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칼럼_ CEO 힐링포엠 (27)
시선과 속마음
Eyes and Inner thoughts
(월간현대경영 2023년 11월호)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절한 프랑스 작가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1944년 발표한 희곡 ‘닫힌 방: Huis Clos’에서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질수록, 남들의 시선을 더 많이 신경 쓸수록, 타인에게 관심받고 싶어 할수록 타인은 지옥이 되고 만다. 그는 인간관계의 고통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의 시선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결국 나의 정신이 된다. 눈에 자주 띄는 것이 시간으로 채워지고, 그것이 나의 정신이 되며, 동성이 되고, 삶이 된다. 인간을 만드는 ‘환경’이다. 어디에 시선을 집중하고 살고, 무엇이 시선을 사로잡고, 시선에 노출시키고, 나의 SNS 타임라인에는 무엇이 있고, 우리의 고정된 위치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사람을 시각적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만큼 색을 잘 구별할 수 있는 동물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의학적으로 보아도 눈은 인간의 오감 가운데 가장 예민한 부분이며, 감각영역의 액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음식의 맛을 볼 때 우리는 미각을 느끼기 이전에 이미 그 음식의 색이나 모양, 그릇에 담겨 상에 차려진 형태 등에 식욕이 좌우된다. 시각적 효과가 우리의 심리에 주도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험 삼아 캄캄한 방에서 밥을 먹어보면 알 수 있다.
눈동자는 감히 그 악을 덮지 못한다
시각은 ‘오감의 왕’이며 다른 감각까지도 지배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고르곤(Gorgon), 즉 세 자매 가운데 뱀의 머리를 한 막내 동생 메두사가 한 번 바라보기만한 사람도 당장 돌이 되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말하자면 눈의 위력을 신화화한 것이다. 따라서 눈에 사람이 본심이나 본색이 나타난다고 생각해온 것도 당연하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도 있지만 맹자는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눈동자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눈동자는 감히 그 악을 덭지 못한다.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가 밝고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검다고 갈파했다.’ 물론 눈의 맑고 탁함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때그때 마음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은 눈이 맑고 탁함보다 시선의 움직임을 통해서이다. 인간 심리가운데 숨어있는 욕구나 감정은 무엇보다 먼저 시선에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시선을 어떻게 읽는가 가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시선을 교환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는 증거이다. 시선이 움직임, 시선의 방향, 시선의 위치, 시선의 집중도 각각의 시선에 따라 그 의미도 당연히 달라진다.
능동적인 사람은 시선을 주도한다
시선으로 속마음을 파악하는 방법은 그 움직임이 어떠한 가를 보는 것이다. 시선을 떼지 말고 다른 사람의 눈을 가만히 주시하며 이야기하는 사람은 성실하다는 말이 있다. 상대를 자기 페이스로 끌어들일 수가 있는가 의 여부는 처음 30초 동안 결정된다고 한다. 요컨데 눈이 마주쳤을 때 먼저 눈을 돌리는 쪽이 심리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외면을 당한 사람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라도 있나? 나를 싫어하는 걸까? 하는 식으로 초조해질 뿐만 아니라 내내 시선이 신경 쓰여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만다. 그러므로 초면에 먼저 시선을 돌리며 이야기에 들어가는 사람은 공격적인 상대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시선에 집중하면 마음도 간파한다
상사와 평사원이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상사의 시선이 보다 높은 곳에서 쏟아질 것이 틀림없다. 평사원은 특별히 양심이 가책을 느낄 일도 없는데 시선이 집중되는 위치가 낮아지고 시선의 정도 또한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시선에 주목하면 상대의 마음을 놀라우리만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눈은 입만큼이나 말을 한다.”고 하지만 시선을 읽는데 익숙해지면 입보다도 훨씬 많은 속마음을 얻을 수 있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늘 고민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깜짝 놀란다’고 했다. 남들은 나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이다. 우리는 바라보면 서로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 등을 마주하게 되면 바라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먼 사이이다.
“치유의 인문학’ 강사/ 제주대 교수/ 영미시 전공 교육학박사/
Wenatchee Valley College, Washington/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PT 한국시치료연구소 시치료 전문가/ ‘치유의 인문학’,
Healing Poem 대표, 문화예술평론가 한국예술비평가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