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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 혹은 진실 (세상 모든 즐거움이 모이는 곳) 원문보기 글쓴이: 조류콘
출처 : 엽혹진 조류콘(https://blog.naver.com/dunkun0506/221942950374)
화식조류에 대해 다룹니다.
여러 가지 특징들
https://www.pinterest.co.kr/pin/847521223612668673/
화식조는 호주와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날지 못하는 커다란 새입니다. 큰화식조(남부화식조), 북부화식조, 난쟁이화식조로 세 종류가 있습니다. 구별법은 간단합니다. 목의 돌기가 두 개면 큰화식조, 한 개면 북부화식조, 없으면 난쟁이화식조입니다. 이 돌기와 목의 붉은 부분 때문에 화식조, 즉 불을 먹는 새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큰화식조의 다른 이름인 double wattled cassowary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이 중에서 큰화식조는 몸무게가 수컷은 약 30~40kg, 암컷이 50~70kg에서 최대 85kg 정도로, 타조 다음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무거운 새입니다. 몸길이로 따지면 에뮤가 조금 더 길긴 하죠. 북부화식조 역시 큰화식조보다 근소하게 작습니다. 난쟁이화식조는 이름처럼 몸무게가 30kg을 넘지 않습니다. 세 종 모두 일반적으로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큰 편입니다. 성격 역시 암컷이 더 용감하고 공격적인 편입니다.
화식조의 몸 깃털은 검고 날개는 아주 작아 날 수 없습니다. 대신 시속 50km로 달릴 수 있죠. 목이 파랗고 긴데, 목에는 짧은 솜털만 나 있습니다. 부리의 길이는 머리의 길이와 비슷합니다.
화식조의 또다른 특징은 볏인데, 공룡 오비랍토르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볏이 머리 위에 나 있습니다. 이 볏의 용도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숲에서 장애물을 쳐낼때 쓰거나 고유의 낮은 울음소리를 증폭시킬 때 쓴다는 설이 있습니다. 낙과로부터 머리를 보호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딱히 이렇다 할 근거는 없습니다. 보통 넓은 영토를 거느리는 암컷들의 볏이 가장 큽니다.
https://youtu.be/3wB3BKHmxZ4
화식조의 울음소리는 매우 낮고 울리는 소리인데, 자신의 영역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화식조는 커다란 덩치와 긴 목, 날카로운 발톱 때문에 공룡의 후예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예 틀린 말은 아닌데 화식조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공룡의 후예는 아닙니다. 나중에 다룰거지만 모든 새는 공룡 그 자체입니다.
벌새부터 타조까지 조류는 살아남은 공룡입니다.
생태
https://www.youtube.com/watch?v=OhNVaZl_3Hs
화식조는 잡식동물(omnivore)으로 땅에 떨어진 과일을 주로 먹습니다.(영어로는 frugivore라고 합니다.) 하루에 5kg에 달하는 과일을 먹는데 특히 사진에 있는 콴동나무의 파란색 열매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가 없어 먹이를 씹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삼키는데, 씨앗은 배설물로 그대로 배출됩니다. 배설물 속 씨앗은 다시 과일나무로 자라납니다. 즉 과일나무와 화식조는 공생관계로 볼 수 있겠네요. 이 때문에 화식조는 '밀림의 농부'로 불립니다. Cassowary Plum이라는 나무는 화식조만 먹을 수 있게 독을 가진 열매를 맺기도 합니다. 물론 화식조는 이 독성에 면역이 있고요. 약 238종의 식물들이 화식조에 의해 씨를 전파하며 이 중 70종이나 되는 식물의 열매는 너무 커서 오로지 화식조만이 삼킬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화식조는 호주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keystone species) 중 하나죠.
사족으로 화식조의 배설물에선 불쾌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화식조는 버섯류, 도마뱀, 무척추동물, 설치류 등 먹을 수 있는 생물은 모조리 먹어치웁니다. 역시나 씹지 않고 그대로 삼키죠.
화식조는 보통 단독생활을 합니다. 번식기에는 한 마리의 암컷이 자신의 세력권 내 여러 수컷들과 짝짓기를 합니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수컷이 만들어놓은 둥지에 약간 푸른빛을 띄는 알을 3~5개 정도 낳고 떠납니다.
새끼를 기르는 것은 온전히 수컷의 몫이지만 암컷은 지속적으로 세력권을 지키며 자신의 수컷들을 보호합니다. 물론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요. 새끼 화식조들은 보호색을 띄고 있는데... 매우 귀엽습니다.
https://youtu.be/tDI741W3r6w
새끼들을 위협하는 적으로는 뱀, 맹금류, 들개 등이 있는데 아빠 화식조는 이들과 맞서며 새끼를 지켜야 합니다. 게다가 인간이 들여온 외래종인 멧돼지와 여우, 고양이, 돼지도 화식조의 새끼를 노리는 탓에 아빠 화식조의 부담은 커져만 갑니다. 새끼 화식조들은 아빠에게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배운 후 9~11개월이 지나면 독립합니다.
일단 다 자라면 화식조는 커다란 덩치와 강력한 발차기, 날카로운 발톱을 가져 인간을 제외하곤 포식자가 없습니다. 비단뱀이나 여우 등은 상대도 되지 않죠. 딩고나 뉴기니 들개의 경우에도 다 자란 화식조가 물리칠 수 있습니다(다만 체구가 작은 난쟁이화식조는 가끔 뉴기니 들개 무리에게 잡아먹히기도 합니다.) 바다악어의 경우 좀 위험하긴 하겠으나 구체적으로 잡아먹혔다는 기록이 없네요. 수명도 길어서 40~50년까지 살 수 있죠.
