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대사 선시(仙詩)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서산대사(휴정:1520-1604)
묘향산(평강남북도와
자강도 사이에 위치한 해발 1909m)
원적 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
(휴정: 1520-1604)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고 나시어
많은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