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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깨타작
시/산양: 백영호
뽀송송 솜털 종
오종종 달리면
쪽쪽 빨아 삼켰던 날 엊그젠데
햇살이 고추잠자리
붉게 물들이는 오후
할미는 깻단을 거꾸로 매달고
매타작을 한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의심나는 뼈마디 마디
반복으로
서슬 퍼런 곤장으로 옆구리를 팬다.
매에는 장사 없다 했던가
오뉴월 햇살과 살 섞고
구시월 땡볕까지 불러들여 동침한 사건들
감출 수 없어
짜르르 짜르르
숨김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참을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는
할미의 등 굽은 허리가
쭈욱 쭉 펴지는 찰라
초록 눈웃음이
수북히 쌓인 참깨알 위로
결 고운 파동으로 번진다.
'詩' Daum Cafe: '한국 네티즌본부'=====
◆ 칭찬받아 마땅한 우리의 초상
부디 이그림의 평론을 피해가지마십시오. 그림을읽는 귀한눈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한국 네티즌본부'
◇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우리는 잘 몰랐는데 한국인들의 안목이 의외로 높다고 한다. 깐깐한 한국인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떤 명품도 세계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충 만들어서 통할 곳이 아니다 보니 수준이나 품질이 최고에 이른 것이다.<△그림:> 김병규, 당신과 함께, 450×100×370㎝, 2019
○··· 며칠 전 우연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어느 교수의 강의 영상을 본 일이 있다. 한국의 고도성장과 맞물린 K-팝, K-시네마 등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는 한국 문화산업의 성취를 분석하고 격찬하는 내용이다. 뿌듯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코로나 이후의 얘기도 듣고 싶어진다.
거리를 당당하게 활보하는 김병규의 인물상이 그냥 실루엣이 아니었다. 저 세련된 도시적인 인물들이 바로 우리의 초상이며, 요즘 이방 세계에 비치는 우리 모습은 아니었을까. 저 앞을 무심코 지나치다 비쳤을 ‘나’, 그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나’는 칭찬받아 마땅한 ‘또 하나의 나’이다.이재언 미술평론가
◇ 막걸리 핫플레이스 3곳인사동 한복판에서 즐기는 풍류, ‘스페이스 오’/ 어둡고 외진 곳의 ‘전통주막’은 이제 아무래도 지겹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세련된 우리 술 주점을 소개한다. 전통찻집과 한옥으로 가득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복판에 있는 스페이스 오에 들어서는 순간 ‘그저 그런 전통주점이겠지’ 편견은 사라진다. <△ 사진:>스페이스 오. 백문영 제공
○··· 조계사 건너편 나인트리 호텔 12층 루프톱이라는 입지부터가 그렇다. 칵테일 바나 스카이라운지가 있을 법한 자리에 우리 술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공간이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식재료를 충실하게 사용한 한식 요리 주점을 표방하는 이곳에서 추천하는 막걸리는 ‘해창 막걸리 12%’다. 최정욱 헤드 소믈리에는 “전라남도 해창에서 만드는 해창 막걸리는 알코올 12%임에도 불구하고 입안을 가득 채우는 부드러운 질감, 밀크티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 넘김까지 완벽하다. 돼지고기 수육이나 보쌈 같은 육류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9 12층, 우리 보쌈 3만2천원, 고추장에 절인 돌문어 튀김 3만7천원.(0507-1428-4222)
◆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미러볼 밥술상'
◇ 서울 양천구 신정동 작은 골목에 있는 ‘미러볼 밥술상’은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운영하는 한식 주점이다. 오랫동안 전통주를 공부한 주인의 안목으로 깐깐하게 고른 다양한 막걸리가 가득해 막걸리 좀 마시는 사람에겐 꼭 방문해야 할 명소로 꼽힌다. 식전주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막걸리 스타터’를 따로 구분해놓은 세심함이 눈에 띈다. <△ 사진:>미러볼 밥술상의 마늘구이 보쌈. 백문영 제공
○··· 산미가 강한 막걸리, 단맛이 강한 막걸리 등 막걸리의 스타일별로 구분해놓은 배려도 고맙다. 류민중 대표는 “다양한 막걸리를 골라 고객에게 대접하는 것이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가 추천하는 이달의 막걸리는 ‘금정산성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산미와 깔끔한 단맛이 매력적인 막걸리로,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라고. 제철 맞은 봄나물 전이나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마늘구이 보쌈과 함께 즐기기를 권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로 312-1, 봄나물전 1만4천원, 마늘구이 보쌈(소) 2만5천원.(010-9188-8923)
◆ '오고 가는 여행객도, 동네 주민도 즐거운 ‘담은'
◇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역 근방에 있는 ‘담은’은 2012년 문을 연 팔도 우리 술 전문점이다. 동네 맛집은 물론, 고속버스를 타고 내리는 여행객에게도 명성이 높다. 80여종의 우리 술은 전통주 소믈리에인 정재훈 오너 셰프가 직접 골랐다. 전 직원 모두 전통주 소믈리에 교육을 이수한 전문 주점이라 믿음직하다 <△ 사진:>담은. 백문영 제공
○··· . 경상북도 영주의 명물 나드리 쫄면을 더한 ‘나드리 담은 골뱅이 쫄면’, ‘방앗간 떡볶이’ 등 친근하고 편안한 막걸리 안주들이 그리울 때 이곳을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189 반포쇼핑타운 4동 지하, 모둠전 2만8천원, 나드리 담은 골뱅이 쫄면 1만8천원, 방앗간 떡볶이 1만8천원.(0507-1445-7502)백문영 객원기자
◇ 젊어진 막걸리‘지금은 막걸리 시대.’막걸리 배우려는 2030 급증…수업 대기만 1년 이상 인터넷 판매 가능한데다 진입비용 낮아 창업 러시 SNS 통해 젊은 양조자-소비자 소통하며 팬덤 형성 최근 다양한 프리미엄 막걸리가 출시돼 젊은층 사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 막걸리가 변하고 있다. 과거 중장년 남성 위주로 선호하던 술에서, 이제는 엠제트(MZ) 세대 사이에선 없어서 못 먹는 술이 됐다. 2000년대 중후반 한때 일본에서 시작된 막걸리 열풍이 한국에 불어닥친 적이 있다. 잠깐 대박을 친 막걸리는 곧바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다양한 제품군이 개발되지 않아 소비자를 유인할 매력이 부족했던 것. 그나마 고사 직전이었던 지역 양조장이 살아난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시장에서 인기 있는 술은 아니었다.
몇년 전부터 양상이 바뀌었다. 막걸리 시장에 뛰어든 젊은 창업자들은 서울막걸리로 대변되던 천편일률적인 막걸리에서 탈피해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막걸리를 내놓고 있다. 지금 가장 젊은 술이 막걸리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포장지만 봐도 ‘이게 막걸리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막걸리가 주류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또 어떤 매력이 있을까.
◆ '막걸리는 하나의 문화 현상'
◇ 의류 회사에 다니는 배수현(29)씨의 요즘 취미는 ‘막걸리 수집’이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그저 그런 흔한 막걸리가 아닌, 에스엔에스(SNS)에서 예약을 통해 살 수 있는 ‘한정판 막걸리’부터 다양한 부재료를 넣은 프리미엄 막걸리까지, 고르고 골라 구매해 한잔씩 마시는 것이 요즘의 낙이다. 배씨는 “예전엔 맛이 다양하지 않고 아저씨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최근엔 포장도 예쁘고 맛도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먹은 다음날 머리가 아프지도 않고 좋은 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사진:>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막걸리를 만드는 수강생들. 백문영 객원기자
○··· 실제 막걸리는 시장에서 점차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가양주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막걸리 생산량은 37만9992㎘다. 2011년 45만8198㎘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해서 감소 추세였으나 2019년 소비량 37만500㎘보다 9400㎘ 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추세를 돌렸다는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를 원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막걸리는 단순한 술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백 스피릿’ ‘한국인의 술상’과 같은 한국 술을 소개하는 케이(K) 콘텐츠 역시 이러한 현상에 힘을 실어줬다. ‘막걸리 만드는 법’ ‘막걸리 먹는 법’ ‘막걸리 비교 시음’ 등을 검색창에 넣으면 수만개에 이르는 콘텐츠가 검색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양조장의 제품을 구매하고 에스엔에스에 올리며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요즘 세대의 막걸리 문화”라고 김다슬 전통주 소믈리에는 설명했다. 막걸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나의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였다.
막걸리를 단순히 구매해서 마시는 단순 소비자에서 진화한 ‘막걸리 덕후’도 늘었다. 전통주 전문 교육 기관인 한국가양주연구소의 전통주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다. 현재 대기 인원만 해도 300여명에 이른다. 마시는 거로 모자라, 직접 만들어 먹겠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수강생 대부분은 젊은층이다.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은 “2010년 연구소 창립 뒤 지금이 가장 젊은 교육생이 많다”며 “전에는 주로 40대 이상이 교육을 들었다면, 최근에는 20~30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열정적이고 학구적인 2030세대가 유입되며 자연적으로 막걸리 업계가 젊어지고 있다는 것. 류 소장은 “젊어진다는 것은 기반을 튼튼하게 구축한다는 의미가 되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더욱 안정적인 구조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컬래버레이션 통해 개성 뽐내'
◇ 소비자가 젊어지는 추세와 맞물려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도 젊어지고 있다. ‘네이버 광고 막걸리’ ‘힙한 막걸리’로 명성 높은 한강주조가 대표적인 예다. “전통적인 막걸리도 충분히 젊고 힙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막걸리 사업에 뛰어든 고성용 대표는 “막걸리 문화를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멋지게 표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사진:>나루 생막걸리. 한강주조 제공
○··· 한강주조는 시그니처 제품인 ‘나루 생막걸리’를 비롯해 남성 패션 잡지 <지큐>(GQ)와 협업한 ‘직휴 막걸리’, 대한제분 곰표 밀가루와 함께한 ‘표문 막걸리’ 등을 개발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양조자 7명의 평균 연령은 30대,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한강주조의 성공에 힘입어 젊은 양조인들이 뛰어든 소규모 양조장도 늘었다. 특히 인터넷 판매가 가능한 전통주라는 점이 젊은 창업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류인수 소장은 “초기에 큰 비용이 들지 않아 비교적 경제력이 약한 젊은층의 부담이 적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소규모 주류 제조가 가능해지며 양조장 창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것.
◆ '3만원‘유자가’ 막걸리 출시 동시 매진'
◇ 젊어진 막걸리답게 소비도 젊게 한다. 가장 큰 창구는 에스엔에스다. 서울 마포구 구름아 양조장에서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유자가’ 막걸리는 3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와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다. 200병 한정 수량, 에스엔에스 메시지를 통해서만 살 수 있는 불편함이 오히려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 됐다. 지난해 에스엔에스에서 가장 ‘핫한 막걸리’로 떠오른 이유다. 구매층 대부분은 20~30대 여성으로, 재구매율도 80% 이상이라고 소지섭 양조사는 말했다.
○··· 에스엔에스는 가장 중요한 소통 도구이자 사업 수단이다. 생산자,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이기도 하다. 전통주 생산업체인 술아원의 강혁 본부장은 “세련된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막걸리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남기는 젊은 고객의 피드백을 보면서 막걸리의 소비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슬 소믈리에는 “엠제트 세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소통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요즘 새로 생기는 젊은 양조장은 에스엔에스를 통한 소통에 아주 능숙하다. 에스엔에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비자와 직접 만난다. 지금 막걸리 시장이 젊어진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싼 술이라는 편견 없어'
◇ 막걸리를 찾는 젊은층에게 막걸리는 더 이상 싼 술이 아니다. 같이양조장의 막걸리 ‘서머 딜라이트’와 ‘윈터 딜라이트’는 출고가 4만5천원, 매장에서는 8만~9만원대의 높은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윈터 딜라이트의 주 고객층은 30대 여성이었고, ‘막걸리계의 디올’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에스엔에스에서 화제가 됐다. <△ 사진:>술아 핸드메이드 막걸리. 술아원 제공
○··· 2030 소비자들은 오히려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막걸리 한병에 2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막걸리는 싼 술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없기 때문이다.”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의 분석이다.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판매하는 전통주점이 속속 늘어난 것도 막걸리의 인기에 한몫했다. 몇년 전부터 젊은층을 겨냥한 세련된 전통주점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에 맞춰 프리미엄 막걸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한동안 사라졌던 전통주점이 서울 강남, 마포, 성수, 신촌 등 번화가에서 새롭게 둥지를 튼 이유기도 하다. 20~30여종의 다양한 막걸리를 가져다 놓고 판매하는 전문적인 ‘막걸리 바’도 생겨났다. 창업자의 입장에선 일반적인 소주·맥주보다 마진이 큰 매력도 작용한다. 강혁 본부장은 “프리미엄 막걸리인 술아 핸드메이드 막걸리의 주 납품처는 이른바 서울 핫플레이스에 위치한 주점”이라고 말했다.백문영 객원기자
◇ 43인치부터 85인치까지 총 21개 모델 AI 개선돼 빛 밝기 더욱 세밀하게 조절//삼성전자는 3일 미니발광다이오드(LED) TV인 네오 QLED 신제품을 대상으로 사전 판매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2년형 네오 QLED는 8K와 4K 화질, 43인치부터 85인치까지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폭넓은 라인업을 갖췄다.2022년형 네오 QLED는 지난해 15개에서 21개로 확대 출시됐다. 네오 QLED 8K 제품은 65인치부터 85인치까지 3개 크기로, 사양과 디자인에 따라 총 7개 모델로 나온다. <△ 사진:>삼성전자 모델이 삼성 디지털프라자 대치본점에서 2022년형 Neo QLED 8K를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 테두리가 2.3㎜ 수준으로 얇은 디자인이 적용된 최상위 제품(85인치)의 출고가는 1,840만 원이다.네오 QLED 4K 제품은 그동안 8K 제품에만 적용했던 슬림 원 커넥트(공간 제약 없이 주변 기기를 한 곳에 연결하는 장치) 디자인을 도입했다. 네오 QLED 4K는 게임 전용 제품인 43인치부터 85인치까지 5개 크기로, 14개 모델을 선보인다. 출고가는 85인치 999만 원, 75인치 689만 원, 65인치 489만 원이다.2022년형 네오 QLED는 보다 진화한 인공지능(AI) 반도체인 '네오 퀀텀 프로세서'와 새로운 화질 기술을 채용했다. 8K 제품은 빛의 밝기를 기존 4,096단계보다 4배 향상된 1만6,384단계로 조절해 더욱 생생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두뇌에 해당하는 네오 퀀텀 프로세서는 AI 알고리즘 성능이 강화됐다.
