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지는 시기다. 춘곤증인지, 식곤증인지 분간이 안되지만 몸도 마음도 지친 느낌이다. 힐링이 절실해지는 봄이다. 기력을 충전하고, 마음을 정화하고 싶은 생각에 고민할 것 없이 떠났다. 꽃과 싱그러운 정원 등이 매력적인 충남 아산으로.
꽃으로 가득 찬 세계꽃식물원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워라.’
도고면에는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의 격언이 떠오르게 하는 세계꽃식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전체 면적이 3만4000㎡(1만285평)에 달하는 식물원은 사시사철 활짝 핀 꽃들에 둘러싸여 일상의 피로를 잊을 수 있는 장소다. 입구에는 현대적 감각의 실내장식이 단연 눈에 띄는 쉼터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한권의 책과 한잔의 커피만 있으면 몇시간이고 쉴 수 있을 것만 같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초장부터 발걸음을 멈출 수 없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쉼터를 지나자 형형색색의 튤립으로 채워진 야외정원이 눈앞에 다가온다. 튤립이 만발한 정원에서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사진 찍기 바쁘다. 특히 메타세쿼이아로 꾸며진 가로수길을 가득 메운 튤립 화단은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연못·꽃터널·미로·허브 등 10여가지가 넘는 테마로 꾸며진 실내정원은 보는 재미, 걷는 재미가 있다. 스트렙토칼펠라·뮤렌베키아 등 이름도 생소한 식물들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온실 구석구석을 거닐다보면 자연스레 화사한 분위기에 빠져든다.
언덕 위 인공폭포, 피나클랜드
‘산의 최정상’이라는 뜻을 가진 피나클랜드는 1970년대 아산만방조제 매립용 채석장이었던 부지를 재개발한 테마파크다. 각종 테마정원과 다양한 산책로·미니동물농장·인공폭포까지 갖춰 봄철 한나절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입구에 서서 안쪽을 바라보면 경사진 언덕에 좌우로 난 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그재그길’로 불리는 정원길은 이곳의 명물이다. 언덕 위에 보이는 조형물을 따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걷다보면 살짝 숨이 차오른다. 그럴 때면 호흡을 가다듬고 좀더 여유롭게 산책로를 즐기자. 그럼 두 발이 자연스레 테마파크 제일 안쪽 높은 곳에 자리한 인공폭포로 인도할 것이다. 폭포는 수십년간 방치됐던 채석장에 물을 흘려보내 연못과 함께 새롭게 꾸며낸 곳이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와 발아래 펼쳐지는 탁 트인 전경은 답답한 가슴속을 ‘뻥’ 뚫어준다.
돌담따라 유유자적 외암민속마을
옛 선조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민속마을을 거니는 것도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한다. 설화산을 등지고, 외암천을 마주한 배산임수 지형의 외암민속마을은 전통가옥과 돌담길이 자랑거리다.
외암천을 건너 큰길을 따라 곧장 가면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느티나무 한그루를 만날 수 있다. 밑동의 둘레가 5.5m에 이르고, 수령 600년이 넘은 아름드리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마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인다.
10여채의 기와집과 50여채의 초가집은 마을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자 여행객들의 관람공간이다. 볏짚을 두텁게 덧대어 이은 초가지붕과 이끼 낀 돌담은 예스러운 기운을 물씬 풍긴다. 이뿐만 아니라 두꺼운 돌담, 초가지붕 처마가 우뚝 솟은 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은 퍽 인상적이고 조화로워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아산=김동욱, 사진=김덕영 기자 jk815@nongmin.com
아산에서 꼭 맛보고 가야 할…
숯불로 은근히 구운 ‘장어구이’ 돼지족발 푹 끓여낸 ‘온궁탕’
◆ 원기회복에 으뜸, 장어구이
아산시 인주면은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장어로 유명한 곳이다. 과거 삽교천에서 장어를 잡던 시절부터 유명해진 장어구이집들이 아직까지 남아 ‘인주장어촌’이라 불리는 명물거리를 이루고 있다. 초벌구이로 나오는 장어를 숯불 위에서 은근하게 구워내면 금세 맛볼 수 있다. 상추 위에 야들야들한 장어 한점, 양념에 살짝 버무린 생강 한젓가락 올려 먹으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일단 먹기 시작하면 소금구이든, 양념구이든 불판 위의 장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는 건 일도 아니다.
◆진한 국물이 매력인 온궁탕
시에서 2016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야심 차게 개발한 돼지족탕이 ‘온궁탕’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사골국처럼 뽀얀 국물 안에 족발이 푸짐하게 들어 있는 모습이 입맛을 자극한다.
오랜 시간 우려낸 국물이라 그런지 맛과 색이 진하다. 쫄깃한 족발은 의외로 너무나 부드럽다. 고추냉이 섞은 간장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뼈와 살코기가 저절로 분리된다. 담백한 맛과 더불어 오물오물 살점만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