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깔사탕 제사상
라 현 자
소싯적 소풍 갔다 산소 옆 밭둑길로
할머니 모신 곳에 그리워 찾아갔네
나뭇잎 접시 삼아서 사탕 올려 절하고.
집으로 오는 길 달콤한 사탕 생각에
몇 번을 뒤돌아보며 침 삼키고 참고 보니
꽃인 양 묘지 앞에 핀 눈깔사탕 제사상.
* <효봉의 시조평>
노년기에 접어든 할머니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이 글을 읽으면 가슴 찡한 감동이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게 한다. 어린 손녀가 소풍갔다 돌아오는 길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리워 밭둑 산소에 찾아가 나뭇잎을 접시 삼아 소풍 때 아껴둔 눈깔사탕을 제물로 올려놓고 동심어린 제례를 지냈다니, 산소에 누워계신 할머니는 그런 손녀의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대견스럽고 예뻤을까 참으로 눈물겨울 정도이다.
아껴두었던 사탕을 제물로 올려 드리고 먹고 싶었던 마음에 산소를 떠나면서 뒤돌아보니, 제사상의 조화(弔花)인 양 차려놓은 제사상을 자꾸 되돌아보는 효심어린 손녀의 마음씨가 마냥 귀엽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세상에 아무리 호화스럽고 고급스러운 제기 제례 차림이 있다 해도 이보다 더 귀하고 값진 제사상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동시조의 성격을 띤 이 글은 동심어린 순수한 시혼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멋지게 선물하고 있다. 평범 속에 진실이 발견되는 수준 높은 글로서 동심어린 순수시혼이 반짝반짝 빛나는 좋은 시조이다..
첫댓글 마음이 깊은 글입니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시작이 되니까요.
마음을 밭이라고도 하고, 우물이라고도 하지요.
마음의 밭을 일구고, 마음의 우물을 깊이 파서 시원하고 맛있는
물을 받아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제공되기를 소망합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