각 장면을 분석하는 AI 신경망을 기존 16개에서 20개로 늘려 입체감과 생동감을 더한 영상 구현이 가능해졌다.사운드 시스템 역시 대폭 강화했다. 영화에 주로 활용되는 오디오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하고, TV 윗면에 상향 스피커를 추가로 탑재해 더욱 입체감 있는 오디오 경험을 구현한다.삼성전자는 2022년형 네오 QLED 사전 판매 기간에 행사 대상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네오 QLED 8K 구매 고객에게는 구매 금액에 따라 삼성전자 멤버십 포인트를 최대 200만점, 사전 구매자 추가 포인트를 최대 30만점 제공한다. 삼성 프리미엄 사운드바 Q800시리즈도 무상 증정한다. 5년 제품 무상 보증, 10년 번인 무상 보증, 삼성 케어 서비스 이용권 등도 혜택으로 포함된다.안하늘 기자
◇ 군사용도 사용 의심 시 미 당국 불허 가능성은 남아 "기업 시간·비용 측면에서 자체 수출통제해야"//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 대상 품목에 휴대폰이나 자동차, 세탁기 등을 포함한 소비재는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수출해오던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산업통상자원부는 대러시아 수출통제 관련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주요 문의사항에 대해 미 측이 이렇게 답변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세 번째)이 지난달 28일 미국 재무부에서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과 미국의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 예외를 위해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산업부는 “미 상무부가 스마트폰, 완성차, 세탁기 등의 경우 FDPR 적용대상이라고 해도 원칙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로서, 군사 관련 사용자로의 수출 등이 아닌 한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또, 러시아 주재 한국 기업의 현지 공장으로 부품 등을 수출하는 것과 관련한 문의에 대해, 미측은 “거부원칙(policy of denial)의 예외로서 사안별 심사를 통해 허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베트남 등 제3국에 소재한 우리 기업의 자회사로부터 러시아 소재 자회사로 수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FDPR은 제3국에서 생산됐더라도 특정한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제재 대상으로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제재의 경우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 및 기술이 대상이다.세부 내용은 3일(현지시간) 미 연방관보에 게시되는데, 실제 발효일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지난달 24일이다. 다만, 이달 26일 선적분까지 FDPR 적용 유예 인정 조항을 두고 있어, 적용 예외국에서 제외된 한국으로선 그나마 여유를 갖게 됐다. 다만, 러시아가 이들 제품을 사들여 군용으로 사용할 경우 통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현재 미국의 제재에 보조를 맞춰 러시아에 대한 독자제재에 나선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은 FDPR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제재에 뒤늦게 동참한 한국은 예외 대상에서 빠지면서 부랴부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 FDPR 면제를 받기 위해 고위급 면담을 하는 등 ‘뒷북’ 행보란 지적을 받고 있다.한 통상 전문가는 “FDPR 면제를 받아도 우리 정부 자체적으로 대 러시아 수출통제를 실시하는 것이라 법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우리 기업에게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월등히 효율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FDPR 예외국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안아람 기자
◇ SKIET 폴란드 법인이 현지 구호단체에 전달//SK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 받는 난민 어린이를 구호하기 위해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를 성금으로 내놓았다.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SV위원회는 3일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기부 결정을 내렸다. <△ 사진:>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SV위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폴란드 법인이 현지 국제구호단체와 협의를 거쳐 성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일 기준 인접국으로 탈출한 우크라이나 난민은100만 명을 넘어섰고, 이중 45만4,000명이 폴란드에 자리잡았다.
이형희 SV위원장은 “SK는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회적 재난 극복을 위한 세이프티 넷 구축 등에 앞장서 왔다”며 “SK의 사회적 가치 추구 철학에 따라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 구호 및 인도적 지원에 즉각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SK그룹은 동유럽 지역에 2차 전지와 분리막 소재 생산 공장 등을 운영 중이며, SKIET는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연산 3억4,000만㎡ 규모의 배터리 분리막 공장을 가동 중이다.안아람 기자
◇ 아내에게 보내온 사진 속의 남편은 소총을 들고 있었다“남편은 폴란드로 갔다가 우크라이나로 들어갔어요. 총을 든 사진을 보내왔어요.” 우크라이나 출신인 나타샤 드미트로(48)는 민간 악단인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주자로 일하다 지금은 두 자녀를 돌보고 있다. 그는 3일 아침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남편이 전쟁이 터진 우크라이나로 갔다”고 울먹였다. <△ 사진:>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해온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주치스킨(47)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겠다며 탱크가 질주하고 포탄이 쏟아지는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가 소총을 든 자신의 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보내온 사진.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제공
○··· 남편은 이 악단에서 20년 동안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는 드미트로 주치스킨(47). 우크라이나에 있는 남편이 전날 자신의 사진을 찍어 아내 나타샤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내왔다. 사진 속의 남편은 위장막을 친 차량 앞에서 전투복에 철모까지 쓴 채로 두 손으로 소총을 붙잡고 있었다. 입가에 살짝 미소까지 머금은 얼굴이었다. 한국말이 능숙하지 않은 나타샤는 “이제 아이들 학교에 보내야 한다. 통화를 길게 할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을 전쟁터로 떠나보낸 나타샤는 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과 한국에 남아 있다.
드미트로 외에도 이 악단에서 일해온 2명의 우크라이나 출신 연주자가 고국으로 돌아갔다. 트럼펫 주자 콘스탄틴 마튜엔코(52), 비올라 주자 레브 겔르(51)가 그들이다. 한국에 남아 있으면 안전이 보장되는 50대 안팎의 중년들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고국을 지키겠다며 포탄이 쏟아지고 탱크가 질주하는 전쟁터에 뛰어든 것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오케스트라 단원 한 명은 한국에 남았는데, 그는 아내가 한국인이다.
◆ '연주자에서 병사로'
◇ 하성호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단장도 “악단에서 연주자로 일해온 우크라이나 출신 단원 3명이 최근 전쟁이 터진 고국으로 돌아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 단장은 지난 1월11일 세종문화회관 신년음악회를 끝으로 연주회가 없어서 연락도 하지 못하던 차였다. <△ 사진:>우크라이나로 돌아간 서울팝스오케스트라 트럼펫 주자 콘스탄틴 마튜엔코(52)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제공
○··· “나이가 젊지도 않아 설마 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무섭지도 않은지 살짝 미소까지 짓는 드미트로의 표정이 어찌나 가슴 아프던지…. 사진 보고 한참을 울었네요.” 하 단장은 “제발 드미트로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내 나타샤는 남편을 붙잡지 않은 데 대해 “남편이 어머니를 3년이나 만나지 못해 우크라이나행을 말릴 수 없었다.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은 폴란드로 잘 대피했는데, 남편이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하 단장은 전했다.
◆ '우크라이나로 돌아간 서울팝스오케스타라 비올라 연주자'
◇ 드미트로는 2002년 ‘키이우(키예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내한했을 때 하성호 단장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여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이후 다른 우크라이나 출신 연주자들과 가교 구실을 해왔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단원 72명 가운데 20여명이 외국인 연주자로 구성된 일종의 ‘다국적 오케스트라’다. <△ 사진:>우크라이나로 돌아간 서울팝스오케스타라 비올라 연주자 레브 겔르(51)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제공
○··· 우크라이나로 떠난 동료 단원 2명도 드미트로의 소개로 입단했다. 트럼펫 주자 콘스탄틴 마튜엔코(52)는 2016년 4월에, 비올라 주자 레브 겔르는 2015년 6월에 각각 이 악단에 합류했다. 3명 모두 국립 키이우 음악원 선후배 사이다. 맨 먼저 한국에 정착한 드미트로가 다리를 놓은 것이다. 이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은 세르게이 살로도 우크라이나 출신인데 그는 한국에 남았다. 하 단장은 “세르게이의 아내가 한국인이다. 아내가 우크라이나행을 간곡히 만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연주가 끊기는 바람에 외국인 연주자들이 제대로 생활비도 벌지 못했던 터라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임석규 기자
◇ 외교부 집계 교민 40명 현지 체류 중 “식료품, 의약품 부족”/2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하르코프(하르키우) 건물이 불타고 있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현지 교민들이 참혹한 현지 상황을 영상과 사진으로 보내왔다.2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하르코프(하르키우) 건물이 불타고 있다.
○···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현지 교민들이 참혹한 현지 상황을 영상과 사진으로 보내왔다.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현지 교민들이 참혹한 현지 상황을 영상과 사진으로 보내왔다. 교민들은 식료품과 부상 당한 군인들을 치료할 의약품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2일 현지 교민들이 재우 한인 선교사협의회를 통해 지난 1일(한국시각)부터 보내온 영상을 보면, 격전이 벌어졌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중심으로 남부도시 바실키우(바실키프),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르코프) 등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건물이 불타고 무너진 모습이 보인다.
키예프 인근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현지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폭격으로 집을 잃고, 가장을 잃는 등 두려움과 분노 등에 휩싸여 있다”라며 “빵과 같은 식료품과 거즈, 소독제 등 의약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외교부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40명의 교민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러시아 군 공격 영상'
◇ 영상에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하르코프 등의 민간인 지역이 나온다. 러시아군 폭격에 파괴된 아파트 영상을 보내온 한 교민은 “단순한 전쟁이 아닌 학살의 현장이라는 현지의 외침이 이어진다”고 전했다. 다른 교민은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헤르손의 소식을 전하며 “러시아군들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으로 도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니 강을 건너 잠입해 민간인을 살해하는 등 포악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며 “현재 러시아군들이 가정을 습격할 계획이라는 소문도 들려 현지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했다.
○··· 2일 오후 4시 현재 외신은 헤르손이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고 보도하고 있다.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고 있다. 키예프에 거주하는 현지 교민이 1일 보내온 영상을 보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포격 소리에도 불구하고 연기로 뿌옇게 휩싸인 거리에서 “길을 막아라”라고 소리치고 있다. 영상을 보낸 교민은 “주민들이 직접 몸으로 러시아군을 막아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국경 넘기위한 피난민들'
◇ 현재 우크라이나인들은 주변 국가로 피신하고 있다<△ 사진:>1일 몰도바의 국경 마을 팔란카에서 현지 교민이 보낸 사진. 피난민들이 국경을 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교민 제공
○···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몰도바의 국경 마을 팔란카에서 피난하는 우크라이나인을 돕고 있다는 현지 한인 선교사는 사진을 보내며 “차량 없이 도보로 아이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는 피난민들이 많다”며 “몰도바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버스로 피난민들을 수송하고 있지만, 차량이 부족해 자원봉사자들이 개인 차량으로 수송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 '교민이 보낸 사진'
◇ 1일 몰도바의 국경 마을 팔란카에서 현지 교민이 보낸 사진. 피난민들이 국경을 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1일 몰도바의 국경 마을 팔란카에서 현지 교민이 보낸 사진. 피난민들이 국경을 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교민 제공고병찬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최종 모의시험을 하고 있다.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최종 모의시험을 하고 있다
◆ '빠짐없이 투표해 주세요'
◇ 제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 모의시험을 진행한 선관위 관계자들이 기표소를 점검하고 점검하고 있다.
○···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용산구 서울역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최종 모의시험을 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사전투표소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기표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박민정 기자
◇ 5·18기념재단, 서울사업회 등 성명 “명의 도용으로 민심 왜곡하지 말라/ 최근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수백명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는 선언문이 나오면서 진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는 28일 성명을 내어 “5‧18유공자들 내부에서는 윤석열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는 5‧18유공자 312명에 대해 가짜 숫자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 후보 캠프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고 이름이 공개된 27명 중 실제로 지지했다고 밝힌 사람은 손가락에 꼽는다. 명의 도용으로 민의를 왜곡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 '민주성지 광주를 더럽히지 말라'
◇ <△ 사진:>지난해 11월9일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전두환 옹호 발언을 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 5·18기념재단,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도 지난 2월25일 성명을 내어 “5·18유공자법(제63조 정치활동 등의 금지)에서는 5·18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5·18유공자는 그동안 수차례 5·18단체로부터 주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단체들은 “실제로 지지한 회원이 있다면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떳떳하게 이름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월24일 국회 소통관에서 5·18민주유공자 지지자 대표로 나선 박판석씨는 “5·18유공자 312명(공개 27명, 비공개 285명)이 개인 자격으로 윤 후보를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글·사진 김용희 기자
◇ TBS 라디오 “김건희가 관리하나” 질문에 김재원 최고위원 “나중에…” 즉답 못해 “누가 올렸든 우크라 저항 지지 의미” <△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귤 사진.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트위터 갈무리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글과 함께 성난 얼굴이 그려진 귤 사진을 올려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일 “누가 올렸든 어떤 내용이든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티비에스>(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캠프에서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개사과’에 이어 ‘문제적’ 게시글들이 올라오는 윤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쪽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파고든 것이다.
◆ '왜 이런일이 반복?'
◇ 김 최고위원은 “오렌지야, 오렌지 혁명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을 수 있다”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 에스엔에스를 윤 후보의 선거 캠프가 아닌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관리하는 게 아니냐’는 진행자 김어준씨의 거듭된 질문에는 계속 ‘알아보겠다’고 얼버무리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김건희씨의 선거운동 등판 여부에 대해서도 “그것도 제가 알아보고 나중에 말씀드린다”고 답했다가, 김어준씨로부터 ‘곤란한 건 다 나중에 알아보는 거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사진:>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한겨레 자료사진
○··· 앞서 윤 후보는 전날 공식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합니다(We stand with Ukraine)”라는 글과 함께 성난 얼굴을 그려넣은 귤 사진을 올렸다가, ‘전쟁이 장난이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해당 게시물을 3시간 여 만에 삭제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옹호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려견 앞에 사과를 들이댄 일명 ‘개 사과’ 사진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계정을 폐쇄한 바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담당자가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의 의미가 퇴색되는 현재 상황을 나름대로 반영해 응원한다는 취지로 올렸다”고 해명했지만, 이 ‘담당자’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 윤석열-안철수 전격 단일화에, 安 지지자들 '충격' 安 팬카페 '안국모' 회원들 "탈퇴하겠다" 성토 "4번 찍겠다" "이재명 찍겠다" "기권" 등 표심 흔들 <△ 사진:>제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오전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서울역 대합실 인근에 설치된 TV화면에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제발 만우절이라고 해주세요.""이렇게 된 이상 윤석열을 찍느니 차라리 이재명을 찍으렵니다.""투표 기권하겠습니다. 더 이상 정치에 신물이 납니다."제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새벽,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간의 단일화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발칵 뒤집혔다.
