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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남은 이야기 스크랩 홍합 유감(有感)
피안의 새 추천 0 조회 157 12.10.23 11:28 댓글 26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은 병원 정기 검진날...

오후에 채혈하고 채혈기록으로 주치의를 만나 상태를 듣고 약을 타는 날이다.

정확히 2주일만에 정기적으로 가는 것...

 

채혈 8시간전까지 금식이지만 아마도 아침을 굶고 점심까지 굶으면 뱃속의 위산이

내 위를 가만 둘리가 없을 것이다.

위경련이 심하고 역류성식도염으로 여러 개월 고생했던 나로서는 절대 금식 시간을 지킬 수가 없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가

위병으로 여려 개월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끔찍스럽다.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서 식사 시간을 제때 지키지 않으면 위가 상당히 쓰리고 아프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제때 먹거리를 위장 속에 넣어주어야

위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체득한것...

더더구나 종양이 생긴 이후로는 건강할 적에 전혀 개의치 않았던 작은 통증도

수십배로 증폭이 되어 나타나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돌솥으로 지어놓은 밥에 누룽지를 끓여서 혼자 서서 먹는 아침

자연히 편안히 앉아 먹게 되지 않고 씽크대 앞에 간단히 차려놓고 아침을 먹는다.

반찬 몇가지와 구수한 누룽지...

돌솥으로 지어놓은 밥은 전기밥통이나 압력밥솥과는 또다른 풍미가 있어

그 매력을 놓치기가 쉽지 않다.

각설하고...

 

 

 

씽크대 구석에 놓인 홍합... 짬뽕을 만들어 먹으려고 물에 불리는 중이다.

밤새 놓아둔 거라지만 샛노란 홍합의 본연색을 유지하는 게 있는가 하면 팅팅 불은 것처럼 허여멀건 홍합도 있다.

샛노란 홍합보다 허연 홍합이 더 많다.

 

색으로만 봐도 그 식감이 느껴지는 것은 홍합의 경우 더 뚜렷할 것이다.

향기를 전부 빼버리고 남은, 여러번 끓여서 울궈먹은 것 같은 홍합과 색깔이 온전하여 홍합 본연의 향기를 지닌 것 같은 홍합...

 

어째 이럴까?

 

이 홍합을 사서 여러번 미역국에도 넣고 요리에도 넣어봤지만

홍합 본연의  향기와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선입견인가하여 여러번 씹어서 맛을 감식하려 했지만 선입견이라 하기에

맛의 차이가 극명했다.

 

본디 마른 홍합이라 하면 샛노랗게 색감을 유지해야 그 맛도 바다향이 물씬 풍기는 것인데

이 종자는 어찌하여 팅팅 불은 것처럼 허여멀겋고 혀에서도 그 풍미를 전혀 느낄 수가 없이 종이를 씹는 것 같다.

 

아마도 재수없이 장사가 안되는 건어물 상인이 질 좋은 국산과 싸고 안좋은 종자를 섞어 판 것이리라 미루어 짐작을 해보지만

정작 이렇게 막상 요리에 쓰려고 꺼내놓고 보면 속상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안양교도소에 복역중이었으니 1982년쯤일 것이다.

당시 초겨울이었는데 장질부사 - 장티푸스 - 가 소내에 번지기 시작했다.

그 진원을 알수가 없지만 걷잡을 수 없는 이질과 설사로 온 재소자가 공포에 시달릴 정도로

환자가 번성하여 소내 복도를 다급히 업혀서 병동으로 달려가는 광경을 하루에도 여러차례 목격하게 되었다.

 

엊그제까지 멀쩡하던 재소자가 업혀가는 광경을 보면 끔찍스러웠다.

불과 이삼일 사이에 뼈만 앙상하게 남아 벌벌 떨면서

동료 재소자에게 업혀가는 모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5,000명정도의 재소자가 있었지만

병동은 환자가 넘쳐나서 옆 사방까지 병동으로 사용해야 할 정도로 병이 전염이 되었고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평소에는 코빼기도 안비치던 교도소장과 보안과장의 얼굴이 자주 복도에 나타났다.

또한 그 순시가 자주 있음으로 해서 각 사방의 공기가 무겁고 심각하게 번져갔다.

 

그 때 보안과장이 낸 아이디어가 각 사방으로 소문으로 번졌다.

 

소문의 주인공은 홍합이었다.

 

홍합을 죽으로 끓여먹으면 장질부사가 낫는다는 것...

이빨이 우수수 빠지고 머리칼이 몽창 뽑히고

뼈만 앙상하게 남게하는 무서운 장질부사를 홍합 하나로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것...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보안과장의 그 아이디어 덕분에 전 재소자가 홍합죽을 먹게 되었다.