킬러 새인가?
화식조의 발에는 날카로운 12cm의 발톱이 달려 있습니다. 다 자란 화식조가 들개나 여우로부터 잡아먹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발톱 덕분이죠. 이 발톱 때문에 화식조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요?
네. 죽일 수 있습니다.
https://tenor.com/view/cassowary-ostrich-gif-16223938
화식조는 몸으로 들이받기도 하고, 단단한 볏으로 박치기도 하고 발로 걷어찰 수도 있습니다. 기술폭(?)이 상당히 넓죠. 이 때문에 화식조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튜브 등에서도 화식조를 난폭한 괴물새로 묘사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러나 화식조가 잔혹한 살인마는 아닙니다.
https://sci-hub.tw/https://doi.org/10.1111/j.1469-7998.1999.tb01206.x
지금까지 화식조에 의해 사람이 죽은 것은 2번이었는데, 한 번은 16살 아이가 동생과 몽둥이로 화식조를 때리다 반격을 당해 죽었고, 다른 한 번은 70세 노인이 기르던 화식조에게 공격당해 죽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두 번 중 한 번은 정당방위였네요. 개에 대한 공격은 꽤 보고되었는데 화식조가 개를 상당히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화식조는 힘이 세지만 겁이 많아서 사람을 보면 먼저 도망칩니다. 싸움을 좋아하는 새도 아닙니다. 게다가 발톱으로 사람의 몸을 동강낸다는건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죠. 물론 논문을 보시면 알겠지만 물론 화식조가 사람을 죽일 수는 있습니다. 사실 고라니에게 공격당해도 위험한데 화식조라면 사람을 죽이거나 치명타를 입히기 충분합니다. 화식조를 만나면 까불거나 자극하지 말고 천천히 물러나야 합니다.
사실은 피해자
역으로 화식조는 사람을 살인마라 생각할 겁니다. 화식조는 인간에 의해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늘어난 도로로 인한 로드킬 사고도 종종 일어납니다. 도로들이 넓은 화식조의 영토를 조각내놓는 탓에 영토를 순찰하는 커다란 암컷 화식조들이 차에 치이기가 쉽죠.
https://www.abc.net.au/news/2018-05-30/pigs-decimating-cassowaries-in-world-heritage-listed-daintree/9815164
외부에서 들여온 돼지가 화식조가 먹을 과일과 벌레를 모조리 먹어치우기도 하고 새끼 화식조의 목숨을 노리기도 합니다. 둥지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해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들여온 동물 중 화식조에게 가장 위협적인 동물은 바로 개입니다.
"아니 그 강하다는 화식조가 개한테 죽어?" 하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겠네요. 물론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작은 댕댕이나 그 시골 어르신들이 키우시는 백구같은 애들은 아니고 아주 큰 맹견입니다. 일단 개 자체가 사냥 본능이 있고 일부 대형견들은 그 크기가 늑대에 견줄 정도죠(더 클 수도 있습니다.).
개에게 죽은 화식조들. 잔인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일단 개들이 알과 새끼를 잡아먹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성체 역시 풀어놓은 대형견 무리에게 물려 감염으로 죽기도 합니다. 화식조 성체라면 대형견 하나쯤은 상대할 수 있겠지만 몇몇은 최대 5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공격합니다. 제아무리 강한 화식조라도 맹견 무리의 공격은 당해낼 수 없겠죠. 이 개들은 화식조가 지칠 때까지 추격한 후 물어뜯는다고 하는데요, 성체가 먹힌 흔적이나 직접적인 공격 장면이 목격된 것이 얼마 없기 때문에 개들을 쫓아내거나 따돌린 후 그 상처로 인해 고통스럽게 죽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003년부터 개들의 화식조 공격은 총 24건 발생했으며 82%가 치명적인 공격이었다고 합니다. 피해 화식조 중 37.5%가 성체, 33%가 아성체, 21%가 어린새로 8%는 연령대를 알 수 없다고 하네요. 더 심각한 점은 멧돼지 사냥개들도 화식조를 공격할 수 있으며, 이건 잘 보고되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가 알던 것보다 피해가 훨씬 심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인간의 활동은 화식조의 생존에 큰 위험요소입니다. 일단 화식조는 최소한의 관심 필요종(Least Concern)으로, 멸종위기종은 아닙니다. 하지만 화식조가 줄어들면 238종의 과일나무가 퍼질 수 없고 그러면 다른 동물들도 사라지게 되겠지요.
무조건 킬러니 살인마니 하기보단 이 새들에 대해 더 알아가고 사랑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은 제가 그린 큰화식조입니다.
참고자료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magazine/2013/09/cassowaries/
https://cassowaryrecoveryteam.org/conservation/threats-animals/
https://edition.cnn.com/2019/04/14/us/cassowary-bird-kills-florida-man/index.html
첫댓글 와 신기하다 암컷 힘이 세니까 좋네
매갈 새내요... 역시 큰일은 암컷이.. 육아는 수컷이 해야 응당하지요.... 무능한 ㅎㅎ 수컷을 보호하고... 세력권을 지키느라 고생하는... 이 땅의 암컷 화식조들.. 화잇팅입니다
화식조 암컷 눈에 띈 수컷이 다른 암컷 알품고 있으면 그거 깨버리고 자기 알 키우게 함
화식조야 오래오래 살아남아라ㅜㅜ
디즈니 up에 나오는 새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