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인 김기찬(가명·33)씨는 ‘마일리지를 모아 기름을 넣는다’는 것이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일축한다. 김씨의 한달 평균 주유비는 약 30만원. S주유소만 이용하는 그는 “마일리지를 모아 기름 한번 가득 넣으려면 적어도 4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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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주유소가 제공하는 마일리지 포인트율은 0.5%. 1,000만원어치는 넣어야 고작 5만원 상당의 기름을 주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씨는 “마일리지는 고객을 현혹하는 수단일 뿐 실제로 혜택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열을 냈다. 김씨가 애당초 포기하고 방치해 두고 있는 마일리지는 이통사 2만8,000점, B카드 2만1,500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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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씨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정유사 카드로 적립되는 마일리지와 휴대폰·신용카드 등에서 쌓이는 마일리지를 통합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 정유사 마일리지 카드에 적립되는 포인트를 주유비로만 생각하면 김씨 말대로 별 효과가 없다. 하지만 마일리지 활용법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마일리지는 불황 시대에 ‘알뜰 재테크’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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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활용법을 몰라 묵혀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30대 중반 이후 남성 직장인들의 마일리지 활용은 극히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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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마일리지 서비스 업체인 포인트파크 이태복 부장은 “연령이 높을수록 경제활동 연수가 많기 때문에 많은 마일리지를 갖고 있지만 권유를 해도 쓰지 않을 정도로 인식도 부족하고 관심도 적다”고 말한다. 더욱이 마일리지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는 경우가 많아 버려지는 돈’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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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동통신 3사가 안고 있는 마일리지 누적점수는 약 2,500억점에 이른다. 대략 1,000원당 5∼10점이 누적되지만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않아 쌓인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제시한 ‘마일리지 1점당 1원 원칙’으로만 계산해도 2,500억원이 잠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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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마일리지가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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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는 현재 항공사·이동통신사·신용카드사·증권사·할인점·백화점 등을 비롯해 동네 미용실과 호프집까지 퍼져 있다. 마일리지는 ‘할인’의 개념이다. 다만 “0.2∼1%를 할인해 준다”고 하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마일리지 제도가 차용된 것이다. 사업자들로서는 마일리지 누적을 통해 고객을 묶어둘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갈수록 마일리지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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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흩어져 있는 마일리지를 일일이 찾아내 쓰는 것도 불편해지고 소액 마일리지로는 달리 이용할 데가 없다. 가령 이동통신 마일리지의 경우 SK텔레콤은 1,000원당 5점, KTF와 LG텔레콤은 10점의 포인트가 쌓인다. SK텔레콤의 경우 누적 마일리지 2만점인 고객이 신청하면 600분의 무료통화를 쓸 수 있지만 2만점을 쌓으려면 산술적으로 통화료 400만원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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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는 SK의 경우 ‘SK엔크린 보너스카드’로 주유금액의 0.5%를 적립해 주고, 제휴 신용카드를 활용할 경우 1ℓ당 40원 할인 또는 ‘25원 할인+1,000원당 1SK포인트’식의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LG칼텍스 정유는 보너스카드인 ‘시그마6’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1,000원 주유 시 1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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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카드사별로 ℓ당 25∼40원까지 할인해 주고, 현대카드M 고객의 경우 주유금액의 4%까지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 신용카드도 사용금액의 일정 비율(대략 0.1∼0.3%)이 마일리지로 제공되고, 항공사와 연계할 경우 1,000원당 1∼2마일의 포인트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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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쌓여가는 마일리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각 사업자별로 서비스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런 경우 통합마일리지 서비스 사이트를 활용하면 시간도 절약하면서 효과적인 마일리지 관리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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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마일리지를 ‘목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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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는 포인트파크·넷포인트·포인트뱅킹·엔포인트·마일뱅크 등 전문 마일리지 통합·교환 서비스 사이트가 운영 중이다. 각 업체들은 항공사·신용카드사·이동통신·정유업계·쇼핑몰 등과 제휴를 통해 한 고객이 각 업체에서 제공받는 마일리지를 통합 관리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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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사들끼리는 마일리지가 교환되기 때문에 고객들로서는 소액의 마일리지가 목돈이 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핸드폰·신용카드·인터넷 요금을 통합 포인트를 통해 납부할 수 있고, 다수 업체의 포인트를 한 업체의 마일리지로 교환할 수 있다. 상품권이나 주유권 구입도 가능하다. 연계된 쇼핑몰을 통해 물품을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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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 통합마일리지 사이트의 활용도는 미미하다. 이유가 있다. 마일리지 제공 사업자들이 마일리지 소진율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해 이 사이트들과 제휴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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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합마일리지 사이트 업체의 관계자는 “어떤 업체의 경우 제휴를 맺은 뒤 마일리지 소진율이 껑충 뛰자 제휴를 포기한 경우가 있고, 다른 한 업체는 자사의 포인트가 다른 업체의 포인트로 교환돼 사용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제휴 관계를 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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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현금’이 되면서 자사 마일리지의 사용 빈도가 늘면 그만큼 경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상당수 업체들이 마일리지를 제공하되 사용방법 등에 대한 홍보에는 소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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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통합마일리지 사이트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고 다양한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가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신용카드사, 가입돼 있는 이통사와 제휴 관계가 있는지, 제휴사 간의 포인트 교환 정책은 잘돼 있는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