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확대: 지정학적 기회와 위협
전혜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
발행일 2024-06-21
1. 문제의 제기
2. EU 확대 논의 부상의 배경과 주요 쟁점
3. 전망 및 국제적 함의
4. 정책적 고려사항
<요약>
1. 문제의 제기
o 2000년대 중·동유럽 국가가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에 대거 가입한 이래 정체기에 머물렀던 EU 확대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됨.
- 우크라이나와 몰도바가 EU 가입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가운데, EU는 비EU국으로 남아있는 서발칸과 동유럽 지역 국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EU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지정학적 필요에 직면함.
-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안보적 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가입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유럽 전반에 형성됨. 두 기구 가입의 선행과제인 우크라이나의 재건 과정에서 물리적 재건과 함께 제도·사회·문화적 재건도 함께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EU 가입의 청사진이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의 효과적인 목표 및 관리 기제로서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형성됨.
- EU 각국의 여론도 EU 확대에 호의적으로 돌아서서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EU 확대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상회함(<부록> 참조).
- 이러한 배경하에 2024년 6월 말에 EU가 우크라이나 및 몰도바와 가입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알려짐.
o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필요성이 조명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보다 실질적으로 가입 요건을 많이 갖춘 발칸 지역 국가들의 EU 가입도 주목을 받음.
- 발칸 지역 국가들은 인구나 경제 규모 면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아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고, EU 가입이 지연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 및 러시아의 영향력 증대가 미·중 경쟁 격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새삼 주의를 끌게 됨.
o EU의 확대는 가입 후보국이 EU 모두 조건을 충족해야만 가능함.
- EU 조약(Treaty on European Union) 제49조에 따라 모든 유럽 국가는 EU 가입 신청이 가능함. 일단 가입 희망국의 가입 신청서가 제출되면 집행위는 가입 협상 개시 여부에 관한 집행위 검토의견서를 작성하여 EU 이사회에 송부하고 EU 이사회가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가입 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됨. 가입 협상이 결정되면 가입 신청국은 가입 후보국(candidate countries) 지위를 획득하게 됨. 가입 신청국과 회원국 정부 간 협상(intergovernmental accession conference)은 EU 가입 신청국과 전체 회원국 간에 이루어지며, 가입 협상이 타결되면 가입 조약(Accession Treaty)이 체결됨. 회원국의 만장일치에 따라 채택된 가입 조약은 EU 회원국 및 가입국 의회의 비준과 유럽의회의 승인(approval)을 얻어 발효됨.
- 가입 협상은 주로 1993년 코펜하겐 EU 정상회의에서 결정된 EU 가입을 위한 세 가지의 정치·경제적 기준(Copenhagen Criteria)을 가입 후보국이 충족시켰는지 여부에 대한 점검을 중심으로 35개 정책 분야에 관련하여 진행됨. 코펜하겐 기준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소수민족 존중 및 보호를 보장하는 제도의 확립, 시장경제 체제 유지 및 EU 경제와의 조화 능력, EU 회원국으로서의 의무 준수 능력 보유이며, 실제로는 가입 후보국이 이를 충족하기 위해 자국의 정치·사회·경제 개혁 및 전방위적 정책 변화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임. 2010년대 가입 적합성 평가가 강화되어 가입 후보국이 법치, 민주주의, 인권 분야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른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가입 협상의 타결이 불가능함.
- 가입 후보국이 EU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EU가 해당 회원국을 포함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EU 확대는 불가능함.
o 그러므로 지정학적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요건 충족과 함께 EU의 개혁도 필요하다는 논의가 부상하고 있음.
- 우크라이나는 현 EU 회원국에 비해 현저히 경제·제도적으로 낙후되어 있고 인구 규모가 크기 때문에, EU 가입 시 EU의 정책이나 제도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됨. 그러므로 EU가 의사결정 제도나 재정 정책 등을 개혁하지 않고는 EU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수용하기가 어려움.
- 한편,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광물, 노동력, 영토 등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시 EU 전체에 가져올 이익도 클 것으로 전망됨.
- 우크라이나의 재건 지원은 EU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우크라이나의 재건 과정에서 야기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대상 역시 EU이기 때문에, EU로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의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절차와 EU 가입 준비를 불가분의 관계로 만들 필요가 있음.
- 그러므로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 후 그 구성이 본격화될 임기 2024~2029년의 EU 지도부(즉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EU 상임이사회 의장,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확대를 위한 내부 개혁의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과 서발칸으로의 확대 의지를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됨.
o 본 보고서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EU 확대와 개혁 논의 현황을 점검하고 EU 확대 양상을 전망하고자 함.
- EU 확대는 장기적으로는 EU의 지정학적 위상과 경제적 영향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단기적으로는 EU 내부 동학, 주변국들과의 관계,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 갖는 함의가 큼.
- 한국의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과 서발칸 지역 외교 및 투자에 관련된 정책적 함의도 모색하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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