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일기] 2010년 8월 15일 -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가토]

정신 없는 한주였습니다. 체력 급강하로 어떻게 한주가 지났는지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기운만 없고 말았지만 기르는 말티즈 강아지 '은비'는 응급으로 동물병원 신세를 세번이나 졌으니

아무래도 올해는 우리집 수컷(?)들이 단단히 혼나는 해인가봅니다.

평소보다 호흡도 가빠지고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기운도 없고 밥을 안먹기 시작하더군요.

가슴에 귀를 대보니 숨소리도 심박소리도 이상해서 부랴부랴 일요일에 응급으로 데려갔는데

다녀와서부터는 혈변을 보기 시작하고 죽을둥 살둥 하다가 목요일부터 나아져서 이제는 또 제법 짖기 시작합니다.

같이 태어난 5마리중에(말티가 5마리 출산이 가당키나 한지.. ^^;;) 제일 약한 한 녀석이 태어나자마자 죽고

그 다음으로 약한 이 녀석을 차마 다른 집으로 보내지 못해 제 어미 '은실이'이름을 따서

은비라고 지어 우리 곁에 기른지가 9년이 되어갑니다. 지 형제중에 제일 작게 태어나서

덩치도, 몸속의 장기도 작아서 잔병치레도 많고 체력도 약해 이제 해가 갈수록 아프기만 하면 걱정이 더해갑니다.

오늘 이야기 주인공이 은비냐구요? 아닙니다. 오늘 주인공은 이녀석입니다.

동물병원 터줏대감 '금돌이'입니다. 금돌이는 은비와 같은해에 태어났는데 오른쪽 앞다리가 없이 태어나서

태어나자 마자 주인에게 버림을 받아야했습니다. 거기다 은비보다 더 약하게 태어나서 누가 쉽게 맡아 기르지

못할 상황이었지요. 만약 은비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금돌이가 우리집으로 올 수도 있었는데

동물병원 원장님 친척집으로 입양이 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약 6년후, 파양이 되어 동물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녀석의 필살기는 위의 사진과 같이 반짝반짝 사랑해줘 눈빛 레이져 광선입니다.

당해본 경험으로는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 보다 더 강합니다 ^^

금돌이는 한쪽 다리가 없기때문에 조금만 체중이 늘어도 디스크로 고생하게 됩니다.

거기다 신장이 약해서 사료나 간식도 아무것이나 먹지 못해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갈때마다 해줄 수 있는건 우리 강아지들이 진료나 미용을 받고 있는동안

품안에 꼭 안고 다독여주는것 뿐입니다. 그러면 이녀석이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사실 요즘 마음고생이 좀 있었습니다. 카페문제는 아니구요.

열심히 뛰고 일을 하다가 일을 손에서 놓은 시간이 길어지니 형언 할 수 없는 공허감 같은것도 좀 생기더군요.

아무래도 술을 잘 못 마시게되니 친구들과의 만남도 줄어들고 친구들도 괜히 미안해서인지 자리가 있어도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인간관계와 소통의 폭이 좁아지고 서서히 단절되어 가는 느낌이

상당히 슬프더군요. 그렇다고 친구들을 원망할수는 없습니다. 제 몸 생각해서 그러는건데 그럴수는 없죠.

새로 직장을 구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역시나 건강문제는 걸림돌로 자리잡더군요.

요즘 흔하디흔한 갑상선 암이지만, 채용담당자들이나 오너에게는 적잖이 부담이 되긴 되나봅니다.

저도 관리자 입장이었었기에 충분히 이해는갑니다. 혹시나 위암이나 간암같은 산재로 인정될만한 병으로

재발하지는 않을까, 잘 일하다가 몇달 안되어 그만두지는 않을까, 자주 빼먹고 병원 다니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하게 되니까요. 직장이야 뭐, 조금 더 기다리면 좋은 자리가 또 나오겠죠.

사실 제일 큰 걱정은 확실히 머리도 몸도 예전 같지 않다는것입니다.

40분에 주파하던 등산로를 1시간 반 이상 쉬엄쉬엄 가야하고

손을 쓰는 일도 전 같지 않아서 종종 공구나 연필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는군요. 오타도 많아지구요.