정치권 안팎의 거듭된 단일화 요구와 압박에도 안 후보가 "단일화는 이제 결렬됐다"며 완주 의사를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밝혔기에 충격이 더 커보였다. 안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에는 3일 서울 지역 집중 유세 일정이 올라와 있었다.
◆ '안철수 팬카페 '안국모' 단일화에 '충격'..."10년 지지자에 대한 배신'
◇ 안 후보 대표 팬카페로 알려진 '안국모' 커뮤니티에는 "자고 일어났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가 말하는 거 듣기 전에는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등등 갑작스럽게 전해진 단일화 합의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다수였다.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공식화 소식이 전해지자 당혹은 분노로 바뀌기도 했다. 안 후보에 대한 실망감, 배신감을 토로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대표 팬카페 '안국모'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나선 안 후보의 결정을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졌다.이 때문에 안 후보 지지자들의 반응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 지지자들은 특히 안 후보가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 협상 도중 일방적으로 후보직 사퇴에 나선 것을 떠올리며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또 철수냐", "10년을 조롱받으며 안철수 지키기에 애써온 지지자들에게 이건 배신이다. 철수의 정치인이 아니라 배신의 정치인이다",
"안철수 지지 평생 철수한다", "양당 기득권 정치에 신물이 나 안 후보를 응원했는데 이렇게 큰 당으로 들어가버리면 국민의당 존재 이유가 없지 않느냐", "오늘부로 정치에 관심 끊고, 팬 카페도 탈퇴하겠다" 등등 안 후보의 단일화 결정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 '일부 지지자 "당 내부서도 단일화 압박 많이 받았을 것'
◇ <△ 사진:>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뉴시스
○··· 안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만큼 단일화 시너지에 회의적 반응도 나왔다. 안 후보 지지자들의 표심이 윤 후보로 오롯이 옮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표심은 말 그대로 요동쳤다. "안철수 후보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투표장에서 윤석열은 뽑지는 못할 것 같다"거나 "안 후보의 도덕성, 능력을 보고 지지했는데 그런 내 손으로 윤석열은 도저히 어렵다" 등등 윤 후보에 대한 비토 여론이 적지 않았다.
◆ '차라리 이재명 후보를 찍겠다.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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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에선 "윤석열 후보를 찍느니, 차라리 이재명 후보를 찍겠다", "그대로 4번(안철수 후보)을 찍고 사표로 만들겠다", "기권한 김동연 후보를 찍겠다" 등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일부 지지자들은 안 후보의 단일화 결단 배경을 분석하며 안 후보 옹호에 나서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단일화 압박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정치는 현실이지 않느냐"거나 "지지율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느냐. 양강 후보로 지지율이 뭉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진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 같다"면서다.
◇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며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베드로 서울대교구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 민생과 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리 준비해 온 원고를 꺼내 읽은 것이다. 뒤이어 ‘안철수 후보와 어떤 접촉을 했느냐’는 추가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심우삼 기자
◇ 정치인 안철수가 또 물러났습니다.안철수, 윤석열 후보와 전격 단일화 발표 정치 입문 11년... '열 한 번째 철수의 역사' "제3지대, 새정치 버렸다" 지지자들 허탈 //"저 안철수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습니다.오늘의 선언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단일화는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과 지난 10년간 국민과 함께 달려온 안철수가, 국민의 뜻에 따라 힘을 합친 것입니다."<△ 사진:>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달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며 "비록 험하고 어렵더라도 제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 "아무리 큰 실리가 보장되고 따뜻한 길일지라도 옳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완주 의사를 내비쳤던 그였습니다.지난 달 13일 후보 등록 직후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국민 경선 방식 단일화를 전격 제안한 지 일주일 만에, 스스로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며 미련을 보이지 않던 그였습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제20대 대선 사전투표(4일, 5일)를 하루 앞둔 3일 새벽 윤 후보와 전격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하고 이날 오전 8시 윤 후보와 나란히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와 마주 잡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후보 단일화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윤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약속하며, 후보직 사퇴의사도 표명했습니다. 퇴장과 등장을 반복해온 '철수 정치' 경력에 또 한줄을 추가하게 된 것이죠. 안 후보가 내세운 이번 철수의 명분은, "더 좋은 정권교체"였습니다.
◆ '완주 의지 밝히더니, 국민의힘과 단일화 선언 안철수'
◇ "안철수를 10년 넘게 지지했는데, 끝내 돌아온 건 배신이다."안 후보에겐 결단이었지만, 지지자들에겐 배신이었습니다. 밤사이 터진 '단일화 날벼락'에 안 후보 지지자들은 당혹감을 넘어선 분노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 대표 팬카페인 '안국모' 커뮤니티에는 "오늘부로 안철수를 향한 지지 평생 철수다", "양당 기득권 정치를 비판하더니 그 당에 들어가면 어쩌자는 말이냐" 등등 안 후보의 단일화 결정을 성토하는 글들이 잇따랐는데요. <△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오대근 기자
○··· 지지자들이 '배신'이라고까지 표현한 데는 비단 안철수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중도포기해서만은 아닐 겁니다. '새정치', '기득권 양당체제 종식', '제3지대', '다당제' 등 그가 줄기차게 외쳐온 한국 정치 개혁이 좌절된 데 대한 실망이 더 크지 않을까요. 정치권 입문 11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철수 정치'에도, 믿어주고 지켜주려했던 '안철수의 정치'가 도대체 무엇인지 답답함, 허탈함도 깔려 있어보입니다.
◆ '安, 지지자들 "제3지대 새정치의 꿈 버린 배신" 성토'
◇ 당장 정치권에선 "다당제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남아주실 줄 알았는데, 안타깝고 마음 한 켠이 허전하다. (이제 안 후보의) 제3지대의 길은 정리가 되신 것 같다"(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원망 섞인 한탄과, "전형적인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에 불과하다"(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조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지지자들의 분노와 세간의 비판을 모를 일 없겠죠. 안 후보는 기자회견 이후 "제 결심에 따라 실망한 분도 많이 계실 것"이라며 "이 자리를 그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실행력을 증명해 보답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다당제는 여전히 본인 소신"이라며 정치 개혁에 대한 의지도 거듭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을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으로 변화시키고, △중대선거구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혁과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죠. 윤 후보와의 단일화는 정치개혁을 위한 승부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 '결단인가, 배신인가...정치 11년, 안철수의 열 한 번째 철수 역사'
◇ 2011년 9월 7일 안철수(앞줄 오른쪽)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경북 구미 금오공대에서 열린 희망공감 청춘콘서트에서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함께 대담식 강연을 하는 동안 무대 위까지 점령한 관객들이 함께 웃고 있다. 구미=박서강 기자
○··· 2011년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해, '새정치' 바람을 몰고 왔던 정치인 안철수. 벌써 열한 번째 철수를 단행한 그는 또 한번의 철수로 그의 다짐대로,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면 새정치의 꿈을 스스로 저버린 배신의 정치인으로 남게 될까요.일단 그가 걸어온 '철수의 길'을 되돌아보면 그나마 답이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철수 역사를.
◆ '책임? 무책임? 기성정치 문법과 달랐던 '철수 정치'
◇ 처음엔 '감동'이었습니다. 안철수 대표(이하 기사에선 안 대표로 호칭을 통일)의 '철수 정치사'는 ①2011년 9월 6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자신이 유력 후보임에도 출마를 양보하는 모습은 기성정치 문법에 익숙하던 대중에게 신선한 울림을 줬죠.<△ 사진:>2011년 8월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 모습. 연합뉴스
○··· 2012년 정계 입문 이후 선보인 안 대표의 철수 여정 역시 기성정치 문법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부정적인 쪽이었습니다.②2012년 '대선 철수'가 대표적입니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하며 선거 운동을 벌이던 그는 대선 당일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납니다.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하자던 손을 끝에 가서 갑자기 놓아 버린 거죠. 결국 그해 대선은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 '철수 철수 철수...'
◇ 2013년 3월 4·2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컴백한 안 대표는 무소속으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여의도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죠. 이후 안 대표는 새정치연합이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이었지만, 2014년 3월 김한길 민주당 의원과 손잡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전격 창당하며 훗날 '창당 전문 대표'의 길을 걷기 시작하죠. <△ 사진:>18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2012년 12월 19일 오후 안철수 전 후보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기 위해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 같이 신당 창당을 도모했던 참모들 입장에선, ③안 대표의 날벼락 같은 결정은 독단적 철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하루아침에 이뤄진 합당 형식의 창당. 물리적으로는 합쳐졌지만, 화학적 결합까진 역시나 역부족이었습니다. 그해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공천 문제로 불거진 극심한 계파 갈등 속에, 안철수의 신주류파와 구민주당계가 충돌하며, 결국 재·보궐 선거는 패배하게 되죠.④안 대표는 공동대표직을 내려놓고 칩거에 들어갑니다. 그 당시의 철수는 정치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이해되기도 했죠.
◆ '안 철수는 언제?'
◇ 그러나 정치 휴업의 그 시기는 길지 않았습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지 3개월 만인 그해 10월 안 대표는 '새정치 2기 선언'을 하며 복귀하죠. 이후 ⑤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전격 탈당을 감행합니다. 이때는 '전략적 철수'라는 분석도 나왔었죠. <△ 사진:>2016년 6월 29일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국회에서 대표직 동반 사퇴를 밝힌 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결국 새로운 당인 국민의당을 또 한 번 창당, 두 달 만에 38석의 원내 3당으로 만들어냅니다. 안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가 먹혔던 거죠. 하지만 안 대표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죠. ⑥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같은 해 6월 당 대표직에서 또 물러납니다. 언론은 여기까지 셈하며, '여섯 번째 철수'라고 칭했죠.철수했다가, 잠시 칩거했다가, 복귀했다가 정신없으시죠? 하지만 앞으로도 한참 남았습니다.
◆ '선거 패배→휴업→정치 복귀' + '창당→탈당' 안철수의 법칙(?)'
◇안 대표가 다시 등장한 건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이었죠.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새누리당이 힘을 못 쓰는 '부재' 상태였음에도, 3위에 그치며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됩니다. 이때도 안 대표는 ⑦한 달 동안 잠행하며 정치 휴업기를 가졌죠. 이후 8월에 다시 복귀해 국민의당 대표직에 도전, 정치 전면에 복귀합니다. <△ 사진:>2017년 4월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경북 경주역 광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주=서재훈 기자
○··· 이후 안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만든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는데요, 국민의당의 한 축이었던 호남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8년 2월 합당을 밀어붙여, 바른미래당을 만들기에 이릅니다.
안 대표는 그해 6ㆍ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직에 도전하지만, 패배하게 되고, ⑧독일로 출국하죠. 안 대표는 당시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더 깊이 경험하고 더 큰 깨달음을 얻겠다"고 밝히며, 더 나은 정치 행보를 도모하기 위한 '일보 후퇴'임을 강조했었죠.
◆ '뒤 늦게 알려진 독일 마라톤 참가'
◇ 독일 체류 중이던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 전 의원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 네티즌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안 전 의원이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한 뒤 완주 메달을 목에 건 채 웃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안 전 의원은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1시간 56분 33초 기록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캡처
○··· 하지만 바른미래당 창업주인 안 대표가 독일로 유유히 정치 공부를 떠난 사이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으며 급기야 바른정당계가 분당하는 사태에 이르렀죠. 하루빨리 복귀해서 상황을 정리해달라는 요구가 많았지만 안 대표는 곧바로 응답하지 않았죠.1년 4개월 만에 돌아온 안 대표는 2020년 1월 ⑨또다시 탈당을 선언하며, 바른미래당을 떠나서 새집을 짓는 길을 택합니다.
안 대표는 당시 당권을 쥐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의 협상에서 당 재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협상 이틀 만에 판을 깬 걸 두고, 진정성 없는 일방적 결정이란 비판이 나왔죠.결국 안 대표는 2020년 4·15총선을 두 달 앞두고 '국민의당'을 만들며, 네 번째 창당에 나섭니다.그러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야권 단일화 경선을 치렀죠. 결과는 오세훈 후보의 승리. 안 대표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평하며 후일을 도모합니다. 단일화 경선에서 늘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안 대표는 이번엔 "철수는 없다"고 공언하며, 물심 양면으로 야권 승리를 도왔죠.
◆ '정치 11년에 11번째 철수'
◇ 이후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먼저 제안했지만, 2개월 동안 끌어오던 중도와 보수의 통합은 ⑩안 대표가 협상 결렬을 또 선언하면서 결국 물 건너가게 됐죠. 안 대표는 통합 결렬을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정치 입문 때부터 줄곧 외쳐 온 "기득권 양당의 적대적 대결 정치 타파" "초당적 실용 중도 정당" 등의 캐치프레이즈가 또 한 번 소환했었죠. <△ 사진:>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4월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당선이 확실해진 후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 하지만 이번 윤 후보와 단일화,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합의하며 결과적으로 당시의 호소마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이렇게 굵직한 이벤트만 쭉 헤아려 보니, 정치인생 11년 동안 열 한 번째 철수였네요.
◆ '안철수의 종착지는 어디'
◇ 안 대표는 2020년 1월 독일에서 돌아온 뒤 귀국 일성으로 이런 다짐을 남깁니다. <△ 사진:>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2020년 1월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1년 4개월여 만에 귀국한 가운데 공항 입국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마중 나온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뉴스1 연합뉴스
○···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어렵고 외로운 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7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바람을 가슴에 깊이 담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2012년의 안철수와 2017년의 안철수, 2020의 안철수의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는 "더욱 간절해졌다"며 기다려준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기도 했죠.
◆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는 안철수'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8월 1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과 관련해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히며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뉴스1
○··· 그렇다면, 2년이 흐른 2022의 안철수는 과거와 뭐가 달라졌을까요, 또 같을까요. 적어도 안 대표가 말한 '초심'은 아직 그의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걸까요.그간의 '철수 정치사'는 안철수의 정치가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강윤주 기자
◇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옆을 지나가고 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십니까?”<△ 사진:>윤석열 즉답 안하다 토론회 끝난 뒤 “특검 좋다”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옆을 지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대선 후보 마지막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다섯차례 연달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장동 특검 수용 답변을 요구했다.앞서 윤 후보가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각종 언론보도를 길게 인용하며 이 후보 책임을 묻자, 이 후보가 ‘그럼 대선 뒤 특검을 하자’며 이에 대한 동의를 물은 것이다.이 후보는 윤 후보의 언론보도 인용이 끝나자 “벌써 몇 번째 울궈(우려)먹는지 모르겠다.
