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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장모의 죽음을사진에 담은 작가
최광호 사진작가를 12월 6일, 홍대 상상마당 열린포럼에서 처음 뵈었어요. 그는 포럼 내내 틈이 생기면 사진기로 관중들을 계속 찍더군요. 그러면서 동영상 촬영도 했지요. 그러한 개구쟁이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포럼하면서 한 말들도 무척 인상 깊었지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 예수와 석가, 함석헌이라고 하니까요.
그는 사진전 50회를 넘게 한 유명사진작가지요. 검색창에서 최광호를 치면 수없이 정보들이 쏟아지죠. 그는 이달 13일부터 ‘인간풍경’을 주제로 펼쳐지는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에도 참여하고 있고 24일부터 30일까지 포토그램 ‘생명의 순환’을 준비하고 있지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최광호 사진작가를 12월 18일,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구서울역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선생님을 스스로 소개하신다면?
"저는 하고 싶은 것을 다해봐서 언제 죽어도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최근에 달을 봤는데 아주 예쁘더라고요. 그 달이 40년 뒤에 또 뜬대요. 그래서 90살까지는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웃음)"
-사진작가를 하시면서 경제형편 때문에 어려운 적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막노동해서 번 돈으로 사진을 찍었지요. 돈이 없을 때는 공동묘지에서 술병 주워다 팔기도 했어요. 뒤풀이 끝나고 돈 걷을 때 “쟤, 최광호는 또 돈 안내니?”라고 크게 소리칠 때는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요. 딸이 돈 달라고 할 때 마음껏 못 줄 때 씁쓸하고요. 또, 저는 지금도 어머니랑 싸우는데(웃음) 어머니가 “넌 내게 용돈 준 적 없잖아.”라고 하시기도 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욕구가 제일 중요해”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재미가 있기 때문이에요. 하고 싶은 욕구가 제일 중요해요. 먼저 욕구가 있으면 그만큼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하는 것은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돈이 없어도 난 할 수 있어.’ 생각을 해야 돼요. 안 된다는 가정에서 시작하지 마세요. 돈이 행/불행을 좌우하지 않아요. 조금 불편할 뿐이에요. 하고 싶은 걸 정해야 해요. 저는 사진 말고 책 사고 술 먹는데 빼고는 다른데 쓰지 않습니다."
-돈에 대해서 초탈하신 듯싶으시네요.
"제가 <뿌리깊은 나무>사진기자할 때 월급을 20만원 받았어요. 당시 충무로에서 사진작업 하던 분들이 3~4만원 받았으니 엄청난 돈이었죠. 이 때 가장 많이 벌었어요. 물론 잘 벌 때는 많이 법니다. 85년 일본유학 갔을 때 한 달에 100만 엔 벌기도 했어요.
그러나 그때까지 모은 돈을 아내의 친한 언니가 가져가 버리는 일이 생겼지요. 그때, ‘돈주인은 따로 있구나.’ 라는 걸 느끼고 돈 벌려고 이젠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요. 동신대학교 교수를 그만두고 한 푼도 못 벌 때도 많이 있습니다. 경제 형편은 궁핍했지요. 온몸으로 체험했어요.
그래도 35년 간 사진작가를 했습니다. 25년 쯤 되었을 때 뭔가 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세상이 도와주는 구나’라는 게 25년 정도 작업하니까 느껴져요. 작품을 하는 게 아니라 몸에 답습되는 것처럼 작업 스스로 이루어지는 거죠. 꾸준히 하면 삶의 스타일이 나와요."
최광호 사진작가
“돈 노리면 작품도 나오지 않고 돈도 오지 않아”
-팔리는 사진을 찍으시려는 유혹은 없으셨나요?
"팔릴만한 것은 다 팔리는데 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안사더라고요.(웃음) 돈이 예술을 만드는 요소가 커졌어요. 무의식중에 어떤 게 팔리는지 알고 그게 작업하면서 드러나는 게 있어요. 나다운 걸 버리고 팔리는 걸 하게 될 수가 있지요.
그러나 돈을 무서워하거나 집착하면 확 변해요. 돈 집착을 놓으면 경제 형편상 여유는 없겠지만 제가 원하는 세상을 살 수 있어요. 자신의 것을 지켜가는 게 중요하지요. 돈 노리면 작품도 나오지 않고 돈도 오지 않아요. 자유로운 정신에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가정도 있으신데, 자유로운 정신을 추구하시면 가정이 걸림돌이 되지 않나요?
