사건이었다. 1453년에 잠깐 출현한 뒤 이 종잇조각은 수 세기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1892년에 에두아르트 벡이라는 마인츠의 어느 은행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헤어 벡 (Herr Beck)은 마인츠대학 문서고에서 그 종이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아주 오래 전 마인츠의 어느 제본가가 오래된 문서를 보관할 판지 상자를 만들기 위해 재활용한 것이었다.
---「기적의 사내」중에서
1929년에 글을 쓰던 어느 프랑스 역사가에 따르면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신이 없는 중세”였다. 한 세기가 지나 이러한 명제를 받아들일 역사가는 거의 없으며, 인문학과 지상의 즐거움에 대한 잔노초 마네티의 헌신을 [종교적으로] 조금이라도 회의적이거나 반기독교적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르네상스인은 여전히 기독교도였으며, 심지어 경건한 기독교도였다”라고 역사가 리처드 트렉슬러는 주의를 줬다. 조금도 부끄럼 없이 고대 세계를 열렬히 옹호한 다른 이들, 이를테면 페트라르카나 니콜로 니콜리처럼 마네티는 신실한 기독교도였고, 그에게 이교도의 가르침이란 야심, 타락, 이기심으로 오염된 세계를 개혁하고 구제하기 위해 기독교적 앎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그들 모두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영혼을 구원하는 반면 고전 작가들은 문명사회를 구조하고 개선하고 지상의 삶에 즐거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었다.
---「존엄과 탁월함의 운명」중에서
🖋 출판사 서평
“가장 아름답고 유명한 로마의 딸” 피렌체,
르네상스를 만든 지식 파수꾼들의 놀라운 이야기
피렌체 르네상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성당과 교회 벽을 장식한 아름다운 프레스코화, 하얗게 빛나는 대리석 조각상, 우아한 건물, 보티첼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회화 등이 연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품과 건축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문주의의 태동이었다. 르네상스기 지식 혁명의 최전선에는 책 사냥꾼, 학자, 필경사, 서적상이 있었다. 이들은 수천 년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고대 지식의 발견과 전파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꾼 책벌레들이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브루넬레스키의 돔》의 작가이자 오랫동안 피렌체의 예술과 역사를 연구해온 로스 킹은 15세기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지식 파수꾼들의 이야기를 통해 르네상스의 탄생과 부흥을 추적한다. 루크레티우스 《사물에 본성에 관하여》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책 사냥꾼 포조 브라촐리니, ‘피렌체에서 가장 박학다식한 시민’으로 불린 장서가 니콜로 니콜리, 르네상스 초창기 대표적 인문학자 레오나르도 브루니, 학자들과 인문학의 재정적 후원자 코시모 데 메디치, 그리고 이들 활동의 중심에 있었던 서적상 베스파시아노 다 비스티치 등의 활약상을 담은 이 책은 지식과 책과 서점에 대한 송가라 할 수 있다.
“킹의 광범위한 지식이 총망라된, 놀라운 사실로 가득한 역작.” - [타임스]
“경이로운 스토리텔링, 눈부시고 유의미하며 흥미로운 작품.” - [월스트리트저널]
“책과 지식이 그 자체로 소중히 여겨졌던 시대에 관한 매력적인 연구.” - [북리스트]
“학문에 대한 찬사와 애도를 동시에 담아 아름답게 구성한 작품.” - 피터 마셜(《종교 개혁》 저자)
사라진 고대의 지식은 어떻게 다시 발견되었는가,
그리고 고대 지식의 재발견은 르네상스의 탄생에 어떻게 기여했는가
“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 책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며, 우리를 가르치고 위로한다.” ― 베사리온 추기경
스위스 역사학자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는 ‘르네상스’라는 관념을 창안한 불후의 명저다. 이 책을 쓰기 전 스승의 미술사 교본을 보완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했던 부르크하르트는 바티칸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읽게 된다. 15세기 피렌체 유명인들의 약전을 담은 그 책의 저자는 ‘피렌체인 베스파시아노’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부르크하르트는 시각 예술의 세계에서 책과 도서관의 세계로 관심 분야를 바꾸어 훗날 가장 이름을 날릴 역사서를 저술한다. 부르크하르크의 저서는 고대 저작의 재발견이 어떻게 ‘르네상스’를 탄생시켰는지에 관한 서사였으며, 이 뛰어난 테제는 15세기 피렌체 서적상 베스파시아노의 저술에 크게 의존한 것이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루크레티우스 등 고대 철학자들의 지혜는 어떻게 오늘날까지 전달될 수 있었을까? 15세기 피렌체를 들여다보자. 그곳에는 벌레가 들끓고 먼지와 검댕이 쌓인 서가를 뒤지며 희귀 필사본을 찾는 책 사냥꾼들, 고대 그리스어를 라틴어로 옮긴 학자들, 부지런히 깃펜을 움직이며 보기 좋은 서체로 책을 필사하는 필경사들, 지면의 빈 공간에 정성스레 금박을 붙이고 장식 그림을 그리는 채식사와 세밀화가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주선하고 감독한 서적상이 있었다.