대선 끝나고 특검하자고 동의해 주시고, 문제가 드러나면 당선돼도 책임지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갑자기 “이거 보세요!”라며 언성을 높였다. 윤 후보는 “대선이 국민 반장 선거냐. 검찰이 수사 안 하고 덮었다”고 주장했다.이 후보는 이에 지지 않고 “특검하자, 동의하십니까?”라고 계속 물었다. 윤 후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특검 수사에 동의한다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대답을 안 한다”고 다그치자, “당연히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특검에 동의한다는 명시적 답변은 끝내 하지 않은 것이다.
◆ '동의 하십니까? 다섯번 외친 이재명'
◇ 지난해 9월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백드롭을 회의장에 걸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6일에도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대장동 게이트 수사를 위한 특검을 촉구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앞서 민주당은 특검 도입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 대상 등을 두고 시각 차이를 보였다. <△ 사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대장동 특검 수용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 특히 수사 대상의 경우 이 후보뿐만 아니라 윤 후보 관련 의혹도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 최종결재권자였고, 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대장동 개발 의혹 핵심 피고인들과 연루 의혹 등이 드러났다. 윤 후보 역시 대장동 사업 관련 불법 대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누나가 윤 후보 부친의 집을 사주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윤 후보의 특검 수용 답변은 토론회가 끝난 뒤 카메라 밖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아까 이재명 후보가 특검 이야기 하길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지난 9월부터 우리가 계속 주장해 온 건데, 이걸 민주당에서 다수 의석을 갖고 눌렀다. 무조건 해야 된다고 본다. 어떤 형식이든 수사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특검 좋다”고 했다. 이어 “제가 당선이 돼 나중에 취임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러니까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일체를 엄정하게 수사 해야 한다”고 했다.김남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단일화를 선언했다.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로 가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저희 안철수, 윤석열 두 사람은 오늘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 <△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오늘부터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여망을 담아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의 미래로 가는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두 사람은 입장문에서 “오늘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저희 두 사람은 원팀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함께 정권을 인수하고, 함께 정권을 준비하며, 함께 정부를 구성하여. 정권교체의 힘으로 정치교체, 시대교체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은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선 뒤 합당 의지도 표명했다.
◇ 급박했던 야권 후보단일화 막전막후 장제원-이태규 사전 협의 뒤 전격 만남//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합의는 2일 밤 3차 토론회 직후 급박하게 진행됐다.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저녁 토론회에 앞서 각 당 협상 주체였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은 4일부터 진행되는 사전투표 전 두 후보의 만남을 최종적으로 타진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먼저 두 사람이 후보 간 만남 일정을 조율했고,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가 끝난 밤 10시가 넘어 이런 내용이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각각 전달됐다. <△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옆을 지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예정됐던 윤 후보의 유튜브 촬영 일정이 끝난 자정께, 두 후보는 장 의원 매형이자 안 후보 지인인 성광제 교수 자택에서 만났다. 성 교수는 2012년 안 후보가 안랩 주식 절반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안 후보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은 2시간30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국민 통합 정부 구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안 후보는 후보 간 협상에선 별다른 조건도 제시하진 않았다고 한다. 윤 후보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세력은 같이 간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인수위원회와 향후 정부 구성도 함께 협의하고 대선 뒤 합당에도 합의했다.
◆ '마지막 여론조사보고 결단'
◇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안 후보가 그 자리에서 총리 쪼가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고 들었다”며 “두 사람의 만남부터 단일화 수용을 전제로 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고 안 후보가 결단한 것 아니겠냐”며 “마지막 토론회까지 하고, 최대한의 명분을 챙기는 모습으로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문의 뼈대는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이 함께 논의한 것을 기반으로 국민의당 쪽에서 초안을 작성했고,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내용을 확인한 뒤 흔쾌히 내용 전체에 동의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공동합의문 발표 뒤 기자들에게 “지금 이미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 찾아야 했다”며 ‘결단’의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안 후보는 지난달 13일 여론조사를 통한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주일 뒤인 지난달 20일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윤 후보는 다시 1주일 뒤인 27일 그동안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하며 단일화 무산 책임공방까지 벌어졌다.그러나 이날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그 전부터 안 후보를 여러 차례 만났으면 서로가 훨씬 더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밝힌 뒤 “어제 토론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앉아서, 구체적인 조건이랄 것도 없이 오늘 공동선언문에서 말한 대로 대의를 위해 함께 하기로 결의를 다지고 오늘 아침 안 후보와 여러분 국민 앞에 서게 됐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앙금은 해소됐음을 강조했다. 안 후보도 “(단일화 결렬) 이후로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분의 말씀을 들었다. 저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며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 바친 사람”이라면서 “그 대의에 따르는 것이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배지현 기자
◇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민주당 패닉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됐다” 이번에 호남 부동층 결집 가능성도//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자 그동안 “단일화 변수는 제거됐다”고 봤던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에 빠졌다. 민주당은 선거 구도가 한층 불리해졌지만 ‘명분 없는 단일화’에 대한 역풍과 함께 민주당 지지층 결집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그동안 이재명 후보가 ‘통합 정부’를 외치며 각종 정치개혁안을 통해 안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으나 전격적인 야권 단일화로 상황이 마무리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 사진:>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 무슨 말을 드리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또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구도상으로는 불리하게 됐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며 “그러나 합리적인 과정 없이 안 후보가 야밤에 변절한 것은 명분이 없고 오히려 우리 진영의 위기감을 가중해면서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윤건영 민주당 선대위 정무실장도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 선언과 관련해 “당연히 예상을 못 했다. 힘들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단일화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단일화로 인한 민주 지지층이 총결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2002년에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철회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후보에게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지지층 결집 또는 중도층의 변화를 이끌어냈던 적이 있다”며 이번 단일화로 민주당 지지세력이 총결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서 국민적 동의를 만약에 못 얻는다면 오히려 심각한 역풍이 불 수가 있다”며 “이합집산 권력 나눠먹기로 비춰질 거냐 아니면 미래에 대한 국민적 선택으로 비춰질 거냐에 대한 판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이번 단일화로 호남 여론이 이 후보 쪽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에선 차마 윤 후보는 찍지 못하고 이 후보는 약간 꺼리는 세력들 가운데 안 후보로 기운 이들이 있었다”며 “이번 단일화가 이들의 표를 이 후보쪽으로 결집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송채경화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야권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사전투표 용지 위 안 후보 기표란에는 ‘사퇴’라는 글자가 표기된다. 하지만 대선 당일 투표용지에는 ‘사퇴’는 표기되지 않고 투표소에 관련 안내문만 부착된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5일 열리는 사전투표에 쓰이는 투표 용지는 투표소에서 바로 출력하는 방식이라 기표란에 ‘사퇴’라는 표기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대선 당일인 9일에 사용될 투표 용지는 이미 인쇄를 완료한 상태라, 투표소에 사퇴했다는 안내문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2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동대문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선관위로 전달된 투표용지의 인쇄 상태를 검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 사전투표 용지는 투표소서 바로 출력 3월9일 본투표 용지는 이미 인쇄 완료투표 용지 인쇄일(2월28일) 전에 사퇴한 후보는 기표란에 본 투표 용지에서도 ‘사퇴’라는 글자가 인쇄되지만, 안 후보와 윤 후보의 단일화는 이미 인쇄일을 넘겼다.투표 용지 인쇄일을 넘긴 뒤 극적 합의에 이르면서 ‘단일화 효과’가 얼마나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두 후보의 단일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있는 오늘이 (단일화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고, 오늘 단일화가 이뤄지면 가장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공교롭게 이렇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투표 용지가 이미 인쇄에 들어갔지만 요즘 유권자들은 (단일화를) 다 아시는 분들”이라 투표 용지에 ‘사퇴’ 표기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장나래 기자
◇ 우상호 “과정 투명하지 않아…이면 합의 있었는지 밝혀야”민주 “오히려 역풍 불 수도…‘인물론’으로 지지 호소 계속”//더불어민주당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합의에 “야합”이라며 맹비난했다.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우 본부장은 “대한민국 국민은 현명하다.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다 지켜보셨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사진:>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우 본부장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비전들을 쭉 제시해 오지 않고 막판에 급하니까 두 후보가 담판 방식으로 끝냈기 때문에 지지자들 설득이 어려울 것”이라며 “양측 지지자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단일화에 대해 “내용을 밝히지 않고 통합 정부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구상을 밝히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게 선거다. 국민에게 밝힐 수 없는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어떤 자리를 어떻게 나누려 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당은 이날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타결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오전 8시 본부장단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 본부장은 이 회의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우 본부장은 “단일화가 된다고 해서 이재명·윤석열 후보 사이의 지지율 변동이 급격하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며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 후보 찍기를 주저했던 분, 그리고 이 행위(단일화)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시는 중도 부동층까지 결집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막판 변수가 하나 발생했지만 지금까지의 전략과 기조는 유효하다고 결론 내렸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재명이 적임자라는 인물론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일화와 무관하게 권력분산과 다당제 논의 등 정치개혁 의제를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우 본부장은 “오늘 하루 여론이 중요하다. 정권교체 열망이 높아질지, 야합으로 평가받을지의 중대 기로”라고 강조하며 “선대위는 향후 24시간 비상 체제로 전환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 본부장은 “당원·지지자들이 비상한 결의로 나서주시길 호소한다. 우리에겐 아직 6일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당부했다.김윤주 기자
◇ 우크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 같았던 푸틴 침공 일주일 접어들었지만 수도 진입 못해 "러시아, 우크라 전력 분석 실패·저항 과소평가...푸틴에 직언하는 사람 없었다"는 분석 잇따라 //예상은 크게 어그러졌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 위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독립 승인 후 곧바로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쏟아부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현실은 아수라장이다. <△ 사진:>1일 영국 런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반전 집회를 열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 푸틴 대통령이 자신했던 러시아군의 승전고는 울릴 줄 모른다. 친(親)러시아 괴뢰 정부 설립은커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각 조짐조차 없다. 되레 정쟁으로 갈라졌던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한데 뭉쳤다. ‘침략자’를 몰아내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총을 들면서 러시아군을 애먹이고 있다.이렇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속전속결과 멀어진 원인으로 ‘정보 실패’가 꼽힌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수의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정보당국의 실패가 명백하다”고 입을 모았다. 푸틴 대통령 최측근 이너서클 그룹이 ‘심기경호’를 위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의미다.푸틴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부터 지금까지 22년 넘게 철권통치를 이어오면서 자신의 권력을 뒷받침할 최측근을 중용했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푸틴 대통령은 이 소수의 ‘인(人)의 장막’ 속에서 전쟁을 논의해 왔는데, 이들이 푸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 '푸틴군, 빈손으로 패퇴할 것'
◇ 실제 침공 6일째였던 이날까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함락에 실패했다. 서방 정보당국자들은 입을 모아 침공 첫날(지난달 24일) 키이우 인근 호스토멜공항 점령 실패를 대표적 ‘정보 실패’ 사례로 꼽았다. <△ 사진:>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호스토멜공항에서 최근 벌어진 러시아군 공습과 격렬한 교전으로 항공기 격납고가 파손된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맥사테크놀러지스 제공·AFP 연합뉴스
○···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인근에서 공군 거점을 마련한 뒤 최정예부대를 수도로 진격시켜 빠르게 장악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장비 부족과 작전 오판으로 호스토멜공항을 점령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군 전력과 전투의지를 얕잡아본 탓이다.서방 정보당국자들은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군의 전력 파악에 실패했으며 △민중의 저항의지를 과소평가했다고 진단하면서 이는 침공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로 한정되면서 상황을 오판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국방 전문가는 FT에 “러시아군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다”며 “독재정권의 최고 권력자에게는 언제나 듣고 싶은 말을 해 줄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나 러시아군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긴 할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러시아군이 결국은 얻은 것 없이 패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다른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는 “최근 수개월 동안 푸틴이 고립되어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는 정보만 계속 전달되는 만큼 그의 결정도 오판에 기인한다는 의미다.김진욱 기자
◇ 백악관, 러시아 정유사·22개 국방 기관 제재 발표 벨라루스 수출 통제·스위프트 퇴출...러 수준 제재 끝없는 제재...2014년 크림반도 병합 제어 실패 교훈 //미국 백악관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 정유사와 국방 관련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또 미 의회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조사하는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다. 러시아를 지원하는 벨라루스에 대한 전방위 제재안도 공개됐다. 러시아의 돈줄과 무기, 지도자, 우방을 빈틈없이 옥죄겠다는 것이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사태 당시 허술했던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심을 쉽게 만들었다는 반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사진:>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고렌카에서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집을 잃은 한 주민이 슬퍼하고 있다. 고렌카=AP 연합뉴스
○···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 정유사를 대상으로 원유 및 가스 추출 장비 수출 통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유업은 러시아군을 지원하는 핵심 수입원”이라며 러시아 정유시설 현대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번 제재로 당장 러시아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나 노후 장비 교체 등을 차단해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백악관은 또 러시아 22개 국방 관련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 러시아 무기 개발과 생산에 제약을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관은 러시아 군용 전투기, 보병전투차, 전자전 시스템, 미사일, 무인항공기 등을 만드는 제작업체들이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있는 벨라루스도 러시아와 같은 수준의 수출 통제 제재 대상국이 됐다.
백악관은 벨라루스의 보안서비스, 군사ㆍ국방 분야 연구ㆍ개발 관련 기업들을 상무부 제재 목록에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도 가세해 벨라루스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ㆍ스위프트) 결제망 차단, 군 고위 관계자 22명 입국 금지 및 자산 동결 등의 제재안을 부과했다.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항공기에 이어 러시아 국적 선박의 미국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안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EU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서 러시아 이용자 계좌나 루블화 환전을 금지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미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빅토리아 스파츠 하원의원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의 전쟁범죄 관련성을 조사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 '러시아 경제에 중대한 타격 가할 것'
◇ <△ 사진:>미국의 전방위 제재 압박은 2014년의 뼈아픈 교훈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의 제재 범위는 좁고, 시기마저 늦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당국자들은 당시 경험에서 유럽과 미리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고 최대치의 영향을 미치도록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 이번에 러시아 금융제재를 주도한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 달리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등은 2014년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일했던 인사들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부터 제재 옵션 제안을 지시했고, 재무부 등은 이미 많은 제재 방안을 완성한 상태였다고 한다.또 제재 목표는 △러시아 타격 최대화 △미국과 유럽 충격은 최소화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이고 중대한 타격을 가할 것 △푸틴의 능력 약화 등이었다고 폴리티코는 소개했다.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 러시아 ICT 기업 수장들, 자산가치 쪼그라들어 전쟁으로 정세 불안 가중, 루블화 폭락 등 유탄 러시아 부호 10여명, 억만장자 명단에서 탈락 푸틴에 "전쟁 중단하라" 공개적으로 반기 들어//러시아 억만장자들이 뿔났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산 가치가 급속히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대놓고 전쟁 반대를 외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각을 세울 정도다. 국제사회 지탄을 받는 푸틴 대통령은 내부 아우성부터 단속해야 할 처지다.‘러시아판 구글’로 불리는 검색엔진업체 얀덱스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 사진:>국내 체류 우크라이나인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나치 아돌프 히틀러를 합성해 '푸틀러'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뉴스1
○··· 아르카디 볼로시 최고경영자(CEO)의 지분 가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일주일간 최소 60% 이상 떨어졌다. 포브스는 2일(현지시간) “한때 26억 달러가 넘었던 볼로시의 자산은 현재 5억8,000만 달러로 줄었다”고 추산했다. 억만장자 선정 기준인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얀덱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300억 달러를 웃돌아 러시아 최대 ICT 기업으로 손색이 없었지만 불과 넉 달도 안 돼 67억 달러로 추락했다.
