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나는 지금 어떤 열매를 맺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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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26/연중 제1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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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7장 15-20절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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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열매
피정 소임을 하는 공동체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넓은 부지에 여러 나무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3월 말이면 예쁜 꽃을 피우고, 초여름이면 동글동글한 열매를 맺는 벚나무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열매가 까맣게 익을 무렵이면, 수도원 안을 돌아다니며 이 나무 저 나무에서 버찌를 따 먹곤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심긴 나무 열매 맛이 어쩌면 그렇게 제각각인지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흙에 따라 물빠짐이 다르고, 위치에 따라 햇볕이 드는 양이 다른 탓이었겠지요. 또 가지치기를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서도 맛에 차이가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더 맛있는 열매를 먹으러 자주 가는 ‘최애’ 나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시는데, 우리 모두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묵상하고 싶습니다. 사실, 세례를 통해 예수님과 결합된 이들은 그분께 같은 양분을 받고, 같은 복음의 열매를 내는 나무와 같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내 생각에 갇혀 있지 않고 물빠짐을 했는지, 얼마나 성령의 빛 안에 머무는지, 불필요한 것을 얼마나 가지치기했는지에 따라 열매 맛은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우리 안에 좋은 열매가 많이 맺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이 우리 주님을, 그리고 교회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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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미카엘 신부(글라렛선교수도회)
생활성서 2024년 6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