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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잔나’와 ‘리칭’을 그리며
우리 동창들, 모두 잘 지내고 있겠지? 오늘은 문득 옛날 생각이 나, 글을 한편 올려 본다.
재작년인가 기억되는데, 우리나라에 진추하(陳秋霞)가 온 적이 있었다. 진추하라면 나처럼 1960년대 후반이나 70년대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대개 알고 있는 홍콩의 유명한 여자가수(女歌星)인데, 흔히 진추하보다는 첼시아 찬(Chelsia Chan)으로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녀가 몇 년전 우리나라에 와 공연을 할 때, 한국의 7080 올드팬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현재 갑부와 결혼해 싱가포르에서 잘 살고 있고, 세 딸을 두고 있으며, 그녀의 딸들이 우리나라의 ‘비’의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는 소식과 함께......
이 진추하는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사랑의 스잔나’라는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영화배우이기도 한데, 사실 나는 이 영화가 상영되던 무렵인 1976년도 쯤엔 군대에 가 있어서 이 영화를 보진 못했다. 그리고 이 ‘사랑의 스잔나’라는 영화 자체는 너무 내용이 뻔하고 뻔한 통속적인 스토리에 불과한 영화였긴 하지만 그래도 당시엔 상당히 히트를 했던 영화라고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진추하는 ‘원 섬머 나잇(One Summer Night)’ 이란 노래로 너무나 유명한 가수였었고 , 나도 20대 초반엔 진추하의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그 없는 돈에 진추하의 카세트 음반을 여러 장 샀던 기억이 난다.
‘One summer night’
One summer night, the stars were shining bright
One summer dream made with fancy whims
That summer night, my whole world tumbled down
I could have died if not for you
Each time I pray for you,
my heart would cry for you
The sun don't shine again, since you've gone
Each night I think of you,
my heart would beat for you
You are the one for me.
Set me free like the sparrows up the tree.
Give a sign, so I would ease my mind
Just say a word and I'll come running wild
Give me a chance to live again.
Each night I pray for you, my heart would cry for you
The sun don't shine again since you've gone
Each time I think of you, my heart would beat for you
You are the one for me.
그런데 이렇게 감미롭고 珠玉(?)같은 진추하의 노래를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들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젊은 시절 없는 돈에 장만한 음반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그 노래 음반들을 내가 잃어버리기도 하였고, 혹은 음반이 망가져 못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때 갑자기 젊은 날이 그리울 때면 가끔 이 노래들을 듣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그 음반들을 구하지 못해 오랫동안 거의 듣지를 못했었다(그리고 10여년 전만해도 컴퓨터로 다운 받는 것이 없었으니까).
그러다 한 10여년전 한번은 중국에 출장을 갔을 때, 노래음반을 파는 가게를 여러 군데 들려 진추하(천추샤)의 노래가 있느냐고 물어 본 적도 있었지만 그 노래음반을 파는 가게가 없어 결국 구하질 못하였다.
당시만해도 중국이 개혁․개방한지도 얼마 되지 않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 노래에는 큰 관심이 없던 때라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고 잊고 말았다. 그리고 음반가게에 그녀의 노래가 없었던 이유는 사실은 진추하가 홍콩사람이고, 노래도 영어나 광동어로 부른 노래가 많은 데다가 그녀의 藝名도 'Chelsia Chan' 이었으니, 중국인들이 잘 모르는 것도 이해는 된다. 아뭏튼 당시 중국에서는 그녀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듯 싶다.
아마 내 생각으로는 1957년생인 그녀는 20대 후반인 1980년대 초반 무렵엔 결혼해 은퇴했었던 것 같은데, 사실 내가 중국에 가서 그녀의 음반을 찾아 헤매던 1990년대 당시만 해도 이미 그녀는 연예계를 떠난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을테니, 내가 중국의 음반 가게에서 그녀의 노래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당시 그녀의 노래는 너무나 감미로왔는데, 특히 ‘ Graduation Tears' 같은 노래는 나같은 음치(^^)도 가끔 흥얼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좋아했던 진추하의 노래를 오랫동안 잊고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매스컴을 통해 새삼스레 수면 위로 떠오른 그녀에 관한 기사를 읽다 보니 마치 옛날에 헤어진 애인을 길거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기분이 들 정도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고나할까.
몇 년전 당시 신문기사에 따르면, 그녀는 우리나라 극성 올드 팬들이 만든 팬클럽을 통해서 한국의 올드 팬들이 그녀를 기억하고 무척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한국 팬들의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왔다는 것이다( 시간이 있으면 http://www.chelsiachan.net 에 들어 가 보시도록 ).
그리고 그녀는 이제 50이 다된 여인으로서, 그러나 아주 곱게 늙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다가왔다. 또한 젊은이 못지 않은 당당한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아줌마와 같은 푸근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서는 그녀의 모습들이 내겐 무척 아름다워 보였고 인상에 깊이 남기도 했었다. 정말 자연스레 무대앞에 돌아온 그녀의 모습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에서처럼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이 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여담이지만 진추하의 노래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그 노래가 나와 우리 같은 올드 팬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내가 시간에 여유도 있고, 한편 뭐 재미있는게 없을까 싶어, 인터넷 창에 그녀가 나왔던 영화, ‘사랑의 스잔나’를 쳤더니, 우리같은 세대(7080세대)가 젊은 시절 눈물을 흘리며 보았던 러브 스토리인 ‘스잔나’와 ‘리칭’이 뜨는 것이 아닌가?