러시아 디지털은행 틴코프의 설립자 올레그 틴코프는 더 속이 쓰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가가 90% 넘게 하락하면서 그의 손실 규모가 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틴코프의 자산은 8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졸지에 글로벌 억만장자 대열에서 제외된 것이다. 틴코프의 시총도 230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줄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억만장자 칭호를 잃은 러시아의 부호는 10여 명에 달한다.
◆ '푸틴 침략, 손실로 재력잃은 부호 10여명'
◇ 이들은 억울할 법하다. 물론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부를 축적하긴 했다. 하지만 군사물자를 생산하거나 서구의 러시아 제재 대상이 아닌데도 푸틴 대통령의 성급한 개전 결정으로 인해 유탄을 세게 맞았다. <△ 사진:>러시아 디지털은행 틴코프의 설립자 올레그 틴코프.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산을 50억 달러 넘게 잃어 일주일 만에 억만장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AP 연합뉴스
○··· 지정학적 위험과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러시아 경제가 흔들려 주가와 루블화 가치가 폭락한 탓이다. 전장과 한참 동떨어져 뒷짐지고 있던 ICT 기업의 수장들이 전쟁의 혹독한 대가를 먼저 치른 셈이다.체코 투자은행 우드앤코의 일다 다플레친 선임연구원은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얀덱스가 투자한 회사들에 자금을 댈 충분한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얀덱스 자체는 제재에서 자유로울지 몰라도 VTB 같은 주주들은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책은행이자 제2 은행인 VTB는 지난달 25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며 푸틴 대통령을 ‘침략자’라고 규탄할 당시 제재 명단에 올린 곳이다.
유럽연합(EU)도 2일 VTB를 비롯한 7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망에서 퇴출시켰다.순식간에 막대한 부를 잃은 억만장자들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반기를 들었다.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 알파뱅크의 미하일 프리드만 설립자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쟁은 해법이 아니고, 전쟁으로 많은 생명을 앗아가 수백 년간 형제처럼 지낸 양국에 큰 피해를 줬다”고 강조했다. 틴코프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매일 죽어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생각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김광수 기자
◇ IEA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 방출 합의 추가 방출도 검토… "전쟁에 글로벌 협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IEA는 전황을 지켜보면서 추가 방출도 검토하기로 했다.IEA 31개 회원국은 1일(현지시간) 화상 회의를 열고 비상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 사진:>1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한 차량에 휘발유 주유건이 꽂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뉴스1
○··· “국제 원유시장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 부족은 없을 것이라는 통일되고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조치”다. 회원국들이 비상 비축유 방출에 뜻을 모은 것은 2011년 이후 11년 만이며 1974년 아랍의 석유금수조치로 제도가 설정된 이후 네 번째다.
이번 방출량은 전세계 하루 소비량보다는 적지만, 러시아 수출량의 최대 15배에 달한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하루에 원유 400만∼50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 방출량 절반은 미국에서 나올 예정이다.
◆ '러시아 탈피 에너지 공급 다양화 가속'
◇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IEA 합의 사실을 전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부가 미 전략 비축유 3,000만 배럴을 방출하도록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IEA 회원국은 시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방출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렸다. <△ 사진:>1일 러시아군 폭격으로 폭발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TV 송신탑.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 사키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에서 비롯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붕괴를 막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에서 탈피해 에너지 공급의 다양화를 가속하고 러시아의 석유ㆍ가스 무기화로부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IEA 발표는 러시아의 부당한 침공을 규탄하고, 푸틴 대통령이 선택한 전쟁의 영향에 대처하고자 협력하는 전 세계 파트너들의 또 다른 본보기”라고 덧붙였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해 수출통제, 금융제재 및 석유시장 안정화를 위한 비축유 방출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국제 유가는 이날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로이터통신 따르면 뉴욕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10% 넘게 뛰면서 배럴 당 105.6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 당 106.77달러로 9% 뛰었다. 브렌트유 가격은 2014년 7월 이후 최고, WTI는 2014년 6월 이후 최고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이 공급 차질에 관한 시장의 우려만 강조했다”고 짚었다.김표향 기자
◇ 러 국방부는 헤르손 ‘완전 통제’ 발표…미 당국자는 “극도의 각축 상태” 러, 개전 이후 첫 사상자 발표…498명 전사·1597명 부상//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7일째를 맞는 2일 처음으로 500명에 달하는 전사자를 발표했다.이고르 코나센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주요 도시인 헤르손을 러시아 군이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국방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코나센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군이 헤르손의 민간 시설, 필수 시설, 교통 등이 러시아 군의 점령 하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식량이나 연료부족 사태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프>(AP) 통신이 보도했다. <△ 사진:>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의 고렌카에서 2일 한 민병대원이 차량이 접근하자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그는 러시아 군 사령관과 헤르손의 기존 시 당국 사이에 질서유지를 위한 대화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우크라이나 정부는 헤르손이 여전히 우크라이나 군의 통제 하에 있다고 주장했다. 헤르손 시장인 이고르 콜리하예프은 이날 밤 러시아 군이 거기에 있고, 시 의회 청사로 가는 길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해, 시가전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한 고위 국방 관리는 “우리들의 견해는 헤르손이 현재 시점에서 극도의 각축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러시아 국방부는 또 이날 처음으로 전투 중 사상자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498명의 병사가 전사하고, 1597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국방부는 2870명의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전사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쪽은 7천명 이상의 러시아 병사가 전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개전 7일째를 맞아 러시아군의 도심과 민간 시설들에 대한 공격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주요 도시를 겨냥한 러시아군의 전술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미국 군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도시를 포위하고 물자 공급과 탈출로를 차단해서, 항전 의지를 완전히 분쇄한 뒤 공격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군은 도시를 일정 기간 봉쇄한 뒤 기갑부대를 동원해 도시를 공격할 것이라고 이들은 예측했다.우크라이나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동부의 하르키우에서는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군은 도심의 시 의회, 전화국, 텔레비전 탑 등을 겨냥해 포격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포격과 공습으로 이날 적어도 25명이 숨졌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밝혔다.
도심에 대한 러시아군의 격렬한 공습과 포격으로 하르키우는 “21세기의 스탈린그라드”가 되고 있다고 올렉시이 아레스토비치 우크라니아 대통령 보좌관을 인용해 <에이피>가 평가했다.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에 구축된 길이 64㎞에 달하는 러시아 군의 전력 대열은 여전히 도심으로 진입하지 않고 대기중이다. 이 전력 대열이 이틀째 외곽서 머무르고 있는 것이 보급이나 작전 차질 때문인지, 아니면 키이우 봉쇄를 위해 준비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도심을 향한 본격적인 공세를 아직 미루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방부 청사 인근의 철도역이나 호텔 등을 포격으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철도 당국은 키이우 남부역 부근이 포격을 받아서, 당시 이곳에 대피했던 수천명의 여성과 아동들이 급히 소개됐다고 밝혔다. 인근의 이비스 호텔도 공격을 받았다.정의길 선임기자
◇ 수출통제·결제 관련 기업·유학생 등 애로 증가 정부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 등 대책 마련 중//해소 방안 마련에 나선다.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겸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 등을 통해 애로 사항을 신속히 파악하고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제 애로 해소 방안을 적극 검토·추진해 나갈 계획” 밝혔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이 차관은 검토 중인 애로 해소 방안이나 대책 발표 시기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 사진:>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0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 겸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앞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상대로 수출통제와 함께 국제금융결제망(SWIFT·스위프트) 배제 등 금융제재에 나서고 우리 정부도 여기에 동참한다고 밝힌 뒤, 현지 교민과 수출입 기업 등의 금융거래 중단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정부는 또 실물경제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아직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 차관은 “2월 수출이 전년 대비 20.6% 증가해 견조한 증가 흐름을 지속한 가운데 대러시아(48.8%)·우크라이나(21.2%) 수출은 전체 수출 증가폭을 상회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지표상으로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대한 국내 문의가 급증하는 등 불안감은 크다.
이 차관은 “수출통제·대금결제 등과 관련한 부문별 문의·애로 접수가 점차 증가해 누적 400건을 넘어서는 등 (러시아 제재) 영향이 조금씩 가시화되는 조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이미 계약이 체결된 사료용·식용 곡물의 현지 선적·출항이 차질을 빚고 있다. 수출통제·금융제재가 본격 발효되면 수출·금융·에너지·공급망 분야 외에도 중소기업·해외건설·정보통신(ICT)·해양수산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예상하지 못한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억원 차관은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 등을 통해 애로 사항을 신속히 파악하고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제 애로 해소 방안을 적극 검토·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금융회사의 러시아 관련 신용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작년 말 기준 전체 해외 익스포저의 0.4%로 크지 않으며 작년 말 14억7천만달러에서 올해 2월 11억7천만달러로 감소한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 26일 새벽 “우린 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다”러 공세에도 “키예프 교외·주변 통제 중”//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예프를 겨냥한 러시아군의 밤샘 공세를 견뎌낸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날이 밝은 새벽 키예프 거리에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며 “우리는 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새벽 키예프 거리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30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나는 여기 있다. 우리는 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조국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볼로도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6일 수도 키예프 거리에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 “우리의 무기는 진실이고, 우리의 진실은 이것은 우리의 나라이고, 우리의 아이들이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지킬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그보다 몇시간 앞선 25일 자정 무렵 올린 동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늘 밤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오늘 밤은 매우 힘들 것이다. 적들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사용해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을 분쇄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바로 지금 결정되고 있다”고 우려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새벽 동영상을 통해 건재를 과시한 점을 비춰볼 때 키예프 곳곳에서 격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밤 러시아군의 공격을 일단 저지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고 고문(선임 보좌관)인 미하일로 포돌리악도 우크라이나 방송에 나와 러시아군이 “키예프로 최대한 많은 장비를 옮겨오려 하고 있지만, 현재 (키예프) 교외와 주변 주역의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 각각 떨어진 사보타쥐(후방 교란) 부대와 정찰 부대가 도시 안에 있지만, 우크라이나 경찰과 자경대들이 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 '대피하는 시민들'
◇ 러시아의 밤샘 공세를 이겨낸 26일 새벽 키예프에서 시민들이 더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대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제공
○···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키예프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키예프, 우리의 찬란하고 평화로운 도시가 러시아의 지상군, 미사일의 공격 아래서 하룻밤 더 살아남았다. 나는 전 세계에 요청한다.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켜 달라. 대사를 추방하고, 석유 금수조처를 취하고, 경제를 망가뜨려라.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멈춰라.”
◆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주거지 공격'
◇ 하지만, 미국 <시엔엔>(CNN)은 이날 새벽 “키예프 국제공항 주변의 주거용 건물이 미사일 혹은 로켓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하며,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구 군사 전문가들은 양국의 전력차가 너무 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세를 꺾고 키예프를 끝까지 지켜내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진:>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26일 트워티를 통해 러시아를 고립시키자고 호소했다. 쿨레바 장관 트위터 갈무리
○··· .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2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 몇개월 동안 키예프가 함락될 가능성이 실제 있다고 말해왔다. 러시아군이 계속해 키예프로 진공하고 있어 정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외로 대피를 시켜주겠다는 미국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제안에 대해 “여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탄약을 원히지 탑승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 '국제시회 지원 우크라이나로'
◇ <△ 사진:>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탈출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관 트위터 갈무리
○··· 우크라이나가 항전 의사를 불태우면서 국제 사회의 지원도 이어지는 중이다. 이날 아침 트위터로 올린 별도 메시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우리 파트너들이 보내오는 무기와 장비들이 우크라이나로 들어오고 있다. 반전 연대는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5일 오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방위를 위해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길윤형 기자
◇ 141개국 “러시아군 즉각 철군해야”북한 등 5개국 반대…중국은 기권//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논의한 유엔 긴급특별총회가 러시아를 규탄하고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를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이번 결의에는 한국을 비롯한 141개국이 찬성하고, 5개국이 반대했으며, 35개국이 기권했다. 규탄 결의의 대상인 러시아와 함께 북한, 에리트레아, 시리아, 벨라루스가 반대표를 던졌다. 중국은 기권 대열에 섰다. <△ 사진:>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가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통과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중국은 러시아와 결속을 다져왔으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고, 이 문제에서 러시아 편에 서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를 받아왔다.결의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무기 경계 태세 강화도 비난했다. 또 “러시아연방은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로부터 즉각적으로, 완전하게, 무조건적으로 모든 군사력을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표결 직전 연설에서 세르게이 키슬리챠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대사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존재 권리를 박탈하려 한다”고 말했다
. 이어 “러시아의 목적은 단지 점령이 아니라 인종청소”라고 주장했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표결 직후 “이번 총회의 메시지는 크고 또렷하다. 우크라이나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총성을 멈추라. 지금 대화와 외교의 문을 열라.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성과 주권은 유엔헌장에 따라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게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충돌의 잔인한 결과는 명백하다”고 했다. <시엔엔>(CNN)은 총회장의 대형 스크린에 표결 결과가 뜨자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쳤다고 전했다. 결의는 구속력은 없지만 상징성은 상당하다.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주도의 제재로 경제적으로 고립되는 가운데 외교적 고립도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엔 긴급특별총회는 193개 회원국 중 기권을 제외하고 표결에 참석한 국가들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결의를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워싱턴/이본영 특파원
◇ 미 정보당국, 푸틴 정보 수집 나서 “빠른 제재에 극도로 분노” 전언도
핵 태세 강화 등 난폭한 대응 주시 “푸틴, 예전과 달리 뭔가 잘못돼” 반면 “공포 증폭 노린 전략” 분석도//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미국 정보당국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제 전쟁을 일으킨 것부터 최근의 핵 위협과 민간인을 포함한 대상을 향한 무차별 공격 등 일련의 행동이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시엔엔>(CNN)은 1일 미 정보기관들에 푸틴 대통령의 정신 상태에 관한 새 정보 수집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방송은 푸틴 대통령에 접근성을 갖추고 있는 인물로부터 전해 들은 정보원의 얘기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가 본인이 예상하고 적정하다고 생각한 수준보다 빠르게 올라갔다고 느끼고 있으며, 그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 사진:>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AP 연합뉴스
○··· 연방수사국(FBI)은 이런 증언을 담은 최근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의 행동이 매우 우려스럽고 예측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미 조야에서도 현재 푸틴 대통령은 ‘예전의 푸틴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28일 기자들에게 “푸틴이 10년, 15년 전에 했을 걸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오늘날에도 대응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5일 트위터에 “더 공개할 수는 없지만, 푸틴이 뭔가 잘못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적었다.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강력하고 단합된 경제 제재에 핵 운용 부대의 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민간인 시설에까지 폭격을 가하는 등 매우 난폭해지고 있다.