제일 마음 쓰이는것은 기억력이 자꾸 떨어지는것과, 글을 읽고 쓰는 집중력과 속도가 떨어지는것입니다.

책한권 잡으면 다음 식사시간까지 화장실도 안가고 보던 사람이

세페이지만 봐도 눈이 힘들어서 쉬엄쉬엄 봐야하니 죽을맛입니다.

(사실 이 글도, 화요일부터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지만 이런것들이 자주, 매일 반복되다보니

내가 과연 현업에 복귀해서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자신감을 점점 떨어지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종종 오락~가락하는 미각은 과연 내가 와인과 음식을 계속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남깁니다.

근 8년동안을 한눈 팔지 않고 이루어 왓던 일을 어쩌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상실감이

별이 보이는 베란다에서 저를 한숨짓게 만듭니다. 

아, 이래서 집안에 오래계시고 나이들어 가시는 어머니들이 우울증이 생기시는구나....

아, 이래서 장기 요양 환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약해져가고, 사람들을 그리워 하는구나..... 하고

요즘 많이 느낍니다.

그렇게 혼자 마음 앓이 하고 있을때, 또 이 녀석이 눈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아마도 품안에서 들은 제 심장소리에 모든것을 읽은걸까요?

평소보다 더 초롱초롱하고 예쁜눈으로 저와 눈을 마주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것 같습니다.

나도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는 본디 2000년 즈음 출판된 오히라 미쓰요씨의 책 이름인데

왜 그 눈빛에서 이 책 제목을 떠올리게 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번주에 네번이나 동물병원을 오가면서, 은비는 원장님에게서 몸 치료를,

저는 이렇게 금돌이에게서 마음치료를 받고 왔습니다.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해야할지, 아니면 다른 훈련을 통해 감각을 복구해서 이 일을 계속할지,

혹은 독일 친척집으로 장시간 좀 떠나 있을지 머릿속에서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지금 제일 잘 할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결론으로 새 일을 찾을때까지 열심히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즐겁지 않으면 하지마라"라고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시기에 무언가 즐거운 다른 일이 생길때까지

가장 즐거운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아, 한가지 작지마 반가운 소식. 은비의 마지막 진료날, 동물병원에 경향신문이 들어왔습니다.

원래 조중동은 없고 한국일보와 지방지만 보던곳인데 틈틈히 이야기한것이 드디어 통했나봅니다.

맨 왼쪽의 모 인사 얼굴과 맨 오른쪽의 집먼지 진드기 사진이 참 닮아 보이는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다음주에는 아시는분이 하시는 한의원으로 진료받으러갑니다.

전에 잠깐 들려보니 중앙과 동아를 보고 계시더라구요.

이달 안에 바꾸시게하고, 인증샷 또 올리겠습니다.

새로운 한 주도,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가토]

아..... 역시 갈수록 글이 두서가 없어집니다 .... ㅋㅋ

[老松]

맞네 역시 갈수록 두서가 없어지네....나보다..더.......// 그짓말도 허먼 자
꾸 늘어요....노르만 휘일씨가 쓴 적극적 사고...란 책을 본뒤..난 그병이 없어짐.

[즐왕]

그래도 늘 감동이오..

[종이봉지]

길긴 해도 술술 읽혔는데요^^ 울 가토님 정말 예뻐요

[가토]

저보담도....강아쥐들이 이쁘겠지요 ㅎㅎ

[제발좀 바꿔보자]

두서가 없다는 느낌 보다는 가슴 밑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따스함이 훨씬 더 많이 느껴진다네.

[기찬종]

두서 없는지는 몰라도 부드럽게 읽혀지네요..
나이에 맞는 건강 하루 빨리 회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대표 김성균]

경향신문 구독하게 만드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엄청난 성과입니다.

[가토]

1주일에 한개씩만 작업해 볼랍니다. ^^

[대표 김성균]

무지하게 힘든 일입니다. 목표를 낮춰야 실망하지 않습니다.

[물보라0425]

와 하하하~드뎌 경향!님은 엄청 이쁜 엄살쟁이어염!

