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반대한 가로주택 세입자 보호법 국회 통과할까요?
조선비즈, 오은선 기자, 2022. 11. 21.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9년째 전세로 거주하는 최모씨는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막막해하고 있다. 최씨가 살고있는 주택은 가로주택정비사업구역에 포함돼 조만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씨는 지원을 받을 길이 있는지 묻기 위해 구청을 찾았지만, 재개발처럼 임대주택에 들어갈 자격을 주는 것도 아닌 데다 이사비 등 지원도 전혀 받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최씨는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를 꼭 받는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주인도 나몰라라 해 이사 날짜를 정하기도 어렵다”면서 “하루 아침에 온가족이 직장과 학교로부터 멀어져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어 막막하다”고 했다.
최씨 같은 사례를 줄이기 위한 법이 국회에서 발의돼 논의 중이지만,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안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세입자에게 이주비 등 손실을 지원할 경우 그 비용만큼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서울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법령 개정을 위해 국토부와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가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는 상황이라 법안이 국회에서는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11월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유경준의원이 대표발의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의안원문에 따르면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행자가 토지보상법에 준하는 이주비 등 세입자에게 손실을 보상할 경우, 해당 비용 만큼 용적률을 완화해 주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보도설명 자료를 통해 “이주 및 철거시 보상 갈등 초래 및 사업지연 등에 대한 우려사항을 인식해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행자가 토지 보상법에 준하는 이주비 등 세입자 손실보상을 할 경우, 해당 비용 만큼 용적률로 완화해 주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부에 법령개정을 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정비사업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국토부가 가장 중요하게 봤던 사항은 ‘수용권’이다. 수용권은 재개발 과정에서 미동의자에 대해 소유권을 강제로 이전해 오는 것을 뜻한다. 재개발 사업의 경우 공공성을 띠고 수용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입자들에게 임대주택 마련, 주거이전비(4개월치 생활비), 이사비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수용권이 없는 재건축은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을 하지 않는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가로주택 정비사업 역시 수용권이 없고, 동의하지 않은 주택에 대해서는 소송을 통해 소유권을 이전해오는 ‘매도청구권’이 발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입자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수용권, 즉 공익적인 측면과 연결되는 문제”라며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수용권이 없어 공익성이 없다는 뜻이고, 보상대책을 마련하려면 지원 비용 가격이 적절한지 여부도 다퉈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신속함이 강점인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장점이 반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회에서는 이견이 없는 한 해당 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직 계류 중이긴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고 난 뒤 반응에 따라 다른 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행법상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빈집 및 소규모 재건축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적용받고, 재건축 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는다.
유경준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달에 상정 됐어야 하는 법안인데 예산안 때문에 법안 심사나 상정 회의가 순연되고 있다. 다시 정상화된다면 올해 안에 상정될 것”이라면서 “국토부 반대가 있다는 내용을 알고 있지만, 법안을 우선 도입했을 때 반응이 좋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오은선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