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60주년 기념행사의 회고담
34회 졸업생 이 기 화
고창초등학교 개교 60주년 기념행사는 1972년 5월 1일에 있었습니다.
당시 필자는 고창문화원장으로서 모교의 육성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1971년 추석이 지난 어느 날 염민수(廉民樹) 교장선생님이 60주년 기념행사의 준비를 제의하고 육성회의 협조를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정치 상황은 유신시대의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김대중 신민당 대통령 후보와 공화당 박정희 후보의 대결 속에 4월 27일 공화당이 가까스로 승리하게 되면서, 10월 15일 서울시 일원에 위수령이 발동되고, 12월 6일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사회혼란이 극에 이르러 모금활동은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육성회장인 제가 육성회 임원회회의에서 의견을 조율해본 결과 기념행사를 간소하게 강당에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때마침 1971년 11월 16일에는 한일 문화교류 협의차 필자가 일본국 문부성 사회교육국의 초청을 받아 도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제1차 협의회를 도쿄에서, 제2차 회의는 원폭피해지인 히로시마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나고야, 오사카, 교오또, 나라 등을 시찰하는 일정이 계획 되어 여간 값진 여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때 마침 고창 월산 출신인 조병후 선배님을 오사카에서 상면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때 조 선배의 제안으로, 1930년대 하반기에 4~5년간 고창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시다(志田) 선생님을 초빙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도쿄의 내 숙소였던 긴자(銀坐) 거리 입구에 있는 마루노우찌(丸內)의 다이이찌(第一)호텔 로비 커피숍에서 만나 60주년 기념식 때 초청 손님으로 모시기로 하고, 그 초청 비용은 조병후씨가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다 선생이 서울에서 머무는 비용은 직접 제자였던 조재준(趙在俊) 장군과 신덕종 병원장이 전담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 후 시다 선생은 기념식장에서 일본의 교육서적과 백과사전 등 백여 권을 기증해주었습니다.
고창보통학교 60주년 행사 준비를 위해 저보다 8년 선배인 변영숙여사(당시 李春成 전라북도지사 부인)를 방문하기 위해 당시 필자의 사촌매형인 치안국 경감 소년계장의 아내인 이옥자(李玉子)의 도움을 받아 도지사관사에 찾아가서, 민족의 성웅 이순신 장군 동상 설립을 허락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념물의 설치는 33회 재경동문회(대표 백한기, 오종남)에서 맡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변영숙 , 김익례, 강한희, 이옥자씨 등 26회 졸업생들이 활기를 띄게 되자, 남학생 동기인 전종천, 오관균씨 등이 십시일반하자고 하여 교문 입구 옆에 대형 게시판을 건립해 주어서 시대 상황에 맞게 조용히 기념물 제막식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그때 모교의 ‘독립운동사적비건립’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었더라면, 이번 백주년 기념행사에 부담이 안 되었을 터인데, 시대 상황 때문에 모금 운동이 안 되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시의 유신시대라고 하는 불가피한 환경을 넓게 이해해주었으면 합니다.
여기에서 60주년 행사 때 빠뜨릴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덕담 한 가지만 본 회고담에서 적어두고자 합니다.
2?회 출신인 조재준(趙在俊-당시 육군소장, 31사단장) 장군이 모교를 위한 역사적인 협력사업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그때 조 장군의 고향에 대한 애향심을 알게 된 필자는 현금이 아닌 31사단 보유 중기 일체를 투입해 주기로 확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정길수(鄭吉洙-당시 고창읍장)씨와 조재준 사단장님, 그리고 필자가 회동이 되어 모교 교정 남쪽에 있는 제방을 근본적으로 고치기로 하고, 지금의 모양교와 동부교 사이의 제방을 영구 보존할 계획을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31사단의 공병부대가 모교의 운동장 동남부에 주둔하여 천막 숙소를 설치하고 공사에 착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천북동 이장(김병선) 이하 전 동민과 고창노인당 회원 전원이 연판장을 작성하여 문화원장실로 제출해왔고, 그 상황을 조 장군에게 보고를 했더니, 조 장군이 읍장과 협의한 후 아예 계명천과 노동천이 합류된 천북동 고창천변의 양쪽 제방을 한 달간 공병부대의 작업으로 완공해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고창천의 물이 넘쳐나지 않게 방비책을 강구해 준 고마운 뜻은 우리 고창읍민들이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할일입니다. 이 대역사의 협력사항을 길이 남겨야할 줄 믿고 여기에 적어 두어 회고담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34회 졸업생 이 기 화 (고창지역학 연구소장) 지음
첫댓글 선배님은 부모같은 분이네요 훌룡하십니다
그렇죠.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