[가토]

앗... 부끄럽삼니다.

[삼성불매오리아짐]

가토님/ 댓글을 잘 달지는 않지만 항상 님의 글은 잘 보고, 글 참 잘 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모습도 너무 이뻐보이구요.
무엇보다 중요한건 건강입디다.
아파보니 건강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고나 할까요?
건강합시다. 우리.....

[가토]

네 역시 건강이 최고의 스펙인것 같습니다 ^^

[제발좀 바꿔보자]

그저 늘 하는 이야기지만 조금씩이라도 호전되어 가는 가토의 모습이 보고싶다네.
금돌이가 정신적으로 많은 위안을 준다 하니 그래도 조금 안심이 되는구만.

[가토]

한 1년은 좀 힘들다고 하는군요 ^^ 올 겨울까지 지나면 이제 완전히 좋아질거라 믿습니다.

[곰도리 *]

가토님 글잘봤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 하지만 시간이가니 차츰 컨디션좋아지네요 가장중요한것은 마음같습니다 뭔가에 물두해서 자기일을 하는것이 낫다고합니다 슬픔이 가득한 금돌이의 눈빛이 짠합니다 잔정이 묻어나는 가토님의 마음도 생활속에 실천하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가토]

몸보다 종종 급 우울해지거나 평소보다 짜증이 10배20배 될때가 제일 힘든것 같습니다. 역시 일의 소중함을 요즘 부쩍 느끼고 있습니다 ^^

[거봉포도]

강아지를 하는 가토

[가토]

강아지를 사랑하는 고양이~ 요거 그림 좀 되지 않습니까?? ㅋㅋ

[찬우물]

기운 내세요 곧 좋와 질겁니다

[가토]

네 오늘 한의원가서 약 찐하게 하나 지어달라고 했습니다 ^^ 먹고나면 좀 더 나아질것 같습니다.

[老松]

가토님은 언소주 활동엔 강한데...자신의 건강쪽엔 여어~~~엉 아니네...타고난 운명적인 건강은 어쩔수없지만....왜그리 맘이 약해지십니까...언소주엔 강하면서....Nothing is impossible.!.. 이런 나약한글 쓰지 마세요.쓰먼 쓸수록 약해집니다...강아지글 같은거만 빼고. 당신은 건강합니다...결코 죽지도 아프지도..않습니다.

[가토]

그냥 항상 제 안쪽의 모든걸 다 터놓고 언소주 식구들과 이야기 하고 싶었을뿐입니다 ^^ 항상 속으로 쌓아만 두는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더라구요.

[희망씨앗]

나는 오늘도 가토홀릭
가토님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가토님을 알게해준 언 소 주가 좋습니다.^^

[가토]

저도 그리합니다 ^^ 힘내시게요

[금봉이]

둘이 머하십니까...부꾸부꾸

[가토]

금봉이도 일루와 토닥토닥!

[가토]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가까이(사람나이로 50세가 넘도록) 살고 있는 금돌이가 대단하지요 ^^

[쿨캔디]

가토님 ...건강한 사람도 우울하고 때때로 외로워요.
지극히 정상적인 일상이니 너무 심려 마소서...ㅎㅎㅎ
아~~~갑자기 가토님의부드러운 바리톤 목소리듣고싶다.

[가토]

앗..... 쿨캔디님 혹시 성악 전공이세요?? ^^

[어느아줌마소비자]

가토님 사람은 생명체니 언제든지 아플 수 있어요 그리고 곧 몸이 좋아질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동맥]

가토님 잘 이겨내시고 계시면서.... 글 오붓지게 잘 읽었어요. ^^

[▦비음산▦]

가토님 글을 읽다 바쁜 일거리가 생겨나 급히 집에서 빠져 나갔는데 은비 글 생각나 다시 찿아 읽었습니다. 가토님 마음처럼 금비랑 나눈 대화 하나 거짓없는 글 인정하구요. 글 너무 아름답습니다. 글은 그사람 사고일진데....정말 훌륭한 사고에 아름다운 마음 절로 고개가 숙여 집니다. 어서 건강 쟁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