◆ '러시아인이여, 거리로 나서달라”…나발니, ‘옥중 트위터’ 메시지'
◇ 러시아 경찰이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전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유럽의회 화상연설에서 “어제 하루에만 16명의 어린이가 죽었다”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국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가 국제법상 금지된 진공폭탄과 집속탄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고삐 풀린 듯한 행동이 서방의 공포를 증폭시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방수사국에 전달된 정보원의 전언 또한 이를 노린 역정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정보 브리핑을 했던 베스 새너 <시엔엔> 안보 분석가는 “푸틴이 그 전에 말해온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푸틴 대통령이 미쳤거나 불안정한 게 아니다. 고립으로 인해 감정이 더 고조된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그(푸틴 대통령)의 정신적 안정성에 대해 평가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그의 발언과 행동,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한 정당화는 분명히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황준범 기자
◇ 하늘길’ 막힌 러 외무 화상발언 했으나 유엔 회의장 외교관들 등 돌려 단체퇴장 “유엔이 거짓 유포의 장 되어선 안 돼”//러시아 외무장관이 유엔(UN) 회의에서 발언하자 세계 각국 외교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잇따라 퇴장하는 시위를 벌였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화상으로 발언을 시작하자 각국 외교관들이 회의장에서 나가버렸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퇴장 시위를 주도한 예브헤니이아 필리펜코 주제네바 우크라이나 대사는 회의장 밖에서 대형 국기를 들고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놀라운 지지를 보여준 여러분께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화상을 통해 발언하자, 각국 외교관들이 등을 돌려 퇴장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퇴장 시위’에 동참한 독일 대사인인 카타리나 스타쉬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장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계 주민을 오랫동안 박해해왔으며 서방이 이를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보다 1시간여 전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라브로프 장관이 화상으로 연설을 시작하자 각국 외교관들이 등을 돌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회의장에서 빠져나간 외교관들은 우크라이나 국기 앞에 모여 크게 박수를 쳤고, 박수 소리는 라브로프가 화상 연설을 하고 있는 회의장에도 들릴 정도였다고 <아에프페>는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니아가 핵무기를 보유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연설을 했으나, 회의장에 이 연설을 들은 나라 외교관은 예멘, 베네수엘라, 시리아, 튀니지 등 손에 꼽힐 정도에 불과했다.라브로프 장관은 원래 제네바에 와서 직접 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유럽 여러 나라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로 하늘길을 막으면서 참석이 취소됐다. 대신 그는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통해 발언했다.조기원 기자
◇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독립했지만 분열·퇴행적 정치문화 등 정체성 혼란 푸틴 “우크라는 러시아가 만들어” /2004년 오렌지혁명 후 독자노선 크림반도 합병 뒤 강화된 정체성 러시아와 전쟁으로 비로소 ‘하나’ 닷새간 2만2천명 넘게 조국 귀환<△ 사진:>지난달 27일 새로 산 군화를 든 남성들이 도보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기 위해 메디카 국경검문소 앞에 줄을 선 모습. 메디카(폴란드)=연합뉴스
○··· 우크라이나와 살을 맞댄 폴란드 동부 국경 도시 메디카에는 최근 우크라이나로 입국하려는 젊은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인 조국을 위해 총을 들겠다고 결심한 우크라이나인들이다.28일(현지시각) 메디카 국경 검문소를 통과한 한 남성은 <에이피>(AP) 통신에 “우리는 조국을 방어해야 한다.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러시아인들이 우리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니로'
◇ 폴란드 국경경비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 동안 2만2000여명이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향했다고 밝혔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지도부가 수도인 키예프(키이우) 사수를 외치며 결연한 저항 의지를 보이자, 우크라이나인들이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다.<△ 사진:>우크라이나의 한 남성이 2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싸우겠다며 폴란드 국경 도시 메디카에 와 있다. AP 연합뉴스
○··· 러시아 탱크에 맞서기 위해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화염병을 만드는 모습은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가 진정한 국민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각성의 시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독립을 손에 넣었지만, 지난 30여년 동안 특권 계급으로 인한 퇴행적 정치 문화와 국론 분열로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우크라이나가 비로소 하나가 된 것이다.
◆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젊은이들'
◇ 전쟁을 개시하기 이틀 전인 22일 무려 55분간 이어진 대국민 담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진정한 의미의 독립국이었던 전통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국가성을 부정했다. 그는 또 “현대 우크라이나는 완전히 러시아가 만든 것” “(우크라이나는) 우리(러시아) 역사, 문화, 종교 공간의 분리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의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 사진:>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4일(현지시간) 폴란드 프셰미실 중앙역에서 키예프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던 니콜라(왼쪽)와 이고르. 프셰미실(폴란드)=연합뉴스
○···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2004년 민주화 시위인 ‘오렌지 혁명’ 이후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통해 러시아와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모색해왔다. 러시아의 견제로 친러시아 정책을 추진한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2010년 집권했지만, 이 노선에 맞서다 2013년 유로마이단 혁명을 통해 탄핵당했다. 그 직후인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뒤이어 터진 동부 내전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각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서구적 개혁을 본격 추구해 가기 시작한다.
◆ '러시아전 대비 만드는 화염병'
◇ 우크라이나 국제공화문제연구소(IRI) 여론조사를 보면 우크라이나인들의 인식 변화가 잘 드러난다. “우크라이나가 국제적 경제 연합 중 한 곳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곳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2012년 우크라이나인의 43%는 옛 소련 구성국인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연합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럽연합을 꼽는 이들은 36%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1년 11월 조사 때는 유럽연합이라고 답한 이가 절반을 넘는 58%에 달했다. <△ 사진:>28일 우크라이나 북부 지토미르에서 시민들이 러시아군의 침입에 대비해 화염병을 만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한 우크라이나인은 “유럽연합 가입이 비정상적인 지배체제를 정상적이고 책임 있는 민주주의로 되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키예프를 둘러싼 포화 속에서도 ‘유럽연합의 즉시 가입’을 요구하며 목을 매는 이유다.문화적 정체성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패션잡지 <엘르> 우크라이나판은 처음으로 표지에 러시아어 대신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도시 엘리트층은 러시아어를 쓴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증거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짚었다. 우크라이나 <엘르> 편집장인 소냐 자보우하는 2014년 사태가 이런 변화가 생기는 “강한 동인이 됐다.
많은 사람이 태도를 바꿨고 (우리가) 우크라이나인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종교적 독립도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2019년 330여년간 속해 있던 러시아 정교회 관할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2014년부터 2019년까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지냈던 파울로 클림킨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시계는 푸틴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나라(우크라이나)는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피비린내 속에서 세계는 하나의 국민국가가 탄생하는 장엄한 과정을 목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조기원 기자
◇ 협상 장소 놓고 신경전 이어져/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러시아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으나 벨라루스에선 안 된다며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 사진:>우크라이나 병사가 26일(현지시각) 장갑차량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카르키프/AP 연합뉴스
○··· 그는 이날 페이스북으로 공개한 메시지에 “바르샤바, 브라티슬라바, 부다페스트, 이스탄불, 바쿠, 이 모든 곳을 우리는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나라에 미사일을 쏘는 기지로 활용되지 않는 나라면 어디든 다 좋다. 그것이 대화가 솔직하게 이뤄져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것이다.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날 러시아가 러시아 대표단이 벨라루스의 호멜에 도착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토프 크레믈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대표단에 군부 인사와 외교관이 포함돼 있다며 “러시아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압박했다.박병수 선임기자
◇ TV타워 폭격으로 5명 사망… 송출 중단 "홀로코스트 조작 러시아, 추모관 공격" 하르키프 아파트 폭격, 민간인 피해 급증 美 "러군, 사기 저하…작전 정비 가능성"//러시아는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제2도시 하르코프를 맹폭했다. 키예프에선 국가 기반시설인 TV타워와 홀로코스트 추모시설이 공격당했고, 하르코프에선 주정부 청사와 아파트가 무너졌다.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했다.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느린 진격에 무차별 공세로 돌아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사진:>1일 러시아군 폭격으로 폭발한 우크라이나 키예프 TV타워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러시아가 폭격을 멈추기는커녕 공격 강도를 더 높이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AFP통신 등에 따르면 키에프에선 TV타워가 파괴돼 국영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사망자 5명, 부상자 5명도 보고됐다. 시당국은 보안 및 방송과 관련된 정부기관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당분간 채널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다만 일부 채널에선 곧 백업 방송이 활성화될 예정이다.TV타워 공습으로 근처에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관도 피해를 당했다.
이곳은 1941~1943년 바이빈 야르 지역에서 나치에게 학살된 희생자를 기리는 장소다. 당시 키예프에 거주하던 유대인 7만~1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폭탄이 바이빈 야르 같은 장소에 떨어질 때 세계가 침묵한다면 80년 동안 ‘다시는 (학살은)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호소했다. 추모센터 자문위원장인 나탄 샤란스키도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은 주권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불법적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홀로코스트를 조작하려 한다”며 “나치 최대 학살인 바이빈야르를 폭격함으로써 키예프 공격을 시작한 건 상징적”이라고 규탄했다.
◆ '하르키프 도시전체 폐허'
◇ 전날부터 이틀째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하르키프는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주정부 청사가 위치한 중앙광장에 미사일이 떨어져 10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쳤다. 건물 잔해에 매몰됐던 10명은 다행히 구조됐다. 몇 시간 뒤에는 미사일이 병원 인근 아파트를 강타해 폭발이 일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선 아파트 주변 거리에 쓰러져 있는 시신이 목격됐고, “건물이 사라졌다”며 울부짖는 주민들 목소리도 담겼다. 아직 구체적인 인명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하르키프에 대한 공격은 전쟁범죄이자 러시아의 국가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했다.
○··· 남부 도시 헤르손에도 우크라이나군이 시내로 진입한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동부 도네츠크 지역 친(親)러시아 반군은 진군을 계속해 아조프해에 접한 항구도시 마리우폴로 진격한 러시아군과 합류했다고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가 전했다. 마리우폴이 완전히 점령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남진을 저지하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CBS는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일주일 안에 키예프를 고립시킬 수 있고, 그후 30일 안에 도시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게 현재 미국의 평가”라고 보도했다. 당초 며칠 이내에 키예프가 함락될 것이라는 초기 평가보다는 시간이 늘었다
◆ '우크라 침공은 학살 막는 평화 작전"...역사왜곡 세뇌 교육 나선 러시아'
◇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군수물자 공급 문제 등에 부딪혀 작전을 정비할 가능성도 거론됐다.이 당국자는 “진격이 예상보다 지체되는 러시아군 사이에서 사기 저하가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병사들은 전투도 하지 않은 채 항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주 이르핀시의 주택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모습. 이르핀=로이터 연합뉴스
○···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고 더욱 격렬한 무차별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군의 장갑차와 탱크는 키예프 외곽 25㎞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고, 북쪽에서 키예프를 향해 진군하는 군사 장비 대열이 무려 6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러시아군이 광폭해지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2차 협상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일부 러시아 매체에서 1차 회담 장소였던 벨라루스 고멜주(州)에서 이르면 2일 2차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폭격을 중단해야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못 박았다.김표향 기자
◇ 우크라 침공에 글로벌 식량수급 비상/미사일 공격으로 선박들 항구에 발 묶여 우크라·러시아, 전 세계 밀 수출 3분의 1 "식량 안보와 가격, 인도주의 위기" 경고 수입 밀 의존도 높은 저개발국으로 불똥 우크라 옥수수 최대 고객 중국도 뒤통수 <△ 사진:>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의 거리가 1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채 파손된 차량 등 각종 잔해로 가득하다. 하르키우=EPA 연합뉴스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빵 바구니’로 불린다. 밀과 옥수수 등 주요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젖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바구니가 무참히 깨졌다. 침략자 러시아 또한 곡물 수출 비중이 높다. 이런 양국이 화염에 휩싸이고 전쟁의 수렁에 빠지면서 전 세계 먹거리 조달에 경고등이 켜졌다. 포탄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각국의 밥상 물가가 치솟고 기아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뚫리고 엎어진 빵 바구니'
◇ 제임스 위더스 스코틀랜드 푸드앤드링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을 감행한 직후 트위터에 “이건 분명히 글로벌 식량 안보와 식량 가격의 위기다. 인도주의적 위험이 더 오래, 더 넓게 지속될 것”이라고 올렸다. 알란 수더만 스톤엑스 수석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항구에 미사일 공격을 받은 선박이 여러 척 있었다”며 “100여 척의 배가 묶여 있는데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사진:>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1일 러시아군 폭격으로 TV 송신탑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 1일 미국 식품전문지 푸드내비게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출에서 우크라이나의 비중은 밀 12%, 옥수수 16%, 보리 18%에 달한다. 러시아까지 합하면 밀은 3분의 1, 옥수수는 19%, 해바라기씨유는 80%를 양국이 도맡아 각국에 공급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곡물을 유럽 밖은 고사하고 유럽 각국에 운송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더만은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비료의 중요한 원료”라면서 “곡물 수급은 물론이고 올봄 각국이 작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료 확보조차 빠듯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를 넘어 향후 수년간 글로벌 농산물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기도 하다.