"가정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어요. 가정은 작업에 도움이 됩니다. 27살에 결혼했는데, 결혼 안했다면 결혼사진집이나 가족이란 사진전은 없었겠지요. 돈이 없어서 가족 찍은 거지요. 그래도 이만큼 되어왔듯이 예술작가 되려면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설정을 해야 해요. 그러면 즐겁게 신나고, 어려움을 넘어 설 수 있어요. 돈이 없어도 극복하는 힘이 생겨요."
-사모님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랑은 아주 신나는 것. 샘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 떨리고 두근두근하고 첫눈에 반해 그런 게 없었다는 것뿐이에요. 사랑하기 때문에 사는 건 모르겠고 살아가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죠. 처음 만나서는 사랑을 했겠지요. 그런데 이게 길지 않았다는 거예요. 사람으로서 이게 ‘사는 거구나’ 느끼고 더불어 사는 거지요, 사는 건 그냥 서로 아끼고 존중하고 말 그대로 사는 것이죠. 그렇게 살아가는 거예요."
사진전 '가족' @최광호
-그렇다면 남편으로서 최광호, 아빠로서 최광호 어떤가요?
"남편 최광호는 경제로 보면 0점이죠. 일정한 경제 수입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빠 최광호로서 식구들이 좋아해요. 존경한다고 딸이 그래요. 그런 부분을 믿고 행복해요. 가정에 압박이 있었지요. 최선을 다했고 집사람이 잘 이끌어줬어요.
제가 돈을 벌지는 못해도 부지런하게 살아요. 아내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기에, 대단해서 봐준다고 농담을 하지요. 너무 열심히 하기에 용서가 되는 거죠.(웃음) 스스로 하는 거에 최선을 다해요. 그게 저에게는 사진이지요."
“늘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여기는 습관”
-언제 가장 힘드셨나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돌이켜보면 절박한 상황도 느껴지지만 힘들 때는 늘 지금이에요. 이제 다음 작업을 준비해야 하지요. 재료를 왕창 사야하는데 돈이 없어요. 늘 지금이 힘든 거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여기는 습관이 있어요. 저는 주어지는 것만큼 충실히 해요. 그래서 밤에 잠 안자고 작업으로 밤을 꼬박 샐 때가 많아요.
저는 어려움 겪을 때 작업량을 2~3배 늘려요, 좋은 작업 나오면 힘든 것도 몰라요. 요즘도 1주일 4-5일, 새벽 3~4시에 집에 들어가요. 무리하면 일주일 내내 그러기도 해요.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이 나요. 제 취미가 잠자기에요. 잠깐 머리만 대면 자지요. 작업이 즐거우므로 버텨가는 거예요. 어려움이 오면 사진으로 극복하는 거지요."
-예수, 석가, 함석헌 선생님에게 자극을 받는다고 하시는데 종교가 있으시다면?
"종교는 기독교에요. 그렇다고 편협하지 않아요. 저는 지구 지성인으로서 예수, 석가를 생각합니다. 한 인간으로 봐도 이럴 수 있나 대단한 분들이죠. 방법은 다르지만 부처가 말하는 깨달음의 세계와 예수가 말하는 천국의 세계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건방진 얘기지만 예수와 석가를 신이 아니라 인간으로 닮고 싶어요. 나도 그렇게 살고 싶고 상상의 꿈 펼치고 싶어요.
제가 다니는 교회는 배타적이지 않아요. 공존하는 의미 담겨 있지요. 저 역시 싸우는 거 싫어해요. 종교는 다 특색 있어요. 네께 나쁘고 내께 좋다 그게 문제가 되는 거지요. 모든 종교는 살아서 행복하도록 힘을 줘야 하고 그것이 저에게 영향을 주지요. 저는 죽음 이후가 두렵지 않아요, 열심히 사는 것, 이게 중요해요."
사진전 '가족' @최광호
-선생님에게 종교는 사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
"지금까지는 사진이 종교였다면 종교는 조금 더 나은 세계를 열어가는 방법으로 의식을 확장시켜주죠. 저 중심 생각으로 생각했다면 예수, 부처 그리고 이 세상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의식 확장이 행복이란 것으로 옵니다. 그렇게 아름답게 철저하게 살고 죽는 거지요. 삶의 한 가운데에 그것이 영향력이 있으니까요."
