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기 시기에 공직 사회는 더욱 엄정 중립을 지키고 국정 중심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고위 공무원이 휘하 공무원들을 선거와 관련된 활동에 내모는 듯한 일이 벌어졌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회의에서 “대선 공약으로서 괜찮은 느낌이 드는 어젠다를 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공무원이 없게 단속해도 모자랄 판인데, 정반대 행태다. 박 차관은 문재인 청와대에서 통상비서관과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을 지낸 뒤 지난해 11월 산업부 차관에 임명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주무 부서로서, 원전 경제성 조작과 공문서 폐기 등으로 수사를 받았고, 차관 1명이 신설되는 등 논란이 많았던 만큼 다음 정부에서 정치적·사법적 외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박 차관은 “대선을 의식한 발언은 아니다”고 해명했으며, 산업부 차원에서 그런 사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도 있다. 박 차관은 “대선 캠프가 완성 뒤 내면 늦는다” “후보 확정 전 여러 경로로 의견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내용이 똑같더라도 제목·메시지를 더 참신하고 와 닿게 준비하라” “일자리 ○○○개 창출 식으로 숫자가 나올 수 있으면 가장 좋다” “어렵고 죄송하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린다” 등의 언급도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공약을 준비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공무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조 위반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공직 사회의 선거 중립을 위해서라도 박 차관을 경질하고, 수사도 의뢰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방치하면 공무원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