◆ '수입 밀 의존도 높은 저개발국 불똥'
◇ 전 세계 밀 공급을 좌우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격하게 충돌하면서 불똥이 중동과 아프리카로 튈 참이다. 2020년 우크라이나 밀 수출의 95%는 이들 지역으로 향했다. 러시아 밀도 주로 아프리카로 수출된다. 2년 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참사로 밀 저장고가 파괴된 레바논도 같은 처지다. 미국 매체 복스는 2일 “이집트와 터키는 소비하는 밀의 70%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의존도가 높다”고 전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 전쟁으로 인한 수출 중단과 식량 공급 불안은 저개발국가의 가난과 기아를 부채질하는 위협요인이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밀을 주로 수입하는 국가 가운데 예멘 1,500만 명, 방글라데시 2,900만 명, 인도네시아 2,600만 명, 이집트 1,000만 명의 주민은 음식 섭취나 영양이 부족한 상태다. 나이지리아는 그 숫자가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보다 많은 5,500만 명이나 된다. 미국 환경싱크탱크 브레이크스루 인스티튜트의 알렉스 스미스 식품·농업 애널리스트는 “밀 가격 상승과 수입 차질은 이들 국가들에 특히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 '러시아 맹방 중국도 불안'
◇ 중국은 우크라이나 옥수수의 ‘큰손’이다. 매년 우크라이나 수출량의 30~60%를 수입해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고조되면서 중국 옥수수 가격은 최근 40%가량 급등했다. 중국에서 옥수수는 주로 돼지 사료로 쓰이는데, 중국은 전 세계 돼지의 절반을 소비한다. <△ 사진:>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 따라서 수입 옥수수 가격 인상은 돼지를 거쳐 중국 물가 상승과 직결된다. 사회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개시 결정이 돌고 돌아 ‘가장 친한 친구’ 시진핑 주석의 뒤통수를 칠 수도 있는 구도다.
공교롭게도 시 주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쩍 식량안보와 자급자족을 강조해왔다. 중국은 또 곡물 비축량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렸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맹방 러시아가 전쟁을 준비하면서 중국에 귀띔해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일 “수입 옥수수 가격이 크게 올라 대신 중국산으로 돌리거나 수수 등 대체재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2021년 우크라이나 보리 수출의 54%도 중국이 차지했다.김광수 기자
◇ 70명 중 50명이 전직 자위대원 출신 지원 동기 "도움되는 일 하고 싶다" "순수한 동기//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군과 함께 싸울 외국인 의용병을 모집 중인 가운데, 일본에서도 약 70명이 지원했다고 주일우크라이나대사가 밝혔다.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외국에서 온 자원자로 외국인 부대를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주일우크라이나대사관도 같은 날 트위터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문을 올렸다. <△ 사진:>주일우크라이나대사관이 2월 27일 트위터에 올린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원자로 외국인 부대를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일우크라이나대사관 트위터 캡처
○··· 자원봉사를 원칙으로, 자위대 활동 등 전문적 훈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조건으로 했다.2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대사는 전날 밤 위성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일본에서 70명 정도가 지원했으며 이 중 약 50명이 전직 자위대원이라고 밝혔다. 한때 프랑스의 외인부대에 소속됐던 사람도 2명 있다고 전했다. 지원 이유로는 “일본에 있으면 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직접 가서) 뭔가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든가 “순수한 동기” 등을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도 피란을 권고하는 상황에서 굳이 우크라이나에 가는 것은 피해달라는 입장이다. 하야시 요사마사 외무장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측의 의용병 모집에 대한 질문을 받고 “목적을 불문하고 우크라이나로의 출국은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일우크라이나대사관도 “실제 의용병으로 파견될지 여부는 일본 정부와 조율 후 결정하겠다”고 밝혀, 전투가 아닌 인도적 지원 등을 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한편 주일우크라이나대사관은 러시아군 침공 후 인도적 지원을 받기 위해 공개한 후원 계좌에 일본 전역에서 6만 명 넘는 이들이 기부했다고 1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 '일, 우크라이나 국민 지원'
◇ 입금된 기부금은 무려 20억 엔(약 209억 원)이 넘는다.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외교부와 함께 이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어떻게 보낼지 방법을 조율 중”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원한 일본의 친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 주일우크라이나대사관은 러시아군 침공 후 인도적 지원을 받기 위해 공개한 후원 계좌에 일본 전역에서 6만 명 넘는 이들이 기부했다고 1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입금된 기부금은 무려 20억 엔(약 209억 원)이 넘는다. 주일우크라이나대사관 트위터 캡처도쿄= 최진주 특파원
◇ 러시아 침략 엿새간 우크라인 68만 명 국외 탈출 절반은 폴란드로… 피란민 400만~700만 가능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후 엿새간 우크라이나인 68만 명이 국외로 피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피란민이 최대 400만~7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유럽 최대 난민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켈리 클레멘트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은 “러시아가 침공한지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 67만7,000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이웃국가로 몸을 피했다”고 전했다. 최근 24시간 동안 집계된 피란민만 15만 명에 달했다.그중 절반 가량인 37만7,400명이 폴란드로 들어왔다. <△ 사진:>러시아의 포격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란민들이 지난달 27일 접경 국가인 폴란드의 프셰미실 기차역에 도착해 간이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프셰미실=AP 연합뉴스
○···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였으며 국경을 넘기 위해 60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피란민 90%는 친구집이나 친척집에 머물고 있고 나머지는 국경 근처에 설치된 난민수용소에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가장 길게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는 우크라이나인 1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헝가리로는 8만9,561명이 건너왔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출발한 열차가 30분 간격으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도착한다”며 “매번 피란민 수십 명이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헝가리 내무부는 자호니를 비롯한 국경도시의 공공 건물을 비워 피란민들이 머물 공간을 마련했고, 주민들은 음식과 옷을 나눠주며 피란민을 돌보고 있다.우크라이나 서남부와 맞닿은 몰도바는 피란민 6만5,391명을 받아들였다.
우크라이나 항구 도시인 오데사와 몰도바 국경은 60㎞에 불과하지만 몰도바 입국에는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UNHCR은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발 수송기를 이용해 몰도바에 구호물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두바이에는 글로벌 구호물품 비축창고가 있다.슬로바키아에도 5만4,304명이 들어왔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법까지 바꿔 망명 절차를 간소화했다. 루마니아로는 3만8,461명이 입국했고, 벨라루스로 300명 이상, 러시아로도 일부 난민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UNHCR은 전쟁이 길어지면 향후 이웃국가로 탈출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가 최대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연합(EU) 위기관리 담당위원은 이 수치를 700만 명으로 예상했다. 필리포 그랜디 UNHCR 사무총장은 “이번 세기 유럽에서 가장 큰 난민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김표향 기자
◇ 권오수 전 회장 등 공소장 추가 분석 김씨 모녀 ‘초 단위’ 통정매매 정황도 “검찰 이미 파악하고도 왜 수사 미루나” 윤 쪽 “검찰, 투자자는 기소하지 않아” 모녀 거래는 “한건으로 시세 안 올라” ‘공소장 오류’ 주장하다 단순투자 해명으로 선회//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뿐 아니라 장모 최아무개씨 증권계좌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수십차례 이용된 사실을 검찰이 지난해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오수(구속기소)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최씨 소유 주식 수만주를 내놓자마자 김씨가 몇십초 만에 곧바로 사들이는 통정매매 의심 거래도 새로 드러났다. 모녀 증권계좌가 같은 시기에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것인데, 윤 후보 쪽은 여전히 두 사람 모두 단순 투자자였을 뿐 주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모 최아무개씨. 연합뉴스
○··· 주가조작 시점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이사로 활동하는 등 단순 투자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수개월째 직접 수사를 미루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2일 <한겨레>가 국회에 제출된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가담자 공소장에 담긴 범죄일람표 등을 분석한 결과, 검찰은 2010년 9~11월 최씨 계좌를 통한 시세조종 혐의 37건을 확인했다. 수법으로는 통정거래(9건), 물량소진(13건), 고가매수(6건), 허수매수(7건), 종가관여(1건), 시가관여(1건) 등이다.검찰이 주가조작에 쓰였다고 판단한 최씨 명의 계좌는 2개다. 검찰은 △최씨가 권 전 회장에게 맡긴 계좌 △권 전 회장의 비정상적 매수 권유로 최씨가 직접 주식을 사는 데 이용한 계좌를 통해 각각 29건, 8건의 시세조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권 전 회장은 최씨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9만4천여주(2억4900여만원어치)를 샀다.
최씨 역시 직접 9만3천여주(3억8700여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호재성 정보를 은밀하게 알려주는 식으로 직접 매수가 있었다고 봤다.특히 2010년 11월3일에는 모녀 사이 통정매매로 의심되는 거래도 이뤄졌다. 통정매매는 작전세력 구성원끼리 사전에 서로 짜고 주식 물량을 주고받는 대표적 주가조작 수법이다. 권 전 회장은 이날 오후 1시14분25초 최씨 계좌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6만2319주(3550원) 매도 주문을 넣었다. 이 주식은 32초 뒤인 오후 1시14분57초 직접 매수 주문을 넣은 김씨가 전량 사들였다. 윤 후보 쪽은 지난 11일 모녀 간에 어떻게 주식거래가 가능했는지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하루 거래량이 적어 어쩌다 한번 우연히 이뤄진 거래”라고 해명했으나, 모녀 사이 초 단위 거래가 이뤄지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앞서 <한겨레>는 권 전 회장 등의 공소장 분석을 통해, 김건희씨 명의 계좌 5개로 통정매매(106건), 고가매수(113건), 물량소진(45건), 허수매수(16건), 종가관여(4건) 등 284차례 시세조종이 이뤄진 사실을 검찰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공소장 오류”라고 했지만, 범죄일람표를 재검토한 서울중앙지검은 “재검토 결과 오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국민의힘은 이번엔 공소장 오류 대신 다시 단순 투자자 해명을 내놓았다. 최지현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한겨레>에 “(이 사건 관련) 157개 계좌, 91명 투자자 모두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것이 아니다. 검찰도 그렇게 기소하지 않았다. 범죄일람표에 계좌 명의가 들어갔다고 해서 (주가조작) 범행으로 보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고 했다. 모녀 간 거래에 대해서는 “통정매매도 시세조종 의도가 있어야 성립한다. 한건의 거래로 시세가 오를 리 없다. 3년 간 거래에서 한건이 발견됐다는 것은 오히려 주가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했다.공소장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권 전 회장과 거액의 금전거래를 지속하는 등 특수관계에 있던 김씨 모녀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사실을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공모, 방조, 단순 투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에 대한 직접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고 석달이 되도록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봐주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면 주가조작 전주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하라”고 밝혔다. 민변은 “이번 대선에서 상당수 후보가 개인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스스로 작성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김건희씨를 수백회 기재할 정도로 김씨의 연루 정황을 잘 알면서도 김씨에 대한 수사를 보류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1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결과가 2일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는 지난달 25∼28일 전국 18살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4%를 얻었다고 밝혔다.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1%였다. <△ 사진:>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육군3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주 전 조사 결과(40%)와 견줘 4%포인트 증가했다. 한국리서치는 “(긍정평가 응답은) 1년 2개월여 전인 지난 2020년 12월 둘째주(44%) 이후 가장 높은 결과”라고 밝혔다.한국리서치는 2018년 1월 이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 대해 한달 또는 격주 간격으로 조사했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해 4월과 5월에 35%로 가장 낮았다.이번조사에서 ‘국정운영 성과와 관계없이 문 대통령에게 얼마나 호감이 가냐’는 질문에 응답자 가운데 45%가 ‘호감이 간다’고 답변했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51%였다. ‘호감이 간다’는 응답률 역시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높은 결과였다.국정방향에 대한 공감도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36%였다.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52%였다. 한국리서치는 “1월 첫째주 29%까지 떨어졌던 국정운영방향 공감도는 3회(조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2년 1월 기준 약 74만명)에서 지역별·성별·연령별 비례할당 표본 추출해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 전송)로 진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리서치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이완 기자
◇ 총리실 “재택치료... 화상으로 현안 챙길 것/ 방역 사령탑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 총리는 모든 일정을 중지하고 공관에서 머물며 재택치료를 받는다.<△ 사진:>학교 방역 현장점검에 나선 김부겸 국무총리가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를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국무총리비서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날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됐다. 김 총리는 2·28 대구 민주운동 기념식 참석차 지난달 28일 대구를 방문한 후 피로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느껴 검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고, PCR 검사에서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김 총리는 외부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공관에서 치료에 들어갔다. 총리실은 "김 총리는 재택치료 기간 중에도 온라인과 화상 등을 통해 각종 보고와 현안 업무를 챙길 계획"이라며 "불가피하게 대면 접촉이 필요한 현장 방문과 간담회 참석 등의 일정은 당분간 모두 연기할 것"이라고 했다.정지용 기자
◇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40대 여성 ㄱ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ㄱ씨는 전날 오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자택에서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ㄴ(7)군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사진:>장애를 앓던 7살 아들을 입학식 당일 숨지게 한 40대 어머니가 경찰에 붙잡혔다.
○··· 경찰은 같은 날 저녁 7시께 ㄱ씨 오빠로부터 “여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ㄱ씨를 체포했다. 당시 ㄱ씨는 숨진 ㄴ군과 함께 있었으며, “아들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긴급체포된 ㄱ씨가 “생활고에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숨진 ㄴ군은 이날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이 예정돼 있었지만, 학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홀로 ㄴ군을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ㄴ군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예정이다.경찰 관계자는 “아직 정식 진술 조사 전이어서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은 조사를 마친 뒤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수원시는 ㄱ씨 가족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가정인지 파악 중이다.이정하 기자 j
◇ LS그룹 계열사가 하도급업체의 설계도면을 이용해 단독 특허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빼앗아 ‘특허 도둑질’까지 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하도급법 위반)로 LS엠트론과 쿠퍼스탠다드오토모티브앤인더스트리얼에 각각 시정명령과 과징금 13억8600만원을 부과했다고 3일 밝혔다. <△ 사진:>LG엠트론 누리집 갈무리
○··· LS엠트론은 LS그룹의 기계·부품 사업을 하는 계열사다. 이번에 문제된 자동차용 호스부품 사업은 2018년 물적 분할된 후 지분 80.1%가 미국 쿠퍼스탠다드에 매각됐다. 공정위는 이런 점을 감안해 과징금을 쿠퍼스탠다드 쪽에 부과했다.