모든 책이 손으로 만들어지던 시절에 서적상 베스파시아노는 1천 권이 넘는 책을 제작하고 판매했으며, 그의 서점은 인문주의자들의 토론과 만남의 장이 되었다. 그가 만든 책은 고대 지혜를 담는 그릇이자, 공동체 전체가 그 지혜를 누릴 수 있도록 도서관의 장서가 되었다.
베스파시아노, 그는 누구인가
시골 농가 출신의 소년이 ‘세계 서적상의 왕’이 되기까지
《피렌체 서점 이야기》에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설렘을 느낄 만한 보물 같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 사냥꾼 포조 브라촐리니가 먼지가 쌓인 서가에서 500년이 넘도록 발견하지 못한 퀸틸리아누스의 수사학 책이나 루크레티우스의 논고를 발견했을 때의 환희,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에 관한 우위 논쟁, 인쇄기의 등장 이후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플라톤 전집 발간과 플라톤이 서구사회에 수용되는 과정, 고대 철학자들의 헛소리는 무의미한 것이라며 필사본을 불태워버렸던 사보나롤라 수사의 ‘허영의 모닥불’과 인문주의자들과 사보나롤라의 토론 현장 등 지적 열정이 넘치는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들 활동의 중심에 서적상 베스파시아노가 있었다. 시골의 가난한 농가 출신의 베스파시아노가 ‘세계 서적상의 왕’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는, 책을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들던 시절의 땀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물리적 공정과 함께하는 여정이었다. 이탤릭체·신고서체·고딕체 등 보다 읽기 좋은 서체를 개발하기 위한 필경사들의 노력, 오역을 피하기 위한 번역가들의 치열한 논쟁, 거대한 성당 지붕에 펼쳐진 프레스코화를 손바닥만 한 지면의 빈 공간에 구현하는 세밀화가들의 섬세한 솜씨, 이 모든 것이 정교한 과정 속에 합쳐진 채식 필사본은 차라리 한 편의 예술작품에 가까웠다.
현재 베스파시아노의 흔적은 피렌체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의 서점은 피자 가게가 되었고, 그의 이름은 산타 크로체 성당의 작은 명판에 새겨져 있을 뿐이다. 베스파시아노가 만든 필사본은 유럽 전역에 널리 퍼져 있지만, 그의 역할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1788년에 출간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각주에 ‘피렌체의 베스파시안’으로 그 이름이 잠깐 등장할 뿐이다.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각주로도 등장하지 않을 인물들을 책에 등장시켜 그들의 노고도 기록한다. 수도원 인쇄소에서 식자 스틱에 가지런히 활자들을 배열하는 수녀, 인쇄된 소식지를 판매하는 거리 행상, 맹인 가수 같은 이들 말이다.
인쇄본의 등장 이후 베스파시아노의 사업은 그의 노년과 함께 저물었지만, 그가 남긴 15세기 유명인들의 약전 《103인 명사들의 생애》는 피렌체 르네상스의 광범위한 지평들을 드러냈고, 그 지평들은 우리 시대까지 이어졌다.
“모든 악은 무지에서 생겨난다. 하지만 작가들은 어둠을 몰아내고 세상을 밝게 비춰왔다.” ― 베스파시아노 다 비스티치
어둠을 몰아내고 세상을 비춘 책과 작가들의 찬란한 나날들
《피렌체 서점 이야기》는 인문주의자들의 활약과 더불어 15세기 유럽의 정치적 혼란과 암투, 종교 갈등, 전쟁 등의 역사적 배경을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다.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십자군 원정, 피렌체의 정치적 지배자 가문인 메디치가와 파치가의 갈등, 군주들의 기행과 권모술수 등은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전하는 동시에, 그런 난맥상 속에서도 책은 만들어지고 지식의 여정은 계속되었음을 증언한다.
“이 망각의 잠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으리라. 어둠이 걷히면 우리의 손자들은 과거의 순수한 광휘를 받으며 다시 걸으리라.” ― 페트라르카
빈곤과 기근, 잔혹한 폭력이 난무하던 중세에 지식인들은 고대 로마인의 지혜를 재생해 시대의 어둠을 물리치고자 했다. 지혜를 사랑했던 인문주의자들과 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의 일대기는 지식과 학문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르네상스기의 낭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