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치는 더 움츠러들었다. 역시 때가 온 건가. 입스는 신이 뜻인가.
“여, 신인. 어려워하지 말고 마셔.”
신이치가 스즈키에게 중국 술을 권했다.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여유를 부렸다.
스즈키가 미안해하면서 술을 받아 마셨다. 꽤나 잘 마시는 듯 보였다.
“오오, 믿음직한 신인이야.” 다른 사람들도 목소리를 높여 거들었다.
“대학에서 단련이 돼서요.” 나직이 말했다.
“죽죽 들이켜. 내일 쉬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기숙사 문 닫는 시간이.”
“괜찮아, 걱정 마. 기숙사 관장에게 말해줄게.”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단숨에 들이켰다. “오오, 아예 컵이 필요하겠어.” 신이치가 웨이터에게 컵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스즈키는 발렌타인 초콜릿 몇 개나 받았어?”
“그러니까, 음 삼백 개 정도요.” 미안한 듯이 말했다.
“이 녀석, 난 그냥 긴자 호스티스가 준 것밖에 없는데.”
“죄송합니다.”
“스즈키 이거 있냐?” 젊은 선수 하나가 새끼손가락을 세우며 물었다.
“네, 일단은 뭐.” 머리를 긁적였다.
“좋아, 매스컴에 흘려야겠군. ‘프라이데이’에 사진 찍히게 하고 팬을 줄여주자.”
모두 웃었다. 스즈키도 긴장이 풀린 모양이었다.
변변히 대화를 나눈 적은 없으나 분명히 좋은 녀석일 거다. 대학 시절에는 캡틴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인망이 없으면 지명될 수가 없다.
스즈키는 주는 대로 마셨다. 안색이 하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 놀라웠다.
2차는 긴자 클럽으로 몰려갔다. 스즈키도 따라왔다. 화제의 루키가 왔다며 호스티스들이 좋아 달려들어 한층 흥이 달아올랐다.
스즈키는 위스키도 잘 마시는 타입이었다. 온더록을 벌컥 벌컥 마셨다. 그러고 술집을 몇 개 더 돌았다. 호스티스가 반겨주니 신이치 일행도 의기양양했다.
그러다 정신 차리니 오전 2시가 지나 길에서 해산하기로 했다. 택시를 잡아 젊은 선수부터 태워 보냈다. 그런데 스즈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 스즈키는?”
“소변이라도 보나 보죠.”
신경도 쓰지 않고 다들 갔다. 마지막으로 신이치 혼자 남아 택시를 잡으려고 할 때였다.
“이 새끼가! 날 깔봐!” 등 뒤에서 날카로운 고성이 들렸다. 스즈키 목소리다. 무슨 일인가 뒤돌아봤다.