◆ '과징금 부과'
◇ LS엠트론은 2012년 하도급업체의 설계도면을 이용해 단독 명의의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된 부품은 자동차 엔진에 쓰이는 고무 호스였다. LS엠트론은 호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금형의 제조 방법과 설계도면을 하도급업체에 요구해 받은 뒤, 이를 특허 출원·등록에 몰래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업체는 특허가 등록된 사실을 2018년에야 인지했다고 한다.<△ 사진:>공정위 제공
○··· LS엠트론은 원래 갖고 있던 기술로 특허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허를 낸 것과 동일한 방식의 금형이나 설계도면 등 물증이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LS엠트론은 내부적으로 특허 출원을 논의한 당일 하도급업체 쪽에 설계도면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제공받은 설계도면은 특허 도면으로 사용됐다.
쿠퍼스탠다드 쪽이 보유한 특허의 효력은 이번 공정위 조치와 무관하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LS엠트론이 향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뿐이다. 하도급업체가 특허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안남신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하도급업체에서도 심판 청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경제적인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이재연 기자
◇ 박상준의 과거창‘우주미술의 아버지’ 보네스텔의 그림 1950년대작 ‘한반도 상공의 인공위성’//금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이 발사될 예정이다. 게다가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들이 우주개발에 나서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숱한 우주 관련 기업들이 생겨났다.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사람들이 우주를 대하는 문화적 정서도 극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사실 1980년대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소년’이라면 으레 우주를 탐사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 그러니까 대략 1950년대부터 30여년 이상 우리에게 익숙한 우주와 우주개발 이미지를 그림으로 형상화했던 대표적인 화가가 체슬리 보네스텔(Chesley Bonestell, 1888-1986)이다. <△ 사진:>보네스텔이 1950년대에 그린 한반도 상공의 인공위성 상상도. 출처: LOOK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던 보네스텔은 어릴 때부터 천체망원경으로 토성 등을 관측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 그림을 그리곤 했다고 한다. 그의 우주 그림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40년대 중반에 ‘라이프’지에 토성과 그 위성들의 그림을 실으면서부터다. 그 전까지 건축 및 영화계에서 일했던 그는 당시 배운 구도며 관점 등을 천문학에 그대로 적용시켜 누구도 접해보지 못했던 놀라운 우주 상상도를 잇달아 그려냈다.
마치 우주선을 타고 직접 그곳에 가서 사진을 찍어 온 것처럼 생생한 그의 그림들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 뒤 SF분야를 필두로 숱한 잡지와 단행본 등에 표지화 및 삽화를 그렸으며 나중에는 베르너 폰 브라운과 교류하는 등 미국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에까지도 큰 영향을 끼치기에 이르렀다.
◆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수년 전의 그림'
◇ 보네스텔의 그림을 검색해보면 중장년들은 누구나 ‘아!’하고 반가운 탄식을 내뱉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얘기지만 당시는 우리나라가 세계저작권협약에 가입하기 전이어서 보네스텔의 그림들이 수십 년 동안이나 출처 표기 없이 온갖 잡지며 단행본 책자들에 실리곤 했다. 한편으로 그런 그림들을 보며 우주의 꿈을 키운 사람들도 많았다.<△ 사진:>보네스텔이 1948년에 그린 수성 표면 상상도. 출처: Bonestell LLC reproduction.
○··· 비록 이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네스텔은 우리나라에서 ‘우주를 꿈꾸는 소년’들을 키우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한 셈이다. 물론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우주선이 외계 행성에 착륙한 상상도나 지구 상공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 등 우주개발과 관련된 사실상 대부분의 이미지는 그에게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는 ‘현대 스페이스 아트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화성의 한 크레이터(충돌구) 및 소행성 하나에도 그의 이름이 붙었다.보네스텔의 그림 중에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상공에 인공위성이 떠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도 있다. 1950년대 전반, 아마도 한국전쟁 중이거나 직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역을 살피는 인공위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마 한반도가 등장하는 최초의 우주화(宇宙畵)일 것이다
이룬 것을 볼 수 있다. 당시는 인공위성 탑재체를 감싸는 로켓 최상단의 페어링(덮개) 같은 설계 개념이 자리 잡기 전이거나 혹은 보네스텔의 독자적인 인공위성 구상 개념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가 발사되기도 전에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의 생생한 그림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 그림은 처음에 미국의 화보 잡지 ‘룩’(LOOK)에 실렸으며, 1956년 미국에서 출간된 교양과학서 ‘The Exploration of Mars’에 재수록되었다. 그림에는 ‘12월에 하얼빈 남쪽 상공 350마일(약 560km) 고도를 지나며 한반도를 살피고 있는 인공위성’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밤 시간대라서 희미하기는 하지만 한반도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인다.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 박상준의 과거창경기공고 과학반이 만든 ‘유생물 인공위성’ 1959년 세계 미사일발사장 지도 속의 인천 잊혀진 한국 초창기 우주개발사 복원할 때//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역사를 논할 때 2021년은 여러모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자체 개발한 75톤급 로켓 엔진을 달고 우주공간에 오른 누리호의 발사를 맨 먼저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인 면에서 보면 지난 40년 넘게 우리나라 로켓 발사체의 개발을 제한해 왔던 한미미사일(사거리)지침이 완전 철폐된 것이 더 의미심장한 일이다. 2021년 5월에 미국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지침은 완전히 폐지되었고,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무런 제약 없이 얼마든지 고성능 로켓을 연구하고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 사진:>1959년 '우주과학' 회지에 실린 세계 로켓발사장 지도. 서울SF아카이브
○··· 그전까지 우리는 우주 로켓을 안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못 만든 것이다.역사에 만일은 없다지만, 만약 한미미사일지침이 없었다면 우리 손으로 만든 로켓이 우주로 날아오르는 일은 몇십 년 앞당겨져 이미 20세기 중에 실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희망적인 가정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나라의 초창기 우주개발 역량이 그 정도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로켓 발사 공개 실험은 1959년 인천 해안에서 실행되었으며, 당시 국방부과학연구소(현재의 국방과학연구소와는 다른 기관)에서 만든 3단계 로켓을 포함해 총 5개의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이승만 대통령도 직접 참관했던 이 발사 실험은 대한뉴스 영상으로도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국가기록원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당시의 실험은 국제적으로도 공인받은 차원의 일이었다.
미국에서 발행되던 우주공학 전문 잡지 ‘미사일과 로켓(missiles and rockets)’ 1959년 3월호에는 세계 미사일 발사장 지도가 실려있는데, 여기엔 한반도의 ‘Inchon(인천)’도 표시되어 있다. 더구나 이 잡지는 위에 언급한 공개 실험보다도 몇 달 먼저 나온 것이다. 이는 앞서 1958년에 이미 비공개로 같은 장소에서 로켓 실험을 했던 것이 알려진 때문이었다.이 지도는 1959년 10월에 창간된 ‘우주과학’이라는 간행물에 재수록되어 우리 국민에게도 알려졌다. ‘우주과학’은 앞서 1958년에 창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개발 관련 전문가 조직인 대한우주항행협회의 기관지이다. 당시의 회원들은 여러 대학의 우주항공공학자들 및 공군, 또 정부의 관련 부처 직원 등 우주개발 분야의 엘리트들이 총망라되었다. 그중에는 훗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왕복선 개발의 주역 중 하나로 활약하게 되는 박철 박사 같은 인물도 있었다.
◆ '초창기 우주개발사가 잊혀진 이유'
◇ 로켓보다 더 알려지지 않은 분야는 인공위성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은 공식적으로 1992년에 지구 공전 궤도에 오른 우리별 1호가 맞지만, 인공위성 제작 시도 자체는 그보다 30년도 더 전인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 전국과학전람회에서는 경기공업고등학교 과학반이 장승호 교사의 지도로 ‘유생물 인공위성’을 만들어 출품, 민의원의장상을 수상했다. <△ 사진:>1960년 전국과학전람회에 출품된 '유생물 인공위성'. 서울SF아카이브
○··· 이것은 모형이 아니라 실제로 로켓에 실려 우주 궤도에 오르면 인공위성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각종 측정장치와 통신장치 등이 들어 있었다. 인공위성 제작에서 중요한 관건 중 하나가 우주 환경에서도 잘 동작하도록 탑재 장비들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주는 진공 상태에다 강력한 우주방사선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극저온과 태양열로 인한 고온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당시 출품자들은 그런 점들까지 고려하여 실제로 우주에서 작동할 수 있는 인공위성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그러나 오늘날 이 인공위성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제작된 인공위성도 아직도 어딘가에 흔적이나마 남아있기는 한 건지 전혀 알 수 없을뿐더러, 당시의 경기공업고등학교(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전신) 장승호 교사와 과학반 학생들도 찾을 수 없다. 사실 필자는 십수 년 전부터 이 인공위성과 관련된 내용을 기고와 강연 등을 통해 기회 있을 때마다 알리면서 제보를 기다렸지만 아직 단 한 건도 받지 못했다.우리나라 우주개발사를 논할 때 다들 기억하는 것은 최초의 인공위성이 1992년의 우리별 1호라는 사실이고 로켓 역시 2013년에야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를 떠올릴 뿐이다. 1950년대 말의 로켓 발사와 대한우주항행협회의 결성, 1960년대 초의 인공위성 제작 시도와 60~70년대에 활발했던 민간의 로켓 동아리 활동 등은 사실상 잊힌 채 이제껏 누구도 제대로 복원하고 알리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
왜 우리의 우주개발 역사는 이렇듯 단절되었던 것일까? 사실 이는 정치 및 외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은 각각 집권 뒤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자 로켓 연구팀을 해체하거나 각서(한미미사일지침)를 쓰는 등 적극적으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로켓 개발이 대륙간 탄도탄 등 미사일 무기로 전용될 것을 우려하던 미국을 의식한 일이었다.이렇듯 우리의 우주개발 의지를 옥죄어오던 한미미사일지침이 완전히 폐지된 지금이야말로 비로소 우리의 잊힌 초창기 우주개발 역사를 완전히 복원할 때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의 관련자들은 대부분 노령으로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이제라도 남은 분들을 찾아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모아서 기록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관계기관들에 관심과 지원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 박그림 개인전 ‘호랑이의 길’고려·조선불화 정교한 테크닉에 작가의 게이 정체성 현대적 결합/ 젊은 작가 박그림씨는 배우 유아인의 얼굴을 한 젊은 수호신을 비단에 그렸다. 날개 달린 관을 쓴 그가 날이 세개 달린 삼차창을 들고 서 있고, 그 앞에 창에 찔려 가슴에 피를 흘리는 알몸의 젊은이가 널브러졌다. 가슴의 상처에서 나온 심장을 호랑이가 핥고 있는 모습이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에로틱한 이 도상의 그림이 신비스럽고 명징한 고려 불화의 구도와 채색으로 꾸려졌다는 사실이 호기심과 매혹을 일으킨다 <△ 사진:>박그림 작가의 2019년 작 <심호도-낙류>.
○··· . 서울 한남동 버티고개 초입에 있는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작가의 이런 불화풍 그림들 덕분에 요즘 젊은 애호가와 컬렉터들 사이에서 ‘핫플’로 뜨고 있다. 여기서 열리고 있는 젊은 퀴어 작가 박그림의 개인전 ‘호랑이의 길’(虎路·3월27일까지)이다.이 전시가 젊은 미술인들과 엠제트(MZ)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봐야 할 ‘득템’ 전시로 꼽히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도제식 수업으로 실제 고려 불화를 수년 동안 단련한 작가의 높은 회화적 기량이다. 금물과 은물로 갖가지 꽃과 장식 문양을 투명한 옷자락에 가득 채워넣고 화면 뒤에서 은은하게 배경색을 채워넣었다. 앞쪽에는 살짝 덧칠하는 배채법의 미감이 돋보인다.
특히 고려 수월관음도나 조선시대 수호신들 불화인 신중탱을 모사한 듯한 <심호도> 연작 ‘불이’ ‘간택’ ‘낙류’ 등의 작품에서 이런 기법은 빛을 발한다. 원래 불교의 동자형 수호신인 위태천(동진보살)이나 파도 위 암벽에 앉은 수월관음이 나타나야 할 자리에 작가가 꿈꾸는 가상의 꽃미남상을 대체했다. 작가는 이런 이상적인 용모, 바라는 상대에 대한 질시, 열등감, 열망의 감정을 잔혹한 창의 찔림이나 나긋한 눈길의 교환으로 대체하면서 현대미술 특유의 판타지적인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 '불화의 전통성과 회화의 현대성을 결합'
◇ 고려 불화와 조선 초·중기 불화의 모티브를 정교한 테크닉으로 끌어오되 작가가 지닌 게이적 정체성을 유감없이 불어넣는 전시장의 작품들은 이미 수년 동안 작가가 여러 기획전과 개인전에서 시도한 불화의 전통성과 회화의 현대성을 결합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에서 두 요소는 상당히 밀접하게 결합되면서 생경하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를 빚어낸다. <△ 사진:>박그림 작가의 2018년 작 <심호도-간택>.
○··· 소품으로 나온, 팬시하게 서로를 안은 흑호랑이와 누른 황호랑이의 도상은 다분히 팝적이고 애니메이션 도상에 가까워 고려 불화나 조선 초 불화를 차용한 그의 대작 도상들과는 이질적이고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안겨준다. 꼬리털의 함함한 질감을 드러내어 부각한 미호도는 조선 민화 장식화 호피도를 21세기 젊은 감성 스타일로 변용했다고나 할까. 이런 꼬리가 어떻게 성소수자의 감성과 잇닿는지,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관객과 좀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는 도상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불화를 현대회화의 범주에서 색다른 리얼리즘적 전망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은 신중탱이나 감로탱을 현대적 풍자 그림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민중화가 오윤이나 새로운 채색화의 지평을 연 박생광 외엔 거의 이뤄진 바 없다. 이런 맥락에서 여러 한계를 딛고 고려 불화를 현대미술의 경지로 변주하려 한 작가의 시도를 평가할 만하다.자신들의 심상 세계, 자신들이 그리는 환상 세계, 꿈의 세계, 욕망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다면 어떤 이미지도 차용하고 가공할 수 있다는 요즘 세대 작가들의 실용적인 회화관을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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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습니다. 시대상의 성격을 과장하거나 생략하여 인간 혹은 사회를 풍자 비판 하는, 시사 만평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바쁘신 예지의 네티즌 분들 사이에 인기가 매우 높답니다. 본 Natizen 시사 만평 떡매는 오늘 날자 유수닷컴의 유명작가 분들 께서 작성 개재한 작품중, 작성자가 우수작을 선별 발췌하여 무료로 재 배포 하는 것임으로 연결에 넣어 두시고 온 가족 분들 께서 Netizen Photo News와 연계하여 함께 즐겨 봐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