삶과 죽음은 순환, 장인 장모의 죽음을 사진에 담아
"24일부터 열리는 포토그램도 생명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사진전입니다. 물은 녹고 흐르고 꽃은 피고지고 계절은 순환되지요. 태어남과 죽음이 순환하는 생명을 작업 하였죠. 제가 올해 연 사진전 ‘가족’도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거죠. 가족도 삶에서 가까운 곳에 있지만 진정으로 타인이죠.
그래서 가족을 선택했어요. 장인 장모님의 죽음을 사진에 담았지요. 죽음이라는 사후 세계는 이 세상과 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열심히 살면, 최선을 다하는지가 중요하지요. 행복한 것이 이 세상 삶이고 목적이에요."
-올해 매그넘 사진전이 있었습니다. 매그넘 사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명한 사람들이 찍어서 유명한 거지 거기 걸려있는 게 다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그넘 사진은 어떠한 사건이나 일을 세상에 알리려는 사진이 많지요. 순수작품으로 보면 개성 있는 게 가장 훌륭한 작품이에요. 스스로 감동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지요."
-선생님은 보는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고 작업을 하시나요?
"전 사진가에요. 그렇기에 사람들이 사진을 보면서 행복하길 바라면서 작업을 합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기 위한 작업을 해요. 바이러스는 전염이 되잖아요. 전 해피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싶어요. 자연의 현상을 사진 통해서 보여주어 사람으로부터 ‘좋다’라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저는 은유법 안 써요. 분명하길 원해요, 그래야 와 닿아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단순하게 생감 담기도록 사진을 찍습니다. 제 주요 작업이 생명 본질을 다루는 거예요. 삶의 진실한 모습을 가족을 통해서 봤고 이번에 기획한 포토그램에서는 자연생명체, 그러한 요소들로 생명확인하고 싶고 사람에게 다가오도록 작업했습니다."
“진짜, 이거 하고 싶니?” 솔직하게 자신에게 물어야
-젊은이들이 예술가를 바라지만 앞날이 불안정하여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스로에게 감동하길 바랍니다. 내가 감동하지 않은 채 남에게 보이는 것은 사기에요. 감동하다보면 천재가 될 수 있어요. 스스로 천재가 되길 바랍니다. 겸손함을 바탕으로 자존감을 갖고 살아야겠지요.
그리고 너무 돈, 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가 돈, 돈 하잖아요. 돈이 적으면 불편할 뿐이지 할 만큼 한다는 거죠. 자신이 뭐하고 싶은가, 지향점은 뭔가, 자신이 원하는 길로 들어갈 수 있게 물어야 해요. 욕구가 강하면 아무리 다른 유혹이 끌어들여도 자기 것을 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진짜, 이거 하고 싶니?’
자신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자기가 살아있기 때문에 세계가 움직여요. 세계가 존재하기에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니고 내가 존재하기에 세계가 존재하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최광호 사진작가
최광호 사진작가 얘기를 들어보니 무게 중심이 꽉 잡혀있는 예술가의 모습이네요. 수업하다보면 학생들이 철학수업인지 모르겠다고 한대요. 그 정도로 주제의식이 뚜렷하네요. 그는 요즘 동영상에 매료되어 있어요. 사진 한 장보다 현장을 더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고민중이래요. 사진과 동영상을 섞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중이시라네요. 그것이 자신만의 영화, 자신만의 동영상,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겠지요.
그와 함께 사진전을 둘러보았습니다. 눈에 띄는 사진들이 많더군요. 그 가운데에서 최광호 작가가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장인/장모님의 마지막을 15장의 사진에 담았지요. 죽음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에서 장인장모님이 이승 떠나는 순간을 찍은 사진은 아주 강렬하네요.
지금까지 끝없이 사진을 새롭게 갈고 닦아왔으며 스스로 하는 거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왔다는 그는 겸손하면서도 당당하더군요. 스스로 감동하지 않은 작품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면 사기라고 생각하는 최광호사진작가, 날마다 새벽까지 작업을 매달려도 자신이 좋아하기에 힘이 난다는 최광호사진작가를 보면서 장인정신을 배우게 되네요.
<당신 덕분에 꽃이 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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