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소를 짓는 듯 웃는 모습의 상괭이
상괭이는 고래목 이빨고래아목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여섯 종(상괭이, 쇠돌고래, 바키타, 안경돌고래, 버마이스터돌고래, 까치돌고래)의 돌고래 중 하나다. 분류학상으로 보면 돌고래지만, 고래(whale)나 돌고래(dolphin)와는 별도로 포포이스(porpoise), 또는 등지느러미가 없어 핀레스 포포이스(finless porpoise)라는 이름으로 구분된다.

상괭이는 고래목에 속하는 돌고래 중 하나다.
머리가 뭉툭하고 등지느러미가 없다
상괭이는 앞으로 튀어나온 주둥이가 없고 둥근 앞머리 부분이 입과 직각을 이루고 있어 일반적인 돌고래와는 겉모습이 다르다. 머리가 움푹하며 가슴지느러미가 달걀 모양이고 등지느러미 대신 높이 약 1센티미터의 융기가 꼬리까지 이어져 있는 모습도 돌고래와의 차이점이다. 크기도 상괭이는 1.5~1.9미터 정도까지 자라지만, 대개의 돌고래는 1.4~10미터로 평균 2미터 넘게 자란다.

상괭이는 돌고래류로 분류되지만 대개의 돌고래와는 달리 주둥이가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등지느러미가 없다.
수심 얕은 연안에 두세 마리씩 모여 산다
2~3마리씩 가족 단위로 다니는 상괭이는 보통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산다. 주 서식지는 우리나라 서해를 비롯해 인도-태평양의 온난한 해수역 또는 하천 지대로 그 범위는 일본 북부에서 페르시아 만에까지 걸쳐 있다. 특이한 점은 바다뿐 아니라 아시아 대륙의 많은 하천에도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과 2015년 4월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와 양화지구 근처에서 상괭이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상괭이가 하천에서 발견되었다는 기록은 과거 역사에도 등장한다. 태종실록에 있는 “큰 물고기 여섯 마리가 밀물을 타고 양천포로 들어왔다”라는 기록이 그것이다. 중국의 양쯔강 같은 큰 강의 경우 바다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진 상류에서도 상괭이가 목격되었다고 한다.
바다뿐 아니라 하천에서도 상괭이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염분 농도가 낮은 수역에도 적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고래연구소 측은 ‘돌고래는 물과 관계가 적은 동물이기 때문에 민물에서 어느 정도 기간은 충분히 생존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상괭이의 주 서식지는 우리나라 서해를 비롯해 일본 북부에서 페르시아 만까지 걸쳐있다.<출처: www.cms.int>
한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를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005년 서해에 사는 상괭이 수를 3만 6,000마리로 추정했다. 상괭이는 어렸을 적에는 새우류를 먹다가 커서는 주꾸미, 꼴뚜기, 흰배도라치, 청멸 같은 다양한 어류를 먹는다. 상괭이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달은 3~6월인데 서해에 새우어장이 생기는 시기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빛에 광택 난다’ 하여 붙은 이름, 상괭이
상괭이는 예로부터 흔하게 발견되던 종이다 보니 지역에 따라 쌔에기, 슈우기, 무라치, 물돼지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자산어보]에는 상광어(尙光魚)로, [동의보감]에는 물가치로, [난호어목지]에서는 이들이 호흡할 때 내뿜는 소리를 명칭화하여 슈욱이라 적고 있다. 지금의 상괭이라는 이름은 자산어보의 상광어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수면으로 드러난 몸이 물빛에 반사되어 반들반들 광택이 난다 해서 붙여진 것이라 추정해볼 수 있다.
일부 문헌에서 상괭이를 표기할 때 쇠물돼지라고 병기하고 있는데 돌고래를 중국에서 해돈(海豚)이라 적는다고 물돼지로 병기하지 않듯이 구태여 상괭이라 적으며 쇠물돼지를 병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최근 들어서는 상괭이 얼굴이 미소 짓는 듯 보인다 해서 ‘웃는 고래’, ‘미소 고래’라는 친근한 별칭이 붙기도 했다.