영화‘스잔나’(珊珊 / Susanna, 何夢華감독 작품)는 아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1967년도의 영화로서, 홍콩에서 학교를 다니는 두 자매(이복자매)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삼각관계’와 안타까운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1960년대 당시만해도 우리나라에는 외국영화가 거의 미국 영화 아니면 거의 없던 시대라서, 아마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중국 영화가 당시 커다란 히트를 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여학생들의 배경은 영국풍의 귀족같은 학교에서 공부할 정도로 집안도 좋고 재력도 있는 가정이 무대로 나온다.
이 영화의 스토리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스잔나역의 리칭은 일찍이 아버지를 잃은 여대생인데, 같은 아버지의 핏줄을 받은 언니 '샤오팅(小霆)'과 새 엄마와 같이 사는 학생으로 나온다. 그러나 스잔나는 이복 언니를 늘 미워하며 못살게 구는 동생으로 나오며, 한편 언니는 동생을 감싸는, 마음씨가 온순하고 양보심이 많은 사람으로 나온다.
그런데 어느날 이들 자매 앞에 멋진 젊은이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친구는 짓굿은 행동을 잘 하는 동생보다 차분한 언니를 좋아하게 되지만, 스잔나가 이를 유혹해 자기 애인으로 만들게 된다.
그러나 好事多魔라 할까. 어느날 스잔나는 언니에게서 가로챈 멋진 애인을 만나러 가던 중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영문도 모른 채 거리에 쓰러지게 되고, 곧 의사로부터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6개월 시한부 생명이란 선고도 받게 된다. 그래서 스잔나는 무척 괴로워 하지만 가족들을 위해 끝까지 그 사실을 숨기고 만다. 그리고 연인을 빼앗긴 언니에게 다시 애인을 되돌려 주는 등 남은 삶을 충실하게 보내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죽고 만다는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 주연인 스잔나 역으로 나온 배우가 바로 내가 제목에서 언급한 리칭(李菁)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뻔하고 뻔한 스토리의 영화였지만 당시엔 대 히트를 쳤으며, 나와 개인적으로 아주(^^) 친한 친구들은 잘 알겠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삽입곡중 하나는, 이 영화가 나온지 40여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元某씨의 애창곡으로 굳건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즉 ‘스잔나’라는 제목으로 정훈희가 번안해 부른 노래가 바로 그것이다.
해는 서산에 지고 쌀쌀한 바람 부네
夕陽照天空, 掠過一陣無情風
날리는 오동잎, 가을은 깊었네
吹落片片梧桐葉, 黃葉滿街秋意濃
꿈은 사라지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
秋意濃夢成空, 秋風飄飄的落葉
내 생명 오동잎 닮았네. 모진 바람을 어이 견디리.
我生命像這一樹梧桐. 爲堪那凜冽的西風.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夕陽留不住, 人生是虛無的客人
봄이오면 꽃 피는데 영원히 나는 가네.
迎春梧桐發新綠, 我隨夢歸去永無踪
한편 이 ‘스잔나’ 영화에 또다른 삽입곡이었던 청춘무곡(靑春舞曲)이란 노래도 무척 유명한 노래가 되었는데, 사실 이 노래는 중국의 신쟝지역 위그르족들의 민요를 개작해서 만든 노래라고 한다. 또한 이 노래는 무척 경쾌하고 빠른 곡조 풍의 노래인데, 여러분들도 아마 들어 본 적이 있는 노래일 것이다. 알면 한번 흥얼거려 보길 바란다. 태양은 다시 떠 오르고, ----
太阳下山明早依旧爬上来 태양은 저물지만 내일이면 다시 떠오르고,
花儿谢了明天还是一样的开 꽃도 내일이면 또다시 피겠지.
美丽的小鸟飞去无影踪 예쁜 작은 새는 날아가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我的青春小鸟一去不回来 내 청춘도 새처럼 날아가 돌아오지 않네
我的青春小鸟一去不回来 내 청춘도 새처럼 날아가 돌아오지 않네
别的那样呦别的那样呦 그러지 말아요, 그러지 말아요.
我的青春小鸟一去不回来 내 청춘도 새처럼 날아가 돌아오지 않네
첫댓글 같은 세대란 것은 감수성도 같이 공감 하나보다. 그 시절...당시 정훈희가 번안해 부른 이 노래 중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이 소절은 나를 참 속절없이 우울하게 만들곤 했지. 근래에도 백두대간을 타다 서늘한 바람부는 석양의 해를 비껴 받아 더욱 환하게 빛 발하며 파르르 떠는 억새를 보자면 왠지모를 비애감 쓸쓸함 그런게 문득 느껴지며 스잔나의 그 소절이 스쳐 지나곤 했다.
우리 친구 명진이는 나같이 감수성이 아주 풍부한, 영원한 보이(?). 백두대간의 어느 오솔길에서 눈에 띤 억새가 바람에 흩날릴 때에 불려야 할 노래는,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잘들 논다.
잘들 논다. 투!
, 이영화를 보았지...옛날생각나는구나...
다움카페에 스잔나라고 치든지, 아니면 리칭이라고 치든지 하면, 당시 영화 정보를 엄청 볼 수 있고, 중국 원래 곡과 정훈희 부른 노래도 들을 수 있음.
작년에 한국방문한 진추하가 나온 라디오방송을 들은적이 있는데 목소리 여전하드만 ... 나나 무스쿠리도 생각나네...
리칭, 나나 무스쿠리...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이름...
원박사는 정말 여러 분야에 관심도 많고 많이 알고 있어서 감탄한다니까....
원박사가 진즉에 중국쪽에 관심이 많았나보다~ (http 다음에 : <--요게 잘못되어 곳바로 못들가네...)
http://www.chelsia.chan.net은 고쳐 놓았네. 진추하의 노래를 누가 하나 올려 주시지. 청춘무곡과 스잔나 노래를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