 

요행히 처방이 유효했을까?

며칠 사이에 뼈만 앙상한 환자가 업혀가는 광경은 점차 줄게 되었다.

점점 그 수가 줄더니 격리 되어 있던 병동의 환자들도

얼굴에 화색이 돌아온 모습으로 각 사방으로 속속 되돌아왔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홍합의 속효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질이나 설사에는 무조건 홍합이라는 단어가 불쑥 머릿 속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것....

그리고 그 죽에 섞여 나오던 샛노란 홍합의 풍취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런 홍합인데...

이 홍합은 어째 홍합 냄새도 안나고 씹을수록 종이를 씹는 것 같으니 어찌된 노릇이냐...

 

어린 시절 극도로 배고팠던 시절에...

다락에 봉지째 놓여있던 홍합이 기억난다.

한참 동네를 뛰어놀다가 배고프면 다락의 그 홍합이 생각났다.

 

잽싸게 홍합 봉지에 손을 집어넣어 한웅큼 꺼내 주머니에 훔쳐넣고 다시 골목길로 놀러나갔던 시절...

씹을 수록 짭짜름하고 쫀득한 그 홍합의 바다내음을 잊을 수가 없다.

 

하나씩 꺼내어 먹을 적마다 그 모양새가 하도 특이해서 쳐다보고 쳐다보고

냄새도 맡고 또 맡고...

씹을 수록 바닷내음이 물씬 풍기던, 그 아릿한 홍합의 추억이 떠오를 때면

어둑어둑해지던 놀이가 끝나가는 초저녁의 그 고샅길이 생각난다.

 

세월이 흘러흘러 2,000년대를 훌쩍 넘기고

이제는 홍합 속에 온갖 추악한 돈과 검은 상술이 범벅이 되어서

저자거리를 횡행하다가 내 식탁 위까지 오르게 되었다.

 

홍합의 추억과 맛이 단칼에 다 날아가버리고

허여멀건 홍합만이 물먹은 휴지처럼 씽크대를 점령하고 있는 지금

내가 먹는 것은 홍합이 아니라 돈과 이권의 검은 술수...

바로 그 것을 위속으로 집어넣고 있는 중이 아닌가...

 

짬뽕 속에 이 홍합을 넣을까 말까?

넣으나마나 홍합 냄새도 안나는 것을 굳이 모양새만을 위해 꼭 넣어야만 하는 것일까?

 

 

 

홍합 유감 - 피안의 새

 

 

 

Jesse Cook - Bogota By Bus(보고타행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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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10.23 11:48

    첫댓글 담치?

  • 작성자 12.10.23 18:07

    담치가 뭔가요?

  • 12.10.24 22:10

    담치나 홍합이나...
    학명이 담치목 홍합과의 조개라네요. ^^

  • 12.10.26 04:19

    영도 다리 밑에 붙은 담치 따서 국 끓이면 국물이 파르스름합니다.
    어릴때 지천으로 있던게 담친데..요즘은 홍합이라 합니까?
    지구상에 우리같이 담치 국물 먹는 데는 라빨리스, 프랑스에서 한 번 봤습니다.
    담치 국물과 지구상에서 제일 얼굴작고 예쁜 여인들이 같이 사는 라빨리스로 추억하고 있습니다.

  • 12.10.26 05:06

    부산 역전에 내리면 팔던 재치국 같이 푸른름이 어린 국물 말이지요...
    재치 보담은 큰,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작고 검은 조개들 말인가요?
    아, 아래 답글 보니 그게 따개비이군요.

  • 12.10.30 05:49

    따개비는 다른 삿갓 조개입니다. 식용으로 파는 건 못 봤고요...부산 도시 사람은 담치라 하지만, 갯가 사람들은 홍합도 담치도 아니고 따로 부르는 말이 있는 데, 생각이 안나는 만요

  • 12.10.23 16:29

    돼지고기가 안들어간 홍합짬뽕은 국물맛이 별로던데...ㅜㅜ
    언제 한번 짬뽕 간짜장도 같이 먹어야할텐데...ㅠㅠ
    나도 요즘 몰골이 말이 아니라서....ㅎ

  • 작성자 12.10.23 18:07

    돼지고기 약간 썰어넣으렵니다요... ㅎ 내일 성환 내려가서 성지님 뵙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아시는 분들이 와서 짬뽕을 못만들었네요. 아는 분이 췌장암이라 물어볼게 있다네요. 제가 여명을 넘어서 살다보니 이제 이름이 나서 저한테도 물어보러 사람들이 옵니다. ㅎ

  • 12.10.24 10:05

    짝짝짝 화이팅 !!!