‘웃는 고래’, ‘미소 고래’라는 친근한 별명이 붙은 상괭이
불법어업과 혼획으로 멸종위기에 몰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태안 유류 유출사고가 난 2007년 12월부터 1년 동안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유류 오염 생태계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해역에서 모두 96개체의 상괭이를 관측했는데 당시 조사과정 중 상괭이 9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었었다. 그런데 우리 바다에서 상괭이에게 가장 큰 위협은 다른 고래와 마찬가지로 혼획(混獲, by-catch), 즉 그물에 걸리는 것이다. 혼획의 사전적 풀이는 ‘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우연히 다른 종(種)이 걸려 어획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정부의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가 혼획으로 죽은 고래에 대해서는 상업적 유통을 허용하고 있어 혼획을 빙자한 고래잡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13년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회에서 펴낸 연례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래류 가운데 상괭이의 혼획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실제로 2017년 1월 12일 울산해양경비안전서의 발표에 의하면 2011~2015년 우리나라 해상에서 혼획되거나 포획돼 죽은 고래류는 9,710마리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상괭이가 6,573마리로 전체의 67.7%를 차지했다. 매년 1천 마리 이상의 상괭이가 불법어업, 혼획 등으로 희생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혼획된 상괭이의 상당량이 밍크고래로 위장되어 판매되고 있다. 수요와 판매망이 있으니 공급이 따른다는 단순한 경제논리가 상괭이의 희생으로 연결되고 있다.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근해의 상괭이 개체수는 2005년 3만 6,000여 마리에서 2011년 1만 3,000여 마리로 64% 가량 급격히 감소했다.
상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의 보호종으로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개체수가 줄어들어 상괭이를 지키기 위한 국민적 관심과 보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사진은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다.
국민적 관심 받는 상괭이 구조와 방류
해수부는 2017년 2월 2일 경남 거제시 능포항 외해에서 2016년 구조된 상괭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2016년 12월 정치망에 갇혔다가 구조된 상괭이다. 당시 꼬리지느러미에 상처를 입고 탈진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부산의 ‘Sea Life 아쿠아리움’으로 이송된 후 한 달간의 치료 끝에 자연 방류가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다.
이번에 방류된 상괭이에게는 ‘새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는 국민들에게 복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따금 상괭이 구조 및 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13년에는 경남 욕지도 인근에서 구조된 ‘누리’와 ‘마루’가 욕지도 해상에서 방류되었고, 2014년에는 거제도 앞바다에서 구조된 ‘바다’와 ‘동백’이가 진도 앞바다에서, 2015년에는 부산시 기장군 앞바다에서 구조된 ‘오월’이가 거제 앞바다에서 방류되었다.
(왼쪽)부산의 ‘Sea Life 아쿠아리움’에서 회복 후 욕지도 해상으로 방류를 앞둔 ‘누리’와 ‘마루’가 아쿠아리스트와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상괭이 누리와 마루가 욕지도 해상에 방류를 앞두고 경남 통영 해상가두리에서 바다에 적응 중이다.
해양 포유류인 상괭이는 다른 고래와 한가지로 허파 호흡을 해야 한다. 만약 그물에 걸려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면 질식사하게 된다. 구조된 상괭이가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것은 그물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쳤기 때문이다. 그물에 걸려 있거나 해안가로 밀려온 상괭이를 비롯한 해양동물을 발견하면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즉시 해양긴급신고전화 122번으로 구조요청을 해야 한다.
(왼쪽)2016년 12월 거제도 해역 정치망에 걸린 채 탈진한 상괭이를 구조요원들이 구조하고 있다. 구조된 상괭이는 한 달간의 치료 및 회복기간을 거쳐 2017년 2월2일 거제 해역으로 방류되었다. (오른쪽)치료 및 회복을 마친 상괭이가 바다로 돌아가고 있다. 아쿠아리스트들이 상괭이를 안전하게 방류하기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
- 글∙사진
- 박수현| 국제신문 기자
-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하고,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남극, 북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2,0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다동물의 위기탈출],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괭이 -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 (이미지 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