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특강
AI 이용 운전석 내비와 이야기 주고받는 날 머잖았다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48호(2023.11.15)
한상기 (전자계산기공학78-82)
테크프론티어 대표
실생활 파고드는 생성형 AI
틀린 것 없는지 결과물 살펴야
“내비 찍고 운전하시다 보면 ‘왜 이렇게 막히는 길을 안내하냐’, ‘경고음 좀 꺼. 시끄럽다’, ‘말귀 참 못 알아듣네’ 이런 식으로 혼잣말 해보신 경험 있을 겁니다. 지금 내비게이션은 묵묵부답이죠. 그러나 머지않아 ‘제가 찾은 최선이었어요’, ‘조용히 하겠습니다’, ‘오늘 좀 예민하신 거 같네요’라고 대답하는 날이 올 거예요. 초보적이고 단편적인 문답 수준을 넘어 말 그대로 대화가 가능한 AI가 일상화될 겁니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가 10월 25 일 본회 수요특강 연단에 섰다. 서울 마포구 SNU장학빌딩에서 ‘생성형 AI의 현황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열린 이날 특강에 본회 조완규(생물48-52) 고문, 이경형(사회66-70) 상임부회장, 송우엽(체육교육79-83) 사무총장 등 동문 7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 1회 졸업생인 한상기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유수의 연구소와 기업에서 활동했으며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대표 및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이후 카이스트,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현직에 종사하고 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허(Her)’ 보셨습니까? 대필작가인 주인공 ‘테오도르’가 조그만 이어폰을 종일 귀에 꽂고 다니면서 AI 운영체제 ‘사만다’와 대화합니다. 온갖 일상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 랑을 느끼기까지 하죠. 저는 이러한 감성대화형 AI가 과업지원 중심의 AI보다 더 큰 파급력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요즘 청년들 다 외롭거든요. 누군가의 위로가 절 실한데 사람한텐 안 가려고 해요. 사람 때문에 힘든 거니까요.”
한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맞은편에 앉은 직장 동료에게 밥 먹으러 가자는 얘기도 육성보다 메신저가 편하다고 하는 부하 직원의 예를 들어 “20년 전 이미 대면 ∙음성 대화보다 비대면∙문자 대화에 더 친숙한 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AI와의 대화를 거부감 없이, 외려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감성대화형 AI 시장이 굉장히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 했다. 3년 안에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이어폰을 꽂고 중얼거리는 젊은이들을 흔히 볼 수 있을 거라고.
“일을 돕는 AI는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되면서 알고 싶은 것, 지시하고 싶은 것을 자연어의 문장으로 입출력 할 수 있게 됐죠. 기계어를 배울 필요없이 사용자에게 익숙한 언어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특장점에 힘입어 약 1년 만에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어요. 3, 4년 전 까지만 해도 AI 연구의 과제는 음성, 문자, 이미지 따위를 사람처럼 ‘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콘텐츠를 ‘생성’하는 쪽으로 관심이 확 옮겨졌죠. 인식 측면에선 이미 인간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입니다.”
챗GPT뿐 아니라 구글의 ‘바드 (Bard)’,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애스크업(AskUp)’을 통해서도 텍스트 생성형 AI를 경험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이들 AI 서비스를 활용하면 문서의 요약이나 인사말 작성, 여행계획이나 출장 일정을 짜는 데 드는 수고를 크게 덜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미지 생성형 AI는 사람 일러스트레이터 보다 더 빠르게 결과물을 보여주고 편하게 수정할 수 있어 전직 일러스트레이터 들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라고. 한 대표는 생성형 AI의 편리함은 취 하되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사실에 어긋난 부분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미국 법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사건과 유사한 판례를 제출하라는 판사의 지시에 변호사가 10개의 판례를 제출했는데, 그중 7개가 실재하지 않는 판결이었어요. 챗GPT가 쓴 거라고 실토하고 벌금을 물었죠. AI가 생성한 텍스트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어와 단어 간 발생 확률에 따라 조합된 문장이기 때문에 그 진위나 사실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의 확인이 꼭 필요한 이유죠.”
이미지의 경우도 마찬가지. AI는 가상 인물과 현실 인물을 동일 시공간에 그려 넣거나 사람이 허공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려도 그게 왜 잘못됐는지 모른다. 마치 ‘환각’ 상태에 있는 것처럼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태연히 그려지거나 글로 쓰여지는 것. 한국전쟁에서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줄줄 읊는 식이다. 환각은 AI 생성 콘텐츠가 신뢰받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다른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인터넷에 올려진 문장과 이미지를 학습했기 때문에 거기에 녹아 들어있는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허위 사실, 가짜 이미지를 너무나 그럴듯 하게 꾸며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 연구단계를 넘어 사업화 단계로 발전하면서 이권을 둘러싼 견제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챗GPT를 만든 회사, 오픈AI는 본래 비영리 단체였습니다. 엄청난 돈이 투자되면서 기업화 됐죠. 연구 단계에선 인터넷에 올려진 데이터는 공개적인 것으로 보고, AI의 학습 대상으로 쓰는 것을 ‘공정 사용(fair use)’이라는 명목하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면서 무상 사용을 용인했던 작가들, 기자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어요. 내 저작물을 공짜로 가져다 너희는 돈을 벌고 있지 않냐는 거죠. AI가 발전할수록 사람의 지혜는 더 절실해졌습니다.” 본회는 이날 참석한 동문 전원에게 한상기 대표의 책 ‘AI전쟁’을 선물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