  • 12.10.25 06:19

    남영동 웃기는 짬뽕집, 요즘 장사는 잘 되는지... ㅋㅋㅋ ^.^

  • 12.10.26 04:26

    이 제 암도 치유할수 있는 시대가 오는 모양입니다. 그럴 만한 때도 되었지요..

  • 12.10.23 16:44

    여기선 빨간 것은 암놈이고 하얀 것은 숫놈으로 알고 있더군요.
    생물은 내장이 그대로 살아 있어 제맛이 나는데 건홍합은 세척/건조 과정이 너무 깔끔해서 그럴지도.
    옛날 건오징어 (수루메?) 맛과 요즘 건오징어 맛 처럼 말입니다.

  • 작성자 12.10.23 18:05

    예전에 홍합들은 마른걸 보면 황금색으로 누렇게 되서 아주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요즘 나오는 건 영 이상하더군요... 맛도 없고.,, ㅎ

  • 12.10.24 01:37

    홍합 요_며칠전에 홍합에 대한 논란꺼리 기사, 몰지각한 장싸꾼들 이득을 더 남길려고 배"밑창에 붙어 있는것을
    떼어 내어 싼 가격에 홍합짬뽕 집에 몰래 납품 한다는 밀착 현장추적 을 보니 아연 실색케 하더군요...
    먹는것 가지고 장난 치는 넘들은 강제로 이빨을 몽조리 뽑아 버리던가 해야 할것입니다..

  • 작성자 12.10.25 12:20

    우리나라는 현재 걷잡을수 없이 음식에 오염이 심각합니다. 통제하고 감시해야할 당국이 보여준 자세가 이번 라면스프 사건입니다. 대중이 좋아하는 라면이 이정도니 암이 극도로 확산하기 마련이지요. 큰일입니다.

  • 12.10.26 04:23

    배 밑창에 담치가 붙지는 못합니다. 따개비라고 붙는 게 따로 있습니다. 삿갓 모양 조개인 데 그놈이 달리는 배 아래에도 접착이 되는 물질을 분비해서 붙어 산답디다. 그것을 인공으로 합성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접착제를 만든다고 연구 중인 한국 수산학자가 있습니다.

  • 12.10.24 09:55

    홍합에 대한 새로운 정보 감사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하구요,,오늘도 건강하게--화이팅

  • 작성자 12.10.25 12:22

    감사합니다. 야고보성님~

  • 12.10.24 10:04

    따끈하고 시원한 홍합국물 옛날 맛은 아니어도 좋아라 ㅎㅎ

  • 12.10.25 06:18

    홍합국물 참 맛있죠. ^^

  • 작성자 12.10.25 12:23

    옛날 맛이라야 좋지요~ ㅎ

  • 12.10.26 05:51

    홍합을 좋아하는 저도 얼마전 캄보디아에서 미역국 끓일때 마른 홍합 넣었는데 맛이 영.....
    그런데 색깔이 연한 홍합이 암놈이라 맛있다는 소리 들은것 같은데요???
    홍합은 생물이 맛있어요. 영양가는 마른 홍합이 많다고 하네요.

  • 작성자 12.10.26 21:47

    예전에는 마른 홍합을 씹으면 씹을수록 달착지근한 맛이 바닷내음과 함게 입에 향기가 가득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씹어보면 종이를 씹는듯한 맛이 홍합이라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나라 음식 오염 문제 정말 심각합니다. 마음 놓고 무얼 먹을 수가 없으니,,, 암 환자가 무수히 발생하는 것도 다 움식과 공기 때문입니다. 보건 당국이 발벗고 나서고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나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조만간 암공화국이 될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암환자 급증의 원인이 라면 스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원인에 정확히 들어맞은 겁니다.

  • 작성자 12.10.26 21:50

    암에 걸리고 보니 음식문제만 생각하면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라요... 농촌은 농촌대로 농약 뿌려대고 패스트 식품은 식품대로 , 자동차는 자동차대로 매연 뿜어대고... 천지사방이 암발생원인으로 노출되어있으니 전국민들의 건강이 치명적인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지요... 앞으로는 오래도록 이 사회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존립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 같습니다. 3명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조만간요...

  • 12.10.30 05:51

    한국이 암 이환율이 세계이서 일등 이라는 게 우연이겠습니까? 특히 위암은 이등 몇 배나 된다는 데..

  • 12.10.31 01:29

    피안님 말슴이 맞습니다.채소도 농약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되지요..
    대파를 재배하는 농민은 절대로 대파를 먹지 않는 것처럼 세상이 온통 발암물질 투성이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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