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봉사활동이 내게 가져다준 깨달음의 선물
대전성모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안내 봉사활동을 하며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의 원무과 접수를 돕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환자 분들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한 여자 분이 두리번거리며 제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그녀는 두리번거린다기보다는 눈은 바닥을 바라보고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거의 헤매고 있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한 눈에 봐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땅바닥에 뭐 떨어뜨린 것 없죠. 저 지금 뭐 까먹은 것 없죠.” 그녀는 이 말을 끊임없이 되풀이 하며 자신이 강박장애를 지닌 장애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접수를 잘 못하겠으니 좀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녀 곁에서, 그녀가 방금 진료과에서 받은 서류를 원무과에 보여주며 수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제 처방전만 받아서 약국에 가시면 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말한 순간, 그녀는 갑자기 제 손목을 붙잡았습니다. “제가 약국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러는데 약국까지 저 좀 데려다 주시면 안 될까요?” 자신의 말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녀를 보고, 저는 함께 병원을 나서 약국까지 걸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녀와 시선을 맞추려고 노력하며, 또 강박장애로 끊임없이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그녀에게 우리의 행선지를 알리기 위해 저 또한 “지금 우리는 병원을 나왔고요. 제일 가까운 약국에 갈 겁니다. 병원에서 약은 이렇게 처방받으시면 되고요.”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함께 걸어갔습니다.
그녀를 약국에 데려다 주는 것만으로도 제 임무는 완수한 것이라 생각하며 목적지에 도착해 헤어지려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제게 말했습니다. “정말 착하시네요. 일이 바쁜데도 저를 데려다 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착합니다.” 서툴지만 진심을 전달하려고 애를 쓰는 그녀는 또박 또박, 제게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맑고 순수한 그녀의 진심. 저야말로 그 말을 듣는 순간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며 가톨릭 신자로써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의의를 더 또렷하고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제게 남겨준 기억은, 저로 하여금 더 신실한 신앙을 가지고 봉사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해 준 것입니다.
흔히 사회적 약자로 대변되는 장애인, 그 외 모든 소외 계층으로 분류된 사람들과 함께 교감하며 선을 행할 것을 당부하셨던 예수님. 그것은 단지 양극화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행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 그러한 선을 행하는 사람도 함께 성령으로 충만해지기 때문에 예수님은 그토록 강조하셨다는 것을 저는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글쓴이: 정 쿠네군다
가톨릭신문 2016. 6. 26 <300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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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봉사는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것 같습니다
십여 년 동안 작은 봉사지만 해 온 제 느낌입니다
봉사는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엔 변함없습니다.
저두 작은 봉사를 한적이 있는데 하고 나면 제자신이 정말 행복함을 느꼈으니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