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죽
연말연시하면 자연스레 동지(冬至)와 성탄절(聖誕節)이
떠오른 다
바늘이 가면 실이 가고 실이 오면 바늘이 오듯이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도 동지이지만 무엇보다
팥죽이 떠오른 다
어제 저녁에 아내가 팥을 사가지고 왔길래 올해는 팥죽을
쑤어주는가 싶어 입가에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에 밥상을 보니 웬걸 찹쌀밥을 주는 게 아닌 가
나는 팥죽을 먹고 싶은 이유가 예전에 아주 춥던 동짓날
허리 굽혀 팥죽 쑤시던 어머니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팥죽이란 자주 먹는 음식도 아니고 일 년에 고작 한번 뿐이라
생각이 난다
아내가 시장에 나가서 팥죽을 사먹고 오라며 이야기를 한 다
사실 팥죽 쑤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라 이해를 할 수밖에
없다
팥죽이 생각나서 오후시간에 재래시장 두 곳을 돌아보니
팥죽 파는 곳이 보이지 않는 다
불과 몇 해 전 만 해도 시장을 돌다보면 여러 군데가 있었는데
없는 것 보니 우리네 경기(景氣)가 어떤지 실감이 간 다
사실 팥죽 한 그릇에 만원을 하더라도 먹고 싶어 시장에 왔는데
괜히 허탈감(虛脫感)이 생긴 다
그냥 빈손으로 집에 갈수가 없어 떡집에서 가래떡 만원어치를 사고는
발길을 돌렸다
사실 팥죽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전통음식이라
그리워진 다
예전에 어머니가 가족의 액운을 막으려 잡귀가 싫어한다는
붉은 팥죽을 쑤어다 집안 구석구석까지 뿌리시던 모습이 생각난 다
해마다 동짓날이면 귀한 찹쌀 구해다가 옹심이도 빚어 넣고
팥죽을 쑤시던 어머니는 찬바람이 스며드는 재래식 부엌 가장자리
무쇠 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던 모습이 가슴에 저며 온 다
그래서 어머니의 손길이 스며든 동짓날 옹심이 붉은 팥죽이 생각나서
잊지 못한다
만약에 아내가 자식들이 팥죽을 쑤어 달라고 한다면 깊어가는 밤이라도
해줄 것 같다
내가 늙어가는 육체(肉體)의 모습 처량하기 그지없네 ...... 飛龍 / 南 周 熙
첫댓글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